“피해의식은 한 사람의 마음에 남은 상흔일 뿐이다. 깊은 상처가 반복되어서 오래도록 아물지 못한 피딱지 같은 상흔. 한 사람의 상흔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상흔을 흉터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 깊은 상처로 인해 피부를 꿰맨 상흔을 보며 흉하다고 인상만 찌푸리는 것은 얼마나 참담한 일인가?”
<피해의식>(철학흥신소) 중에서
<피해의식>(철학흥신소) 중에서
‘그건 그 사람의 피해의식이지’라는 말의 온도는 상당히 차갑다. 비난과 폄하의 의도가 읽히는 동시에 불쾌하고 부정적인 감정으로 받아들여진다. 철학자 황진규가 내놓은 책 <피해의식>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쉽사리 꺼내기 어려운 ‘피해의식’을 따스하게 보듬어주며 이야기한다. “누군가 한 사람의 피해의식을 비난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은, 그가 얼마나 타인의 고통에 둔감한지를 드러내는 일이다.”
저자는 피해의식을 “상처받은 기억으로 인한 과도한 자기방어”라고 정의하며 매우 다양한 피해의식을 들여다본다. 개인적 차원을 넘어 외모지상주의·황금만능주의·학벌지상주의라는 사회적 구조 안에서 형성된 피해의식도 다루며 ‘긍정의 해법’을 제시한다. “우리에게 저주처럼 들러붙은 피해의식을 부정하려 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긍정해야 한다. 그렇게 ‘나’의 피해의식 너머 ‘너’의 피해의식을 볼 수 있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