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동기화, 자유
무라세 다카오 지음 | 김영현 옮김
다다서재 | 328쪽 | 1만8000원
늙고 병든 미래를 생각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요양원 침상에 누워지내며 “집에 가고 싶어”라고 말하거나, 가족에게 감당할 수 없는 짐을 지우며 자택요양을 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이도 저도 싫으니 노후자금으로 존엄사가 허용된 스위스로 떠날 여비를 마련해놓자는 농담을 한 적이 있다.
“우리는 고령자를 부담스러운 짐처럼 여기지 않습니다. 격리하지 않습니다. 구속하지 않습니다. 약에 찌들게 하지 않습니다. 노화의 시간과 리듬에 어우러지며 고립되기 쉬운 어르신 및 그 가족들과 함께합니다.”
‘노후’에 대한 막다른 상상력에 숨통을 틔워주는 곳이 있다. 일본 후쿠오카의 노인요양시설 ‘요리아이의 숲’은 노년과 돌봄에 대한 우리의 제한된 상상력을 깬다. 요리아이에는 정해진 시간표도 없고 문은 활짝 열려 있으며 길을 잃은 고령자가 헤매는 것을 발견하면 이웃이 연락을 준다. 노인들은 원하는 때 먹고 자며, 자신의 방식대로 생활한다.
각자 다른 신체와 정신을 가진 고유한 노인들과 몸과 몸으로 맞부닥치며 전하는 돌봄의 이야기는 논리적이지도, 이성적이지도, 매끄럽지도 않다. 대부분 노혼(늙어서 정신이 흐리다는 뜻)인 노인들과 실랑이를 하는 모습에 웃음 짓다가도 불가사의한 순간에 이뤄지는 상호작용에 경이로움을 느끼게 된다. 이곳에 강제적 연명치료는 없다. 노인들의 선택을 있는 대로 존중할 뿐이다.
돌보기 위해선 돌봄을 받는 노인들과 ‘동기화’가 필요하지만, 지나친 동기화는 통제로 이어질 수 있으며, 오히려 동기화가 실패하는 순간 ‘자유로운 돌봄’의 틈새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한다.
요리아이 숲의 소장인 저자가 전하는 생생한 이야기는 무엇보다 재미있다. 실소를 자아내는 에피소드 때문만은 아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이뤄지는 놀라운 상호작용, 요리아이가 펼쳐보이는 새로운 돌봄의 장이 경이롭고 아름다워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