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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으로 돌아온 도종환 “마당만 좀 쓸고 온 것 같아”

박송이 기자

3선 의원 마감, 8년 만에 시집

시심 덜 훼손당하며 역할 하기

고민 집약된 시로 ‘사림’ 꼽아

도종환 시인이 14일 서울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시집 <정오에서 가장 먼 시간>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종환 시인이 14일 서울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시집 <정오에서 가장 먼 시간>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늘이 몇백년 만에 선생 같은 분을 내시고/ 사림이 전면에 나서 정치를 하였는데/ 어찌하여 나라는 가장 참혹하였는지/ 후학들은 어찌하여 뒤늦은 후회만을/ 징비(懲毖)의 언어로 뼈에 남기는지/ 어찌하여 똑똑하고 젊고 패기 있는 선비들이 집권한 뒤/ 나라가 그 지경이 되었는지”

도종환 시인은 지난 12년간 국회에 있으면서 가졌던 고민이 집약된 시로 ‘사림(士林)’을 꼽았다. 도 시인은 14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시집 <정오에서 가장 먼 시간>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시 ‘사림’을 소개하며 “권력을 선용하려고 했던 사림 세력이 처음으로 전권을 쥐고 자기들이 품은 뜻을 펼칠 기회가 왔던 때가 선조 3년이다. 꿈꾸는 정치를 펼칠 시기가 왔는데도 세력 간에 사소한 차이로 감정적 대립을 하게 되고 선명성 경쟁을 하게 됐다”며 “결국 붕당으로 치달으며 위기에 앞서 뜻을 모으지 못해 임진왜란이 일어나게 된다. 지금으로 치면 재야가 처음으로 오랜만에 집권해 좋은 정치를 펼칠 기회가 왔는데 분열해 날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때의 역사가 지금도 되풀이되고 있다며 화합되지 않는 정치권의 현실을 지적했다.

3선 국회의원인 그는 이달 의회 활동을 마무리한다. 8년 만에 나온 이번 시집에는 시인의 정체성을 갖고 정치인으로서 지내온 시간에 대한 소회도 담겼다. 그는 “시인이었기에 시심을 덜 훼손당하면서 주어진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굉장히 깊었다”고 말했다.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어 정치권에 발을 내디뎠지만, 돌아보니 “마당만 좀 쓸다 온 것 같다”(‘심고’)고도 했다.

표제작 ‘정오에서 가장 먼 시간’은 양극단의 언어만 난무하는 오늘날 한국 사회를 반영한다. ‘관용은 조롱당하고/ 계율은 모두를 최고 형량으로 단죄해야 한다고 외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내면의 사나운 짐승을 꺼내어 거리로 내몰고 있기 때문입니다.’ 도 시인은 “정오는 가장 따뜻하고 밝고 환한 시간이며 생명을 가진 것들이 왕성하게 생육하는 시간이다. 알베르 카뮈는 이 정오를 ‘균형 잡힌 시간’이라고 했는데 ‘정오에서 가장 먼 시간’은 균형이 깨진 시간, 거칠고 살벌한 죽음의 시간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균형을 회복하기 위해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처음 국회에 등원하던 2012년 5월30일, 의원실로 근조 리본이 달린 난 화분을 배달받았다. 시인이 왜 정치권으로 가냐는 비판이었다. 도 시인은 화분을 의원실 책상 앞에 두고 물을 주고 가꾸면서 “(시인으로서) 나는 죽었는가. 나는 왜 여기에 있는가”를 물었다. 화분의 난은 잘 자라고 있고, 이제 그의 집 서재로 옮겨놓을 예정이다. 도 시인은 “‘나는 왜 거기(국회)에 있었는지,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를 물으며 그때의 경험을 담은 산문집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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