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가장 행복한 순간에 그것이 사라졌을 때의 공허함을 떠올리는 복잡한 존재다. 복잡미묘하다는 말로는 다 설명되지 않는 이 순간을 묘사하기 위해 작가 존 케닉은 ‘에테르니스’라는 ‘감정 신조어’를 만들었다. 휘발성이 높은 마취성 화합물을 뜻하는 ‘에테르’(ether)와 단란함이라는 뜻의 ‘투게더니스’(togetherness)가 합쳐진 단어다. 단란함도 결국은 휘발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지금 이 순간은 더없이 소중하고 아쉽게 느껴진다.
작가 존 케닉은 불완전한 언어의 빈틈을 메우고 싶다는 생각에 2009년 ‘슬픔에 이름 붙이기’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애매모호하더라도 우리 내면에 분명하게 존재하는 섬세한 느낌들에 감정 신조어를 부여하는 이 프로젝트는 많은 사람의 공감을 받았다. 그의 책 <슬픔에 이름 붙이기>에는 이 같은 감정 신조어들이 수록돼있다. 그는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기이함-일상생활의 이면에서 웅웅거리는 모든 아픔, 걱정거리, 분위기, 기쁨, 충동-에 빛을 드리우는 것”이 자신의 작업 목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