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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는 우파 전유물?…좌파도 그 세계적 질서 확장에 결정적 역할

백승찬 선임기자
[책과 삶] ‘신자유주의’는 우파 전유물?…좌파도 그 세계적 질서 확장에 결정적 역할

뉴딜과 신자유주의
게리 거스틀 지음 | 홍기빈 옮김
아르테 | 680쪽 | 4만원

고 노무현 대통령은 집권 시절 정부 노선을 ‘좌파 신자유주의’라고 규정한 적이 있다. 정통적 좌파들은 이를 두고 “좌측 깜빡이 켜고 우회전한다”는 식으로 비난했지만, <뉴딜과 신자유주의>를 번역한 홍기빈은 이 표현이 “전 세계적인 신자유주의 역사적 블록의 구성과 성격을 적확하게 파악한 용어로 판명되었다”고 본다. “신자유주의 질서를 구축하고 유지할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확장하는 역할에서 중도좌파로 분류되는 제도권 내의 진보 세력이 결정적인 일익을 담당”했기 때문이다.

케임브리지대 역사학과 폴 멜런 교수로 재직 중인 게리 거스틀은 <뉴딜과 신자유주의>에서 뉴딜 질서와 신자유주의 질서의 흥망성쇠를 설명한다. 전자는 1930~1940년대 일어나 1950~1960년대 절정에 달한 뒤 1970년대에 무너졌다. 후자는 1970~1980년대 일어나 1990~2000년대 정점에 달했다가 2010년대 무너졌다. 거스틀은 신자유주의가 일부 금융자본과 지배 엘리트의 음모에 의한 질서라는 시각을 거부한다. 오히려 신자유주의는 고전적 자유주의 질서를 계승해 명맥을 잇다가 197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공세를 취한 지적·도덕적 개혁에 가깝다. 미국에서 신자유주의 질서를 구축한 건 1980년대 공화당의 로널드 레이건이지만, 이를 확실히 받아들인 건 민주당의 빌 클린턴이었다. 민주당의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제안한 뉴딜을 이후 공화당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가 받아들인 것과 같은 흐름이었다. 거스틀은 야당 정치인들이 여당의 노선과 이념을 받아들여 ‘묵종’할 때 헤게모니가 관철되고 한 정치 질서가 성립된다고 본다.

신자유주의는 “자유무역 그리고 자본, 재화, 사람의 자유로운 이동을 높게 받드는 신조”이며 “세계시민주의를 문화적 성취로 여겨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 좌우의 정치인과 시민은 신자유주의를 함께 받아들였다. 도널드 트럼프의 집권과 버니 샌더스의 부상은 신자유주의 정치 질서에 종말이 닥쳤음을 알리는 사건이었다.

거스틀은 “현재를 지배하는 것은 정치적 무질서와 기능부전”이라며, 다음에 나타날 질서는 무엇인지 아직 알 수 없다고 결론 내린다. 미래에 대한 전망이나 대안을 제시하진 않지만, 과거에 대해 참신하고 날카로운 해석을 보여준다. 그것이 역사학자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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