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야만의 공존, 일그러진 미학

허진무 기자
[책과 삶] 문화와 야만의 공존, 일그러진 미학

히틀러와 미학의 힘
프레더릭 스팟츠 지음 | 윤채영 옮김
생각의힘 | 688쪽 | 3만7000원

나치 독일의 총통 아돌프 히틀러는 20세기 최악의 독재자로 꼽힌다. 청년 시절 히틀러의 꿈은 화가였다. 1905년 열여섯 나이에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수도 빈으로 갔다. 국립 미술 아카데미에 두 차례 지원했지만 낙방했다. 히틀러가 이때 입시에 합격했다면 2차 세계대전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농담이 있다.

미국 외교관 출신 문화역사가 프레더릭 스팟츠는 <히틀러와 미학의 힘>에서 ‘정치인’이 아닌 ‘예술가’로서의 히틀러를 조명한다. 히틀러는 파괴적 권력과 창조적 열망을 동시에 가진 인물이었다. 회화, 음악, 영화, 건축 등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자신의 이상을 펼쳤다. 스팟츠는 히틀러가 어떤 예술적 구상으로 지배와 탄압을 정당화했는지 고발한다. 사진 자료가 풍부해 읽기 재미있다.

레니 리펜슈탈 감독의 전설적 선전영화 <의지의 승리>는 1934년 뉘른베르크에서 열린 제6차 나치 전당대회를 촬영한 것이다. 히틀러가 후원한 이 영화에선 나치 특유의 장대하고 상징적인 대중집회 연출을 볼 수 있다. 히틀러의 최면적인 웅변과 극적 연출이 결합해 광장에 모인 대중 수십만명을 열광적인 섬망 상태에 빠뜨렸다.

히틀러의 취향은 고전주의와 낭만주의였다. 모더니즘을 비롯한 다른 예술은 ‘독일의 타락’으로 규정해 배척했다. 독일 전역에서 ‘타락한’ 회화·조각들을 모아 1937년 뮌헨에서 ‘퇴폐미술전’을 열기도 했다. 그는 빌헬름 푸르트벵글러 등의 음악가들을 지원해 나치 이념을 홍보했다.

스팟츠는 히틀러에 대해 “권력을 쟁취하고 유지하는 데 미학을 활용한 사람은 그가 유일하다”고 적었다. “예술에 관한 그의 관심은 사적이고 또 진짜다. (중략)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사실은 야만스러운 짓들을 벌였다. 그는 문화와 야만이 함께 공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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