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순환한 ‘노마드’의 역사

백승찬 선임기자
[책과 삶] 자연과 순환한 ‘노마드’의 역사

노마드
앤서니 새틴 지음 | 이순호 옮김
까치 | 464쪽 | 2만2000원

한때 ‘노마드’는 낭만적인 뉘앙스의 유행어였다. 조직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떠도는 영혼을 일컫는 말이었다. 작가 앤서니 새틴은 노마드의 역사를 조금 더 진지하게 바라본다. 초기 인도유럽어 어휘 ‘노모스’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이 단어는 “방랑하는 유목민의 일원” “방목지를 찾아다니는 사람” 등을 뜻했다. 새틴은 모두가 유목민이었던 1만200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 뒤, 스스로 ‘홈리스’가 아닌 ‘집 없는’(houseless) 사람으로 여기는 현대인의 삶까지 살펴본다.

유목민은 기록을 거의 남기지 않았다. 정착민은 유목민과 대립했고 이를 기록으로 남겼다. 정착민의 기록에 의존해 과거를 재구성한 이후의 사람들이 유목민을 곧 ‘야만인’이라 여긴 이유다. 1만2000년 전 유적인 튀르키예의 괴베클리 테페에 관한 최신 연구는 유목민이 대규모 조직력과 높은 수준의 문화를 가졌음을 보여준다.

14세기 이슬람 역사가 이븐할둔은 유목민의 ‘아사비야’에 주목했다. 이는 유대, 연대의식, 단결심을 뜻하는 말이다. 유목민은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를 중심으로 집결했다. 유목민은 아사비야를 통해 문명을 이뤘고, 아사비야를 유지하기 위해 자유롭게 생각하고 이주했다.

유목민은 자연의 순환 주기에 맞는 삶을 살았다. 자연을 지배해야 한다고 생각한 근대 유럽의 정착민들은 유목민의 삶을 평가절하했다.

자연을 지배하다 못해 마음껏 변형하고 파괴한 근현대에 대한 반성이 팽배한 지금, 유목민의 삶은 다시 돌아볼 가치가 있다. “그들은 지배가 아니라 그 세계의 모든 것과 동등한 관계 속에서 사는 것을 통해서, 우리 인간은 주변에 의존하고 있다는 인식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환경을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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