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걸
마이아로즈 크레이그 지음
신혜빈 옮김 | 최순규 감수
문학동네 | 464쪽 | 1만9800원
마이아로즈 크레이그는 일곱 살 때 1년간 정해진 지역 안에서 최대한 많은 종류의 새를 보러 다니는 ‘빅 이어’를 완수한 유일한 어린이다. 이제 스물두 살이 된 그는 지금까지 탐조하며 7개 대륙 40개국을 여행했고, 자신의 이름으로 ‘블랙투네이처’라는 자선단체도 설립했다. 이력만 보면 안정적인 가정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흥미로운 취미를 마음껏 펼칠 수 있었던 행운의 어린이가 떠오른다. 어린이가 탐조를 위해 40개국을 여행한다는 것은 일정 정도의 재력, 여유롭고 헌신적인 어른이 없다면 가능하지 않은 일이었을 테니까.
그의 책 <버드걸>을 보면 탐조는 그와 그의 가족의 취미인 동시에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의식’에 가까운 행위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버드걸>은 탐조와 자신의 가족사를 두 축으로 풀어낸 자서전 같은 에세이다.
크레이그는 탐조인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10대 때부터 조증과 우울증을 겪던 어머니는 40대에 들어서야 비로소 ‘양극성 장애’ 진단을 받는다. 어머니는 크레이그가 커갈수록 더 심한 자살충동을 느끼고, 수면부족과 공황발작에 시달린다. 아버지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탐조 여행을 기획한다. 어머니가 힘든 순간에도 또렷한 정신을 되찾는 건 탐조를 할 때였기 때문이다. “빅 이어가 우리에게 일깨워준 건 탐조라는 행위가, 자연 속에 있는 것이, 엄마는 물론이고 아빠의 정신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이었다. 우리 가족은 무너지고 있었다.”
태어날 때부터 탐조인의 삶을 산 크레이그는 자연스럽게 환경 운동가가 된다. 독특한 환경 에세이다. 책을 다 읽고 처음 드는 생각은 서로 함께할 의지만 있다면 인생의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다양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