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 ‘절세미인’ 넘어 불타는 생명력의 주인공으로

최민지 기자
[책과 삶] 초선, ‘절세미인’ 넘어 불타는 생명력의 주인공으로

폐월; 초선전
박서련 지음
은행나무 | 244쪽 | 1만6800원

초선은 서시와 왕소군, 양귀비와 함께 중국의 4대 미인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너무 아름다워 달도 얼굴을 숨겼다는 의미의 별명 ‘폐월’로도 불린다. <삼국지>의 야사인 <삼국지연의>에서 당대의 영웅 동탁과 여포 사이를 이간질하는 여인으로 등장한다.

작가 박서련은 초선이 ‘서사에 이용당한 여자’라고 생각했다. 무적의 영웅을 무너뜨릴 만한, 무력을 제외한 다른 수단이 필요한 서사 안에서 편리하게 떠올린 것이 초선이란 아름다운 여성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초선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썼다. <폐월; 초선전>은 1인칭 화자로서 초선이 직접 풀어낸 그의 삶이 담긴 장편소설이다.

<폐월; 초선전>은 그저 아름답기만 한 여성으로 그려진 초선에게 구체적인 삶을 불어넣는다. 어지러운 세상, 지독히도 가난한 집에 한 아이가 태어난다. 아이는 자신을 팔아먹으려는 부모로부터 도망쳐나온다. 또래 거지 집단에 끼어 구걸해 먹고살던 그는 대장 거지에게 배운 거짓말로 한나라 장군 왕윤의 수양딸이 된다. 거짓말이 들통나 가기(家妓·관청이 아닌 개인의 집에서 두는 기생)로 전락하지만 그는 원하는 것을 손에 넣기 위해 앞으로 나아간다. “기왕 만들어진 여자라면 그 여자가 가지고 있는 모든 개연을 생명력으로 활용하려 했다”는 작가의 설명대로 소설 속 초선은 적극적으로 욕망한다. 이를 위해서라면 자신의 지식과 위치, 미와 추를 이용한다. 여자가 크게 되는 길은 천자를 섬기는 황후나 미인(후궁의 관직명 중 하나)이 되는 것뿐인 세상에서 초선은 끈질긴 생명력으로 끝까지 살아남는다.

박서련은 2018년 첫 책인 장편 <체공녀 강주룡> 이후 줄곧 여성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로 독자를 매혹해왔다. 이번에도 온통 남성 영웅 서사로 가득한 <삼국지>를 비틀어 매력적인 인물과 이야기를 탄생시켰다. <삼국지>를 진입장벽으로 여기는 독자들도 있겠으나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배경 지식이 없더라도 쉽게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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