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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그림책]짝 잃은 양말은 쓸모를 잃었지만 행복했습니다
    [그림책]짝 잃은 양말은 쓸모를 잃었지만 행복했습니다

    사라진 양말 한 짝 루시아나 데 루카 지음·줄리아 파스토리노 그림 | 문주선 옮김 | 여유당 | 40쪽 | 1만7000원빨래를 하고 나면 양말 하나 홀로 남을 때가 있다. 집 구석구석을 찾아도 사라진 한 짝은 찾을 수 없다. 그리고 여기, 태어날 때부터 함께였던 양말 알록이와 달록이가 있다. 이 둘의 생이별도 어느 날 세탁기 속에서 갑작스레 찾아왔다.달록이는 새카맣고 구불구불한 터널을 떠내려가던 중 눈을 뜬다. 알 수 없는 진녹색 이물질, 시커멓고 징그러운 털 뭉치 옆에서 하염없이 알록이를 찾는다. 혼자가 된 가엾은 존재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궁금해진다.강을 건너고 바다에도 휘말린 달록이는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쳤다. 검은색 땅, 고여서 썩은 듯한 어두운 강물, 쓰레기가 둥둥 떠다니는 탁한 바다가 그려진 삽화를 넘길 때마다 달록이의 좌절과 슬픔이 함께 느껴진다. 달록이가 더 이상 알록이를 찾는 목소리마저 낼 수 없을 때, 어느 섬에 도착한다....

    2025.09.18 21:14

  • [금요일의 문장]‘여성’스럽지도 ‘소녀’답지도 않게 껄껄대며 웃었다
    [금요일의 문장]‘여성’스럽지도 ‘소녀’답지도 않게 껄껄대며 웃었다

    “친구가 볼펜을 집더니 공책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돼지들! 멱을 따도 할 말 없어. 고추가 잘려도 할 말 없어. 그러고는 배꼽을 잡고 미친 듯이 웃었다. ‘여성’스럽지도 ‘소녀’답지도 않게 천박하게 껄껄대며 웃었다. 구내식당의 다른 모든 테이블은 희미해지고 구석 자리의 우리 테이블만 사방을 환하게 비추며 공중으로 부양했다.” <제로섬> 수록작 ‘끈적끈적 아저씨’ 중, 하빌리스전미 도서상, 페미나상 등을 수상한 고딕 문학의 대가 조이스 캐럴 오츠의 단편집이다. 총 열두 편의 소설에는 일상생활 속에서 여성으로서 경험하게 되는 불안과 공포, 분노가 담겼다. 수록작 ‘끈적끈적 아저씨’는 거주 지역에서 여아 성매매가 이루어진다는 소문을 접한 어느 여고생 무리가 성매수자를 직접 벌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여성 대상 스토킹 문제를 담은 ‘상사병’, 치매를 앓는 어머니와 이를 지켜보는 딸의 모습을 그린 ‘참새’, 엄마의 패륜적인 행동에 고통받는 아이를 다룬 ‘저 데려가...

    2025.09.18 21:13

  • [새책]질긴 매듭 外
    [새책]질긴 매듭 外

    ▲질긴 매듭‘모계전승’을 화두로 두고 엮은 소설집. 첫딸이 딸을 낳지 않으면 엄마가 죽는다는 집안의 저주를 통해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몸을 신성시하는 사회에 대한 반발을 담은 정보라의 ‘엄마의 마음’ 등 5편이 담겼다. 배미주·정보라·길상효·구한나리·오정연 지음. 사계절. 1만6000원▲행복한 시간들철학과 시의 향기가 배인 유려한 문장으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 파스칼 키냐르의 에세이다. 작가가 ‘몇권이 될지 모르나 죽을 때까지 계속 쓰겠다’고 말한 ‘마지막 왕국’ 시리즈의 열두 번째 작품. 회귀하는 자연에 대한 행복을 다룬다. 파스칼 키냐르 지음. 송의경 옮김. 문학과지성사. 1만9000원▲플레인워터현대문학의 경계를 새롭게 쓰고 있는 저자의 초기 대표작 중 하나다. “물은 당신이 붙잡을 수 없는 무언가다”라는 시인의 말처럼, 책 안에서 모든 것은 불확정적이다. 시와 산문의 경계를 허물고 ‘알 수 있음’과 ‘알 수 없음’의 경계를 집요히...

    2025.09.18 21:03

  • [책과 삶]그는 폐허가 되더라도 빛나는 건축을 꿈꿨다
    [책과 삶]그는 폐허가 되더라도 빛나는 건축을 꿈꿨다

    이타미 준 나의 건축 이타미 준 지음·유이화 엮음 | 김난주 옮김 | 마음산책 | 320쪽 | 2만3000원제주 서귀포에 지어진 수풍석 뮤지엄은 제주도에 많다는 바람과 돌, 물에서 그 이름을 땄다. 이곳을 설계한 재일교포 건축가 이타미 준(1935~2011)은 수풍석 뮤지엄 작업을 의뢰받기 전부터 돌과 자연에 관심을 쏟았다. “현대건축에 결여된 결정적인 것은 야성미와 따스함이 아닐까 합니다.” 이타미 준은 1997년 건축평론가 차기설과의 대담 중 ‘자연의 요소를 건축에 즐겨 도입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이타미 준은 “그 고장에서 생산되는 돌과 흙을 재료로 지역의 특성과 풍토에서 비롯된 전통적 기법과 역사적 비법 등을 건축에 도입하”며 야성의 건축을 해냈다. 그는 일본 홋카이도 ‘석채의 교회’와 ‘나무의 교회’를, 제주의 ‘흙의 교회’를 지으면서도 자연을 가까이하며 ‘폐허가 되더라도 빛나는 건축’을 꿈꿨다. 아테네의 파르테논신전처럼. 그는 수풍석 뮤지엄...

    2025.09.18 21:03

  • [책과 삶]뉴욕과 팔레스타인 디아스포라 사이…불시착하다
    [책과 삶]뉴욕과 팔레스타인 디아스포라 사이…불시착하다

    코인 야스민 자헤르 지음 | 진영인 옮김 | 민음사 | 292쪽 | 1만7000원“알다시피 나는 가방이 힘을 전혀 쓰지 못하는, 폭력만이 목소리를 내는 장소에서 왔다. 그러다 별안간 다른 사람이 소유하고 싶은 물건을 가진, 다른 사람이 연출하고 싶은 모습의 여자가 된 것이다… 때로는 아주 작은 부분이 다른 세상으로 건너가는 문이 된다.”소설의 주인공은 뉴욕에 정착한 팔레스타인 여성이다. 부유한 가문에서 태어난 그는 사고로 돌아가신 부모에게서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는다. 여유로운 이민자의 모습을 한 그는 어머니가 물려준 에르메스 버킨백을 들고 이세이 미야케 정장 혹은 미우미우 팬츠, 쿠치넬리 캐시미어 스웨터를 걸친다. 자본주의의 첨병, 뉴욕이라는 도시에 걸맞은 모양새다.반듯한 겉모습과 달리 그의 안은 불안으로 가득 차 있다. 강박적으로 청결에 집착한다. 수시간에 걸친 목욕 의식 속에서 그는 “도자기 같고 순수하고 티 하나 없는 피부의 세계 수도인 한국에서...

    2025.09.18 21:03

  • [책과 삶]집은 어쩌다 ‘사는 곳’이 아닌 ‘사는 것’이 됐나
    [책과 삶]집은 어쩌다 ‘사는 곳’이 아닌 ‘사는 것’이 됐나

    상품이 되어버린 우리들의 집, 값에 대하여 조시 라이언-콜린스 지음 | 윤영호 옮김 | 사이 | 244쪽 | 1만8500원18일 KB주택가격동향조사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의 중위가격은 2015년 8월 5억1017만원에서 2025년 8월 10억4000만원으로 10년 만에 2배가량 상승했다. 같은 기간 아파트 매매 평균가격은 5억1213만원에서 14억2224만원으로 3배 가까이 상승했다.집값이 치솟은 건 서울만이 아니다. <상품이 되어버린 우리들의 집, 값에 대하여>에 따르면 런던,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시드니, 밴쿠버 등과 같은 대도시들에서 중위 주택 가격은 중위소득보다 무려 7배 이상 치솟았다. 보통은 3배 정도까지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보는데 이를 훨씬 넘어선 것이다.이토록 집값이 급등한 이유는 무엇일까. 영국의 주택시장 전문 경제학자인 저자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최근까지 주요 선진국들의 집값 변동 추이를 통해 집이 ...

    2025.09.18 21:03

  • [책과 삶]탈출하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의 전쟁
    [책과 삶]탈출하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의 전쟁

    콜디츠 벤 매킨타이어 지음 | 김승욱 옮김 | 열린책들 | 536쪽 | 3만2000원독일군 원사 로텐베르거는 여느 때처럼 소총을 둘러멘 병사 둘을 대동하고 성 주변을 순찰하고 있었다. 자전거 핸들 모양의 멋들어진 콧수염이 트레이드마크인 그는 경비병에게 다가가 고함을 질렀다. “서쪽에 탈출 시도가 있다. 즉시 경비실에 보고하라.” 이어 그는 다른 병사에게 다가가 쏘아붙이듯 말했다. “오늘 근무는 일찍 끝내라. 열쇠 이리 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군기가 바짝 든 경비병들은 원사의 명령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모든 것이 문제없어 보였다. 로텐베르거가 성 밖으로 나가기 위해 주머니에서 외출 통행증을 꺼내기 전까지는. 원사의 정체는 영국군 중위 마이클 싱클레어. 수염은 면도용 솔을 분해해 만든 가짜였고 군복은 수용소 담요를 정밀하게 바느질해서 염색한 것이었다. 총집은 마분지에 구두약을 발라 광을 낸 것이다. 통행증 역시 서명, 스탬프 모두 감쪽같았지만 색깔이 맞...

    2025.09.18 21:03

  • [책과 삶]차별의 논리가 된 ‘유전자 결정론’
    [책과 삶]차별의 논리가 된 ‘유전자 결정론’

    나쁜 유전자 정우현 지음 | 이른비 | 396쪽 | 2만2000원대중의 선망을 받는 유명인들이나 연예인들의 외모를 언급하는 뉴스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수식어가 있다. ‘우월한 유전자’. 외모에 대한 상찬처럼 여겨지지만 이는 오해와 무지 그 자체이고 편견을 고착화시키는 표현이다. 흔히들 생각한다. 특정한 유전자가 인간의 외모와 건강, 성향, 심지어 운명까지 결정한다고. 이 때문에 지능 유전자, 범죄 유전자, 동성애 유전자, 암 유전자 따위의 이름들이 등장했고 결국 유전자의 우열 여부가 현재 상황의 궁극적 원인이라고.분자생물학자인 저자는 이 같은 유전자 결정론에 사로잡힌 대중의 편견을 조준한다. 이 편견은 세계의 역사를 뒤흔들고 바꾸었으며 차별과 폭력의 논리로 악용됐다. 이 책에서는 대표적인 ‘문제적’ 유전자 8가지를 꼽아 그 허구와 본모습을 다룬다. 인종이라는 개념을 만들고 차별의 근거가 된 피부색 유전자, 유럽 왕가를 몰락시킨 희귀병 유전자, 우생학의 비...

    2025.09.18 21:02

  • 스타 셰프 사민 노스랏, 8년만에 두번째 책 출간
    스타 셰프 사민 노스랏, 8년만에 두번째 책 출간

    세계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스타 셰프이자 작가 사민 노스랏의 새 책이 최근 출간됐다. <<Good Things : Recipes and Rituals to Share with People You Love>. 국내엔 아직 번역되지 않았으나 굳이 제목을 정해본다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나누는 요리와 삶의 순간들’ 정도쯤 되지 않을까.2017년 발행했던 <소금, 지방, 산, 열>(국내 번역 출간은 2020년)에 이어 저자의 2번째 책이다. 전작이 맛의 근본적인 원리와 핵심적인 요소들을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면 이번 책에선 구체적인 레시피들을 소개한다. 저자가 자신과 친구들을 위해 요리하기를 가장 좋아하는, 125가지의 검증되고 풍미 가득한 메뉴들이다. 리코타 커스터드 팬케이크, 로스트 치킨, 포카치아 등 누구나 즐길 요리들이라 따라하고 싶은 의욕이 생긴다. 올리브오일 구매법, 압력솥 활용법 등 쏠쏠한 정보와 따뜻한 위로의 말들도 담겨 있다. 그가 올 ...

    2025.09.18 16:22

  • 古조리서 ‘수운잡방’ ‘음식디미방’···유네스코 아·태기록유산 후보 올라
    古조리서 ‘수운잡방’ ‘음식디미방’···유네스코 아·태기록유산 후보 올라

    조선시대에 쓰인 고(古) 조리서인 ‘수운잡방’과 ‘음식디미방’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 목록 등재 국내 후보로 선정됐다.경북도는 국가유산청·안동시·한국국학진흥원과 함께 두 고 조리서가 아·태기록유산에 등재될 수 있도록 등재소위원회 신청서 사전심사에 대비할 예정이라고 16일 밝혔다.수운잡방은 안동 광산 김씨 문중에서 전해오는 조리서다. 유학자 김유(1491∼1555)와 그의 손자 김령(1577∼1641)이 저술한 한문 필사본 형태다. 조리서로는 유일하게 2021년 보물로 지정됐다.책에는 전통 조리법과 저장법, 술을 빚는 방법 등 122개의 항목을 담고 있다. 조선 초·중기 관련 용어 등도 상세히 남아있다. 민간에서 쓰인 최초의 조리서라는 점에서 연구가치가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음식디미방은 1670년경 집필된 것으로 추정된다. 재령 이씨 석계 이시명(1590∼1674)의 부인인 장계향(1670년대)이 쓴 현...

    2025.09.16 1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