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0주년 경향신문


경향신문

문화

  • [책과 삶] 중국의 반도체 굴기 만든 힘, 그게 곧 ‘약점’이다
    [책과 삶] 중국의 반도체 굴기 만든 힘, 그게 곧 ‘약점’이다

    차이나 반도체 라이징권석준 지음 | 사이언스북스 | 692쪽 | 2만9500원이것은 ‘기정학(技政學·technopolitics)’ 책이다. ‘기술’과 ‘지정학’의 합성어인 기정학은 첨단 기술과 공급망이 경제적 도구를 넘어 외교·안보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한다. 증기기관, 내연기관, 핵무기 등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 기술은 많았지만, 최근 기정학이란 말이 등장한 이유는 반도체, 인공지능(AI) 등을 둘러싼 국가 간 경쟁이 과거와는 질적으로 다른 양상이라는 인식 때문일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치열한 패권 다툼은 기정학의 프레임에서 더 잘 이해할 수 있다.성균관대 화학공학부 교수 권석준은 지금 국내에서 손꼽히는 반도체 전문가다. <반도체 삼국지>(2022·뿌리와이파리)를 통해 한·중·일 반도체 산업의 역사, 현황, 전망을 풀어냈던 그가 신작 <차이나 반도체 라이징>에서는 중국의 반...

    2026.05.01 07:00

  • [책과 삶]팔레스타인인은 피해자‘여야만’ 한다
    [책과 삶]팔레스타인인은 피해자‘여야만’ 한다

    4월처럼 한국 사회에서 ‘팔레스타인’이라는 이름이 뜨겁게 호명된 달은 없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SNS에 올린 영상과 글 때문이었다. 이 대통령은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아동을 고문하고 옥상에서 떨어뜨렸다고 주장하는 영상을 공유하면서 “위안부 강제, 유대인 학살”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이스라엘 측은 즉각 반발하며 영상에 담긴 장면이 “테러리스트를 상대로 한 작전 중에 발생했다”고 밝혔다. 해당 영상은 2024년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남성 시신 3구를 옥상에서 떨어뜨리는 장면으로 드러났으며, 이 대통령은 이를 정정하면서도 이스라엘의 “반인권적·반국제법적 행태”에 대한 비판을 꺾지 않았다.이 ‘외교적 소동’은 팔레스타인인을 바라보는 세계의 시선을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포대에 담긴 것이 ‘어린이’라면 문제지만, 이스라엘이 주장하듯 “테러리스트”라면 문제가 되지 않을까?이스라엘 점령지인 예루살렘 출신 시인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인간성’을 박탈당한 팔레스타...

    2026.04.30 20:41

  • [책과 삶]기억 잃어가는 이와 함께하기 위하여
    [책과 삶]기억 잃어가는 이와 함께하기 위하여

    피터 하월은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79세 어머니 메리를 부양했다. 메리는 젊은 시절 존경받는 언론인이자 광고업계의 스타였다. 환자가 된 메리는 피터와 실랑이를 벌이다 쏘아붙였다. “넌 실패작이야, 한 일이 아무것도 없잖아… 난 업적을 이뤘다고.” 피터는 어머니의 목을 조르고픈 충동을 느꼈다. 곧 추슬렀지만 죄책감에 시달려야 했다.임상심리학 박사과정 중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간병하다 환자와 보호자의 관계에 관심을 두게 된 저자는 “보호자는 환자가 아프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 스스로 보기에도 역효과를 내는 행동을 하고 만다”며 “뻔한 조언이나 위로의 교훈을 건네기보다는 불통의 원인을 규명하여 보호자의 부정, 분노, 좌절, 무력감을 정상적 반응으로 규정하고자” 책을 썼다고 했다.책은 피터처럼 치매 환자를 돌보다 폭발하는 보호자들의 이야기를 전하며 행동의 원인도 설명한다. 알츠하이머병은 환자의 이성을 손상하지만, 환자의 모든 기억을 앗아가는 건 아니다. 메리가 젊었을 ...

    2026.04.30 20:40

  • [책과 삶]서촌 복판 이완용의 집…식민의 흔적,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책과 삶]서촌 복판 이완용의 집…식민의 흔적,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경복궁 서쪽 인왕산 자락의 ‘서촌’에는 일제강점기 친일파와 식민 권력층이 넓은 토지를 차지하고 유럽식 저택과 별장을 조성했다. 이완용의 집은 조선식 한옥에 개량을 한 안채와 유럽식 2층 양옥의 바깥채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현재 남아 있는 건물은 그 바깥채로 추정된다. “팔지 말았어야 할 것을 팔고, 누려서는 안 될 것을 누린 자”(1926년 2월13일 동아일보 사설) 이완용이 죽은 뒤에도 그를 둘러싼 논란은 이어졌다. 1997년 그의 증손이 정부 상대 토지 환수 소송에서 승소하며, 역사적 정의의 문제를 다시 환기했다. 현재 서촌의 양옥은 2003년 소유권보존등기가 되어 법적으로는 신축 건물로 분류된다. 일제강점기 당시 사진과 비교하면 건물의 구조와 형태가 거의 일치해 같은 건물로 여겨진다. “식민의 흔적이자 부끄러운 기억의 장소로서 이 건물은 지금 서촌 한가운데에 서 있다.”<경성백경>은 식민지 역사의 지워진 공간과 시간의 흔적을 복원하려는 시도를 담은 ...

    2026.04.30 20:40

  • [책과 삶]당신 안의 ‘악’을 측정할 수 있다면?
    [책과 삶]당신 안의 ‘악’을 측정할 수 있다면?

    일상적 경험, 뉴스, 역사적 사실 등 각종 경로를 통해 우리는 수많은 ‘악한 행동’과 맞닥뜨린다. 그럴 때마다 드는 의문. 도대체 왜,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이 책은 그런 질문에 대한 과학적 대답이다. 악한 행동을 이해하려는 공통의 관심사로 엮인 심리학자 3명이 10년 넘는 시간 동안 250만명의 데이터를 분석·연구해 악을 도덕적 관념이 아닌, 데이터와 통계의 영역에서 재구성했다. 한마디로 어떤 원인과 조건에 의해 ‘악한 행동’이라는 결과로 이어지는지 이해를 돕는 설계도 같은 책이다.악한 성격의 핵심과 본질은 ‘다크 팩터’라는 특정 인자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이 책의 출발점이다. 다크 팩터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타인의 희생을 통해 자기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일반적 성향이며, 여기에는 이를 정당화하기 위한 신념이 동반된다. 그 신념은 객관적으로 옳다거나 논리적일 필요는 없다. 나는 남들보다 우월하기 때문에 남들의 희생은 당연하다거나 어차피 세상은 위험한...

    2026.04.30 20:39

  • [새책]노릇노릇 딴생각을 구웠어 外
    [새책]노릇노릇 딴생각을 구웠어 外

    노릇노릇 딴생각을 구웠어문학동네 동시집이 100호를 맞았다. 시리즈는 어린이의 성, 나쁜 아이 등 그간 잘 다뤄지지 않았던 주제를 포함해 일본군 ‘위안부’, 세월호 참사 등 사회적인 사건도 동시를 통해 전했다. 100호에는 그간 참여했던 시인들의 시 68편을 실었다. 김경진 외 67인 지음. 문학동네. 1만3500원해파리 만개갑자기 생겨나 증식하며 도시를 혼란에 빠뜨리는 ‘해파리’, 우주선에 불시착해 눈물을 전파하는 ‘젤리’ 등 소설집에는 사회 질서에 순응하지 못하고 어긋난 상태로 남아 있는 존재들이 등장한다. <행성어 사전> 이후 작가가 낸 두 번째 짧은 소설집. 김초엽 지음. 박지숙 그림. 마음산책. 1만6800원휴먼 어디에 있나요?주인공 찰스는 오직 봉사를 위해 설계된 시종 로봇이다. 시스템 오류로 면도칼로 주인을 살해한 뒤, 찰스는 자신을 수리해줄 기관과 새로운 존재 이유를 찾아 여정을 떠난다. 세계 3대 SF 문학상을 석...

    2026.04.30 20:39

  • [금요일의 문장]별들이 바로 인간들의 조상인 셈이지
    [금요일의 문장]별들이 바로 인간들의 조상인 셈이지

    “하늘을 보면서 이마를 만져보렴. 네 몸을 이루고 있는 원자들이 저 별에서 온 거라면 믿을 수 있겠니? (…) 그러니 우리 인간들은 별의 먼지라고 할 수 있지 않겠니? 이렇게 생각하면 저 하늘의 별들이 바로 인간들의 조상인 셈이지. 어떤 시대의 사람이든 상관없이. 물론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의 조상이기도 하고 말이다. 사람이 죽으면 몸에 있던 원자들이 땅속으로 들어간단다. 그 원자들은 다른 생물체, 즉 식물이나 동물을 만드는 데 다시 쓰여. 원자는 결코 죽지 않거든. 지구라는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지속적으로 재생된단다.” <우리는 별의 먼지다> 중, 열림원위베르 리브스(1932~2023)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활동한 천문학자이자 환경운동가다. 알기 쉬운 언어로 천체물리학의 대중화에 기여했다. 리브스는 이 책에서 우주의 팽창, 멀티버스, 블랙홀과 같은 천문학 개념을 손녀에게 밤마실하며 이야기하듯 전한다. 손녀는 “세상의 끝이 있나요?” “외계...

    2026.04.30 20:33

  • [새책]한 문장이 있다고 해보자 外
    [새책]한 문장이 있다고 해보자 外

    한 문장이 있다고 해보자브라이언 딜런은 전통적 비평과 자전적 글쓰기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가다. 그가 25년간 책을 읽으며 노트에 필사해온 문장들 중 28개를 골라 그 ‘끌림’의 이유를 설명하려 시도했다. 셰익스피어, 샬럿 브론테, 롤랑 바르트, 수전 손택의 문장이 인용됐다. 김은지 옮김. 봄날의책. 1만8500원문명의 뼈대송용진 인하대 교수는 “수학의 역사는 곧 과학의 역사이자 인류 문명의 역사”라고 본다. 수학은 문명을 설계하고 지탱하는 프레임이기 때문이다. 수학사 5000년 여정을 따라간다. 피타고라스, 뉴턴 등은 물론 인도, 이슬람, 동아시아 수학자, 여성 수학자들도 조명한다. 다산초당. 2만2000원지적장애의 얼굴들철학자 리시아 칼슨은 ‘지적장애’에 대한 철학적 사유의 한계를 비판적으로 확장해왔다. 그는 이 책에서 장애학, 생명과학, 윤리학을 아우르는 철학 담론을 펼친다. 이를 통해 인간, 시민이라는 테두리 안에 지적장애의 자리를 단...

    2026.04.30 20:32

  • [그림책]못난 내 마음 너도 나야 이제 안아줄게
    [그림책]못난 내 마음 너도 나야 이제 안아줄게

    누구에게나 외면하고 싶은 마음의 표정이 있다. 짜증 내고, 미워하고, 토라지는 마음. 어둡고 뾰족한 그 마음은 모른 척할수록 더 크게 자란다.유키도 그렇다. 수업이 끝나고 매일 데리러 오는 오빠는 자신을 싫어하는 것 같다. 언제나 꼭 필요한 말만 하고 가방도 휙 빼앗듯 가져가니까. 후드 모자까지 푹 눌러쓴 채 저만치 앞서 걷는 오빠가 밉다. 유키는 홧김에 오빠가 맡긴 열쇠를 하수구에 던져버린다. 자신의 돌발행동에 깜짝 놀란 유키는 열쇠를 찾아 하수구 아래로 내려간다. 그곳에서 진흙 괴물을 만난다. 괴물은 유키에게 이곳이 네 집이라며 ‘제발’ 머물러 달라고 애원한다. 늘 ‘그만해’라는 말만 듣던 유키는 ‘제발’이라는 말에 마음이 흔들린다. 두려우면서도 어딘가 측은한 괴물이 자신과 닮은 것만 같다.유키는 진흙 괴물을 따라 슬픔, 분노, 실망, 불안이 만들어 낸 지하 세계를 탐험한다. ‘짜증 쓰레기 박물관’에서 오빠의 노란 강아지 인형을 발견하기도 한다. 유키처럼...

    2026.04.30 20:31

  • [책과 삶]일단 \"몇살이에요\" 묻고 시작하는 대화···한국 사회의 유구한 \'나이 전쟁\'을 파헤치다
    [책과 삶]일단 "몇살이에요" 묻고 시작하는 대화···한국 사회의 유구한 '나이 전쟁'을 파헤치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묻는다. “몇살이에요?”이름보다, 직업보다 먼저 나이를 확인하는 이 익숙한 질문은 관계의 온도를 설정하는 바로미터가 된다. 말을 놓을지, 높일지, 어디까지 가까워질지를 결정하는 기준이다. 우리는 왜 나이를 물을까, 왜 나이로 사람을 나누고 판단하려 할까.책은 한국 사회에 만연한 ‘연령 차별주의’를 ‘나이 전쟁’이라는 표현으로 풀어낸다. ‘잼민이’ ‘급식충’ ‘영포티’ ‘틀딱충’ 같은 말들은 일상어가 됐다. 가볍게 던지는 농담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특정 세대를 향한 조롱과 경멸이 담겨 있다. 문제는 이 멸칭이 전 생애 주기에 걸쳐 존재한다는 것이다. 어린이, 청년, 중년, 노년 누구도 예외가 없다. 우리는 서로를 겨누는 동시에, 언젠가 표적이 될 운명에 놓여 있다. 나이로 타인을 재단하며 스스로를 그 틀에 가두고 있는 셈이다.유독 나이에 민감한 사회의 배경으로는 생산성 중심의 한국형 연령 차별주의가 지목된다. 빠...

    2026.04.30 2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