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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금요일의 문장]우리가 삶을 바쳐서 돈을 버는 존재라는 것
    [금요일의 문장]우리가 삶을 바쳐서 돈을 버는 존재라는 것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우리 모두 어느 정도는 잘못되어 간다. 받아들여야 하니까. 우리가 삶을 바쳐서 돈을 버는 존재라는 것을.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증오하게 된다. 우리를 남김없이 발라먹으려는 상사를, 같이 일하는 사람들을. 일을 너무 잘해서, 일을 너무 못해서, 말을 너무 많이 해서, 말을 너무 안 해서. … 언제나 누군가를 마음속에서 죽이고 있었다.” <재미까지 바라는 건 욕심이겠지만> 수록작 ‘퇴직금 돌려받기’ 중, 문학동네보통 사람의 먹고사는 일을 담아내는 ‘월급사실주의’ 동인의 앤솔러지다. 소설가 장강명이 주도해 2023년 첫 권을 펴내고 이번에 네 번째다. 올해는 강보라, 권석, 김하율, 박연준, 성혜령, 정선임, 함윤이, 이태승 작가가 참여했다. 이태승 작가는 이번에 처음 실시된 ‘월급사실주의 단편소설 공모’에서 당선되며 작품을 싣게 됐다. 여덟 편의 소설은 밀린 월급과 퇴직금을 받지 못한 채 권고사직을 당한 사람, 웨딩 헬퍼, 방송 ...

    2026.05.07 20:06

  • [그림책]느릿느릿 저의 속도로 세상을 따라가면 안 될까요?
    [그림책]느릿느릿 저의 속도로 세상을 따라가면 안 될까요?

    나무늘보가 아무리 느리다지만, 그림책의 주인공 ‘메부’는 조금 심한 편이다. 하도 움직이지 않아 온몸에는 초록색 이끼가 자라났고, 새가 떨어뜨린 씨앗이 머리에서 싹을 틔웠다. 나무에 매달리는 것조차 귀찮은 메부는 숲 바닥에 누워 꼼짝 않는다. 메부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요”.그런 메부에게 작은 나방이 찾아온다. 이끼가 포근하게 자라난 메부의 몸이 마음에 든 나방은 메부의 몸 위에 알을 낳고 둥지를 꾸린다. 메부의 몸 위에서 작은 알들을 소중히 돌보는 나방의 모습은 무기력하기만 한 메부의 마음속에 조용한 파문을 일으킨다.게으름을 타박하고 성실·근면을 강조하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한 존재의 의욕과 노력을 꺾는 것이 무엇인지 질문하는 책이다. 메부가 처음부터 무기력했던 것은 아니다. 메부도 나무 위에서 살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세상은 메부의 속도를 인정해주지 않았다. 아기 원숭이를 위해 열매를 따주려 하지만, 메부의 움직...

    2026.05.07 20:05

  • [새책]권위 外
    [새책]권위 外

    권위1992년생 트랜스젠더 작가 안드레아 롱 추의 비평집.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자유주의자와 예술의 순수성을 옹호하는 비평가에게 반박한다. <리틀 라이프> <오페라의 유령> <라스트 오브 어스> 등 다양한 미디어를 분석한다. 허원 옮김. 동녘. 2만5000원세상에서 가장 따듯한 초록1953년 한국에 온 고 임피제 신부는 가난한 제주 주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평생을 바쳤다. 그렇게 탄생한 이시돌협회는 목장을 짓고 축산주식회사를 설립했다. 제주 한림 초원에 자리한 이시돌 목장의 70년 이야기를 다뤘다. 김태훈 글·준초이 사진. 남해의봄날. 2만3000원X와의 안전한 이별이혼 전문 변호사 레베카 정이 나르시시스트와의 안전한 이별 방식을 알려준다. 나르시시스트는 겉으로는 멋진 사람이지만 속으로는 극심한 결핍에 시달리며 타인에게 상처를 준다. 관계에서 고통받는 이가 새로운 자신을 마주하게...

    2026.05.07 20:05

  • [책과 삶]‘봄 春’엔 싹틔우는 풀잎, 햇빛, 소리가 담겼다
    [책과 삶]‘봄 春’엔 싹틔우는 풀잎, 햇빛, 소리가 담겼다

    한자는 모양, 소리, 뜻 세 가지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이 책은 그중에서도 주로 모양의 측면에서 바라본 한자 역사 이야기다. 한자의 얼굴은 어떻게 변화했고 왜 지금과 같은 모양이 되었을까 하는 질문에 관한 연구이자 답변이다.한자의 모양에 대한 이야기는 기존의 학문 분류로는 고문자학과 서예론에 속한다. 고문자학은 오래전 한자가 형성되던 시기의 자료를 판독하고 연구하는 학문으로 주나라대의 갑골문과 금문, 진한 이전의 간독문자를 다룬다. 고문자학이 까다롭고 엄밀한 고증이 필요한 학문이라면 서예는 생생한 예술의 세계다. 글씨에는 크게는 한 시대의 정신이, 작게는 예술가의 고민이 담겨 있다.춘(春)이라는 글자를 예로 들어보자. 봄을 뜻하는 이 글자는 원래 풀을 나타내는 초(艸) 아래에 어려울 준(屯)이 있고 다시 그 아래에 해를 뜻하는 날 일(日)이 있는 모양이었다. 여기서 핵심적 요소는 준(屯)인데, 이 글자는 음성기호 차원을 넘어 의미적으로도 중요한 ...

    2026.05.07 20:01

  • [새책]자매의 책 外
    [새책]자매의 책 外

    자매의 책부모의 무관심 속에서 성장한 트리스탄은 동생 레티시아에게 자신이 받지 못한 사랑을 쏟아붓는다. 기묘한 자매 관계와 이들을 둘러싼 인간 군상을 통해 가족은 무엇이며 인간은 어떤 존재인지 탐구한 소설. 자전적 이야기가 담겼다.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열린책들. 1만5800원어느 날, 코트가우연히 코트를 바꿔 입게 된 우편배달부 이야기. 매일 똑같은 날을 보내던 우편배달부는 바꿔 입은 코트에서 조개껍데기를 발견한 뒤 일상에 변화를 맞고, 코트 주인을 만나 새 이벤트를 구상한다. 우연이 불러 준 기쁨을 이야기하는 동화. 클라리스 로크만 지음. 박재연 옮김. 원더박스. 1만6000원우리가 소실되는 풍경사랑이 끝난 뒤의 폐허를 직시해온 시인은 이제 그 모든 것들이 지나간 뒤 우리가 소실되는 풍경에 다다른다. “사랑이 저만치 가고 있네/ 선풍(旋風)이 너를 실어왔다/ 보고 싶었어” 집념을 내려놓은 이의 초연함이 느껴지는 ...

    2026.05.07 20:00

  • [책과 삶]자연에 박제된 체르노빌의 시간
    [책과 삶]자연에 박제된 체르노빌의 시간

    체르노빌 원전 영점 인근에는 ‘붉은 숲’이라는 기이한 장소가 있다. 1986년 4월26일 폭발 직후 소나무들은 붉게 변하며 쓰러져 죽었다. 하지만 그 나무들은 지난 30여년 동안 그 자리에 그대로 쌓여 있다. 미생물과 균류, 곤충들마저 사라지면서 부패와 소멸이라는 생명의 순환 과정이 멈춰버린 것이다. 접근 금지 구역의 쓰러진 나무들은 증언의 작업을 묵묵히 이어간다. 극단적인 방사선량의 영향과, 그것을 가능하게 했던 기술의 폭력성은 그들의 줄기와 낙엽에 박제된 채 남아 있다.시각예술가 아나이스 통되르와 철학자 마이클 마더의 <체르노빌의 식물 표본>은 재난 이후의 시간을 식물의 몸을 통해 들여다본다. 체르노빌의 토양에서 자라난 식물들을 채집해 만든 방사능 포토그램 이미지와 철학적 단상을 엮은 사진책이자 철학 에세이다. 통되르는 식물들을 암실에서 감광지에 밀착시켜, 유령 같은 실루엣이 스스로 나타나게 했다. 방사능을 머금은 식물이 제 몸의 윤곽을 ‘쓰게’ ...

    2026.05.07 20:00

  • [책과 삶]어디서든, 누구든…당신이 이야기를 완성하시오
    [책과 삶]어디서든, 누구든…당신이 이야기를 완성하시오

    추리소설의 열광적인 팬인 C는 잔뜩 기대를 품고 읽기 시작한 새 소설의 진행 속도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쯤 됐으면 진작에 시신 하나쯤은 발견되어야 하는데.’ 답답함을 느낀 C는 무언가 결심했다는 듯 직접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사건을 저지르기 시작한다.2018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올가 토카르추크는 현실과 환상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기발한 상상력으로 유명한 작가다. 이 책은 작가의 두 번째 단편집으로, 토카르추크의 작품세계와 서사적 실험을 엿볼 수 있는 19편의 단편이 실렸다.수록된 이야기들은 어디로 튈지 모르게 역동적이다. 책을 읽다 모험에 휘말리는 추리소설 팬, 비상계엄령이 내린 낯선 도시를 헤매는 교수, 낡은 극장에서 홀로 춤추는 나이 든 발레리나 등 각기 다른 시간과 공간 속에 전혀 다른 결을 지닌 인물들이 등장한다. 작가는 특정한 해석이나 결론을 제시하는 대신 독자가 흩어진 이야기 조각들을 자유롭게 이어 붙여 자신만의 의미를 찾도록 이끈다...

    2026.05.07 20:00

  • [책과 삶] 새들은 나의 역사처럼 DMZ로 날았다
    [책과 삶] 새들은 나의 역사처럼 DMZ로 날았다

    DMZ 콜로니최돈미 지음 | 정은귀 옮김 | 문학사상 | 164쪽 | 1만8000원최돈미. 한국에서는 주로 김혜순 시인과 함께 호명되던 이름이다.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건너간 이민 1.5세대 작가로 김혜순을 비롯해 최승자, 이상 등의 시를 영어권에 번역했다. 그가 번역한 김혜순의 <날개 환상통>(Phantom Pain Wings)은 2024년 전미도서비평가협회(NBCC)상을 받았다. 그 역시 문학계에서 주목받는 시인이다. 2010년 미국에서 데뷔 시집 <모닝 뉴스는 재밌다>(The Morning News Is Exciting)를 내며 작품 활동을 시작해 2020년 <DMZ 콜로니>(DMZ Colony)로 전미도서상 시 부문에서 수상했다. 한국계 작가가 전미도서상 시 부문을 수상한 것은 그가 처음이다.<DMZ 콜로니>는 저자의 ‘KOR-US’(한-미) 3부작 중 두 번째 시집으로, 2016년 발표한 &l...

    2026.05.01 14:00

  • [책과 삶] 중국의 반도체 굴기 만든 힘, 그게 곧 ‘약점’이다
    [책과 삶] 중국의 반도체 굴기 만든 힘, 그게 곧 ‘약점’이다

    차이나 반도체 라이징권석준 지음 | 사이언스북스 | 692쪽 | 2만9500원이것은 ‘기정학(技政學·technopolitics)’ 책이다. ‘기술’과 ‘지정학’의 합성어인 기정학은 첨단 기술과 공급망이 경제적 도구를 넘어 외교·안보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한다. 증기기관, 내연기관, 핵무기 등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 기술은 많았지만, 최근 기정학이란 말이 등장한 이유는 반도체, 인공지능(AI) 등을 둘러싼 국가 간 경쟁이 과거와는 질적으로 다른 양상이라는 인식 때문일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치열한 패권 다툼은 기정학의 프레임에서 더 잘 이해할 수 있다.성균관대 화학공학부 교수 권석준은 지금 국내에서 손꼽히는 반도체 전문가다. <반도체 삼국지>(2022·뿌리와이파리)를 통해 한·중·일 반도체 산업의 역사, 현황, 전망을 풀어냈던 그가 신작 <차이나 반도체 라이징>에서는 중국의 반...

    2026.05.01 07:00

  • [책과 삶]팔레스타인인은 피해자‘여야만’ 한다
    [책과 삶]팔레스타인인은 피해자‘여야만’ 한다

    4월처럼 한국 사회에서 ‘팔레스타인’이라는 이름이 뜨겁게 호명된 달은 없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SNS에 올린 영상과 글 때문이었다. 이 대통령은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아동을 고문하고 옥상에서 떨어뜨렸다고 주장하는 영상을 공유하면서 “위안부 강제, 유대인 학살”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이스라엘 측은 즉각 반발하며 영상에 담긴 장면이 “테러리스트를 상대로 한 작전 중에 발생했다”고 밝혔다. 해당 영상은 2024년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남성 시신 3구를 옥상에서 떨어뜨리는 장면으로 드러났으며, 이 대통령은 이를 정정하면서도 이스라엘의 “반인권적·반국제법적 행태”에 대한 비판을 꺾지 않았다.이 ‘외교적 소동’은 팔레스타인인을 바라보는 세계의 시선을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포대에 담긴 것이 ‘어린이’라면 문제지만, 이스라엘이 주장하듯 “테러리스트”라면 문제가 되지 않을까?이스라엘 점령지인 예루살렘 출신 시인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인간성’을 박탈당한 팔레스타...

    2026.04.30 20: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