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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책과 삶]읽고 먹으며 영혼과 위장을 채우는 즐거움
    [책과 삶]읽고 먹으며 영혼과 위장을 채우는 즐거움

    따뜻한 이불 속에서 귤을 까먹으며 추리소설 책장을 넘기는 안온함. 감자칩을 씹으며 만화책에 푹 빠지는 해방감. 읽고 먹으며 영혼과 위장을 동시에 채우는, 누구나 꿈꿀 만한 쾌락이다. ‘먹기, 읽기, 먹기에 관해 읽기, 그리고 먹으면서 읽기에 대하여’라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부제가 붙은 이 책. 그런 쾌락을 추구하고 누리는 삶이 얼마나 근사하고 부러운지 보여준다.‘뉴욕타임스’에서 20년 가까이 책을 읽고 글을 써온 저자는 어려서부터 왕성하고 끝없는 식탐, 무한한 지적 욕망을 충족시키는 데 몰두했다. 자전적 에세이 성격을 띤 글의 스타일은 퍽 특이하다. 음식을 ‘읽는’지, 책을 ‘먹는’지 구분되지 않는 모호한 상태가 지속된다. 자신의 식도락적 체험, 읽었던 책 속에 묘사된 음식 이야기에다 체호프부터 미셸 자우너까지 수많은 작가들이 음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무엇을 말했는지, 음식에 얽힌 어떤 사연이 있는지를 종잡을 수 없이 속사포처럼 풀어놓는다. 책을 따라가다보...

    2026.01.01 20:11

  • [책과 삶]인종·계급·대륙 가로지른 흑인 노예 부부의 탈출기
    [책과 삶]인종·계급·대륙 가로지른 흑인 노예 부부의 탈출기

    1863년 에이브러햄 링컨 미국 대통령의 노예해방선언 전까지 미국 경제는 노예들의 삶을 제물 삼아 몸집을 불렸다. 노예 매매상은 흑인들을 사고팔았고, 노예가 된 흑인들은 백인 소유자들의 재산을 불리는 일에 일생을 바쳤다. 미국 독립선언문은 ‘모두에게 자유가 있다’고 했지만, 흑인들에겐 허락되지 않았다.1848년 12월, 미국 남부 조지아주에 사는 노예 엘렌 크래프트와 윌리엄 크래프트 부부는 독립선언문이 말하는 ‘자유’를 찾기 위해 미국을 떠나기로 한다. 노예는 통행증 없이 아무 데도 갈 수 없기에, 부부는 병약한 백인 노예 소유주와 건장한 흑인 노예로 분장해 기차를 타고 대담히 미국을 벗어날 계획이다. 이는 흑인 노예 어머니와 백인 노예 소유자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아내 엘렌이 아버지를 똑 닮아 피부색이 밝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책은 크래프트 부부의 여정을 따라가며 당시 미국의 시대상을 세세하게 그려낸다. 도시의 곳곳을 비추는 묘사에 여행을 함께하는 기...

    2026.01.01 20:10

  • [책과 삶]존엄 잃은 마무리, 누가 노인을 대변할 것인가
    [책과 삶]존엄 잃은 마무리, 누가 노인을 대변할 것인가

    디디에 에리봉(73)은 원래 미셸 푸코 평전으로 유명했던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사회학자다. 지금은 <랭스로 되돌아가다>로 더 유명한 작가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프랑스 북부 공업도시 랭스를 떠나 파리의 지식인 사회에 자리를 잡은 에리봉이 ‘노동계급 출신 게이 지식인’이라는 자신의 성적·계급적 정체성을 예리하게 해부한 <랭스로 되돌아가다>는 2009년 출간 후 연극으로도 만들어졌을 만큼 프랑스 사회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한국어판(2023)에도 호평이 쏟아지며 에리봉의 이름을 새로운 세대의 독자들에게 각인시켰는데, <어느 서민 여성의 삶, 노년, 죽음>은 그가 2017년 어머니의 죽음을 겪은 뒤 쓴 책이다.바닥에 쓰러져 혼자 힘으로 일어나지 못하는 일이 여러 차례 반복되자 어머니는 저자의 고향 랭스에서 북쪽으로 30㎞ 떨어진 요양원으로 보내진다. 저자는 가족의 힘만으로는 돌봄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내린 최선의 결정이라고 생각하지만, 어...

    2026.01.01 20:09

  • [새책]오스만제국사 外
    [새책]오스만제국사 外

    오스만제국사오스만제국은 서아시아, 동유럽, 북아프리카에 걸친 영토를 600년 넘게 통치했다. 건국 시점인 1300년경부터 20세기 초 튀르키예 공화국 수립에 이르는 시기를 법원 기록, 회계 장부 등 오스만 내부 사료를 통해 서술한다. 캐럴라인 핑클 지음. 이재황 옮김. 책과함께. 6만3000원중동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전쟁과 권위주의로 고착화된 곳이라는 통념을 넘어 중동 지역 시민사회의 역동성을 심층적으로 분석한 연구서다. 아랍의 봄 이후 권위주의로의 회귀 속에서 시민사회가 어떻게 새로운 전략과 조직을 모색해왔는지 조명한다. 구기연 외 11명 지음.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3만7000원홀란트 단체초상화오스트리아 미술사가 알로이스 리글이 1902년 출간한 미술사의 고전. 17세기 홀란트(지금의 네덜란드 중서부) 사회의 단체초상화가 지닌 예술사적 의미를 규명했다. 예술을 한 시대의 사회문화적 조건 속에서 형성된 집합적 의지가 드러난 결과로 본다....

    2026.01.01 20:04

  • [금요일의 문장]보수 러시아인들, ‘어게인 1991’만은 안 된다 생각
    [금요일의 문장]보수 러시아인들, ‘어게인 1991’만은 안 된다 생각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식적인 법이지만 이것이 지금 러시아의 현실이다. 누구든 마음대로 재갈을 물릴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련 시절의 완전한 독재와 1990년대 생지옥 같은 자유를 경험한 러시아 국민은 작금의 이 상황을 최고의 상태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보수적인 러시아 어르신들은 정부가 언론을 박살내든 정치인을 탄압하든 한 가지만 생각한다. ‘어게인 1991’은 절대 안 된다고 말이다.” <지극히 사적인 러시아>, 틈새책방러시아인들은 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지지할까. 러시아에서 태어나 2016년 한국 국적을 취득한 벨랴코프 일리야 수원대 교수는 보수적인 러시아인들의 정서를 이해하려면 1990년 소련 붕괴 이후의 혼란을 이해해야 한다고 본다. 공산주의 소련 붕괴 후 몰려온 자본주의의 쓰나미 속에서 러시아는 탈법과 불법이 난무하고 정전과 단수 사태가 빈발했다. 이때의 경험으로부터 러시아 기성세대의 마음속에 ‘자유=무질서’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는 것이...

    2026.01.01 20:02

  • [그림책]시끄러운 네 마음…들어줄게, 넌 서툴 뿐이야
    [그림책]시끄러운 네 마음…들어줄게, 넌 서툴 뿐이야

    꽥이는 밉상 거위다. 남이 말할 때마다 ‘꽥꽥’ 끼어든다. 친구들과 컵케이크를 나눠 먹을 때는 맛있는 체리만 쏙쏙 빼먹는다. 입만 열면 자기 이야기만 하고 도서관에서든 극장에서든 장소 불문하고 ‘꽤애애애애액’ 거침없이 소리를 지른다. 책은 찢어야 제맛이라 여기고, 친구의 풍선은 터트려야 직성이 풀리는 꽥이는 친구들에게 기피 대상 1호다.꽥이는 서툰 거위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자꾸만 대화에 ‘꽥꽥’ 끼어든다. 맛있는 걸 보면 손이 먼저 간다. 도서관에서도 극장에서도 너무 신이 난 나머지 ‘꽤애애애애액’ 소리를 지른다. 책을 찢을 때, 풍선을 터트릴 때의 쾌감은 참기가 힘들다. 꽥이는 사실 친구들과 가깝게 지내고 싶다. 이야기를 전달하던 3인칭 화자는 꽥이의 미숙함 속에 숨겨진 순수함을 알아보고 그의 외로움을 다독인다. 차례를 지키고, 친구의 말에 귀 기울이고, 어려운 이웃은 돕는 거라고 차근차근 알려준다. 꽥이의 서툰 시도와 작은 변화에 “좋았어! 우...

    2026.01.01 20:02

  • [책과 삶]페미니즘을 향한 공격…침묵의 공간이 된 대학
    [책과 삶]페미니즘을 향한 공격…침묵의 공간이 된 대학

    2010년대 중반 페미니즘 대중화 물결의 한 축에는 대학이 있었다. 여성학 강의와 학회, 소모임이 열리는 학교는 학생들이 최소한 안전하게 토론할 수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정치권이 페미니즘을 ‘사회 갈등 요소’로 간주하는 등 불필요한 오해 속에 백래시(반동)가 심화했다. 사회뿐 아니라 대학도 마찬가지였다. 총여학생회가 속속 폐지됐고, 여성학 수업에는 대화하기보다 윽박지르러 오는 학생들이 생겨났다. 지금의 대학은 공론장 역할을 거의 상실했다고 할 만하다.여성학을 공부하거나 강의하는 한국의 교수·연구자 10명은 책에서 대학이 다시 페미니즘을 이야기하고 확장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홀로 싸우는 페미니스트들과 사라지는 지식’ 챕터에서 공동 저자 송지수는 SNS 등 온라인을 통해 페미니즘을 익힌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온라인상에서 ‘나는 페미니스트’라고 말할 때 각오해야 하는 건 반페미니스트의 공격만이 아니다. ‘가짜 페미니스트’가 아닌지 색출하겠...

    2026.01.01 20:00

  • [새책]로보 사피엔스 재패니쿠스 外
    [새책]로보 사피엔스 재패니쿠스 外

    로보 사피엔스 재패니쿠스대부분 로봇 산업은 산업용 비인간형 로봇에 집중해 있지만, 일본은 언어를 사용해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인간형 로봇에 더 큰 관심을 보인다. 책은 가부장적 확대가족의 보존에 역할을 하는 일본 로봇 산업의 이모저모를 푼다. 제니퍼 로버트슨 지음. 조수미 해제. 이수영 옮김. 눌민. 3만2000원나의 일본 미술 순례 22023년 타계한 재일 디아스포라 작가 서경식의 마지막 미술 순례기. 저자는 “이 엄혹한 시대에 예술을 이야기한다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비극이라는 말로 끝내버릴 수 없는 사건들을 예술은 어떻게 표상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일본 미술로 풀어낸다. 서경식 지음. 연립서가. 2만3000원이렇게 된 이상 포항으로 간다바통을 주고받듯 쓴 미스터리 로드무비 장편소설. 대왕고래 프로젝트로 불린 국내 석유 개발 프로젝트에 사기라는 키워드를 접목한 소설. 사기꾼의 표적으로 살아온 ‘보라’가 시추공 분양 사기 가해자로 ...

    2025.12.25 21:07

  • [책과 삶]폐에 문제 생긴 당신을 구할 자, 새일지도?
    [책과 삶]폐에 문제 생긴 당신을 구할 자, 새일지도?

    인간은 비스킷을 먹다가 사레에 들리는 것만으로도 위중해질 수 있다. 어느 여름날, 중환자 의학 전문의인 저자는 과자 조각이 폐로 잘못 들어가 심정지에까지 이른 환자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여상한 날이었다. 다른 게 있다면, 그의 시선이 잠시 병상 곁 창밖에 머물렀다는 거다.유유히 하늘을 날아가는 새 떼를 보며 그는 문득 생각했다. ‘날면서 폐를 막을 법한 것들을 계속 들이마실 텐데… 저 새들은 어째서 죽지 않을까?’ 인간과 다른 동물의 몸에 저자가 관심을 가지게 된 순간이었다.저자에게 집중치료실에서 목숨이 위태로운 사람을 대면하는 건 일상이다. 그 치료법을 고민할 때, 저자는 동물의 몸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지 궁리하곤 했다.이를테면 새들이 날면서도 사레에 들리지 않는 건, 들이마신 공기가 둥글게 돌고 도는 ‘순환 호흡’을 해서다. 이 원리를 인간 의학에 접목시킬 수 있을지 생각해보는 거다.사실 현대 의학은 아주 오래전부터 동물의 몸에서 ...

    2025.12.25 21:07

  • [책과 삶]존엄이자 사랑…그 죽음을 위하여
    [책과 삶]존엄이자 사랑…그 죽음을 위하여

    죽음을 연구해온 학자가 가장 사적인 죽음을 기록했다. 역사고고학자 세라 탈로의 신간 <어떤 죽음의 방식>은 인류의 매장 관습과 장례 문화를 연구해온 저자가 사랑하는 배우자의 죽음을 겪으며 써 내려간 회고록이다.어느 화창한 아침, 탈로는 아이들과 함께 남동생 가족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낸 후 집으로 돌아온다. 오자마자 남편 마크를 불러보지만 대답이 없다. 마침내 마크의 방에 들어선 탈로는 그가 침대 위에서 죽은 채 누워 있는 것을 발견한다. 탈로와 아이들이 집을 비운 사이 남편은 홀로 죽음을 택한 것이다.거대한 상실과 슬픔에 빠진 저자는 남편이 질병으로 쇠약해지며 점점 자기 자신을 잃어가던 과정, 생계와 육아, 고강도의 간병을 홀로 떠맡았던 돌봄의 시간, 그리고 마크의 마지막 선택을 되짚으며 기억의 지층을 치열하게 파내려간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남편이 혼자서 죽음을 택한 것은 스스로의 존엄을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탈로를 지키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는...

    2025.12.25 2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