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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2025.06.23
  • [낙서일람 樂書一覽]각자의 것인 장래 희망, 그마저 정답 찾는 사회
    [낙서일람 樂書一覽]각자의 것인 장래 희망, 그마저 정답 찾는 사회

    드림 라운드설재인 지음푸른숲주니어 | 188쪽 | 1만3000원“내 그럴 줄 알았다니까요. 학생이면 학생답게 공부를 시켜야지, 머리가 텅텅 비었으니 그런 짓을 저지른 거 아니겠어요?” “하긴 걔가 남들과는 다른 애긴 하지. 대학 안 가고 공부 안 하는 애잖아요?”이 같은 뒷담화의 주인공은 한때 미원2동의 마스코트, 겸손과 성실의 아이콘으로 불렸던 아이 김온해다. 복싱체육관 관장인 아빠가 시키는 대로 열심히 훈련하며 복싱장 ‘새끼 코치’로도 일하는 열일곱 살 온해는 고등학교에 입학하며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은근한 따돌림의 대상이 된다. 모두가 대학 진학을 목표로 공부에 매진하는데 복싱이라니, 학부모 모임에서는 온해 아빠가 딸을 학대하는 것이 아니냐는 소문까지 돈다. 온해는 주변의 의심 섞인 시선 속에서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자문한다. 답은 찾기 어렵고, 온해는 가출을 감행한다. 그리고 어느 날 복싱에 한이 맺혀 밤새도록 섀도복싱을 하는 아저씨 유령을 만난...

    2025.06.12 21:27

  • ‘장애인은 서울국제도서전 못간다?’···현장판매 불가로 ‘해프닝’
    ‘장애인은 서울국제도서전 못간다?’···현장판매 불가로 ‘해프닝’

    청각장애인 최모씨(26)는 코로나19 유행 시기를 제외하곤 매년 서울국제도서전에 참여했다. 올해는 기대하던 신간이 나온다는 소식에 설렜으나 이내 기대를 접어야 했다. ‘장애인 무료입장’을 할 수 있는 자신과 함께 갈 비장애인 동반인의 표를 매년 행사장 현장에서 살 수 있었지만 올해는 주최 측이 현장판매를 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활동지원사 등 동반인은 장애인에게 필수적인 존재”라며 “이런 문화행사도 장애 당사자들의 특성을 세심하게 고려해 운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12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오는 18일부터 22일까지 진행되는 서울국제도서전은 예년과 달리 입장표를 현장에서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 주최 측은 예상보다 많은 표가 이미 온라인 등을 통해 팔려버려 현장 판매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실내에서 진행되는 행사인 만큼 안전과 사고에 대비해 수용 가능한 인원을 고려했다”며 “지금까지 발매된 입장권만으로도 행사 기...

    2025.06.12 16:34

  • [점선면]명품 시계 받자마자 팔고 기부···세계적 윤리학자는 왜 그랬을까?
    [점선면]명품 시계 받자마자 팔고 기부···세계적 윤리학자는 왜 그랬을까?

    출근길 당신은 작은 연못에서 무언가가 첨벙거리는 것을 봅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겨우 걸음마를 하는 아이가 물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습니다. 당장 뛰어들어 아이를 건져내지 않으면 그 아이는 물에 빠져 죽을 가능성이 큽니다.다행히 연못은 그리 깊지 않아서 당신은 충분히 물에 들어갔다 나올 수 있습니다. 다만 새로 산 신발이 더러워지고 온몸이 진흙투성이가 될 겁니다. 아이를 보호자에게 데려다주고 옷을 갈아입고 나면 회사에 늦을 게 뻔합니다. 그래도 당신은 아이를 구하실 건가요?대부분은 자신이 손해를 봐도 아이를 바로 구하겠다고 대답할 겁니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기부’에 대입해봤을 땐 어떨까요? 지구 반대편, 극심한 가난으로 하루하루의 생존이 위태로운 이들을 위해 당신은 기꺼이 지갑을 열 수 있나요?세계적인 윤리학자 피터 싱어 프린스턴대 석좌교수는 극빈층을 돕는 기부를 ‘윤리적 의무’라고 강조합니다. 그는 기부가 눈앞의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고...

    2025.06.12 07:00

  • ‘학력·추천사 조작 의혹’ 심리학 도서 저자 사망···출판사 ‘검증 미흡’ 인정
    ‘학력·추천사 조작 의혹’ 심리학 도서 저자 사망···출판사 ‘검증 미흡’ 인정

    온라인 상에서 허위학력 의혹을 받던 심리학 도서 저자가 지난 10일 사망했다. 출판사 측은 같은 날 허위학력 의혹을 인정하고 책 판매를 중단했다.11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월 출간된 <현명한 부모는 적당한 거리를 둔다>(길벗출판사)의 저자 김모씨가 전날 세상을 떠났다. 사인은 알려지지 않았다.김씨는 책에서 ‘하버드대학교에서 심리학과 뇌과학을 공부하고 임상심리 분야 세계 1위 대학으로 평가받는 UCLA에서 임상심리학 박사를 취득한 미국 공인 임상심리학자’로 소개됐다. 그러나 최근 SNS 상에 김씨의 경력에 의혹을 제기하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하버드대 심리학과는 복수전공이 불가하다’ ‘2018년에도 15년이었던 경력이 2025년에도 15년이다’ ‘졸업 논문이 없다’는 등 구체적인 근거도 제시됐다. 이 책의 추천사를 썼다고 소개된 해외 유명인사들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내 ‘추천사를 쓴 적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는 글도 나왔다.논란이 커지자 길벗출판...

    2025.06.11 19:17

  • 젊은층 유행 ‘교환독서’를 아시나요
    젊은층 유행 ‘교환독서’를 아시나요

    풀(25·활동명)은 지난 1월 SNS에서 처음 ‘교환독서’를 접했다. 몇 사람이 책 한 권을 돌려 읽으며 감상을 책 귀퉁이에 남겼다.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함께할 사람을 모았다. 하나둘 모인 사람은 5개월간 9권의 책을 읽었다. 독파한 책이 쌓일수록 곁에 친구도 늘어갔다.여러 사람이 책 한 권을 돌려 읽으며 감상을 나누는 교환독서가 청년들 사이에 새로운 독서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교환독서 후기가 SNS에 퍼지자 출판사들도 교환독서 독자를 모집하는 등 홍보에 나섰다. 청년들은 교환독서가 “책과 함께 우정을 나누는 행위”라고 했다.책을 교환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평소 읽고 싶었던 책을 읽은 뒤 상대방에게 건네기도 하고 서로 책을 골라주기도 한다. 책을 읽을 땐 서로 다른 색 펜으로 밑줄을 긋거나 책 귀퉁이에 떠오르는 생각을 쓰기도 한다. 책을 상대방에게 건네면 그는 또 다른 감상을 덧붙인 책을 돌려준다. 그렇게 한 권의 책은 여러 명의 손길이 닿...

    2025.06.09 06:00

  • ‘보통사람의 특별한 이야기’ 그려온 김준범 <기계전사109> 복간···‘광주항쟁’ 등 담은 한국SF 대표작
    ‘보통사람의 특별한 이야기’ 그려온 김준범 <기계전사109> 복간···‘광주항쟁’ 등 담은 한국SF 대표작

    김준범 작가는 유명 미대를 들어가려다 학력고사 수학을 최소한 반은 맞혀야 한다는 소리를 듣고 고민했다. 그즈음 평소엔 잘 가지 않던 만화방에 갔다가 빠져들며 읽은 게 이현세 화백의 <공포의 외인구단>이다. “서양화 대신 만화를 그려도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죠. 가장 좋아하던 만화가인 허영만 선생님 화실로 무작정 찾아갔죠.”1985년 일이다. 허 화백 문하생 5년째이던 1989년 12월 지금도 회자하는 작품 1회 원고를 출고한다. 만화잡지 ‘아이큐 점프’ 1990년 1월호에 실린 <기계전사109>다. 김 작가는 “허영만, 이현세라는 사자, 호랑이 밑에서 다들 기를 못 폈죠. 마흔이 넘어도 데뷔를 못하기도 했어요. 언제 내게 기회가 올지 몰라 (제안을 받고는) 그냥 해야겠다고 해서 20대 초에 데뷔한 거죠.”당대 인기작이자 후대의 연구 대상<기계전사109>는 한국 SF 만화 대표작이다. 당대 인기작이자 후대 연구 대상이다. ‘사회의식’...

    2025.06.08 17:21

  • 혼자 읽는 시대 가고 책과 우정을 함께 나눈다···‘교환독서’ 해보실래요?
    혼자 읽는 시대 가고 책과 우정을 함께 나눈다···‘교환독서’ 해보실래요?

    풀(활동명·25)은 지난 1월 SNS에서 처음 ‘교환독서’를 접했다. 몇 사람들이 책 한 권을 돌려 읽으며 떠오르는 감상을 책 귀퉁이에 서로 남겼다.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함께 할 사람을 모았다. 하나둘씩 모인 사람들은 8일까지 5개월여 동안 9권의 책을 읽었다. 한 권 한 권 독파한 책이 쌓일수록 풀의 곁에 친구도 늘어갔다.여러 사람이 책 한 권을 돌려 읽으며 감상을 나누는 교환독서가 청년들 사이에 새로운 독서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교환독서 후기가 SNS에 퍼지자 출판사들도 교환독서 독자를 모집하는 등 홍보에 나섰다. 청년들은 교환독서가 “책과 함께 우정을 교환하는 행위”라고 설명했다.책을 교환하는 방식은 각양각색이다. 평소 읽고 싶었던 책을 읽은 뒤 상대방에게 건네기도 하고 서로에게 책을 골라주기도 한다. 책을 읽을 땐 서로 다른 색의 펜으로 밑줄을 긋거나 책 귀퉁이에 떠오르는 생각을 쓰기도 한다. 그렇게 감상을 담아낸 책을 상대방에게 건네면 상대방은 또 다...

    2025.06.08 14:40

  • [새책]행동 다양성 外
    [새책]행동 다양성 外

    행동 다양성진화인류학자 서울대 인류학과 박한선 교수가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현대 진화인류학까지 인간과 동물의 다양성에 대한 이론과 지적 흐름을 살폈다. 진화생물학, 사회문화 이론, 신경과학, 역사, 고고학, 행동생태학 등 여러 이론의 내용과 한계점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에이도스. 5만원그래도 되는 차별은 없다100% 기부로 운영되는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이 벌여온 치열한 법정투쟁 이야기. 이주난민, 성소수자, 여성, 빈곤, 불안정노동, 재난참사 등 여러 분야에서 사회적 쟁점으로 떠올랐던 사건 및 소송의 소상한 사연과 분투를 기록했다. 공감 지음. 창비. 1만8000원지극히 사적인 일본저자는 한국에서 10년째 살고 있는 전 아사히신문 기자다. 요리 같은 일상적 소재부터 식민 지배 사과, 천황의 전쟁책임 같은 주제까지 일본인의 속마음을 들여다본다. 한국과 일본 양쪽에 대해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나리카와 아야 지음. 틈새...

    2025.06.05 20:16

  • [금요일의 문장]그는 여름 내내 날마다 밭을 받았어
    [금요일의 문장]그는 여름 내내 날마다 밭을 받았어

    “그의 살갗은 매미 울음소리 같은 껍질 그의 목소리는 퍼붓는 억수 같은 음성 입은 옷은 늘어나 헐렁헐렁하고 구멍이 나고 빨아도 땀냄새는 다 빠지지 않았지 그는 여름 내내 날마다 밭을 받았어 큰 흙덩이의 거친 밭이었지 저녁이 오면 괭이 같은 발을 씻고, 물외냉국에 찬밥을 말아 뜨고, 여름 모기장 속으로 들어가 한숨을 길게 놓았어 그러곤 홍자색 꽃망울 같은 눈을 꼭 감았지” <풀의 탄생>, 문학동네문태준 시인이 아홉번째 시집을 냈다. 제주에 풀밭 살림을 일궈 다섯 해 넘게 살고 있다는 그는 이번 시집에 생의 기운이 넘실대는 자연의 모습을 풀어놓는다. 꿈틀대는 지렁이를 보며 시인은 “흙 속에 이처럼 큰 세계가 있었다”고 깨닫는다. 세상의 생명은 모두 이 큰 세계를 양분으로 두고 태어난다. 대지의 기운이 생동하는 봄부터 사계가 4부로 이뤄진 시집에 담겼다. 자연은 쉬지 않고 움직이지만 시끄럽고 부산하지 않다. “눈송이가 하늘에서 천천히 내려오네/ 안간힘 쓰지 않고/...

    2025.06.05 20:16

  • [낙서일람 樂書一覽]영화 ‘그래비티’는 SF?…‘허구의 과학’ 없어 NO
    [낙서일람 樂書一覽]영화 ‘그래비티’는 SF?…‘허구의 과학’ 없어 NO

    SF 쓰는 법해도연 지음유유 | 192쪽 | 1만2000원그냥 사용할 때는 쉬워 보여도 막상 정의하려면 쉽지 않은 말들이 있다. 과학소설(SF)이 딱 그렇다. SF는 스펙트럼이 넓어 정의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오죽하면 미국 작가 존 W 캠벨(1910~1971)은 “내가 SF라고 부르는 것이 SF다”라고까지 했다. 도대체 SF란 뭘까. 물리학과 천문학을 전공한 SF 작가 해도연은 이렇게 정의한다. “보편적이고 일관적인 원칙과 과학적 사고방식을 토대로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탐구하는 이야기.”영화 <그래비티>는 우주에서 조난당한 우주인이 천신만고 끝에 지구로 귀환하는 이야기다. 이 영화는 SF일까. 저자는 “SF라기보다는 우주를 배경으로 한 재난 영화”에 가깝다고 말한다. “허구의 사실은 있지만 허구의 과학이 없”다는 게 이유다. 영화에 등장하는 허블 우주망원경, 우주왕복선, 국제우주정거장은 모두 지금 존재하는 것이다. 반면 화성에 홀로...

    2025.06.05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