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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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2025.06.19
  • [책과 삶] 어떻게 죽을까, 아니 어떻게 살아갈까
    [책과 삶] 어떻게 죽을까, 아니 어떻게 살아갈까

    순교자!카베 악바르 지음 | 강동혁 옮김은행나무 | 536쪽 | 1만9000원1988년 3월 이란에서 태어나 가족과 미국 인디애나주로 이주한 사이러스. 어머니는 미국 이주 후인 그해 7월, 이란 여객기를 적기로 오인한 미군의 격추 사고로 숨진다. 외삼촌은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특수 보직을 수행했다. 전쟁터에서 말 탄 ‘신의 사자’를 연기해 동료 군인들이 목숨을 끊지 않고 전쟁을 정당화하도록 한 비밀스러운 존재였다.9·11테러의 영향으로 사이러스는 이슬람 문화권에 대한 차별적인 말들을 수업 시간에 들으며 살았다. 대학 입학 후 아버지가 사망한 뒤엔 술과 약물에 중독됐다가 겨우 벗어났다. 글을 즐겨 썼던 사이러스는 어머니와 외삼촌을 통해 죽음의 의미를 생각했다. 차라리 ‘순교’가 가치 있겠다며 관련된 글을 쓰려다 흥미로운 소식을 듣는다. 이란 출신 여성 작가가 죽음을 앞두고 뉴욕 브루클린미술관에서 관객들과 만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는 것이다. 작가는 고통을 참...

    2025.05.29 20:21

  • [책과 삶] 진짜 센 놈은 싸하면 피한다…무도의 궁극은 ‘공존’
    [책과 삶] 진짜 센 놈은 싸하면 피한다…무도의 궁극은 ‘공존’

    목표는 천하무적 우치다 다쓰루 지음·박동섭 옮김유유 | 330쪽 | 1만9000원일반적인 무술이나 스포츠는 대개 겨루기를 목표로 한다. 나 이외의 사람들을 ‘적’으로 간주하고 그들을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일본의 무도가이자 사상가인 ‘우치다 다쓰루’에게 승패와 강약을 가르는 것은 의미가 없다. 무도가라면 꿈꾸는 ‘천하무적’에 대한 생각도 다르다. 그에게 천하무적이란 적을 무력으로 누르는 것이 아니라 누구도 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온화한 정신 상태를 말한다. 특히 눈앞의 적을 쓰러뜨리는 것을 수련의 목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무도적 사고의 기본이다. 적의 개념을 재정의하고, 세상에 적이라고 할 만한 것이 존재하지 않는 경지에 이르는 것이 무도가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무도는 타인과 공생하는 기술, 타인의 편에 서서 그의 입장과 동화하는 돌봄과 사랑의 기술이다.저자는 진정한 무도가에 중요한 것은 공생을 중시하는 ‘무도적 사고’라고 ...

    2025.05.29 20:21

  • [책과 삶] 과거·현재·미래가 고스란히…실로 어마어마한 유전자의 세계
    [책과 삶] 과거·현재·미래가 고스란히…실로 어마어마한 유전자의 세계

    불멸의 유전자리처드 도킨스 지음·야나 렌조바 그림 | 이한음 옮김을유문화사 | 496쪽 | 2만5000원“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정현종의 시 ‘방문객’은 이렇게 노래한다. 왜 어마어마한 일이냐면 “그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이런 시인의 놀라운 통찰이 관념적이거나 비유적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는 게 책 <불멸의 유전자>의 대전제이다.이 책은 <이기적 유전자>로 유명한 리처드 도킨스가 지난해 펴낸 <The Genetic Book of the Dead>의 번역서다. 직역하면 ‘사자의 유전서’, 즉 죽은 사람의 유전적 기록이 담긴 책이라는 뜻인데 그것이 바로 유전자라는 게 저자가 책을 통해 설명하고자 하는 바이다. 지구상에 있는 모든 생물의 유전자에는 그 생물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모두 담겨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여전히 문학적 수사같이 들릴지 모르지만 책 속 이야기를 따라가...

    2025.05.29 20:20

  • [새책]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 外
    [새책]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 外

    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202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작가의 첫 소설집. 2025 젊은작가상 수상작 ‘바우어의 정원’ 등 7편의 단편이 수록됐다. ‘바우어의 정원’은 세 번의 임신과 유산을 겪은 배우를 주인공으로 담담한 서사의 흐름 속에서 상처와 회복의 여정을 다룬다. 강보라 지음. 문학동네. 1만6800원아다지오 아사이문학과지성사의 ‘이 계절의 소설’ 선정작 ‘부용에서’ 등 8편이 수록된 소설집이다. ‘부용에서’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외삼촌을 만나러 와달라는 연락을 받고 ‘부용’이라는 곳에 도착한 화자의 이야기다. 2021년 세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작가의 첫 소설집. 남현정 지음. 문학과지성사. 1만7000원뭐 어때“뭐 어때”는 “괜찮아”와 맞닿아 있는 말이다. 남의 시선에 얽매이지 않고 내 마음에 집중하고 싶을 때 하는 말, 누군가와 비교하며 나를 증명하는 것이 아닌, 자신을 마음껏 받아들이는 말. 시인이 지난 5년간 경향신...

    2025.05.29 20:20

  • [책과 삶] ‘청년 남성 극우화’ 본질은 무엇인가
    [책과 삶] ‘청년 남성 극우화’ 본질은 무엇인가

    광장 이후신진욱·이재정·양승훈·이승윤 지음민음사 | 232쪽 | 1만7500원<광장 이후>는 계엄 선포 이후 존재감을 드러낸 ‘극우 세력’이 어디에서 왔으며, 이제 어디로 갈 것인지 ‘광장’의 안팎을 살펴보는 책이다. 저자들은 비상계엄에서 극우 파시즘에 이르는 전체 과정을 짚어보고(신진욱), 탄핵 광장의 중심에 서 있던 청년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전한 뒤(이재정), ‘청년 남성 극우화’라는 시선에 대한 점검(양승훈)과 더불어 청년들 삶의 불안정성에 대한 분석(이승윤)을 시도한다.사회복지학자 이승윤은 ‘진보적 청년 여성, 보수적 청년 남성’이라는 고정관념에 거리를 두고 플랫폼노동으로 대표되는 ‘불안정노동’과 맞물린 청년세대의 정치 의식 변화를 탐색한다. 그의 ‘불안정노동 지수’ 연구에서 19~34세 청년층과 35~54세 비청년층을 분석한 결과, 2022년 기준 청년 집단 내 극심한 양극화 현상이 관찰됐다고 한다.여기에 젠더 축을 교차하자 청...

    2025.05.29 20:20

  • [새책]민주화 이후 대통령 外
    [새책]민주화 이후 대통령 外

    민주화 이후 대통령민주화 이후 대통령직의 제도적 불확실성을 대통령-의회, 대통령-관료제, 대통령-언론·대중 관계 등을 통해 살핀 책. 대통령의 헌법적 권력과 실질적 권력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방향으로 개헌을 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신현기 지음. 한울아카데미. 2만8000원촘스키와 무히카,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지난 13일 별세한 ‘가장 가난한 대통령’ 호세 무히카 전 우루과이 대통령과 ‘미국의 양심’ 노엄 촘스키 교수가 2017년 만나서 대화를 나눴다. 전쟁과 기후위기, 부패, 자본주의 위기 등을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했다. 사울 알비드레스 지음. 최사라 옮김. 시대의창. 2만원합리적 망상의 시대정보 과부하 시대에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만연한 11가지 인지 편향과 그 문제점들을 다룬 책이다. 저자는 인지 편향은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을 설명하기 위한 뇌의 작동기제라고 설명한다. 부제는 ‘자기기만의 심리학’. 어맨다 몬텔 지음. 김다봄 옮...

    2025.05.29 20:14

  • [금요일의 문장]노예는 모든 순간 임박한 파멸의 감각을 경험했다
    [금요일의 문장]노예는 모든 순간 임박한 파멸의 감각을 경험했다

    “노예도 인간이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부모와 친족에, 그리고 그들을 통해 조상에 속하기를 원했고, 자기 자식들이 자신에게 속하기를 원했으며, 그러한 유대가 안전하고 강하기를 원했다. 그러나 모든 유대는 위태로웠다. 아이는 언제라도 빼앗길 수 있었고, 연인이나 허락받은 ‘남편’, 어머니, 조부모, 모든 친척도 언제든 빼앗길 수 있었다. (중략) 노예는 그런 일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자기 존재의 모든 것, 모든 생각, 모든 순간에 그림자를 드리우며 항상 존재하는 임박한 파멸의 감각으로 경험했다.” <노예제와 사회적 죽음>, 이학사저자인 올랜도 패터슨 하버드대 교수는 세계 노예사 연구의 권위자다. 1982년 출간된 이 책은 전 세계 66개 사회에 존재했던 노예제에 대한 연구를 통해 ‘사회적 죽음’의 개념을 제시한 명저로 꼽힌다. ‘사회적 죽음’ 개념은 문학연구와 문화연구, 페미니즘 철학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영향을 끼쳤다. ‘사회적 죽음’이란 공동체 내에서 구성원으로서...

    2025.05.29 20:14

  • [책과 삶] AI, 인간을 착취해 유지되는 추출 기계
    [책과 삶] AI, 인간을 착취해 유지되는 추출 기계

    AI 생태계 다양한 구성원 인터뷰 아프리카 등 저개발국 노동자들‘시간당 1600원’ 데이터 주석 작업 인간의 생체 정보·창작물 등은 AI 개발·훈련에 ‘먹이’로 사용유발 하라리는 <넥서스>에서 인공지능(AI)을 “도구가 아니라 행위자”라고 규정했다. 인간 없이 정보를 처리하고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존재라는 뜻이다.그러나 ‘자율성’을 강조하다 보면 AI를 움직이는 것이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게 된다. 옥스퍼드 대학교 인터넷연구소의 마크 그레이엄, 제임스 멀둔, 캘럼 캔트는 AI를 인간을 착취해서 유지하는 ‘추출 기계’라고 규정한다.이들이 공저한 <AI는 인간을 먹고 자란다>는 ‘추출 시스템으로서의 AI 생태계’를 데이터 주석 작업자, 머신러닝 엔지니어, 데이터센터 기술자, 창작자, 물류 노동자, 실리콘밸리 투자자, 노동조합 활동가 등의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해부한 책이다. 저자들은 이 책을 위해 지난 10년 동안 다양한 ...

    2025.05.29 20:14

  • [그림책]‘씨씨씨를 뿌리고~꽃이 폈어요’ 어쩌면 그다음 이야기
    [그림책]‘씨씨씨를 뿌리고~꽃이 폈어요’ 어쩌면 그다음 이야기

    치코김순현 지음비룡소 | 44쪽 | 1만6000원‘어느 날, 숲이 까맣게 탔어. 많은 게 망가졌지. 살 곳을 잃은 벌레들은 하나둘 짐을 싸서 떠나갔어. 숲에서 가장 작은 벌레인 치코만 빼고 말이야.’치코의 모습을 굳이 설명하자면 서 있는 땅콩 같기도 하고, 발 달린 새끼손가락 같기도 하다. 몸은 작고 약하지만 배포 하나만큼은 여느 벌레들보다 크다. 치코는 검게 변한 땅을 살려보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흙을 돌보는 일은 쉽지 않다. 다른 벌레들의 무심한 발짓과 철없는 호기심은 가꿔놓은 흙들을 여기저기 망가뜨렸다.치코는 울고 싶었다. 그 마음이 비가 되어 방울방울 떨어졌다. 그때, 보토 할아버지가 ‘짠’ 하고 나타났다. “나도 네가 하는 일을 같이해도 될까?” 그의 손에는 씨앗 하나가 들려 있었다.하룻밤 이틀밤… 얼마나 지났을까. 드디어 싹이 트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떠났던 벌레들이 다시 모여들었고, 매일 밤 잎을 위해 다 함께 노래를 ...

    2025.05.29 20:14

  • [낙서일람 樂書一覽]외면하려 애쓰는 진실…나이 듦에 대한 안내서
    [낙서일람 樂書一覽]외면하려 애쓰는 진실…나이 듦에 대한 안내서

    나로 늙어간다는 것엘케 하이덴라이히 지음 | 유영미 옮김북라이프 | 216쪽 | 1만6800원“물론 알아요. 내가 영원히 젊지 않을 거라는걸, 언젠가는 서른이 될 거라는걸!” 과거 패션 잡지 ‘보그’에서 한 모델이 인터뷰한 내용이라고 한다. 그 모델이 이제 마흔 즈음 됐다면 생각하지 않을까. 서른은 너무 젊었다고.의료 기술이 발달하며 기대 수명이 길어졌다. 비단 삶을 유지하는 시간이 늘어난 것뿐 아니라 건강과 미용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며 겉으로 보여지는 젊음의 유지 기간도 길어진 것처럼 보인다. 문제는 젊음이 찬양될수록 나이 듦이 추한 것처럼 보여진다는 데 있다.하지만 인생의 상당 부분을 불필요한 것으로 방치하는 태도는 사회적으로도 문제다. “노년이 한 사회 안에서 갖는 의미 혹은 무의미는 그 사회 전체를 돌아보게 만든다. 이를 통해 앞선 전 인생의 의미 혹은 무의미가 드러나기 때문이다.”(시몬 드 보부아르)개인에게는 늙어가는 것을 받아들이...

    2025.05.29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