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기사

  •  [책과 삶] 주어가 되지 못했던…‘내 몸’들의 외침을 듣다.
    책과 삶

    주어가 되지 못했던…‘내 몸’들의 외침을 듣다.

    몸과 고백들 |이서수 지음 |현대문학 |308쪽 |1만6800원일곱 살의 ‘나’는 옆집 사는 친구 ‘기정’과 비밀스럽게 자위행위의 경험을 나눈다. ‘나’와 기정은 서로 자세는 다르지만, 서로가 “무얼 했고 무얼 얻었는지 정확히 이해한다.” 아홉 살이 된 ‘나’는 학원의 여자아이들을 강제로 껴안으며 성추행하던 ‘청과 흑’에 이를 똑같이 갚아주며 그들에게 불쾌감을 선사한다. “‘청과 흑’은 늘 ‘했어!’라고 외치고, 여자애들은 항상 ‘당했어!’라고 외치는 광경을 보며 제 마음속엔 불만과 의구심이 꿈틀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반대는 불가능한 것인가.”중학생이 된 ‘나’는 ‘앞’과 ‘옆’과 ‘뒤’에 앉은 ‘날라리 패거리’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기 위해 있지도 않은 남자 친구와의 연애사를 능수능란하게 지어낸다. 어른들과 또래 남자들에게 “발랑 까져가지고”라는 힐난을 수시로 듣고 자랐던 ‘나’는 끊임없이 섹스...
  •  [책과 삶] 인류는 인종으로 분류할 수 없는 하나의 전체···인종주의 격파한 문화인류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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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는 인종으로 분류할 수 없는 하나의 전체···인종주의 격파한 문화인류학자들

    문화의 수수께끼를 풀다찰스 킹 지음 | 문희경 옮김 교양인 | 560쪽 | 2만8000원“글쎄, 모두 다 과학적인 책들이야. 지배 인종인 우리 백인이 주의하지 않으면 다른 인종들이 세계를 지배하게 될 거라는 거야.”20세기 가장 탁월한 미국 소설 중 하나인 <위대한 개츠비>(1925)의 등장인물 톰 뷰캐넌이 당시 유행하던 인종주의 관련 도서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뷰캐넌의 말은 당시 미국 사회 다수의 생각을 반영한다. 20세기 초 미국에서 인종주의는 상식이고 과학이었다. 20세기 첫 20년 동안 육체적·정신적으로 결함 있는 부모의 출산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강제 불임 시술을 합법화하는 법안들이 미국 각 주에서 잇따라 시행됐다. 1927년 미 연방대법원은 정신 장애가 있는 여성에 대한 강제 불임시술은 합헌이라고 판결했다. 미국인들은 “범죄, 광기, 빈곤, 국가 쇠퇴의 원인을 근절하기” 위해 열등한 인종을 배제하고 백인 중심 국...
  •  [새책]제70회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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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70회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 外

    제70회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올해의 수상작은 ‘좋아하는 마음 없이’. 주인공 안지는 전형적인 세계에 편입하기 위해 노력하는 인물이다. 결혼, 출산, 이혼의 과정을 거치면서 안지가 표준의 세계를 벗어나 자신에 대해 분명히 말할 수 있는 세계로 나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김지연 외 지음. 현대문학. 1만5000원이렇게 바삭한 카사바칩어느 날 갑자기 실종된 아버지를 찾아 헤매는 20대 여성 ‘에스’, 그리고 한국을 떠나 고향 아프리카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마사이족 예술단원 ‘레무’. 국적도 성격도 다른 두 사람이 서로의 삶에 들어오게 되면서 빚어내는 우정을 그린 이야기이다. 이경 지음. 문학동네. 1만6000원내가 아직 조금 남아 있을 때1996년 등단한 이래 한국 사회의 약자들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인 작가 서성란의 소설집. 이번 책에 등장하는 약자는 이주노동자와 해외입양아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아이들을 해외로 보냈던 불명예를 안고 있는...
  •  [책과 삶] ‘불모지’ 뉴욕을 현대미술 중심으로 만든 최고의 안목
    책과 삶

    ‘불모지’ 뉴욕을 현대미술 중심으로 만든 최고의 안목

    피카소의 전쟁휴 에이킨 지음 | 주은정 옮김아트북스 | 588쪽 | 3만3000원현대미술의 중심은 뉴욕이며, 현대미술가 중 가장 유명한 작가가 피카소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맨해튼 중심부에 뉴욕 현대미술관(MoMA)이 있고, MoMA의 중심에 피카소의 작품이 있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보인다. 입체주의 최초의 작품으로 평가받는 피카소의 ‘아비뇽의 여인들’은 대표적 소장품으로, MoMA의 위상을 끌어올리는 데 한몫을 했다.‘뉴욕=현대미술’ 공식이 처음부터 성립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현대미술의 불모지’에 가까웠다.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을 중심으로, 유럽 거장의 명화들만이 진짜 예술이라고 여겼다. 시카고미술관에 전시된 마티스의 작품을 본 미술과 학생들이 작품 복제본을 불태우며 “예술적 살인”이라고 말할 정도였다.뉴욕이 현대미술 중심지로 우뚝 서기까지 존 퀸과 앨프리드 H 바 주니어라는 두 인물의 선구안과 헌신적 노력이 있었...
  •  [책과 삶] “아, 파스타 그렇게 먹는 거 아닌데!”
    책과 삶

    “아, 파스타 그렇게 먹는 거 아닌데!”

    테이스트스탠리 투치 지음 | 이리나 옮김무선 | 344쪽 | 1만7800원전 세계에서 음식에 관한 집착과 관심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나라가 있으니 바로 이탈리아다. <왜 이탈리아 사람들은 음식 이야기를 좋아할까?>라는 유명한 베스트셀러도 있을 만큼 이탈리아 사람들은 음식에 살고 죽는다. 이 책의 저자도 주장한다. “이탈리아 가족들은 그 어떤 것도 음식만큼 자주 얘기하거나 곰곰이 생각하지 않는다.”저자는 <빅 나이트>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줄리 앤 줄리아> 등으로 잘 알려진 배우이자 감독 스탠리 투치다. 이탈리아 남부 칼라브리아에 뿌리를 둔 이민가정 출신으로, 뉴욕에서 나고 자란 그에게 아름답고 멋진 추억은 모두 가족들이 모여 어떤 음식을 어떻게 요리해서 먹었는가이다. 요리 솜씨가 뛰어난 어머니, 끼니마다 “좋아! 충분히 배가 고파!”를 외치는 대식가 아버지가 이끄는 그의 집 식탁은 직접 키우거나 계절에 따...
  •  [책과 삶] ‘인질극 생존자’ 아버지를 위한 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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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질극 생존자’ 아버지를 위한 헌사

    첫번째 피아멜리 노통브 지음 | 이상해 옮김열린책들 | 208쪽 | 1만3800원작가 아멜리 노통브는 외교관의 딸이다. 아버지의 이름은 파트리크 노통브. 1964년 콩고의 한 호텔에서 백인 인질 1500명을 두고 벌어진 20세기 최대 규모의 인질극을 겪은 벨기에 외교관이다. <첫번째 피>는 아멜리 노통브가 2020년 세상을 뜬 아버지에게 바치는 긴 추도사 같은 소설이다. 이야기는 파트리크 노통브의 1인칭 시점에서 전개된다.시작은 강렬하다. 파트리크는 인질 협상 과정 중 죽음의 위기를 맞는다. 처형대 앞에 내던져진 그를 열두 개의 총부리가 겨눈다. 그 순간 파트리크가 느낀 것은 죽음의 공포가 아닌 ‘안도’다. 죽으면 쉴 새 없이 협상을 해야 하는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을 테니까. 안도 다음으로 찾아온 감정은 삶에 대한 경이다. 그는 자신에게 남아있는 몇분 혹은 몇초를 온몸으로 느낀다.다음 순간, 아멜리는 파트리크가 막 태어났을 때로 시계를...
  •  [책과 삶] 수평선 너머, 몰랐던 세계를 직시하러
    책과 삶

    수평선 너머, 몰랐던 세계를 직시하러

    호라이즌배리 로페즈 지음 | 정지인 옮김북하우스 | 928쪽 | 3만5000원배리 로페즈(1945~2020)는 평생 여행자였다. 아프리카, 태평양, 호주는 물론 북극, 남극까지 안 가본 곳이 없다. 물론 이국적인 웰컴 드링크가 손님을 맞이하는 호화 리조트를 찾은 것은 아니다. 로페즈에게 여행은 과거의 자신에게 도전하는 과정이었다. “여행은 과거부터 이어진 상식을 수정하고 선입관을 떨쳐버리도록 자극한다. 또한 우리의 정신이 맥락을 고려하도록 유도하고, 인류에 관한 절대적 진실의 독재에서 정신을 해방한다.”<호라이즌>은 로페즈가 세상을 뜨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책이다. 삶의 오랜 시기에 걸쳐 여러 번 가본 곳을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 풀어냈다. 로페즈가 1980년대 중반 찾은 북극 지역의 사람, 동물은 험준한 환경에서 생존하느라 어려움을 겪었지만, 석유 탐사와 채굴이 활성화된 이후엔 전혀 다른 종류의 고난이 지역을 휩쓸었다.아프리카에선 식민주...
  •  [새책]러시아 내전 外
    새책

    러시아 내전 外

    러시아 내전<스페인 내전> 등 전쟁사 분야 ‘벽돌책’으로 잘 알려진 영국 역사학자 앤터니 비버의 신작. 1917년 러시아 혁명 이후 적군과 백군의 내전으로 최대 1200만명이 사망한 러시아 내전을 노동자, 기병, 간호사 등 다양한 인물들의 눈으로 재구성했다. 이혜진 옮김. 눌와. 3만3000원우리가 우리를 구한다아마존 와오라니 부족 리더 네몬테 넨키모가 아마존 땅을 차지하려는 석유 기업들에 맞서 다른 부족들과 연대하고 법정 투쟁 끝에 승리한 과정을 담은 책이다. 네몬테는 “숲을 지키는 일이 인류를 지키는 일”이라고 말한다. 정미나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2만5000원시간 불평등저자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인간이 노동에 매몰되면서 돌봄, 우정, 정치적 참여를 위한 시간이 점점 불평등하게 분배되는 과정을 분석한다. 이는 결국 민주주의 기반을 약화시켜 시간 불평등을 더욱 심화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가이 스탠딩 지음. 안효상 옮김. 창비. ...
  •  [금요일의 문장]나한테 주어지는 모든 세계를 살아보고 싶어요
    금요일의 문장

    나한테 주어지는 모든 세계를 살아보고 싶어요

    “미란씨는 무언가를 나중에 잃는 것보다 처음부터 없는 게 나은 것 같다고 했었죠. 나중에 잃게 되는 건 너무 가슴 아프다고요. 둘 중 하나만 택해야 한다면 난 나중에 잃는 것을 선택할 거예요. 그건 두 세계를 살아보는 거잖아요. 어쩌면 세 세계인지도 모르죠. 있음과 없음, 그 둘을 연결하는 잃음. 나는 나한테 주어지는 모든 세계를 빠짐없이 살아보고 싶어요.” <모린>(문학동네)고객센터 상담직원이자 시각장애인 복지관에서 낭독 봉사를 하는 ‘미란’은 시각장애인이자 복지관 재활자립팀 팀장인 ‘영은’과 연인이 된다. ‘진상’ 고객과 고된 업무에 시달리던 미란은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마저 사망하자 슬픔을 이기지 못한 채 영은과 잠시 떨어져 있기로 한다. 영은은 미란을 기다리며 쓴 글에서 미란을 ‘모린’이라고 부르면 어떨까 생각했다며 “미란씨를 그 이름으로 부르면 어떨까. 미란씨가 나에게만은 그렇게 불린다면 어떨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하지만 난 알고 있어요. 미란...
  •  [그림책]시각장애 아이들의 손끝 감각과 상상력에 묘한 ‘감동’
    그림책

    시각장애 아이들의 손끝 감각과 상상력에 묘한 ‘감동’

    코끼리를 만지면엄정순 지음 우리학교 | 52쪽 | 1만6800원불교 경전 <열반경>에는 앞을 못 보는 이들에게 코끼리를 만지게 하는 왕이 나온다. 각기 다른 부위를 만지고 자기가 생각하는 코끼리의 생김새를 말하는 이들에게 왕은 말한다. “코끼리는 하나이거늘 각자 자기가 아는 것만으로만 말한다. 진리도 그와 같으니라.” 자기가 아는 세계만이 옳다고 여기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보여주는 이야기다.시각 예술가 엄정순에겐 이 이야기가 유독 특별하게 다가왔다. ‘본다는 것’의 의미는 그의 오랜 화두였다. 그의 궁금증은 곧 미술 프로젝트 ‘코끼리 만지기’로 이어졌다. 시각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코끼리를 상상해 보고 직접 찾아가 만져본 뒤 그 경험을 바탕으로 함께 예술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코끼리를 만지면>은 이 일련의 과정을 흥미롭게 담아낸 논픽션 그림책이다.프로젝트는 코끼리를 본 적 없는 아이들에게 코끼리의 특징을 설명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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