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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일람 樂書一覽
산을 오르며 나누는 대화···분명, 뭔가 다른 게 있다
등산 시렁윤성중 글·그림안온북스 | 288쪽 | 1만7800원‘등산 시렁’은 산악 전문잡지 ‘월간 산’ 기자인 저자가 등산을 싫어하는 전 직장 동료 방소영과 최민아를 등산에 입문시킬 목적으로 즉흥적으로 만든 모임이다.저자가 두 사람을 데리고 가장 먼저 간 곳은 서울 서대문구 안산(295.9m)이다. 안산은 서울 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에서 산 입구까지 5분, 정상까지 올라가는 데 1시간가량 걸린다. 이 정도면 등산 마니아들에게는 ‘등산’이 아니라 ‘산책’ 수준의 코스일 것이다. 세 사람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걸어서 산에 오른다.저자가 등산 문외한들을 산 정상으로 이끄는 방법은 끊임없는 대화다. 산을 왜 싫어하는지, 종교는 뭔지,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등 특별할 것 없는 소소한 질문들로 대화를 이어간다.“산에서 나누는 이야기는 다른 곳에서 이뤄지는 대화와는 좀 다른 것 같다. 왜냐하면 여긴 나무가 있고, 풀이 있으니까. 개미가 지나다니기도 하... -
카메라 워크 K
비상계엄 선포는 누가 사진 찍었을까?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대통령으로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국민 여러분께 호소드립니다. (중략)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12월 3일 오후 10시 28분경부터 TV를 통해 흘러나오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신문사는 발칵 뒤집혔다. 퇴근했던 부서장들이 속속 편집국으로 모였고, 사진부장은 대통령실 출입 기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대통령실 전속 사진이 방금 막 들어왔습니다!” 오후 11시가 좀 넘은 시간이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소식은 사진기자가 아닌 대통령실 전속 사진사가 찍은 사진으로 다음날 특별판에 실리게 됐다.비상계엄 상황이니 대통령실은 출입 기자들을 소집할 겨를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도 대통령실은 자주 출입 기자들의 취재를 제한한 채 전속 사진사를 통해 찍은 사진을 미디어에 배포한다. 그 기준은 뭘까? 현직 ... -
과학수사관들의 애환 담은 에세이집 출간
경찰 과학수사관들이 현장의 애환과 감상을 담은 에세이집을 펴냈다. 경찰청은 전국 과학수사관 28명의 활동을 기록한 <우리는 영화의 한 장면에만 나오지만>(고즈넉이엔티·사진)이 16일 출판됐다고 밝혔다.이 책은 9월25일~10월27일 경찰청이 실시한 과학수사 활동 수기 공모전에 접수된 120여 작품 중 우수작 28개를 모았다. 책에서는 과학수사 분야에 종사하는 검시조사관·범죄분석관(프로파일러)·지문감정관·법곤충연구사 등 다양한 직군의 종사자들이 수십년간 자신의 분야에서 맡은 사건을 처리하며 현장에서 느낀 애환과 감상을 엿볼 수 있다.변사 사건이 발생하면 현장에 검시조사관이 출동한다. 한 검시조사관은 “어린아이를 검시하며 핀셋으로 눈꺼풀을 조사할 때 잠든 듯 누운 아이를 아프게 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으려고 애쓰려는 와중에 마음을 파고드는 안타까움과 미안함을 표현한 말이다.출판사는 책소개에서 과학수사관... -
오르한 파묵, 탄핵 언급 “지금 한국인들의 바람에 존경을 표한다”
“지금 한국에서는 국민의 75%가 대통령에게 분노하고 있습니다. 제가 한국에 있었다면 이 상황을 노트에 기록했을 것입니다…한국인들 75%의 바람에 존경을 표합니다. 한국인들이 원하는 것을 얻기를 바랍니다.”2006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튀르키예의 소설가 오르한 파묵(72)이 신작 그림 에세이 <먼 산의 기억> 출간을 기념해 국내 언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의 정치 상황에 대해 언급했다. <먼 산의 기억>은 파묵이 오랜 시간 써온 그림 일기를 담은 작품으로, 여행 중의 경험, 글쓰기 과정, 고국 튀르키예에 대한 사색 등을 다루고 있다.파묵은 튀르키예의 권위적인 정치체제를 비판하는 작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에르도안 정권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고수하며 극우 세력으로부터 살해 협박을 받기도 했다. 파묵은 “두려움을 느낄 때도 있다”라며 “튀르키예 대통령이 많은 작가들을 감옥에 넣었는데, 아마도 노벨문학상이 저를 보호하는 것도 같다”라고... -
“평생 시신 접하며 느끼는 슬픔”···과학수사관 애환 담은 에세이집 출간
경찰 과학수사관들이 현장의 애환과 감상을 담은 에세이집을 펴냈다. 경찰청은 전국 과학수사관 28명의 활동을 기록한 <우리는 영화의 한 장면에만 나오지만>(고즈넉이엔티)이 16일 출판됐다고 밝혔다.이 책은 9월25일~10월27일 경찰청이 실시한 과학수사 활동 수기 공모전에 접수된 120여 작품 중 우수작 28개를 모았다. 책에서는 과학수사 분야에 종사하는 검시조사관·범죄분석관(프로파일러)·지문감정관·법곤충연구사 등 다양한 직군의 종사자들이 수십 년간 자신의 분야에서 맡은 사건을 처리하며 현장에서 느낀 애환과 감상을 엿볼 수 있다.변사 사건이 발생하면 현장에 검시조사관이 출동한다. 한 검시조사관은 “어린아이를 검시하며 핀셋으로 눈꺼풀을 조사할 때 잠든 듯 누운 아이를 아프게 한 것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으려고 애쓰려는 와중에 마음을 파고드는 안타까움과 미안함을 표현한 말이다.출판사는 책소개에서 과학수사관들이 힘든 현장에서 끈기 있게 ... -
‘내란의 시간 속에서’…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주는 울림
[주간경향] 한강 작가가 지난 12월 10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생중계하면서 많은 이들이 실시간으로 그의 수상을 지켜봤다. 지난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시작된 ‘내란의 시간’ 속에서, 계엄 선포 이후 국가 폭력의 참상을 고발한 작품들을 쓴 작가를 전 세계가 주목하는 아이로니컬한 장면이었다. 자긍심과 부끄러움이 교차하는 시간 속에서 독자들은 다시 그의 작품을 펼쳐 들었다.■계엄 후폭풍 속 노벨문학상 수상의 영광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2014)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작별하지 않는다>(2021)는 제주 4·3 사건을 다룬 장편소설들이다. 정부가 계엄령을 선포한 후 민간인 학살이 진행되는 과정을 상기할 수밖에 없는 작품들이다. 지난 12월 6일 한강 작가는 스톡홀름 스웨덴 아카데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소년이 온다>를 쓰기 위해 ... -
여의도 탄핵 집회에 ‘헌법 책’ 쏜다···‘대한민국 헌법’ 무료 배포
커뮤니케이션북스(대표 박영률)가 14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리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 집회에 참석하는 시민들에게 <대한민국 헌법> 책 400권을 무료로 배포할 계획이라고 13일 밝혔다.커뮤니케이션북스는 “탄핵 소추안 국회 표결을 앞두고 정국의 조속한 안정과 국민들의 정상적인 경제생활을 바라는 마음에서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커뮤니케이션북스는 “<대한민국 헌법>은 6월 민주 항쟁의 당당한 결과물인 ‘헌법’을 전문 수록한 책”이라며 “‘12 ·3 계엄과 포고령은 왜 위헌인가? 그 가담자를 내란죄로 처벌할 수 있는가?’에 대해 헌법을 보면 답은 명확하다”고 밝혔다. 이어 “범법 행위는 법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며 “대한민국 헌법을 통해 개인의 자유, 권리와 의무, 국가의 책임과 의무, 국회의 기능과 역할 등 민주시민으로서 갖추어야 할 소양을 쌓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책과 삶
체제를 좀먹는 정치인을 방관할 때 민주주의는 몰락한다
로마는 기원전 509년 왕정을 폐지하고 공화정을 수립했다. 로마 공화정은 450여년 간 로마의 전성기를 이끌었으나 점차 쇠약해지다가 기원전 27년 초대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의 즉위와 함께 끝난다.캘리포니아 대학교 역사학 교수 에드워드 와츠가 2018년에 쓴 <독재의 탄생>은 로마 공화정의 역사를 짚어가며 공화정의 몰락 원인을 분석한 책이다.책은 기원전 280년 여름 로마 공화국의 군대가 그리스 에페이로스 왕국의 왕 피로스의 군대와 격돌한 시점에서 시작한다. 피로스는 과거 스파르타의 식민지였던 타렌툼으로부터 도움을 요청받고 군대를 이탈리아 반도에 상륙시킨다. 전투에서 이겼지만 큰 피해를 입은 피로스는 로마에 동맹을 맺자고 제안한다. 애초 원로원은 피로스의 이 같은 제안에 우호적인 분위기였다. 그러나 원로원 의원 아피우스 클라우디우스가 불편한 몸을 이끌고 나타나 “피로스의 자만심을 응징하지 않는다면, 상대가 누구이든 당신들을 쉽게 진압할 수 있... -
책과 삶
어지러운 시국, 시끄러운 마음···가름끈으로 정리하고 다시 나가자
2024년 12월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느닷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은 군부독재 시절의 망령이 1987년 민주화 이후 37년이 지난 지금도 한국 사회를 배회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합법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이 민주주의와 헌법을 파괴하려 한 시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정치철학자 김만권, 문학평론가 장은수, 출판평론가 표정훈의 추천을 바탕으로 헌법·민주주의·계엄에 대한 책 10권을 모았다.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스티븐 레비츠키·대니얼 지블랫 지음 | 박세연 옮김 | 어크로스“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공직 경험이 전혀 없고,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을 존중할 의지가 보이지 않는, 독단적 성향이 뚜렷한 인물”이 대통령으로 선출된 사태에 대한 미국 정치학자들의 답변이다. 멀쩡하던 미국의 민주주의가 어떻게 도널드 트럼프 같은 반민주적 성향을 가진 이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는지를 학문적으로 따져본 것이다. ‘잠재적인 독재자’가 권력을 잡으면, 그 독재자... -
새책
비커밍 어스 外
비커밍 어스저자는 생명이 지구라는 무대에 등장한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지구 환경을 변화시키고 진화에 관여하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존재라고 주장한다. 제임스 러브록의 <가이아 가설>의 21세기 버전이다. 페리스 제이버 지음. 김승진 옮김. 생각의힘. 2만2000원여성사, 한걸음 더한국여성사학회 소속 연구자 46명이 학회 창립 20주년을 맞아 여성사 연구의 최신 주제들을 각기 원고지 30매 분량으로 다뤘다. 가부장제, 가족, 여성사, 경제사 등 다양한 주제를 넘나든다. 우리 여성사 학계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책이다. 정해은 외 지음. 푸른역사. 2만8900원조사이어 웨지우드영국 도자기 회사 웨지우드 창립자이자 찰스 다윈의 외조부인 조사이어 웨지우드의 전기. 도공의 아들로 태어나 영구적인 장애에도 불구하고 유럽을 대표하는 인물로 성장해 교육·의료·인권운동에 발벗고 나선 그의 생애를 담았다. 새뮤얼 스마일스 지음. 송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