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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책과 삶]박쥐가 의리 지키고, ‘옹알이’하고, 방언도 배운다고?

    우리는 오랫동안 체스를 두는 침팬지나 그림을 그리는 코끼리처럼 인간을 닮은 동물에서만 천재성을 찾아왔다. 하지만 인간이 미처 상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인류가 도달하지 못한 감각의 영역에서 탁월한 성취를 이룬 존재가 있다. 바로 박쥐다. 신간 <천재 박쥐>는 어둠 속에서 진화한 이 다재다능한 생명체의 비밀을 밝히는 과학 논픽션이다.박쥐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 요시 요벨 교수는 20년 넘게 밀림과 사막을 누비며 박쥐의 진짜 얼굴을 추적해왔다. 저자가 안내하는 세계는 놀라움으로 가득하다. 박쥐는 뛰어난 ‘반향정위’ 능력으로 0.1㎜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감지한다. 사냥에 실패한 동료에게 기꺼이 피를 나누어주며 의리를 발휘하고, 인간의 아기처럼 ‘옹알이’를 거쳐 집단 고유의 방언을 학습하는 고도의 사회적 능력을 지니고 있다.책은 우리의 통념을 깨는 진화의 수수께끼도 함께 들려준다. 유전자 분석 결과 박쥐는 ‘날아다니는 쥐’가 아니라 오히려 소나 개에 더 가깝다...

    2026.06.18 20:38

  • [책과 삶]동독, 가장 철저했던 감시국가의 초상
    [책과 삶]동독, 가장 철저했던 감시국가의 초상

    권위주의 국가의 여러 정보기관 중에서도 동독 국가안전부(슈타지)는 규모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동독 국민 1700만명을 감시하기 위해 슈타지는 요원 9만7000명과 정보원 17만3000명을 뒀다. 국민 63명 중 1명꼴로 요원·정보원이 있었으니, 시민 2000명당 1명씩 게슈타포(비밀경찰) 요원을 둔 나치 독일보다 컸다.숫자만 봐도 느껴지는 슈타지의 집요함과 악랄함은, 슈타지에서 일했던 이들과 감시 대상들의 이야기를 통해 생생하게 전해진다. 율리아는 열여섯 살 때인 1982년부터 이탈리아인 남자친구를 만났다는 이유만으로 감시 대상이 됐다. 이후 대학 입학시험부터 취업에 번번이 낙방한다. 슈타지는 율리아의 앞에 연인과 주고받은 편지 사본을 보여주고는 그를 정보원으로 포섭하려 한다.슈타지 출신 하겐 코흐는 친구 결혼식 축하용 소책자 12부를 만든 뒤 ‘음란물 제작 및 복제 혐의’로 체포됐다. 소책자에는 음란한 내용이 없었지만, 체포 당일 코흐가 슈타지에 낸 사...

    2026.06.18 20:38

  • [책과 삶]우리 안의 신을 이해하려 ‘실험’하다
    [책과 삶]우리 안의 신을 이해하려 ‘실험’하다

    산타클로스는 누가 나쁜 아이고 착한 아이였는지 알고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당신의 답은 어떤가. 무의식적으로 ‘그렇다’고 답하게 되지 않을까. 한 가지 더. 산타는 당신이 어젯밤에 물을 몇잔 마셨는지 알고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선뜻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교리적 정통성, 합리성을 따질 필요도 없다. 당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그러하기 때문이다.초자연적 존재, 혹은 절대적 신은 사람들에 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그 지식은 도덕과 관련된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미국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도, 시베리아 남부 평원 지대에 살면서 애니미즘적 토착 종교를 숭배하는 사람들도 신에 대한 생각은 닮아 있다. 지리적 공간과 종교 형태를 불문하고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신을 감시자로 여기는 경향이 드러났다. 신에 대해 보상하는 존재라기보다는 징벌하는 존재로 생각한다는 것이다.신은 무엇을 알고 있을까. 누구나 죽음 앞에서 신을 찾을까. 이 같은 질문과 답...

    2026.06.18 20:38

  • [책과 삶]협력의 산물 ‘도덕’은 어떻게 편 가르기의 기준이 됐나
    [책과 삶]협력의 산물 ‘도덕’은 어떻게 편 가르기의 기준이 됐나

    극단주의와 사회 불평등, 차별과 혐오가 일상이 된 시대다. 보수와 진보의 대립은 화해할 수 없어 보인다. 보편적 가치가 사라진 것 같은 세상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 윤리학을 연구하는 하노 자우어 위트레흐트대 교수가 쓴 <선악의 발명>은 이 같은 질문에 답하기 위해 도덕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간다. 공존의 가능성을 찾으려면 도덕이 어떻게 생겨났고, 어떤 방식으로 인간 사회를 조직해왔는지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책은 인간의 도덕성이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 탐구하는 ‘도덕의 빅 히스토리’다. 500만년 전 협력의 이점을 발견한 인류의 먼 조상부터 불평등의 출현, 근대적 도덕 관념의 형성, 최근의 양극화와 극단주의까지 인류사의 중대한 도덕적 변화를 설명한다. 책에 따르면 도덕은 본질적으로 협력의 산물이다. 인간은 살아남기 위해 타인과 협력해야 했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규범과 처벌, 신뢰의 장치를 발전시켰다. 하지만 도덕은 가까운 사람들과 결속...

    2026.06.18 20:38

  • 구슬픈 아코디언 어울리는 불평등의 시대…“상상력 내 안에 가뒀다”
    구슬픈 아코디언 어울리는 불평등의 시대…“상상력 내 안에 가뒀다”

    “<고래>를 쓸 때는 내가 뭘 쓰는지도 몰랐다. 뻗어나가는 상상력을 그냥 두었다면, 이번 작품은 불평등과 착취 등 현실을 담고 있다 보니 상상력을 억제하고 안에 가둬두려고 노력했다.”소설가 천명관은 17일 서울 마포구 창비 서교빌딩에서 열린 신작 장편 <아코디언>(창비) 기자간담회에서 작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이번 책은 2016년 발표한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 이후 10년 만에 발표하는 장편 소설이다. 2012년 창비 블로그에 ‘길의 노래’라는 제목으로 연재한 작품이나, 단행본으로 묶으며 상당 부분 개작했다.1950년대 서울을 배경으로 거리에 내몰린 아이들의 생존 투쟁을 다룬다. 주인공은 피란길에 엄마의 손을 놓치는 바람에 고아가 된 소년 ‘동이’다. 동이는 위선적인 ‘양 목사’가 거느리는 앵벌이 움막에 정착한다. 이곳에서 앞을 못 보지만 맑은 목소리를 가진 연이, 걷지 못하지만 비상한 기억력을 가진 ‘거북이’ 등...

    2026.06.17 20:25

  • 폐점 때 받은 쿠폰, 5년 뒤 다시 쓴다···불광문고의 작지만 위대한 귀환
    폐점 때 받은 쿠폰, 5년 뒤 다시 쓴다···불광문고의 작지만 위대한 귀환

    오랜 시간 지역 주민과 독자의 사랑을 받다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던 지역서점 불광문고가 폐점 5년 만에 다시 돌아온다.불광문고 수련점 점장 장수련씨는 불광문고 재개점을 준비 중이라고 16일 밝혔다. 과거 불광문고는 문구 매장을 포함해 760㎡(230평) 규모로 서울 은평구 불광역 부근에 있었다. 새로 여는 불광문고 수련점은 198㎡(60평), 역말사거리에 위치한다. 가오픈 예정일은 26일이다.불광문고는 1996년 문을 열어 사랑받은 지역 서점이다. 학교 앞 서점이 전부였던 지역에서 처음으로 단행본을 대거 취급했다. 창작동화, 그림책 등 덜 팔리는 어린이책을 앞세워 진열했다. 소규모 출판사 매대를 따로 마련하고, 베스트셀러 매대에는 순위를 붙이지 않았다. 작가 초청 등 행사를 열어 지역민과 소통했다. 불광문고는 독서인구 감소, 대형·온라인 서점의 득세 등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다가 주민들의 아쉬움 속에 2021년 문을 닫았다.불광동 토박이 장씨는 폐점할 때까지...

    2026.06.17 06:00

  • 세계문학전집 500권 돌파한 민음사, ‘변신 이야기’부터 ‘압록강은 흐른다’까지  28년여의 대장정
    세계문학전집 500권 돌파한 민음사, ‘변신 이야기’부터 ‘압록강은 흐른다’까지 28년여의 대장정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사진)이 500권을 돌파했다. 이 시리즈는 1998년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를 첫 권으로 시작해 약 30년간 이어져왔다. 국내에서 출판사의 단일 문학 시리즈가 500권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민음사는 세계문학전집 500번째 책으로 작가 이미륵의 <압록강은 흐른다>를 펴냈다고 15일 밝혔다. <압록강은 흐른다>는 3·1운동에 가담한 뒤 일제의 수배를 피해 독일로 망명한 이미륵의 자전적 소설이다. 고향에서의 유년 시절, 식민지 조선의 현실, 망명에 이르는 과정 등을 담고 있는 작품으로 1946년 독일의 피퍼출판사에서 출간됐다. 20세기 디아스포라 문학의 고전으로 평가받으며 독일에서는 일부 교과서에도 수록됐다.책이 한국 독자와 처음 만난 것은 1959년 독문학자이자 작가인 전혜린의 번역을 통해서였다. 이번 번역은 안삼환 서울대 독문과 명예교수가 맡았다. 독일어 원문이 지닌 결을 온전히 살려 작품이 품고...

    2026.06.15 20:32

  • [책과 삶]‘읽씹’과 ‘잠수이별’이 경고하는 공동체의 위기
    [책과 삶]‘읽씹’과 ‘잠수이별’이 경고하는 공동체의 위기

    고스팅도미닉 페트먼 지음 | 최리외 옮김 | 동녘 | 200쪽 | 1만6800원연인에게 이별을 통보받는 최악의 방법은 무엇일까. 대판 싸우고 헤어지자는 말을 듣는다면 순간 감정이 북받치겠지만 시간이 흐른 뒤엔 깔끔하게 정리될지 모른다. 오랜 권태기 끝에 지리멸렬하게 헤어진다면 가끔은 생각나겠지만 충격이 크지는 않을 수 있다.순식간에 소식이 끊기는 ‘잠수이별’이라면? 카카오톡 메시지를 읽지 않거나 읽는다 해도 답이 없다. SNS 계정은 삭제됐다. 이별 같기는 한데, 이별이 확실한지 알 수가 없다. 상대가 대체 왜 그러는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최근의 징조나 오래 이어져온 감정들을 하나씩 꺼내보는 수밖에 없다. 내가 무슨 실수를 했나, 연인이 보냈던 암묵적 메시지를 읽어내지 못했나. 연옥과 같은 상태에서 자책감은 이어진다.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 고문’에도 시달린다. 이별의 아픔은 오래도록 지속된다.뉴욕 뉴스쿨 미디어 및 신인문학...

    2026.06.12 06:00

  • [책과 삶]\'옳바른\' \'보다싶이\' 이렇게 쓰는게 맞다구요?···남북 어린이 \'대환장 받아쓰기\'를 상상하다
    [책과 삶]'옳바른' '보다싶이' 이렇게 쓰는게 맞다구요?···남북 어린이 '대환장 받아쓰기'를 상상하다

    남과 북의 어린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받아쓰기를 한다. 한쪽에서 100점짜리가 다른 쪽에선 0점이 될 수 있겠다. 서로 다른 맞춤법 때문이다. 설거지/설겆이, 올바른/옳바른, 보다시피/보다싶이, 젓가락/저가락…. 같은 단어라도 뜻이 다르다. 남한에서 감투는 관직이나 벼슬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면 북한에선 오명이나 누명이란 뜻으로 더 많이 쓴다. 정상회담/수뇌상봉, 단일팀/유일팀처럼 단어는 다른데 같은 뜻을 갖고 있기도 한다. 이 정도면 짐작이라도 한다. 희떱다, 끌끌하다, 두간두간, 왈랑절랑 등에 이르면 외국어인가 싶다.남 표준어·북 평양문화어 간극 점점 커져다른 맞춤법에 완전 생소한 표현들도 많아북한 '진짜 욕설' 등 북한말의 재미 풀어내남한의 표준어와 북한의 평양문화어는 많이 다르다. 그 차이는 점점 커지고 있다. 남한의 대중이 접하는 북한말은 주로 조선중앙방송을 통해 전해지는 ‘막말 성명’이다. “똥집까지 드러낸 늙다리 미치광이의 정체”와 같은 험...

    2026.06.11 21:10

  • [금요일의 문장]고독한 우리를 제발 구원해달라는 인류의 애원
    [금요일의 문장]고독한 우리를 제발 구원해달라는 인류의 애원

    “보이저호의 임무는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아마도 인류의 종말을 넘어서까지 임무를 수행할 가능성이 크다. 이 작은 우주탐사선에는 지구와 지구 생명체들의 소리와 노래, 우연히라도 만나게 될 외계 존재에게 건네는 인사말, 고독한 우리를 제발 구원해달라는 인류의 애원을 담은 황금 레코드가 실려 있다. 작고 연약한 생명체인 인간이 끝없이 확장되는 거대한 우주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음을 인정하면서, 보이저호는 앞으로 뻗은 손과 위를 바라보는 눈앞에 무엇이 더 기다리고 있는지를 궁금해했던 초기 인류의 끝나지 않을 유산을 풀어나가고 있다.” 닐 디그래스 타이슨·린지 닉스 워커의 <무한 그 너머로> 중, 현암사광고문구는 “양자역학은 멀미 나지만 SF는 좋아하는 문과들을 위한 첫 번째 천체물리 입문서”다. 지구의 대기에서 출발해 태양계를 돌아 우주 외곽까지 여행을 떠나는 구성이다. 4만년 전 동굴벽화의 유성과 혜성에서도 보이는 ‘그 너머’에 대한 호기심은 양자물리학의 시...

    2026.06.11 2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