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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그림책]여름날은 팡팡 터지는 축제잖아요
    [그림책]여름날은 팡팡 터지는 축제잖아요

    오후 4시에 친구가 온다면 3시부터 행복해질 거라고 하듯, 어떤 행복은 기다리던 때가 오기 전부터 시작된다. 불꽃놀이가 열리는 날 아이들은 아침에 눈뜨는 순간부터 들뜬다. 아직 밤하늘에 불꽃 하나 피지 않았는데도 마음속은 이미 축제다.불꽃놀이가 열리는 어느 여름날, 자매는 할머니가 차려준 밥을 먹고 집을 나선다. 도시를 물들인 햇빛은 곧 후텁지근한 공기를 만들지만 언니와 동생은 소화전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 사이를 신나게 뛰어다닌다. 공원에 울려 퍼지는 색소폰 연주에 맞춰 몸을 흔들고, 달콤한 수박을 베어 물며 웃음을 터뜨리기도 한다.작가 매슈 버제스는 축제로 물든 아이들의 하루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카티아 친은 이 순간들을 강렬한 색채로 그려냈다. 말간 아침 햇살, 뜨겁게 달궈진 거리, 시원하게 튀는 물방울, 지는 해의 붉은색이 페이지마다 생생하게 살아 있다. 노을이 빌딩 사이로 스며들고 저녁이 가까워질수록 삽화는 더욱 깊은 색을 머금는다.마침내 ...

    2026.06.04 20:39

  • [금요일의 문장]내가 당신의 유적이니까
    [금요일의 문장]내가 당신의 유적이니까

    “만약 정보가 인격일 수 있다면, 내 기억 속의 당신도 인격일 수 있는 거야. 그게 사실이라면 당신은 지금 나와 함께 살고 있는 거야. 내가 당신을 기억하니까. 나와 함께, 나라는 이 생체 컴퓨터 안의 정보 데이터로서. 그러니까 내가 살아 있는 한 당신은 살아 있는 거야. 그래서 나는 계속 살고자 해. 당신을 살게 하기 위해서.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당신을 살게 하기 위해서. 당신이 세상에 존재했다는 증명이자 흔적이 바로 나니까. 내가 당신의 유적이니까.”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수록작 ‘당신에게 가고 있어’ 중, 래빗홀김보영 작가의 ‘스텔라 오디세이 트릴로지’로 불리는 세 단편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당신에게 가고 있어’ ‘미래로 가는 사람들’을 엮은 개정합본판이다. 각각 남자, 여자, 미래세대의 시점으로 쓰였다. 결혼을 앞둔 여자는 지구에서 알파 센타우리에 다녀와야 한다. 항성계를 빛의 속도로 이동하는 여자에겐 8개월여의 시간이지만, 지...

    2026.06.04 20:38

  • [새책]마틴 루서 킹 外
    [새책]마틴 루서 킹 外

    마틴 루서 킹최신 FBI 기밀문서와 인터뷰 수만건을 복원해 마틴 루서 킹의 삶을 돌아본다. 그는 역사가 기억하는 ‘평화주의자’면서, 미 정부가 두려워한 탁월한 ‘전략가’였다. 평화 시위를 이끌었지만 내면에선 회의와 우울증에 시달렸다. 조너선 아이그 지음. 장상미 옮김. 아르테. 4만8000원우리는 왜 무엇인가 해야 할까<한가함과 지루함의 윤리학>으로 화제를 모은 일본 철학자 고쿠분 고이치로의 강의록. 모든 것을 ‘목적’으로 환원하는 사회에 이의를 제기한다. ‘목적에 저항하는 자유’의 의미를 되새긴다. <우리는 왜 즐기지 못할까>도 함께 나왔다. 박영대 옮김. 유유. 1만7000원무지개를 변호하다한국 최초로 커밍아웃한 트랜스젠더 변호사 박한희가 자신의 정체성 형성 과정, 로스쿨 진학, 단계적 커밍아웃과 활동가로 거듭나기까지의 여정을 들려준다. 성확정수술이나 법적 성별 정정 등 복잡한 인권 쟁점을 당사자 입장에서 풀어낸...

    2026.06.04 20:38

  • [책과 삶]광해군에겐 ‘말 전하는 남자’가 있었다
    [책과 삶]광해군에겐 ‘말 전하는 남자’가 있었다

    단종에게 ‘왕과 사는 남자’가 있었다면, 광해군에게는 ‘왕의 말을 전하는 남자’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하서국. 평안도 만포에서 북방 여진을 상대로 통역 업무를 맡아본 향통사였다. 본인은 평민이고 아내는 노비였으니, 그 시절 기준으로 ‘상놈’이었다. 하지만 그는 후금의 도성 허투알라와 조선을 오가며 누르하치와 광해군의 가교 역할을 한 인물이다.<상놈과 국왕>은 명·청 교체기 조선의 외교 정책과 시대 상황을 광해군과 하서국 두 인물을 중심으로 엮어내는 책이다. 만주의 건주여진을 통합한 누르하치는 1616년 후금을 세우고, 명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둘 사이에 낀 조선에서 광해군은 어떻게든 후금과의 전쟁을 피하려 했다. 그 과정에서 후금의 국서를 조선에 전하고, 광해군의 화친 의사를 후금에 전달하는 ‘아바타’로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한 인물이 하서국이었다.책은 광해군의 외교를 ‘중립외교’가 아닌 명에 대한 사대를 유지한 채 후금과 몰래 교섭한 ‘이중외교...

    2026.06.04 20:34

  • [책과 삶]월드컵 ‘죽음의 조’는 언제부터 쓴 말?
    [책과 삶]월드컵 ‘죽음의 조’는 언제부터 쓴 말?

    승리는 공동체의 자부심이 되고 패배는 시대적 좌절의 알리바이가 된다. 공 하나에서 출발한 이 스포츠. 세계를 묶는 만국 공통어가 된 지 오래다. 도시 빈민가 골목길과 소박한 학교 운동장에서 시작된 꿈부터 국가와 기업, 미디어, 자본의 욕망까지 엮어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으로 만든 주인공. 바로 축구다.축구는 경기장과 공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운동이기도 하지만 그 단순함 속에서 작동하는 원리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축구는 언제나 세트플레이처럼 복합적인 구조 속에서 움직여왔다. 역사적 조건이 공간을 만들고, 권력이 움직임을 설계하며, 정치가 그 흐름을 조율하고, 산업이 그것을 하나의 상품으로 완성해왔다.스포츠 사회학자인 저자들은 인류 역사와 함께 태동한 ‘거친 놀이’ 축구가 어떻게 세계적 스포츠로 진화했는지, 권력과 자본과 미디어가 격돌하는 거대한 플랫폼이 되었는지, 월드컵에 숨겨진 정치역학과 팬덤문화는 무엇인지 들여다봤다. 특히 한국에서 축구가 국...

    2026.06.04 20:33

  • [책과 삶]‘성실하게 망해버린’ 청년들의 구제, 국가의 의무다
    [책과 삶]‘성실하게 망해버린’ 청년들의 구제, 국가의 의무다

    ‘성실하게 망해버린 사람들’이라는 부제가 눈을 사로잡는다. 12년 차 도산·손해배상 전문 변호사인 저자는 최근 몇년간 자신의 사무실을 찾는 이들의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다고 느꼈다. “이제 갓 대학을 졸업했거나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몇년 되지 않은 2030 청년들이 (사무실을) 채우기 시작했다.”저자는 사회가 청년들을 빚의 굴레에 묶이도록 내몰고는 모른 척한다고 비판한다. 사회가 부추긴 건 조급증이다. 취업은 어렵고, 직장에 들어가도 노동소득만으로는 ‘내 집 마련’은 꿈꿀 수조차 없다.초반부는 ‘성실하게 망한’ 사례를 재구성해 보여준다. 2억원의 전세사기를 당한 사회초년생 부부의 삶이 어떻게 서로에 대한 원망으로 망가지는지, 학자금 대출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된 20대 청년이 어떻게 신용카드 리볼빙 등 더한 수렁으로 빠지는지를 이야기한다. 빚에 허덕이는 청년은 쉽게 사기 범죄의 표적이 된다.완전무결한 피해자만 있는 건 아니다. 사설 생활비 대출을 받...

    2026.06.04 20:32

  • [책과 삶]‘15분 도시’, 속도가 아닌 장소에 대한 애정이 살아있는 곳
    [책과 삶]‘15분 도시’, 속도가 아닌 장소에 대한 애정이 살아있는 곳

    2021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부터 ‘15분 도시’는 본격적으로 화두가 됐다. 하지만 15분 도시는 교통수단을 늘려 집과 직장, 여러 다른 시설 간의 이동 시간을 줄이는 게 목표가 아니다. 안 이달고 프랑스 파리시장이 2020년 재선 공약으로 발표한 ‘15분 파리’는 ‘집에서 도보로 15분 이내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찾을 수 있는 도시’로 명시됐다. 15분 도시 개념을 정립한 카를로스 모레노 파리1대학 교수는 15분 도시의 핵심 요소가 ‘장소에 대한 애정’이라고 했다.책은 애정을 담아 장소를 지키거나 변화시켜간 사례들을 조명한다. 강원 원주의 아카데미극장 철거를 막으려다 재판까지 받게 된 ‘아카데미의 친구들’, 서울 성동구 송정동의 다가구주택을 3년간 무상으로 빌려 신생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유치한 ‘1유로 프로젝트’, 운동장을 놀이터처럼 꾸미고 1층은 북카페로 지역에 개방한 뒤 학생 수가 조금씩 늘어난 경남 밀양의 밀주초교 등이 소개된다.전북 군산시민문...

    2026.06.04 20:31

  • [새책]재규어의 꿈 外
    [새책]재규어의 꿈 外

    재규어의 꿈베네수엘라를 배경으로 한 3대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 석유의 발견, 독재, 혁명 등 베네수엘라 현대사를 가로지르는 사건들 속에 놓인 인물들의 이야기를 마술적 리얼리즘 스타일로 구현했다. 2024년 페미나상 수상작. 미겔 본푸아 지음. 윤진 옮김. 복복서가. 1만9000원14일팬데믹으로 봉쇄령이 떨어진 뉴욕의 빌라를 배경으로, 방에 갇혀 있던 이들이 옥상에 모여 자신의 이야기를 하게 되는 상황을 그린 소설. 36인 소설가가 저마다의 등장인물을 맡아 서사를 쌓는 방식으로 진행한 독특한 구성의 작품. 마거릿 애트우드 등 36인 지음. 남명성 옮김. 비채. 2만2000원해풍주점일본의 대만 식민통치 시기 강제로 이주해온 원주민들의 터전이자, 시멘트 공장 설립을 앞두고 도시인이 대거 유입되며 위기에 처한 가상의 공간 ‘해풍촌’을 배경으로 한 소설. 역사의 아픔과 개발의 이면을 이야기한다. 우밍이 지음. 허유영 옮김. 비채. 1만8800...

    2026.06.04 20:31

  • 대만 첫 ‘부커상’ 작가 양솽쯔 “이 상을 받아서 대만 향한 압력 알리고 싶었다”
    대만 첫 ‘부커상’ 작가 양솽쯔 “이 상을 받아서 대만 향한 압력 알리고 싶었다”

    “오직 타이완만 가능한 이야기를 어떻게 쓸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고민한다. 타이완을 위해 이 상을 꼭 타고 싶었다.”지난달 20일 부커상 인터내셔널을 수상한 양솽쯔는 역사소설을 쓴다. 주로 대만(타이완)이 일본의 식민 지배에 놓였던 1900년대 초반이 배경이다. 부커상을 수상한 <1938 타이완 여행기>(마티스블루)는 중일전쟁이 한창이던 1938년 식민지 대만에서 1년을 보내게 된 일본 여성 작가 아오야마 치즈코가 통역을 맡은 대만 여성 왕첸허(샤오첸)의 도움으로 현지 곳곳을 여행하며 풍경과 음식을 경험하는 내용이다. 최근 국내 출간된 <꽃 피는 시절>도 1920년대 일제강점기 타이중으로 타임슬립한 현대 소녀의 이야기다. 여성 간 사랑을 다룬 장르 ‘백합소설’과 역사소설을 결합해 주목받았다.비극적 역사의 현장에서 여성들의 목소리를 통해 현대 대만을 돌아보는 소설은 대만만의 독특한 정치사회적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역사 속에서 소외된 ...

    2026.06.01 20:26

  • [책과 삶]‘힙한 극우’는 어떻게 청년을 끌어들이나···‘스벅 사태’가 보여준 위험한 문화정치
    [책과 삶]‘힙한 극우’는 어떻게 청년을 끌어들이나···‘스벅 사태’가 보여준 위험한 문화정치

    극우는 어디서 태어나는가신시아 밀러 이드리스 지음 | 조인석 옮김 | 동아시아 | 404쪽 | 2만원스타벅스 경영진은 고의성을 부정한다지만, ‘탱크’ ‘5/18’ ‘책상에 탁’의 뉘앙스와 연상 작용을 몰랐다면 한국 현대사에 대한 무지, 무감각이 심각한 수준이다. 시민들의 분노는 정당하다.극우들의 반응은 졸렬하다. 혼자서 공부하기도, 여럿이 대화하기도 좋았던 카페 브랜드가 순식간에 극우들의 놀이터가 됐다. 독재자가 머그잔을 든 합성사진, 브랜드 로고인 세이렌이 모는 탱크가 북한·중국 주민을 깔아뭉개는 만화가 인터넷을 떠돈다. 한국만의 현상은 아닌 모양이다. 극단주의를 연구해온 사회학자 신시아 밀러 이드리스가 도널드 트럼프 집권 1기였던 2020년 펴낸 <극우는 어디서 태어나는가>(원제 ‘Hate In The Homeland’)는 극우가 더 이상 고립된 소수 집단이 아니라, 주류에서 당당하고 유쾌하게 활동한다고 본다. 이제 극우는 스...

    2026.05.29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