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섭, 왜곡 번역됐다”…최종덕교수 세미나서 지적

일반인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는 ‘통섭(統攝)’이라는 번역어가 지나치게 과장되고 왜곡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통섭, 왜곡 번역됐다”…최종덕교수 세미나서 지적

최종덕 상지대 교수(철학)는 지난달 말 ‘한국 의철학회’ 여름 세미나에서 발표한 ‘통섭에 대한 오해’라는 글에서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가 번역한 ‘통섭’이라는 말이 학계의 충분한 성찰적 논의 없이 무분별하게 쓰이고 있다”고 밝혔다.

‘통섭’은 ‘사회생물학’(1975)을 저술해 세계적 명성을 얻은 미국의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이 사용한 ‘컨슬리언스(consilience)’를 그의 제자인 최재천 교수가 번역한 말로 ‘인문·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이 벽을 허물고 더불어 넘나든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최종덕 교수는 “윌슨이 ‘컨슬리언스’라는 말을 썼을 때에는 실제로는 대등한 통합이 아니라 인문학이 자연과학에 종속되는 일방향적 통합을 의미했다”며 “하지만 이 용어가 최재천 교수에 의해 번역되면서 원저자의 의도와 다른 방식으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종덕 교수에 따르면 윌슨은 문화적 진화가 생물학적 진화와 서로 피드백 관계로 상호진화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사회학적 현상은 심리학적 현상으로 환원되고, 심리학적 현상은 생물학적 현상으로 환원되고, 궁극적으로 모든 것은 물리학적 현상으로 설명된다는 물리환원주의를 신봉하는 흐름 속에 있다.

하지만 “최재천 교수는 원효의 화쟁사상과 성리학, 최한기의 통섭 등을 거론하며 ‘컨슬리언스’ 개념이 일반인으로 하여금 마치 동등하고 상호적이며 양방향적인 관점의 합일 수준인 양 오해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최종덕 교수는 “만약 최재천 교수가 ‘통섭’을 윌슨처럼 일방향성의 환원적 통합이 아니라 상호적 통합에 있다고 믿는다면 최교수는 ‘컨슬리언스’ 저서의 유명도에 의존하지 말고 최교수의 고유한 정체성으로 태도를 분명히 한 뒤 ‘통섭’의 의미를 전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교수의 ‘통섭’은 윌슨의 책을 번역하면서 얻은 결과라서 분명한 표명이 어려울 것으로 추측한다”며 “그럼에도 분명성을 보여야 하는 것은 최교수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과 같은 ‘통섭’의 활용이 인문학 정신을 오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종덕 교수는 “최재천 교수와 개인적인 감정은 없지만,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권위는 윌슨에게서 빌려오면서 그 뜻을 모호하게 사용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이 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정식 논문을 작성 중이며 최재천 교수와는 언제든 논쟁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손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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