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 "정치인들 한국 소설 읽어야"

김여란 기자

한국 근현대 문학사를 아우르는 <황석영의 한국 명단편 101선>(전10권)이 출간됐다.

소설가 황석영씨(72)가 지난 100년간 발표된 한국 단편소설 가운데 빼어난 작품 101편을 가려 뽑았다. 문학평론가 신수정씨도 이 작업에 함께 했다. 두 사람은 과거 국문학사나 세간의 평가에 따른 선입견 없이 숨겨진 작품까지 발굴했다.

1897년생 작가 염상섭의 ‘전화’로 시작된 선집은 1980년생 김애란의 ‘서른’으로 끝맺는다. 10~11편 소설이 실린 각 권에는 ‘식민지의 어둠’ ‘해방과 전쟁’ ‘폭력의 근대화’ ‘억압과 욕망’ ‘위태로운 일상’ 등 소설이 비춘 당대를 함축하는 제목을 붙였다. 10권 중 8~10권은 1990년대 이후 소설을 다뤄 현재 활동 중인 작가를 대다수 포함시켰다. 지금 우리가 발 딛고 선 시대에 중점을 두자는 취지다.

29일 황석영씨(72)는 서울 마포구 문학동네 카페에서  <황석영의 한국 명단편 101선>(전10권) 출간 기념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문학동네 제공

29일 황석영씨(72)는 서울 마포구 문학동네 카페에서 <황석영의 한국 명단편 101선>(전10권) 출간 기념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문학동네 제공

모든 소설에는 황씨만의 관점을 담은 해설이 붙었다. 우리 문학의 산 증인으로서 황씨만이 아는 작가들의 초상이 녹아 있다. 이태준·박태원·이기영같은 월북 작가들, 리얼리즘 계열로 분류되는 황씨와 다른 문학을 해 온 김동리·황순원 등 작가들에 대한 해석, 전 부인인 홍희담에 대한 이야기도 진솔하게 썼다.

또 이 선집은 한국 근대문학의 시발을 염상섭으로 제시한다. 보통 국문학계가 이광수, 김동인으로 보는 것과 다른 해석이다. 황씨는 “한국 현대는 3·1운동을 분수령으로 시작한다. 염상섭의 ‘만세 전’에서 비로소 근대적 자아가 보인다”고 말했다.

신씨도 “이광수는 여전히 계몽적 자아에 가까워 문학 영역으로 온전하게 들어왔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느냐 생각하고, 김동인의 경우에는 일본 등 외국 문학 번역소설로 아직 우리 말 자체를 제대로 구사할 단계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또 “황 선생이 보는 한국 소설의 본류는 염상섭·채만식·이기영·현진건·김유정으로 이어지지만 박태원·이상 등 작가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으시더라”며 “모더니스트로서의 현실주의자, 양면적 얼굴이 문학사를 대하는 황 선생 시각에서 여실히 드러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황석영 "정치인들 한국 소설 읽어야"

3년에 걸친 이번 기획을 통해 황씨는 한국 문학에 대한 열렬한 사랑을 드러내 보였다. 그는 “자국 소설을 읽는 건 자기 삶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확인하는 일”이라며 “이토록 세련되게 당대를 표현하는 문학을 보라고 제가 감히 얘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소설책을 안 읽은 세대들은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도 모르고 문제가 많다”며 정치인들을 포함한 모두가 우리 문학을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느 기사를 보니 최고 통치자가 마음 약해지니까 소설을 안 본다고 하던데, 그이가 하려는 정치의 내용이 뭔지 우리가 대충 짐작할 수 있어요. 마음이 약해지면 눈물을 닦아주고 싶고 편들어주고 싶을 텐데 그건 안하겠다는 거죠, 독재해야 하니까. 소설을 안 읽고 자란 소위 386들도 메마르고 뻑뻑해요. 물어보면 ‘난 지금 사회과학책 읽을 시간도 없다’고 하죠. 최근 가끔 정치인들을 만나 술을 마시면 ‘책 좀 읽으라, 한달에 소설책 한 권씩 읽고 다음 술자리 와서 얘기 좀 해봐’라고 합니다. 사람들에게 동시대 한국문학을 많이 읽혀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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