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 이젠 흠이 아니라 힘…연예인 ‘덕밍아웃’ 좋아요 “나, 덕후야”

김지원 기자
가수 김희철.

가수 김희철.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건 창피한 일이 아닙니다. 어디서나 당당하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표현하세요.”

지난 2일 가수 김희철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찍은 셀카와 함께 올린 메시지다.

과거 <화성인 바이러스>에서는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 베개를 안고 다니며 여자친구라고 소개했던 ‘덕후(오타쿠) 화성인’이 있었다. 그의 유별난 취향은 방송에서 희화화됐고 한동안 대중 사이에서 그의 이미지는 곧 덕후를 대표하는 이미지가 됐다.

하지만 이제 ‘덕후’ 정체성은 ‘흠’이 아니라 ‘힘’인 시대다. 불과 몇년 사이 덕후의 이미지가 크게 바뀐 것이다. 연예인들은 방송에서 거침없이 자신이 덕후임을 인증하기 시작했고, 덕후 정체성은 오히려 연예인의 매력 포인트가 됐다. 덕후의 이미지가 바뀌는 데 일조한 연예인들과, 연예계에서 ‘덕후 인증’이 어째서 ‘핫’해졌는지 살펴본다.

배우 심형탁.

배우 심형탁.

■‘덕후’임을 내세우는 연예인들

근래 자신의 덕후 본성으로 급격히 인지도를 높인 대표적 연예인은 심형탁이다. <내 딸 서영이> 등 다수의 드라마에 출연한 10여년 경력의 배우이기도 한 그는 안정적인 연기력과 마스크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무명 생활을 면치 못했다. 그러던 그가 갑자기 대중적인 인기를 받기 시작한 것은 <나 혼자 산다> <안녕하세요> 등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부터였다. 그는 예능에서 자신이 일본 애니메이션 <도라에몽> 마니아임을 적극적으로 밝히면서 대중 인지도 차원에서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얻었다.

가수 데프콘 역시 ‘덕밍아웃’(덕후인 것을 드러내는 행동)을 통해 팬층의 외연을 넓힌 경우다. 그는 2013년 <무릎팍도사>에 출연해 덕후임을 드러낸 것을 시작으로 이후 다수의 예능에 출연하면서 자신의 ‘덕력’을 자랑했다. 최근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선 대중에겐 낯설 수 있는 일본 최신 애니메이션을 줄줄 꿰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인기 남성 아이돌그룹 슈퍼주니어의 김희철도 마찬가지다. 그는 본래 그룹 활동 당시에도 덕후임을 자처하며 콘서트에서 좋아하는 캐릭터로 여장을 하곤 했지만, 대중적으로 그가 덕후임을 알릴 기회는 많지 않았다. 그가 본격적으로 덕후 본성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JTBC <아는 형님> 등 예능에 출연하면서다. 그는 방송 중 일본 애니메이션 <러브라이브>의 극중 행동, 말투를 따라하는 등 자신이 덕후임을 여과 없이 드러내며 프로그램의 주 시청층인 젊은 남성들에게 큰 호감을 얻고 있다.

왼쪽부터 가수 김희철, 배우 심형탁, 가수 데프콘.

왼쪽부터 가수 김희철, 배우 심형탁, 가수 데프콘.

■왜 ‘덕후’는 매력적인 존재가 됐나

과거 배척받는 존재였던 덕후가 한 사람의 매력이자 긍정적인 정체성이 된 데는 우선 사회적 변화, 대중 인식의 변화가 크다.

‘키덜트’ 문화가 본격화되면서 더 이상 ‘다 큰 어른’이 애니메이션이나 장난감, 게임 등의 취미를 향유해도 이상한 일로 비치지 않게 된 것이다. 국내 키덜트 시장 규모는 연간 5000억원으로 추산되며 매년 급성장하는 추세다. 나아가 <능력자들> 등 덕후의 의미를 재조명하는 TV 프로그램들이 등장하면서 덕후의 사회적 의미는 과거 ‘화성인’에서 ‘능력자’로 바뀌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를 바탕으로 연예인들의 덕밍아웃이 대중적 공감대, 친근감을 형성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대중은 자신이 즐기는 음지의 문화를 연예인들이 함께 즐긴다는 데서 공감대와 친밀함을 얻는다. 실제 심형탁이 과거 게임·애니메이션 전문 커뮤니티 사이트인 루리웹에 인증글을 올렸을 때 해당 글엔 호감을 표시하는 댓글이 수백개나 달리기도 했다.

한 방송국 관계자는 “인터넷 커뮤니티가 발달하면서 자연스럽게 ‘하위문화’가 대중문화에 녹아드는 추세”라며 “연예인이 자신의 숨겨진 취향을 드러냈을 때 거부감보단 호감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고, 나아가 대중에게 좀 더 내밀한 친숙함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덕후

일본어 ‘오타쿠(お宅)’ 단어를 한국식으로 발음한 조어. 본래 일본어 뜻은 ‘집’이란 의미지만 취미 생활을 위해 대외 교류 없이 집에만 붙어 있는 사람을 속된 말로 이르는 단어이기도 하다. 과거엔 대체로 부정적인 의미로 쓰였지만 최근엔 ‘한 분야에 깊이 몰두하는 마니아’란 의미에서 긍정적인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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