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힌두교서 소라고 다 같은 소는 아니다…‘소의 천국’ 인도서도 물소는 몸보신용

박경은 기자

힌두교선 소에도 ‘계급?’

인도의 한 마을을 자유롭게 활보하는 소. 경향신문 자료사진

인도의 한 마을을 자유롭게 활보하는 소. 경향신문 자료사진

힌두교 하면 누구나 떠올릴 법한 동물이 있다. 바로 소다. 인구의 80% 이상이 힌두교도인 인도에서는 거리를 어슬렁거리며 다니는 소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차도, 사람도 소의 활보를 방해할 수 없는, 소의 천국이다. 소를 먹거나 다치게 하는 것 역시 상상할 수 없다. 상당수 주에서는 소 도축과 판매가 법으로 금지돼 있다.

힌두교에서 소를 숭배하며 신성시하는 이유는 뭘까. 힌두교에서는 수십억의 신이 만물에 깃들어 있다고 믿는데 특히 소의 몸에 많은 신들이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에는 실용적인 이유가 크게 작용한다. 초기 힌두교 경전인 ‘베다’에는 축제에서 소를 잡아 나누어 먹었다는 기록이 나온다. 그러다가 소를 보호하게 된 것은 인도가 농경사회로 진입하면서 농사에 큰 역할을 담당하는 소의 중요성과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 어느 동물보다 농사에 요긴할 뿐 아니라 소의 몸에서 나오는 우유와 버터는 중요한 영양 공급원이 됐다.

특히 우유를 생산하는 암소는 배고픈 농민들에게 여신이나 어머니 같은 존재로 인식됐다. 심지어 소의 배설물까지도 말려서 연료나 건축자재로 사용할 만큼 쓸모가 많은 존재였다.

대중들의 소를 향한 애착을 꿰뚫어 본 당시 지배계층 브라만은 힌두교의 확산을 위해 소의 신성성을 더 강조했고 인도에서 힌두교는 불교 등 경쟁 종교를 제치고 주류 종교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소라고 다 같은 소는 아니다. 인도가 원산인 브라만(Brahman)종 소는 숭배의 대상이 된다. 이 소는 어깨에 혹이 있어 ‘혹소’라고도 불리는데 우유를 생산하는 암소의 지위가 가장 높다. 세계 문화권의 금기음식에 대해 정리한 <왜 그 음식은 먹지 않을까>(정한진 지음·살림지식총서)라는 책을 보면 힌두교도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신인 자비의 신 크리슈나가 암소의 보호자로 그려진다고 쓰고 있다.

이 때문에 힌두교도들은 암소 앞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보호받는다고 믿어왔다. 물론 암소가 아니더라도 도축을 하거나 먹는 것은 금지된다.

하지만 먹어도 되는 소가 있다. 즉 신성한 것으로 여겨지지 않는 소가 있는데 바로 버펄로(물소)다. 물소가 이 같은 취급을 받는 것은 죽음의 신인 ‘야마’가 타고 다니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물소를 먹는 것에 대해서는 저항감이 없다.

재미있는 것은 물소 덕분에 인도가 세계 최대 소고기 수출국이라는 사실이다. 5000만마리의 물소가 도축을 위해 사육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2014년 인도는 208만2000t의 소고기를 수출했다. 이는 전 세계 ‘물소고기’의 40%를 넘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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