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무한지대’ 내 취미·관심사가 내 가치를 높여준다

고희진 기자

‘1인 미디어계 유재석’ 대도서관 나동현씨가 말하는 1인 방송

1인 미디어 창작자 ‘대도서관’(본명 나동현)이 지난 19일 경기 성남시 분당 자택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유명종PD yoopd@khan.kr

1인 미디어 창작자 ‘대도서관’(본명 나동현)이 지난 19일 경기 성남시 분당 자택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유명종PD yoopd@khan.kr

최근 1인 미디어에 대한 사회의 시선은 양극단을 달린다. 콘텐츠 시장의 변화를 이끄는 선두주자로 선망하는가 하면, 한편에선 저질 콘텐츠의 온상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특히 얼마 전 한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에서 발생한 ‘살인 예고 생중계’ 논란 이후, 1인 방송에 대한 규제 목소리도 높다. 그러나 갑론을박 속에서도 1인 방송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6년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조사’를 보면 청소년 4명 중 1명(26.7%)이 일주일에 한 번 이상 1인 방송을 본다. 1인 미디어 창작자를 꿈꾸는 이들도 많다. ‘1인 미디어계 유재석’으로 불리는 ‘대도서관’(본명 나동현·39)은 콘텐츠 정기 구독자가 157만명에 이르는 스타다. 그는 1인 방송의 현재와 미래를 어떻게 볼까. 지난 19일 경기도 성남 그의 자택에서 만났다.

■ 1인 미디어 폭력성, ‘자연 도태될 것’

대도서관(대도)은 주로 밤 9시에서 새벽 2시 사이에 생방송을 진행한다. 인터뷰 전날엔 방송인 타일러 라쉬와 함께 게임을 소개하고 중계하는 콘텐츠를 방송했다. 대도의 게임 방송은 다른 게임 채널과 달리 시청자 연령대가 다양하고 여성 참여자도 많다. 이 때문에 채팅창에도 과도한 욕설이나 비방 댓글이 많지 않다.

- 1인 방송은 어떻게 시작했나.

“처음에 한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에서 게임을 중계하면서 시작했다. 게임 방송이지만, 게임 공략 방법보단 여기에 예능적 요소를 결합한 스토리가 있는 방송을 했다. 내용이 어렵지 않고, 진행하는 나도 과도한 표현이나 욕설은 최대한 자제하다 보니 여성 시청자도 많아지고 나이 많은 분들도 많이 찾아주시는 것 같다.”

- 최근 유튜브에서 한 남성이 ‘남성을 비하하는 방송을 한다’는 이유로 한 여성 유튜버를 위협하는 내용을 생중계했다. 그 외에도 1인 방송의 선정성을 두고 시끄럽다.

콘텐츠 ‘무한지대’ 내 취미·관심사가 내 가치를 높여준다

“잘못된 것에 대해서는 잘못했다고 지적하는 게 맞다.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라고 생각한다. 하루에 인터넷에 올라오는 동영상의 양이 얼마인지 가늠도 안된다. 문제가 된 일들은 따져보면 그중 정말 일부 사건이다. 앞으로 자정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제 자극적인 콘텐츠는 오히려 수익성이 떨어지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광고주들 역시 광고가 문제 되는 영상에 붙기를 원치 않는다. 규제는 사실상 모든 콘텐츠를 제어할 수도 없고 현실적으로 힘든 부분이 많다.”

- 생방송 진행자들이 시청자에게 돈을 받기 위해 선정적으로 연출한다는 지적도 많다.

“후원받는 게 나쁜 건 아니다. ‘크라우드 펀딩’이다. 문제는 제한이 없다는 거다. 이 직업이 연예인이랑 비슷하다. 시청자들이 나한테 빠져들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일순간 사랑이든 존경이든 어떤 감정을 느껴서 돈을 낼 수도 있다. 구조가 나쁜 건 아니지만,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방법이 필요하긴 하다. 후원금 수익의 90%는 시청자의 2~3%에서 나온다. 진행자 입장에서도 시청자 후원금에 의존하는 건 좀 불안한 일이다.”

- 청소년 시청자가 많아 사회적 우려가 큰 것 같다.

“맞다. 하지만 언론의 잘못도 있다. 1인 미디어는 크게 생방송을 진행하는 비제이(BJ)와 편집된 동영상을 올리는 기획자로 나뉜다. 사실 내가 1인 미디어로서 더 큰 세상을 만나게 된 건 이 기획자의 영역을 통해서다. 그런데 대부분 언론에서 ‘1인 미디어=생방송을 하는 비제이’라는 식으로 얘기한다. 그러다 보니 어린 친구들이 ‘1인 미디어 해서 돈 많이 벌고 유명해지려면 생방송을 해야 하는구나, 그럼 자극적인 콘텐츠 만들어야 하는구나’ 오해한다. 초등학생에게 생방송을 시키는 건 위험한 일이다. 이들이 1인 미디어에 접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꾸준히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의 기획된 동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거다. 이 과정에서 창의성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문제는 어른들이 이 분야를 모르니까 아이들에게 조언을 해줄 수 없다는 것이다. 함께 고민할 문제다.”

■ 1인 미디어 열풍, 시대의 자연스러운 변화

대도는 1인 미디어의 출현은 단순한 ‘콘텐츠 혁명’이 아니라 ‘유통 혁명’이라고 말한다. 세상에 글을 잘 쓰고,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은 많지만 기회를 얻어서 누구나 작가가 되거나 만화가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누군가가 책을 만들고 유통을 시켜줘야 하는데 1인 미디어가 그런 역할을 하는 셈이다. 판교에 있는 그가 집에서 영상을 만들어 올리면 이제 전 세계 사람들이 쉽게 볼 수 있다.

- 1인 콘텐츠는 기성 미디어 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1인 미디어는 열풍이 아니고 시대의 자연스러운 변화이다. 지금 우리의 관심사와 취미는 무한대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TV에 있는 수백개의 채널에서도 감당이 안될 정도다. 이 취미와 관심사들은 어디에서 소비될 수 있을까? 1인 미디어가 이런 문화를 수용할 통로를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 한편에선 기존 미디어가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보지만 거꾸로 기존 미디어의 위상과 퀄리티는 점점 더 높아질 것이다. <프로듀스101>만 봐도 그렇지 않나. 다만, 기존 미디어와 1인 미디어의 장점을 결합한 새로운 프로그램이 생길 것이라고 본다. 나영석 PD가 참 대단한데 1인 방송의 장점을 잘 차용해서 새로운 프로그램들을 만들고 있다. 나 역시 ‘대도박스’ 등에서 공중파와 1인 미디어의 협업을 시도하고 있다.”

- 1인 미디어를 꿈꾸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방송을 하는 데 비용이 크게 들지 않는다. 망한다고 인생이 크게 타격받을 일은 아닌 거다. 그러니 작은 용기를 내서 새로운 삶의 방향을 발견할 수 있다면 1인 미디어 방송은 좋은 분야라고 생각한다. 1인 미디어 이후 또 무엇인가 생겨나겠지만 확실한 건 취미와 관심사가 자신의 가치를 더욱 높여줄 거라는 점이다. 본인의 관심사를 부끄러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현실적인 제약으로 주머니 속에 꼭꼭 숨겨뒀던 작은 것들이 꺼내보면 결국 유용한 ‘지폐’일 수 있다는 걸 생각해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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