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 화산이 몇개 있습니까”라 묻는다면 뭐라 대답하시겠습니까. 그걸 질문이라고 하냐고 하겠지요. 백두산과 한라산, 두 곳이 아니냐고…. 그러나 아닙니다. 한 곳이 더 있습니다. 그것도 한반도 중심부에 있습니다.
지금은 북한 땅이지만 철원의 다소 높은 산성이라면 멀리서나마 볼 수 있는 곳에 있습니다. 그 산의 해발은 453m밖에 안됩니다. 오리산입니다. 그렇게 구릉처럼 야트막한 산이 무슨 화산이냐고 묻겠지요. 그러나 맞습니다. 화산입니다. 그것도 200만 년 전부터 무려 10차례나 폭발한 화산입니다.
무슨 화산이 그렇게 작냐고요? 화산폭발엔 두 종류가 있습니다. 백두산이나 한라산처럼 용암과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는 중심분출이 있습니다. 이 경우 폭발하는 용암의 점도가 강해서 백두산과 한라산 같은 엄청난 크기의 화산을 낳지요. 그러나 화산폭발 중에는 용암이 꾸역꾸역 흘러나오는 이른바 열하분출도 있습니다. 이 경우 용암의 점성은 약해서 먼 곳까지 흘러가지요. 그러니 분화구 주변의 화산체는 작지만 주변에는 엄청난 양의 용암이 흐르게 됩니다. 이것이 같은 화산인데 백두산과 한라산에 비해 오리산의 해발이 453m밖에 안되는 이유입니다.
거대한 용암의 바다가 식으면 엄청난 평야지대가 되겠지요. 그것이 철원·평강·회양의 2억평에 달하는 평야입니다. 용암이 낮은 곳을 찾아 흐르면 강이 되겠지요. 그것이 한탄강과 임진강입니다. 30만 년 전 고인류가 수렵채집활동을 했던 곳입니다. 전곡리 구석기유적이 그것이지요. 오리산에서 터진 화산폭발은 어머니의 탯줄 같았고, 한탄강과 임진강은 어머니의 젖줄 같았지요.
게다가 임진강 한탄강은 한반도 전체를 경영하려는 남북세력은 누구나 건너야 할 요처였지요. 지금도 남북한이 반드시 차지해야 할 요충지가 수두룩 하지 않습니까. 지형이 바뀌지 않는 한 2000년 전이나 지금이나 군사요새가 되었겠지요. 무엇보다 용암이 흘러 생긴 현무암이 침식과 풍화작용을 겪으며 필설로 다할 수 없는 주상절리와 수직단애를 이뤘습니다.
지금 한탄강과 임진강을 가보면 ‘한국의 그랜드캐니언’이라고 할만한 광경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길을 가다가 무심코 수풀을 헤쳐보면 바로 그곳에 20~30m 주상저리 수직단애가 4~5m씩 전개되지요. 엄청난 광경입니다. 저 혼자만 볼 수 없어, 이렇게 팟캐스트에서 소개합니다. ‘이기환의 흔적의 역사’ 팟캐스트 154회는 ‘한탄강 임진강에서 본 한국의 그랜드캐니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