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환의 흔적의 역사
이기환의 흔적의 역사

이기환

역사 스토리텔러

“한반도에 화산이 몇개 있습니까”라 묻는다면 뭐라 대답하시겠습니까. 그걸 질문이라고 하냐고 하겠지요. 백두산과 한라산, 두 곳이 아니냐고…. 그러나 아닙니다. 한 곳이 더 있습니다. 그것도 한반도 중심부에 있습니다.

지금은 북한 땅이지만 철원의 다소 높은 산성이라면 멀리서나마 볼 수 있는 곳에 있습니다. 그 산의 해발은 453m밖에 안됩니다. 오리산입니다. 그렇게 구릉처럼 야트막한 산이 무슨 화산이냐고 묻겠지요. 그러나 맞습니다. 화산입니다. 그것도 200만 년 전부터 무려 10차례나 폭발한 화산입니다.

무슨 화산이 그렇게 작냐고요? 화산폭발엔 두 종류가 있습니다. 백두산이나 한라산처럼 용암과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는 중심분출이 있습니다. 이 경우 폭발하는 용암의 점도가 강해서 백두산과 한라산 같은 엄청난 크기의 화산을 낳지요. 그러나 화산폭발 중에는 용암이 꾸역꾸역 흘러나오는 이른바 열하분출도 있습니다. 이 경우 용암의 점성은 약해서 먼 곳까지 흘러가지요. 그러니 분화구 주변의 화산체는 작지만 주변에는 엄청난 양의 용암이 흐르게 됩니다. 이것이 같은 화산인데 백두산과 한라산에 비해 오리산의 해발이 453m밖에 안되는 이유입니다.

☞ ‘이기환의 흔적의 역사’ 팟캐스트 듣기

거대한 용암의 바다가 식으면 엄청난 평야지대가 되겠지요. 그것이 철원·평강·회양의 2억평에 달하는 평야입니다. 용암이 낮은 곳을 찾아 흐르면 강이 되겠지요. 그것이 한탄강과 임진강입니다. 30만 년 전 고인류가 수렵채집활동을 했던 곳입니다. 전곡리 구석기유적이 그것이지요. 오리산에서 터진 화산폭발은 어머니의 탯줄 같았고, 한탄강과 임진강은 어머니의 젖줄 같았지요.

게다가 임진강 한탄강은 한반도 전체를 경영하려는 남북세력은 누구나 건너야 할 요처였지요. 지금도 남북한이 반드시 차지해야 할 요충지가 수두룩 하지 않습니까. 지형이 바뀌지 않는 한 2000년 전이나 지금이나 군사요새가 되었겠지요. 무엇보다 용암이 흘러 생긴 현무암이 침식과 풍화작용을 겪으며 필설로 다할 수 없는 주상절리와 수직단애를 이뤘습니다.

지금 한탄강과 임진강을 가보면 ‘한국의 그랜드캐니언’이라고 할만한 광경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길을 가다가 무심코 수풀을 헤쳐보면 바로 그곳에 20~30m 주상저리 수직단애가 4~5m씩 전개되지요. 엄청난 광경입니다. 저 혼자만 볼 수 없어, 이렇게 팟캐스트에서 소개합니다. ‘이기환의 흔적의 역사’ 팟캐스트 154회는 ‘한탄강 임진강에서 본 한국의 그랜드캐니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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