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더 왕·오르페우스·하데스…뮤지컬로 다시 쓰는 신화

김효정 공연 칼럼니스트
입력2019.05.08 16:44 입력시간 보기
수정2019.05.08 18:23

뮤지컬 속 신화 이야기

2019년 5월 4일 미국 캘리포니아 로즈볼 스타디움에서 월드투어를 시작한 방탄소년단은 그리스 신화 속 인물 디오니소스에게서 영감을 받은 곡 ‘디오니소스’로 공연을 시작했다.|빅히트엔터테인먼트

2019년 5월 4일 월드투어를 시작한 BTS는 전 세계적 인기만큼 멋진 무대 연출로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로즈볼 스타디움 오프닝 무대에는 거대한 표범 동상이 올라와 눈길을 끌었는데, 공연이 시작하자 표범이 움직이며, 그리스 신전과 같은 무대 속에서 BTS가 등장했다. BTS는 새 앨범의 수록곡인 ‘디오니소스Dionysus’를 부르며 무대를 꾸몄는데, 그리스 신화 속의 풍요와 기쁨, 광란의 신인 디오니소스에게서 영감을 받은 곡이다. TV 만화 <올림포스 가디언>의 세대라면 벌써 눈치를 챘겠지만 표범은 디오니소스를 상징하는 것들 중 하나이다. BTS의 콘서트뿐 만 아니라 신화는 영화, 소설, 음악 등 다양한 콘텐츠에 녹여져 인류에게 즐거움을 선사해왔다.

뮤지컬 속에서도 신화를 다룬 작품은 있었다. 리처드 로저스의 외손자이자 브로드웨이의 황태자라 불리는 작곡가 아담 게틀은 뮤지컬 <플로이드 콜린스>, <라이트 인 더 피아자> 등의 작품으로 큰 사랑을 받아왔다. 뮤지컬계의 금수저이자 손드하임의 뒤를 잇는 포스트 손드하임 세대의 대표 인물로 손꼽히는 그는, 1998년 레뷔 형식의 송 사이클 ‘신화와 찬가Myths and HymnsO’를 발표한다.

오프브로드웨이 버전으로 퍼블릭 시어터에서 16회의 짧은 공연을 통해 깊은 인상을 남긴 이 작품은, 큰 줄거리 없이 6명의 가수가 그리스 신화 속 이카루스, 시시포스 등의 인물을 새롭게 해석해 노래한다. 일렉트로닉 재즈부터 피아노 발라드, 가스펠, 중세 종교음악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으로 작곡가의 천재적 역량을 맘껏 보여주는 작품이다. 아담 게틀 본인을 비롯해 배우 오드라 맥도날드, 맨디 파틴킨, 크리스틴 체노웨스, 빌리포터 등 쟁쟁한 브로드웨이 스타들이 1999년 음반 리코딩에 참여해 아직까지 회자되고 있다.

이처럼 전 세계 각지의 오랜 신화들은 좋은 이야기와 음악의 자양분임이 틀림없다. 해외와 국내에서 올해 기대작으로 주목받고 있는 두 작품 역시 신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신화를 소재로 한 뮤지컬 신작들을 만나보자.

“오르페우스의 죽음을 뛰어넘는 사랑, <하데스 타운>”

그리스 신화 오르페우스와 하데스의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차용한 브로드웨이의 신작 <하데스 타운>은 토니어워즈 1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가장 뜨거운 작품으로 주목받는 중이다.|Mattew Murphy

2019년 4월 30일에는 2019 토니어워즈 후보자 발표가 있었다. 뮤지컬 <비틀주스>, <더 프롬>, <투시>, <오클라호마!> 등 낯익은 작품들이 노미네이트된 가운데 가장 화제가 된 작품은 <하데스 타운>이었다. 뮤지컬 <하데스 타운>은 2019 토니어워즈에서 베스트 뮤지컬상을 포함한 무려 14개 부문 노미네이트되면서, 4월 17일 오프닝 공연 이후 더욱 주목받는 브로드웨이 신작이 되었다.

신기하게도 이 작품은 제작부터 국내·외의 게임 팬들의 이목을 먼저 끌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뮤지컬 프로듀서로 데뷔한 클리프 블레진스키 때문. 그는 게임 업계에서 이름을 날린 이로 전 세계적으로 대박 친 게임 ‘기어즈 오브 워’의 개발자로 유명하다. 지난해 게임업계에서 물러나고 곧장 브로드웨이행을 시사해서 눈길을 끌었는데, 바로 뮤지컬 <하데스 타운>의 공동제작자로 참여한 것. 게임 ‘로브레이커즈’의 폭망 이후, 본인의 스튜디오는 접었지만, 평소 연극과 뮤지컬의 광팬이었던 그는 또 다른 꿈의 날개를 단 셈이다.

뮤지컬 <하데스 타운>은 가수 아나이스 미첼의 포크·오페라 앨범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그가 작곡, 작사, 대본에 직접 참여하며, 2016년 봄, 뉴욕시어터워크숍을 통해 오프브로드웨이 버전으로 시작했다. 2017년 캐나다 에드먼튼의 시타델시어터, 2018년 런던의 내셔널시어터에서 공연된 후, 올봄 브로드웨이 월터커시어터 무대에 오른 따끈따끈한 뮤지컬이다.

<하데스 타운>은 제목에 알 수 있듯 그리스 신화 속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 그리스 신화의 두 개의 사랑 이야기,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그리고 하데스와 그의 아내 페르세포네의 이야기가 엮여있다. 그리스 신화 속에서 노래와 리라 연주로 동물들에게까지 감동을 전한 오르페우스는 사랑하는 아내 에우리디케가 뱀에 물려 죽자 저승으로 내려가 하데스를 감동시키고 다시 지상으로 데려올 수 있었다. 그러나 지상에 도달하기까지 절대로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 아내를 데려오지 못한다.

<하데스 타운>에서 오르페우스 역의 리브 카니(왼쪽)와 에우리디케 역의 에바 노블자다.|뮤지컬 <하데스 타운> 공식 홈페이지

뮤지컬에서 오르페우스 역은 뮤지컬 <스파이더맨>의 주연이었던 리브 카니가 맡았으며, 오르페우스의 리라는 기타로 바뀌었다. 한국에서는 배우 홍광호가 출연해 잘 알려진 <미스 사이공: 25주년 특별 공연> 실황에서, 주인공 킴을 연기하며 제2의 레아살롱가로 각광받은 배우 에바 노블자다가 에우리디케 역을 맡았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웨스트엔드와 브로드웨이를 사로잡은 에바는 이번 토니어워즈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되면서 그 실력을 입증받고 있는 중이다. 토니어워즈 남우조연상에 노미네이트된 패트릭 페이지가 하데스 역을, 같은 부문에 함께 노미네이트된 안드레 드 쉴즈가 에르메스 역을 맡았다. 하데스의 아내인 페르세포네 역은 엠버 그레이가 맡아 저승의 지배자 하데스의 카리스마에 밀리지 않는 개성 넘치는 연기를 보여준다.

창작자 아나이스 미첼은 이 작품을 디벨롭하면서, 공간을 독특하게 살릴 연출을 원했는데, 뮤지컬 <나타샤, 피에르 앤 1812 그레잇 코멧(Natasha, Pierre and the Great Comet of 1812)>를 연출한 레이첼 차브킨이 합류하며 작품의 완성도가 높아졌다. 밴드를 무대 위에 노출하고, 원형의 심플한 회전 무대와 조명을 통해 오르페우스의 긴 여정과 하데스의 세계를 효과적으로 연출했다는 평을 받는 중이다. 또한, 두 사람은 미국의 전통적인 포크 음악에 뉴올리언스의 재즈를 그리스 신화와 섞어 <하데스 타운>만의 장르를 만들었다고. 이미 올해 토니어워즈에서 가장 유력한 베스트 뮤지컬로 점쳐지는 이 작품이 과연 6월 그 영광을 차지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엑스칼리버>로 변주될 아더 왕의 전설”

뮤지컬 <엑스칼리버>는 브리튼의 영웅 아더왕의 신화를 다른 작품으로 배우 카이, 김준수, 도겸이 캐스팅되어 기대를 받고 있다.|EMK뮤지컬컴퍼니

브로드웨이에서 <하데스타운>이 주목받고 있다면, 올해 국내 기대작 중 상반기 초대형 작품은 <엑스칼리버>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캐스팅이 흥행의 가장 큰 척도가 되는 한국 시장에서 뮤지컬 <엑스칼리버>는 이미 그 우위를 차지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뮤지컬계의 흥행 보증수표로 자리 잡은 배우 김준수와 카이, 엄기준, 이지훈을 필두로 실력파 뮤지컬 배우 신영숙, 박강현, 장은아, 김소향 등이 출연한다. 여기에 더해 아이돌 세븐틴의 메인보컬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도겸이 주연 아더 역에 트리플 캐스팅되어 화제를 더하고 있다.

아더왕은 5~6세기 고대 브리튼 왕국에 실존하는 왕이었다고 전해지지만, 증명된 바는 없는 신화적 인물이다. 그의 흥미로운 이야기는 후세 음유시인들과 문학가들의 사랑을 받아, 특히 문학과 예술로 기록되어 왔으며, 오늘날에는 영화, TV 시리즈 등 다양한 콘텐츠로 변주되고 있다. 이미 앞서 같은 소재의 프랑스 뮤지컬 <킹아더>가 공연되고 있기도 하다.

아더왕의 이야기는 수많은 전설로 가득하지만, 가장 잘 알려진 에피소드는 엑스칼리버, 성배, 원탁의 기사, 기네비어와의 러브스토리가 대표적이다. 이번 뮤지컬<엑스칼리버>에서도 엑스칼리버를 뽑은 아더가 왕으로 추앙받으며, 랜슬럿과 함께 카멜롯을 건설하는 여정 속에서 기네비어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가 메인 플롯으로 등장할 예정이다. 기존의 뮤지컬 넘버에 더해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이 새로 작곡한 11개의 넘버가 추가될 예정이며, 대규모 무대 연출과 마법이 돋보이는 판타지적 무대를 위한 특수효과를 준비하고 있다고.

특히 여느 작품과 달리 해외 무술감독이 크레딧에 올라 눈길을 끈다. 마르셀로 마라스칼치 무술감독은, 27명의 앙상블, 38명의 학생 앙상블, 7명의 주연배우가 모두 등장하는 아더왕과 색슨족의 대규모 전투 장면을 위해, 영화 <엑스칼리버>, 미드<왕좌의 게임>를 참고하고 있으며, 처절한 전사들의 빗속 액션 장면을 관객들의 눈앞에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과연 어떤 작품이 탄생할지 궁금하다면 2019년 6월 1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뮤지컬 <엑스칼리버>
2019.06.15 ~ 2019.08.04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기본가 7만 ~ 15만 원
8세 이상 관람 가능
카이, 김준수, 도겸, 엄기준, 이지훈, 박강현, 신영숙, 장은아, 김준현, 손준호, 김소향, 민경아, 조원희, 이종문 등 출연

<김효정 공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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