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뮤지컬 영화 3선
아직 오월의 장미가 채 지지도 않았는데, 본격 더위가 시작되었다. 뜨거운 햇살과 휘몰아치는 비바람이 변주를 부리니 더할 나위 없는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듯하다. 다가올 무더위에 앞서 바캉스 계획을 세우는 이들이 많을 터. 국내·외 여행 계획부터, 친구, 가족과 함께 떠나는 호캉스까지 다양한 여행이 있지만, 집순이, 집돌이에겐 집캉스만큼 좋은 것도 없다. 수박 한 통을 옆구리에 끼고, 좋아하는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는 것만큼 편안한 휴식이 있을까.
최근 극장가에는 영화 <알라딘>이 박스오피스를 점령하며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디즈니 라이브액션 시리즈 중에서 가장 수작이라고 평가를 받으며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는 중. 영화 초창기 시절만큼 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몇 년 전부터 뮤지컬 영화가 전 세계에서 히트를 치며, 또 다른 흥행 장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뮤지컬과 영화는 서로 뗄 수 없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미국 대중문화에서 중심이었던 뮤지컬은 영화 초창기 시절 뮤지컬 영화로 넘어가고, 이후 영화가 대중적인 인기를 끌며 뮤지컬은 브로드웨이의 관광 상품으로 자리 잡는다.
국내에서도 영화 산업의 부흥에 힘입어 뮤지컬도 영화와 같은 발전단계를 거쳐 뮤지컬 산업으로 정착하려는 노력이 지난 십여 년간 이어져 오고 있다. 최근 <레 미제라블> <겨울 왕국> <라라랜드> <위대한 쇼맨> <보헤미안 랩소디>부터 디즈니 라이브액션 <미녀와 야수> <메리포핀스 리턴즈> <알라딘> <로켓맨>까지 극장가에 음악 열풍이 끊이지 않는 중. 여기에 더해 존 파브로 감독의 <라이온 킹>과 톰 후퍼 감독의 <캣츠>가 올해 개봉할 예정이고, 스티븐 달드리 감독의 <위키드>와 존M.추 감독의 <인 더 하이츠>가 2020년 개봉을 발표했다. 국내에서도 안중근 열사의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영웅>이 영화로 변신해 크랭크인을 앞두고 있다. 윤제균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뮤지컬에서 안중근 역을 연기했던 정성화가 영화에서도 주인공을 맡는다. 어느 때보다 뮤지컬 영화의 열품이 뜨거운 지금, 집캉스로 즐기기 좋은 추억의 뮤지컬 영화 3편을 소개한다.
스티븐 스필버그도 사랑한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레너드 번스타인의 작곡, 아서 로렌츠의 대본, 스티븐 손드하임의 작사, 제롬 로빈스의 안무와 연출은 뮤지컬에서 다시는 만날 수 없는 드림팀으로 유명하다. 이들이 모여 만든 1957년 뮤지컬 <웨스트사이드 스토리>는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에 당시 시대상을 반영해 만들었다. 뉴욕 뒷골목 이민자의 이야기를 넣어 이탈리아계의 제트파, 푸에르토리코계의 샤크파의 다툼 속에 주인공 토니와 마리아의 비극적인 사랑이 담겨있다. 이 작품은 1961년 나탈리 우드와 리처드 베이머 주연의 영화로 제작되어 11개 부문의 아카데미상을 수상한다.
오랫동안 이 고전 작품을 흠모해온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올여름 이 작품을 새롭게 리메이크해 본격 촬영에 돌입할 예정이다. 주인공에는 영화 <베이비 드라이버>로 잘 알려진 배우 안셀 엘고트가 토니 역에, 그리고 신인 배우 레이첼 지글러가 마리아 역을 맡는다. 레이첼은 콜롬비아계 미국인으로 17세의 어린 나이에 3만 대 1의 오디션을 뚫고 발탁되었다. 또한 원작 영화에서 아니타 역을 맡아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던 배우 리타 모레노가 이번 영화에 참여할 예정이다. 그는 제작자로서 함께하는 동시에, 원작에서 주인공 토니가 일하는 코너 가게의 주인인 닥 역을 새롭게 재구성한 역할로 등장한다. 스필버그의 <웨스트사이드 스토리>를 스크린에서 확인하기 전, 미리 제롬 로빈스와 로버트 와이즈 감독의 1961년 영화를 봐두는 것은 어떨까.
■ 울버린에서 벗어난 휴 잭맨? 뮤지컬 <뮤직맨>
영화 <뮤직맨>은 전형적인 뮤지컬 로맨틱 코메디의 정석을 보여준다.|네이버 영화
제34회 아카데미상을 <웨스트사이드스토리>가 휩쓸었다면, 이듬해 제35회 아카데미상에서 음악상을 수상한 작품은 바로 <뮤직맨>이다. 우리에겐 좀 낯설지만, 1957년 공연된 메러디슨 웰슨의 원작 뮤지컬을 영화화해, 1962년 미국 영화계 히트작에 손꼽히며 비평가들의 호평을 받은 영화다.
주인공 해롤드 힐 역에 로버트 프리스턴이, 마리안 역에 셜리 존스가 연기했다. 떠돌이 세일즈맨 해롤드 힐은 아이오와 리버시티에 도착해 순진한 주민들과 소년들에게 고적대를 만들자고 부추긴다. 그의 속셈은 유니폼과 악기를 팔아먹고 사라지는 것이었지만, 마을의 사서 마리안과 사랑에 빠져 위기를 겪게 된다. 1950~60년대의 치약 광고 속 백인의 미소 같은 너무나 미국적인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며, 로맨틱 코미디 뮤지컬의 전형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2020년 가을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로 리바이벌되어 개막될 예정. 울버린에서 벗어나 뮤지컬 무대에 서는 휴 잭맨과 브로드웨이가 사랑하는 배우 서튼 포스터가 주인공에 낙점되었다.
■ 심쿵사 예고! ‘실사’로 돌아온 <라이온 킹>
얼마 전 뮤지컬 <라이온 킹>의 인터내셔널 투어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이 작품이 동명의 1994년 영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무대에서뿐 아니라, 은막 위에서도 <라이온 킹>은 수십 년간 디즈니의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에서 모티브를 딴 이야기로 아프리카의 평화로운 프라이드 랜드를 다스리는 무파사의 아들 심바와 왕위를 차지하기 위해 계략을 꾸미는 스카, 그리고 심바의 친구들 티몬과 품바, 날라와의 우정과 배신 그리고 사랑과 평화를 다룬다.
특히 이 작품은 음악이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데, 엘튼 존, 팀 라이스, 레보 엠 그리고 한스 짐머가 참여한 O.S.T는 그 당시 빌보드차트를 점령하기도 했다. 오는 7월에는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의 실사판인 디즈니라이브액션 버전이 선보일 예정. 1994년 애니메이션 작품에서는 매튜 브로데릭, 제레미 아이언스, 네이단 레인, 로왓 앳킨슨 등 당대 유명한 배우들이 대거 참여했는데, 이번 실사 버전에서도 도날드 글로버, 비욘세, 제인스 얼 존스 등의 배우들이 캐릭터 목소리를 연기한다. 품바, 티몬, 자주 등 몇 개의 역을 제외하고, 많은 부분 흑인 배우들이 참여해 보다 아프리카적인 색채를 살릴 예정이다.
<김효정 공연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