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회의 ‘가심비’있는 좌석 찾기
클래식 음악회의 좌석을 예매할 때 누구나 한 번은 이런 고민을 해보셨을 겁니다.
‘대체 어떤 자리가 좋을까?’
‘어떤 자리에 앉아야 잘 보이고 잘 들릴까?’
‘이 좌석은 왜 이렇게 비싼 거지?’
초등학생 때부터 엄마 손잡고 공연장에 다니기 시작했던 필자는 예중, 예고, 음대를 거쳐 심지어 음악전문지 에디터로 활동하며, 셀 수 없이 많은 공연장에 앉아봤습니다. 기둥에 가려 무대가 잘 보이지 않던 좌석, 다리를 쭉 뻗기 좋았던 좌석, 연주회장의 지각생들이 늘 앉기 좋던 좌석, 인터미션에서 가장 먼저 화장실로 달려갈 수 있는 좌석 그리고 절대 졸면 안 되는 좌석까지!
물론 어느 좌석에 앉아도 클래식 음악을 만끽하는데 전혀 문제 될 것은 없습니다. 요즘 말로 ‘가심비’라고 하죠. 클래식 공연장에도 이런 ‘가심비’ 넘치는 좌석이 있지 않을까? 그 호기심에서 이달 칼럼을 시작합니다. 국내를 대표하는 클래식 공연장 3곳과 기획사에 전화를 걸어 여쭤보았습니다.
“우리나라 클래식 공연장에서 가장 먼저 판매되는 좌석은 어디인가요?”
■ 롯데콘서트홀
“빈야드 구조로 어느 곳에서도 훌륭한 음향 감상”
2,036석 규모의 롯데콘서트홀은 어느 위치에서든 완벽한 소리를 전달하는 빈야드 구조의 객석을 자랑합니다. 국내 최초로 선보인 공연장의 형태인데요. 빈야드는 포도밭, 부채꼴 형태를 말하며, 아름다운 디자인뿐만 아니라 뛰어난 음향에도 탁월한 효과를 나타냅니다. 무대와 객석의 교감을 높이는 데도 도움을 주죠. 이미 클래식 공연장의 세계적 트렌드로 자리 잡았는데요. 독일의 베를린 필하모닉홀, 프랑스의 필하모니 드 파리 등도 빈야드 방식으로 설계되었습니다.
“1층 C구역 9~12열, 2층 L, R 구역 1열”
롯데콘서트홀의 개관 이후 수많은 무대가 올려졌는데요. 매진 공연이던 런던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이나,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공연 등을 사례로 들어보겠습니다. 독주는 1층 C구역 9~12열과, P구역 2열이 압도적으로 먼저 예매가 시작됩니다. 오케스트라는 1층 C구역 9~12열과 2층 L,R구역 1열, 실내악 같은 경우는 1층의 C구역 7~8열이 먼저 예매됩니다.
이러한 좌석군이 가장 먼저 매진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습니다만. 티켓 가격이 가장 저렴하다는 점도 큰 이유일 것 같습니다. 롯데콘서트홀의 가심비 있는 좌석은 양옆에 방해되는 것이 없는 곳입니다. 이런 좌석은 옆 구역보다 높이 있어 온전히 공연에 집중할 수 있는 좌석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같은 좌석 등급의 중간 구역들보다 가심비가 있다고 느껴질 것입니다. 이미 마니아층이 형성된 1층 A구역 1열 1번과 E구역 1열 1번이 그런 좌석입니다.
안전바로 인해 시야 방해가 약간 있으나 무대와 많이 가까워 연주하는 모습이 굉장히 잘 보이는 곳은 1층 L, R구역 1~2열이고요. 낮은 등급으로 책정된 구역이지만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음향을 가진 곳은 1층 L, P의 7열 18~21번, 1층 R~P구역 14~17번입니다. 단 성악이나 실내악 공연보다 오케스트라 공연에 더 좋을 것 같습니다.
■ 세종문화회관 “국내 최대 규모의 공연장답게
취향 따라 고를 수 있는 좌석 구역 많아”
“대극장 1층 C구역 B, D열 중앙, 피아노 연주회는 1층 B열”
세종문화회관은 대극장, 체임버홀, M씨어터, S씨어터 총 4개 극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중 클래식 공연은 대극장과 체임버홀에서 열리고요. 대극장은 3,022석을 보유한 국내 최대 규모의 공연장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대규모 편성의 오케스트라, 오페라 공연이 주로 열립니다. 좌석의 규모답게 극장의 무대는 타 극장에 비해 너비가 넓은 편이고요. 이러한 특성으로 무대가 한눈에 들어오고 음향의 어우러짐이 극대화되는 1층 가운데 구역 C열을 중심으로 그 B열과 D열 중앙 구역의 중간 부분이 인기가 많은 편입니다. 오케스트라 공연의 경우, 좌석 선택의 기준이 음향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1층 중앙 구역 중후반 좌석들과 함께 2층 가운데 구역 앞 좌석도 먼저 예약되곤 합니다.
한 예로 오는 9월 27일 열리는 세종문화회관 기획공연인 <정명훈&드레스덴슈타츠카펠레>의 예매 선호도를 살펴보겠습니다. 확실히 앞 열의 좌석보다 1층 B, C, D열의 중앙 구역 (70~120번대)의 예매가 먼저 진행되었습니다. 또 피아니스트의 손을 관찰할 수 있는 B열도 인기가 높습니다. 이번 공연의 협연자인 피아니스트 김선욱을 보려는 관객들 때문이겠지요. 예외 없이 B열이 가장 먼저 판매되었습니다.
“대극장의 음향 극대화되는 2층 C, D, E열”
또한 클래식 마니아 층에게 인기가 좋은 자리는 2층 C, D, E열 앞 구역입니다. 연주 음향이 공간의 울림을 통해 연주 음향이 가장 잘 전달된다고 하고요. 대극장에서 가장 음향이 좋다고 합니다. 대극장은 워낙 넓고 좌석 수도 많기 때문에 좌석 등급 간 어느 정도 차이가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체임버홀의 인기 좌석은 2층 C열, 저평가된 L, R열”
클래식 전문홀로 개관된 체임버홀은 443석을 보유한 공연장입니다. 사실상 사석이 없고, 전 좌석 훌륭한 음향을 감상할 수 있는 특징을 갖습니다. 그래도 먼저 판매되는 좌석을 공개해드린다면, 중앙 구역 중간 열입니다. 이 구역을 중심으로 주변 좌석으로 확산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1층을 R석, 2층을 S석으로 구분, 다른 극장에 비해 두 등급의 가격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물론 약간의 차이는 있을 것입니다. S석으로 대부분 구분되는 2층 L열과 R열 1~10번 좌석은 연주자들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구조인데요. 그 거리가 상당히 가까워 연주자들을 가까운 거리에서 관찰할 수 있어 클래식 마니아, 세종문화회관의 직원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습니다. 2층의 경우 가운데 앞 열인 C열이 항상 먼저 매진되고요. 저평가된 L열과 R열의 매력도 많은 분들이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가심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은 티켓 오픈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입니다.
실제로 많은 공연 애호가들은 많은 채널들을 통해 관심 있는 공연의 티켓 오픈에 예매를 함으로써 좌석 등급 간의 경계 좌석들을 구매하여 가심비를 높이곤 합니다.
티켓 오픈 일정을 체크는 VIP석 같은 R석, R석 같은 S석을 선점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입니다.”
■ 예술의전당
“취향대로 고른 어느 좌석이든 최상의 선택!”
“피아노 연주회는 손과 건반 잘 보이는 좌석”
관객마다 공연을 즐기는 관점이나 포인트가 달라서 선택하는 좌석이 다릅니다. 특히 저희 예술의전당의 음악회장(콘서트홀, IBK챔버홀, 리사이트홀)은 어느 좌석에 앉든 무대의 연주 소리가 잘 전달됩니다. 확성을 사용하지 않고 음악회장 자체가 어쿠스틱 음향 전달에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시야를 위주로 말씀드리면, 피아노 연주의 경우 연주자의 표정, 손과 건반이 잘 보이는 중앙, 중앙에서 살짝 왼쪽을 관객이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오른쪽 좌석은 그랜드피아노의 뚜껑에 얼굴이나 손이 가릴 수 있습니다.
“교향악은 중앙 이후, 지휘자 마주 보는 합창석도 인기”
교향악의 경우 연주 악기가 많아서 공연장 중앙 이후의 좌석을 선호하시는 것 같습니다. 여러 악기 연주자들을 한눈에 볼 수 있기 때문인데 그 이유로 2층, 3층 좌석을 좋아하시는 관객도 계십니다. 교향악에 협연자가 있는 경우, 보통 관객이 무대를 바라볼 때 지휘자의 왼쪽에서 연주하기 때문에 너무 오른쪽에 앉으면 협연자의 뒷모습을 자주 보게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연주 악기에 따라 다르겠지만요.
현악기의 경우 앞 좌석이 연주자의 손을 가까이서 볼 수 있어 선호하시는 분이 있습니다. 지휘를 공부하는 학생이나 지휘자의 모습이 궁금한 관객은 합창석을 애용하기도 합니다.
“오페라 자막과 무대 동시 보이는 뒤쪽”
오페라하우스(오페라극장, CJ 토월극장, 자유소극장)의 경우 오페라, 발레, 연극, 무용 등의 장르 공연이 위주로 열리는 전용홀인데요. 역시 객석 곳곳에 어쿠스틱 음향이 잘 전달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다만 오페라 공연의 경우 전체적인 세트와 성악가들의 모습을 함께 즐기기 위해서 중앙부터 뒤쪽 객석을 선호하시는 관객이 있고요. 오페라 같은 외국어 자막이 함께 서비스되는 공연의 경우에는 자막기와 무대를 동시에 보기 좋은 뒤쪽 좌석이 먼저 예매되는 편입니다.
또 발레, 무용의 경우 무용수들의 표정과 근육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앞쪽 좌석을 선호하는 관객이 있고, 군무와 전체적인 동선을 파악하는 데에는 멀리서 보거나 2층 좌석이 좋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뮤지컬 공연이 있을 경우도 비슷한데, 좋아하는 배우가 출연한다면 가까이서 볼 수 있는 OP석(오케스트라피트석)이 인기입니다.
같은 공연을 관람하더라도 관객마다의 목표와 기대하는 바가 다르고 공연의 특성에 따라 기준이 달라지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보다 먼저 자리를 선점하는 것입니다. 예술의전당은 대부분의 공연에 대해 유료회원을 대상으로 사전 예매 기간을 두고 있습니다. 원하는 자리를 먼저 예매하시려면 이런 제도를 이용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 클럽발코니 티켓팀이 공개한 국내 공연장 꿀좌석들
“클럽발코니를 통해 클래식 음악회 티켓을 구매한 고객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살펴보면,
공연장별로 또 공연의 타입에 따라 관객이 선호하는 특정 좌석군이 존재합니다.
또 이러한 좌석군은 어김없이 먼저 예매되곤 합니다.”
“롯데콘서트홀 1층 C구역 9열”
이 구역은 독주회, 실내악, 오케스트라 등 장르를 막론하고 무대가 가장 잘 보이는 자리입니다. 앞 난간과의 거리가 있어 다리를 쭉 펴거나 가방을 놓기에도 좋은 자리죠!
“예술의전당 1층 C블록 5~7열, 1층 C블록 13~17열, 박스 1, 4번 앞쪽 좌석”
어느 좌석이든 무대가 잘 보이고, 소리가 잘 들립니다. 피아노 독주회의 경우 B블록과 C블록을 중심으로 피아니스트의 얼굴과 손, 그리고 건반이 잘 보이는 좌석이 먼저 예매됩니다. 1층 C블록 5~7열 1번 대 좌석 등. 단 피아노 위치는 리허설에 따라 변경될 수 있으니 참고 바랍니다.
오케스트라 공연의 경우 소리가 모아지는 1층 C블록 13~17열이 가장 먼저 예매되는 좌석입니다. 가심비가 좋은 좌석은 박스 1, 4번 앞쪽 좌석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LG아트센터 1층 맨 끝열”
공연장이 작은 편이라 1층 맨 끝열이 가심비가 가장 좋습니다. 이 구역은 무대도 잘 보이고, 음향도 좋고, 심지어 연주자의 표정도 잘 보이는 명소입니다.
이제 클래식 공연을 예매해야 할 때 어떤 좌석을 골라야 하는지 감 잡으셨죠? 꼭 보고 싶은 공연이 생겼다면 예매 시작일을 반드시 기억해두시길 바랍니다. 국내 유명 공연장의 전문가들이 알려준 여러 이야기 중 그것이 핵심인 것 같거든요.
부지런한 관객이 원하는 자리를 얻을지니! 또 온라인으로 각 공연장의 좌석에서 무대를 바라보는 시뮬레이션용 사진 등을 게시하고 있으니, 이를 참고하는 것도 잊지 마시고요! 브라바!
취재 협조 및 사진 제공 (가나다순) | 롯데콘서트홀(www.lotteconcerthall.com), 세종문화회관(www.sejongpac.or.kr), 예술의전당(www.sac.or.kr), 클럽발코니(www.clubbalcony.com)
<정은주 클래식 음악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