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대이동의 명절, 추석. 어김 없이 귀향길과 귀성길 정체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던가요? 꽉 막힌 도로 위, 차 안에서 뮤지컬 넘버를 들으며 무료하고 짜증 나는 상황을 잠시나마 모면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이번 추석 귀향길과 귀경길 지루한 차 안에서 온 가족이 다 함께 들으며 즐길 수 있는 넘버들 (에디터의 지극히 주관적인) BEST 5를 선정해봤습니다.
“뮤지컬 <마틸다> 넘버 ‘When I Grow Up’”
아동 문학가 로알드 달의 소설 <마틸다>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마틸다>는 영국 최고 권위의 올리비에 어워즈 뮤지컬 부문 역대 최다 수상을 하며 큰 화제를 불러 모았던 작품입니다.
마틸다는 5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이미 도서관에 모든 어려운 책들을 섭렵했을 정도로 뛰어난 재능을 가진 소녀인데요.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아이 같아 보이지만, 마틸다에게는 자기 딸을 혐오하는 괴팍한 부모님이 있어 언제나 무시당하는 삶을 살아갑니다.
하지만 마틸다는 주변 환경이 자신을 아무리 힘들게 해도 꿋꿋하게 이겨내는 당찬 아이입니다. 그리고 불행 중 다행으로 자신을 진정으로 이해해주고 격려해주는 허니 선생님을 만나게 되죠. 마틸다는 허니 선생님을 통해 더 나은 삶을 꿈꾸게 됩니다.
어렸을 때 하루빨리 어른이 돼서 어리다는 이유로 못 했던 것들을 다 해보고 싶었던 적이 있지 않나요? 어른이 되면 하고 싶은 것들을 맘껏 이야기하는 <마틸다> 속 아이들이 부르는 넘버 ‘When I Grow Up’은 어린이들에게는 공감을, 어른들에게는 동심을 되찾아주는 곡입니다.
누구나 이 넘버의 가사를 듣다 보면 ‘이거 내 이야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게 하죠. ‘나는 어렸을 때 어른이 되면 뭘 하고 싶어 했을까’ 생각해보기도 하고, 어린이의 시선에서 바라본 세상은 어떤지 들여다볼 수도 있는 넘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조카나 사촌동생 등 가족, 친척 중 어린이가 있다면 이 노래를 함께 들으며 서로 대화를 나눠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 어른이 되면
엄만 재미없는 척 유치한 거라며
참는 것들 다 할 거야 난
아침이 오면 눈부신 햇살 아래
온종일 뒹굴대며 놀 거야
다 괜찮겠지 어른이니까
어른 되면 ♬
“뮤지컬
뮤지컬
에반 핸슨의 연설에서부터 시작되는 넘버 ‘You Will Be Found’는 당신이 지쳐 쓰러졌을 때, 다 포기 하고 싶을 때도 결국 우리가 당신을 찾을 거라고 하며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달해주죠. 지치고 힘들 때, 미우나 고우나 그래도 내 옆에 있어주고 날 위해주는 ‘가족’이 생각나게 하는 넘버이기도 해서 온 가족이 함께 듣기 좋은 넘버로 꼽았습니다.
♬ Even when the dark
comes crashin‘ through
(어둠이 강하게 몰려올 때도)
When you need someone
to carry you
(당신을 도와줄 누군가가 필요할 때도)
When you’re broken
on the ground
(당신이 바닥 위로 넘어졌을 때도)
You will be found
(누군가는 당신을 찾아낼 거예요)
So when the sun
comes streaming in
(그러니 햇빛을 맞이해요)
‘Cause you’ll reach up
and you‘ll rise again
(당신은 손을 뻗고 다시 일어날 테니까요)
If you only look around
(당신이 주위를 둘러본다면)
You will be found
(누군가는 당신을 찾아낼 거예요) ♬
“뮤지컬 <헤드윅> 넘버 ‘The Origin Of Love’”
‘가족’하면 ‘사랑’이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죠. 그 사랑의 기원은 대체 무엇일까요? 헤드윅의 넘버 ‘The Origin Of Love’에서 그 답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The Origin Of Love’는 철학자인 플라톤의 대화편, ‘향연’(Symposium)에 그 바탕을 두고 있는 넘버인데요.
노래에서 설명하는 사랑의 기원은 이러합니다. 태초에 인간은 네 개의 팔과 다리, 두 개의 얼굴을 가진 형태였는데, 제우스의 번개로 반으로 잘려 지금의 모습이 됐습니다. 그 후 붙어있을 땐 몰랐던 외로움을 알게 되고, 잃어버린 반쪽을 찾아 다시 하나가 되고 싶어 한다는 겁니다.
뮤지컬 <헤드윅>은 싸구려 성전환 수술로 인해 남자도, 여자도 아닌 몸으로 살아가는 헤드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로, 2005년 한국 초연 이후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작품인데요. 헤드윅은 현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 중이니, 추석에 서울에 계신 분들이라면 직접 공연장에 가서 즐겨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 그때 제우스는
“됐어 내게 맡겨
그들을 번개 가위로 자르리라
저항하다 다리 잘린 고래들처럼”
그리곤 벼락 꽉 잡고 크게
웃어대며 말하길
“너희 모두 반쪽으로 갈려
못 만나리 영원토록”
(중략)
심장이 저려오는
애절한 고통 그건 사랑
그래 우린 다시 한 몸이 되기 위해
서롤 사랑해
그건 Making Love, Making Love
오랜 옛날 춥고 어두운 어느 밤
신들이 내린 잔인한 운명
그건 슬픈 얘기 반쪽 되어
외로워진 우리 그 얘기
The Origin of Love
That‘s the Origin of Love ♬
■ 뮤지컬 <헤드윅>
2019.08.16 ~ 2019.11.03
서울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기본가 5만 5천 원 ~ 9만 9천 원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 외쳐, 조선!> 넘버 ‘이것이 양반놀음’”
민족의 고유 명절을 맞이한 만큼 한국적인 뮤지컬 넘버도 빠질 수는 없겠죠? 이번에 소개해드릴 넘버는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 외쳐, 조선!> 속 넘버인데요. 이 작품은 전통과 현대가 믹스매치된 작품으로 색다르고 신선하다는 호평 속에 지난 8월 성황리에 초연을 마쳤습니다.
한 번도 안 들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들은 사람은 없다는 넘버 ‘이것이 양반놀음’은 그만큼 중독성이 매우 강한 넘버입니다. 공연을 보고 나오면 머릿속에 ‘오에오’라는 후렴구가 계속해서 맴돌 정도죠. 양반을 흉내 내는 제스처를 표현한 재기 넘치는 가사가 인상적인 넘버이기도 합니다. ‘이것이 양반놀음’ 넘버와 함께 다 같이 오에오를 외치다 보면 꽉 막힌 석 귀향길 도로처럼 답답했던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을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뒷짐 지고 배 내밀어 콧구녕을 활짝 펴
골반을 튕기면서 멋지게 걸어 봐
수염은 길게 빼고 상투를 꽉 조여
눈썹은 여덟 팔자 우아한 팔자걸음
(중략)
오에오 (오에오) 오에오 (오에오)
양반이지 그래 나 오늘도 양반 놀음
오에오 ♬
“뮤지컬 <맘마미아!> 넘버 ‘Dancing Queen’”
온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뮤지컬 넘버로 뮤지컬 <맘마미아!>가 빠지면 섭섭하죠. 특히 부모님의 취향을 저격하는 ABBA의 노래로 가득 찬 <맘마미아!>의 넘버들 중에는 주옥같은 명곡들이 많은데요. 그중에서도 ‘Dancing Queen’ 넘버는 극에서 두 번 반복되며 관객들의 흥을 최고조에 이르게 하는 넘버입니다.
자신의 딸 소피의 아버지로 추정되는 세 남자들을 한꺼번에 마주한 도나는 방으로 도망치고, 복잡한 마음으로 무기력해진 도나를 위해 로지와 타냐는 ‘Dancing Queen’을 부르며 그녀에게 활기찬 기운을 불어넣어 줍니다. 노래 자체도 물론 신나지만, 세 캐릭터가 각자 헤어드라이어와 스카프 등 방 안에 있는 여러 소품을 활용하며 무대를 종횡무진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관객들도 흥 에너지가 폭발하는 넘버입니다.
♬ 신나게 춤춰봐 인생은 멋진 거야
기억해 넌 정말 최고의 댄싱퀸
기회만 생기면 넌 멋진 댄싱퀸
어리고 예쁜 열일곱
댄싱퀸 탬버린 소릴 느껴봐
신나게 춤춰봐 인생은 멋진 거야
기억해 넌 정말 최고의 댄싱퀸 ♬
■ 뮤지컬 <맘마미아!>
2019.07.14 ~ 2019.09.14
서울 LG아트센터
기본가 6만 ~ 14만 원
<올댓아트 강예은 인턴 allthat_ar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