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초, 수많은 신드롬을 낳은 tvN 드라마 <비밀의 숲>이 시즌2 제작 확정을 알렸습니다. 조승우, 윤세아 등 시즌 1에서 활약했던 배우들이 재출연한다는 사실까지 더해져 속편을 기다리던 팬들에게 희소식을 전했습니다. <비밀의 숲>은 방영 당시 탄탄한 스토리와 서스펜스를 돋보이게 하는 연출, 배우들의 구멍 없는 연기력으로 큰 사랑을 받았는데요. 특히 작품의 큰 축을 담당하는 황시목 검사 역의 조승우에게는 TV 드라마, 영화, 뮤지컬 등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전 연령층에서 사랑받는 배우라는 입지를 견고히 한 분기점이 되기도 했습니다.
배우들에게 무대 경력은 실력 증명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매 회차 라이브로 소화해야 하고, 수많은 실력 있는 배우들이 무대 경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영화 <신과 함께: 죄와 벌>,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등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배우 예수정 역시 올가을 연극 <앙상블>을 통해 무대로 돌아왔고, 문소리(연극 <사랑의 끝>), 나문희(뮤지컬 <친정엄마>), 이순재(연극 <장수상회>), 류덕환(연극 <에쿠우스>), 이규형(뮤지컬 <시라노> <헤드윅>) 등이 무대와 매체를 넘나들며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인식은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나 봅니다. 대표적으로 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많은 배우들도 무대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올해만 해도 케이트 블란쳇(
이들을 직접 보러 가기란 쉽지 않지만 아예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영국 국립극장(National Theatre)에서 제작된 연극 실황을 HD 화질로 서울에 있는 국립극장에서 관람할 수 있는 NT Live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는데요. 베네딕트 컴버배치 주연의 <햄릿>(2015), 다니엘 래드클리프 주연의 <로젠크란츠와 길덴스턴은 죽었다>(2018) 등이 NT Live를 통해 소개됐죠. 2019-2020시즌에는 영국의 국민 배우들을 만나볼 수 있다고 합니다.
“명배우 ‘이언 매켈런’의 <리어왕>
2019.09.19. ~ 22, 28”
올해 만 80세가 된 이언 매켈런은 셀 수 없이 많은 작품으로 관객을 만나왔습니다. 영화 <반지의 제왕>과 프리퀄 <호빗>에서 간달프 역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배우이죠. 1952년 셰익스피어 작품 <십이야>로 연극 무대에 공식적으로 데뷔해 배우 커리어를 시작한 그는 영국에서는 ‘셰익스피어 전문 배우’로 불립니다. <코리올라누스> <헛소동> <리처드 2세> <햄릿> <로미오와 줄리엣> <멕베스> <오셀로> <템페스트> 등 그의 작품 이력에서 셰익스피어를 절대 빼놓을 수 없죠. 1979년에는 무대 예술에 대한 공헌을 인정받아 대영제국 훈장 3등급(CBE)를 받았고, 1991년 기사 작위에 서임됐습니다.
NT Live에서는 이언 매켈런의 <리어왕>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조너선 먼비가 연출한 <리어왕>은 왕과 신하, 두 명의 늙어가는 아버지가 자신들을 사랑하는 자녀를 믿지 못하고 거부하면서, 무지함으로 시작해 가족과 국가가 권력 투쟁에 빠져 인간으로서 비극적 몰락을 맞이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언 매켈런은 진심 어린 조언을 한 막내 딸 코딜리아를 추방하고 나머지 두 딸에게 매정하게 버림받은 리어왕 역을 맡았습니다. 현재 이 작품은 전석 매진으로, 지구 반대편까지 전해지는 노장의 힘을 새삼 실감하게 합니다.
“엘리자베스 2세 역할로 4관왕? ‘헬렌 미렌’의 <디 오디언스>
2019.09.26. ~ 29”
배우 헬렌 미렌은 2006년 개봉한 영화 <더 퀸>에서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역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최근에는 영화<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막달레나 쇼, <레드> 시리즈의 빅토리아 윈슬로 역 등 강인한 액션배우로서 이미지를 보였지만 그야말로 1967년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에서 연기 생활을 시작해 장르를 넘나들며 50년 경력을 쌓아온 대표 배우입니다.
NT Live 상영작 연극 <디 오디언스>는 2013년 런던 웨스트엔드 공연 버전으로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총리의 비공개 접견을 다룬 작품입니다. 공교롭게도 헬렌 미렌은 연극에서 아카데미상의 영예를 안긴 엘리자베스 2세를 한 번 더 맡았는데요. 이 작품으로 2013년 로런스 올리비에 상, 이브닝 스탠더드 시어터 어워즈, 토니상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습니다.
연극은 엘리자베스 여왕 2세가 60년 동안 12명의 총리와 매주 진행한 비공개 접견, 일명 ‘디 오디언스’를 소재로 윈스턴 처칠부터 마거릿 대처, 데이비드 캐머런에 이르기까지 총리들에게 조언을 해온 여왕의 모습을 그렸는데요. 한 여성으로서, 강력한 군주로서 엘리자베스 여왕 2세를 담은 이 작품은 영화 <빌리 엘리어트>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디 아워스>, 넷플릭스 드라마 <더 크라운>의 연출가 및 프로듀서 스티븐 달드리가 연출을 맡았습니다.
“미국의 밤까지 사로잡은 재기 발랄한 배우 ‘제임스 코든’의 <한 남자와 두 주인>
2020.02.06. ~ 09”
할리우드나 팝 가수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유튜브 유랑 경력이 있는 분이라면 한 번쯤은 ‘카풀 노래방’(Carpool Karaoke)을 본 적이 있을 것 같습니다. 카풀 노래방은 아델, 아리아나 그란데, 레이디 가가, 폴 매카트니 등 유명 팝 가수뿐만 아니라 윌 스미스, 브리 라슨, 새무얼 잭슨 등 할리우드 대표 배우들이 출연해 노래와 인터뷰를 함께 하는, 미국 방송국 CBS의 심야 토크쇼 ‘더 레이트 레이트 쇼’(The Late Late Show)의 코너입니다. 푸근한 외모로 유쾌한 에너지를 전달하는 호스트가 바로 영국 배우 제임스 코든입니다.
지금은 높은 시청률의 토크쇼 호스트로 유명하지만 제임스 코든은 1996년 뮤지컬 <마틴 구에르>(Martin Guerre)로 처음 연기를 시작한 배우입니다. 여러 단역을 거쳐 입지를 다진 그는 텔레비전 시트콤, 연극 등에서 주로 활약했고, 주로 코미디에서 존재감을 보였습니다. 2018년 개봉한 영화 <오션스 8>에서는 보험 사기 수사원 역할로 등장하기도 했죠.
2020년 2월 찾아올 제임스 코든 주연의 NT Live <한 남자와 두 주인>은 이탈리아 작가 카를로 골도니의 작품을 1963년 영국으로 배경을 옮겨 각색한 작품입니다. 주인공 프란시스 헨쉘이 갱스터 로스코 크래브와 상류층 인사 스탠리 스터버스에게 경호원으로 고용되고 동시에 두 명의 주인을 모시면서 일이 꼬이게 됩니다. 사실 로스코는 쌍둥이 여자 형제인 레이첼이 위장한 것이었고, 로스코는 스탠리에게 살해를 당했으며, 스탠리와 레이첼은 과거 연인 사이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프란시스는 이 둘이 만나지 않도록 고군분투합니다. 2011년 영국 국립극장에서 초연 당시 가디언지는 “영국 국립극장 작품 중 가장 재미있는 작품”이라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브로드웨이로 진출한 2012년에 제임스 코든은 제66회 토니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이외에도 영화 <아메리칸 뷰티> <007 스카이폴>의 메가폰을 잡은 샘 멘데스가 연출한 <리먼 트릴로지>(2020.02), 2018년 상영 당시 전석 매진을 기록해 회차 추가까지 하게 된 인기 작품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2020.02)이 NT LIve로 국립극장 상영을 예정하고 있습니다.
<올댓아트 이참슬 인턴 allthat_ar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