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이 눈을 감으면 가슴이 음악을 듣는다” 이들이 음악으로 전하는 말

올댓아트 박찬미 인턴 allthat_art@naver.com
입력2019.10.22 10:39 입력시간 보기
수정2019.10.22 10:49

하트하트재단·SK이노베이션·네이버공연전시판이 함께 하는 특별기획
2019 전국발달장애인음악축제(GMF)에 초대합니다

세상에 콤플렉스나 단점 하나 없는 사람이 있을까요. 아래 세 음악가를 보면, ‘장애’란 그저 누구나 가지고 있는 하나의 단점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의 단점에 집착하기보다 갖고 있는 능력을 최대로 끌어올리고자 노력하는 이들의 건강한 마인드는 우리 모두에게 좋은 귀감이 되어주죠. 피아니스트 노부유키 츠지, 바이올리니스트 이작 펄만 그리고 드림 위드 오케스트라까지, 오롯이 실력과 노력으로 자신의 길을 다져오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볼까요?

■ 피아니스트 노부유키 츠지

▲ 피아니스트 노부유키 츠지 ⓒ Giorgia Bertazzi

반 클라이번 콩쿠르를 아시나요? 지난 2009년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2위에 입상하고, 2017년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우승한 것을 계기로 국내에 더욱 알려진 미국의 국제 콩쿠르인데요. 손열음이 메달을 목에 걸었던 그 순간, 그녀와 함께 ‘우승자’의 자격으로 무대에 섰던 이가 있었습니다. 바로 오늘의 주인공 피아니스트 노부유키 츠지입니다.

노부유키 츠지는 선천성 시각장애를 안고 태어났습니다. 수준급의 피아노 실력을 갖고 있던 그의 어머니는 어린 노부유키 츠지에게 연주를 들려주곤 했다는데요. 두 살의 아이는 이에 온몸으로 반응하며 음악을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고 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작은 장난감 피아노를 선물받았는데요. 어머니가 종종 흥얼거리던 동요 ‘도레미’를 장난감 피아노로 연주하며 남다른 음악적 재능을 드러냈습니다.

▲ 어머니의 노래에 맞춰 피아노를 연주하는 3살의 노부유키 츠지

네 살의 나이에 본격적으로 피아노를 공부하기 시작한 노부유키 츠지는 7세가 되던 해 ‘일본 시각장애 학생 피아노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해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곧 오사카의 한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무대에 오르기도 했죠. 그렇게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던 그는 세계 3대 콩쿠르 중 하나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쇼팽 콩쿠르 제15회 대회에서 준결승까지 진입하고 비평가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리고 2009년, 마침내 반 클라이번 콩쿠르의 우승자로 이름을 올리죠.

▲ 시각장애를 가진 음악가들은 보통 점자 악보를 사용한다. 하지만 점자 악보는 점자 책보다 훨씬 복잡해 음악가로서의 잠재력이 저하될 정도로 불편하다고. 최근 일반 악보를 3D프린팅해 시각장애 연주자가 보다 직관적으로 악보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연구되고있다.

완성된 결과물을 듣고 있는 우리로선, 그가 곡을 마스터하는데 들인 시간과 노력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노부유키 츠지는 실제로 점자 악보로 피아노를 익히는 것이 굉장히 어려웠다고 말했는데요. 악보를 보는 것부터 훨씬 오랜 시간을 들여야했기 때문이죠. 심지어 점자 악보로 출판된 작품 수조차 굉장히 적었습니다. 그래서 수만가지의 음반을 듣고, 신곡은 조력자의 연주를 먼저 들은 후 그 음을 기억하는 방식으로 음악을 익혀야만 했습니다. 그렇게 음악을 ‘눈’이 아닌, ‘귀’로 익히는 데 통달한 것이죠. 츠지가 사사했던 교수 유키오 요코야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른 연주자들의 손가락과 몸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관찰하며 음악을 배울 때, 츠지는 소리의 차이와 거기에서 느껴지는 감정으로부터 배운다”라고 덧붙여 설명했습니다.

“사람들은 항상 제게 ‘도약’한 음에서 멀리 떨어진 다른 음으로 빠르게 이동해 연주하는 경우를 이르는 말에 관해 묻더라고요. 그건 그렇게 어려운 게 아니에요. 제게 피아노는 몸의 연장이기 때문에 무엇이 어디에 있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어요.”

피아노가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연주할 수 있는건지 궁금해하는 우리에게 돌아오는 그의 답변은 아주 간단합니다. ‘피아노와 한 몸이 되었다’는 노부유키 츠지의 단호함에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되죠. 그렇다면 협연 무대에서 지휘자와는 어떻게 소통하는 걸까요? 그는 지휘자의 ‘숨소리’를 듣는다고 말합니다. 그 소리가 리듬을 말해준다고 것이죠. 우리는 분명 ‘음악은 듣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노부유키 츠지의 음악은 무의식적으로 소리 외적 요소를 중요히 여겼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하죠.

“최선을 다하면 삶은 당신에게 무언가 돌려줄 것이다. 또, 사람을 믿으면 그 사람이 당신의 신뢰에 보상할 것이다. 내 경험상 그렇다. 내가 아주, 아주 운이 좋은 사람인 걸지도 모르겠지만.”

그와 함께 했던 연주자들과 공연 관계자들은 노부유키 츠지가 대단히 사랑스러운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언제나 웃으며 사람들과 소통하기를 주저하지 않고, 긍정적인 기운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죠. 그래서일까요. 많은 사람들은 그의 연주에 대해 ‘맑고 크리스탈과도 같은 투명함이 돋보인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위에서 소개한 라흐마니노프 협연 영상을 본 한 누리꾼은 “앞은 보지 못해도, 마음을 들여다볼 줄 아는 연주자(blind in vision , but not blind in heart)”라고 극찬했죠. 여러분은 노부유키 츠지의 연주를 어떻게 들으셨나요?

■ 바이올리니스트 이작 펄만
실내악이 아니라면, 바이올리니스트들은 흔히 무대에 ‘서서’ 연주합니다. 바이올리니스트 이작 펄만은 의자나 휠체어에 앉아서 연주하는 모습이 더 익숙한 연주자입니다. 4살 무렵,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찾아온 소아마비로 걷지 못하는 불편함을 얻은 까닭입니다. 하지만, 그의 연주를 들어보면, ‘앉은 바이올리니스트’에 대한 선입견은 조만간 사라질 겁니다. 따뜻함이 가득 느껴지는 음색이 여러분의 귀를 사로잡을 테니 말이죠.

Itzhak Perlman - Themes from “Schindler‘s List”

이작 펄만은 ‘음악이 사회를 더욱 풍성하게 한다’는 예술관을 지니고 있는데요. 이를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지휘자로서, 또 음악 교사로서 실천하고 있죠. 일례로 그는 아내 토비 펄만과 함께 ‘펄먼 뮤직 프로그램’을 설립했습니다. 여름마다 청소년을 위한 음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죠. 여기서 재능 있지만 열악한 환경에서 적절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현악기 연주자들에게 숙식을 포함해 실내악 교육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작 펄만은 “음악은 핑계일 뿐, 이것은 결국 삶을 위한 프로그램”이라며 ‘펄먼 뮤직 프로그램’의 궁극적인 목표를 밝힌 바 있습니다.

▲ 펄만 뮤직 프로그램을 설립한 토비 펄만과 이작 펄만 (왼쪽부터) | 사진 Perlmanmusicprogram

“교육자, 지휘자, 가장 위대한 바이올리니스트 중 한 명인 이작 펄먼,
[...] 평생 전 세계를 누비며 음악의 기쁨을 전했고, 이제 후학 양성에 헌신하며 전 인류의 하모니를 위해 힘쓰고 있는 이에게.”

▲ 2015년 ‘자유’ 대통령 훈장을 수여받은 이작 펄만 | 이작 펄만 공식홈페이지

여러 공로를 인정받아 이작 펄만은 2015년 미국 대통령 훈장을 수여받습니다. 위는 이작 펄만을 소개하는 문장 중 일부죠. 이 훈장의 타이틀은 ‘자유’였습니다. 미국에 이민 온 유대인이었고 장애를 가진 소수자였던 이작 펄만. 차이가 차별의 근거로 둔갑하곤 했던 사회에서도 그는 20세기를 대표하는 바이올리니스트로 성장해 전 세계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자신이 가진 재능을 노력으로 완성하고 이를 다시 사회에 환원하는 따뜻한 모습이 많은 이들의 마음 깊은 곳을 울렸기 때문이 아닐까요. 이작 펄만은 수상 소감에서 아래와 같이 이야기합니다.

“이곳은 이민자의 나라입니다. 그게 이곳이 흥미로운 이유죠. 우리는 이곳에 찾은 이들을 환영하고, 그들이 자신의 목표를 성취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합니다. 무언가를 이룰 수 있는 사람이 어디에서 올 지 아무도 모르거든요. 클래식에 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누군가가 언제 빛을 발하게 될 지 정말 모를 일입니다. 우리는 그 가능성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여러 사람이 모일 수 있는 환경이 없다면, 그 가능성을 받아들일 기회조차 갖지 못합니다. 이것이 바로 이 나라가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당신에게 자유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이작 펄만이 내놓는 답변은 우리가 만들어야하는 ‘자유로운 사회’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게 합니다.

“장애를 가지고 있어도 하고자 하는 것을 성취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자유를 누려왔다고 할 수 있겠죠. 소아마비라는 장애를 가졌지만 손을 움직일 수 있고 소리를 들을 수 있으며 뇌도 잘 작동해,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할 수 있었으니까요.”

■ 드림위드앙상블
이번엔 좀더 가까이에 있는 이들을 만나볼까요? 지난 2017년 SK이노베이션과 하트-하트재단이 함께 개최한 제1회 전국 발달장애인 음악축제(이하 GMF)의 우승자, 드림위드앙상블입니다. 드림위드앙상블은 국내 최초로 발달장애인들로 구성된 클라리넷 앙상블입니다. 창단된 지 2년이 채 지나지 않은 짧은 기간동안 약 100여 차례의 초청연주를 진행해 전문연주단체로서 그 위상을 공고히하고 있죠. 이들은 제1회 GMF 결선 무대에서 비발디의 ‘사계’ 중 ‘가을’을 연주하고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아래 영상을 통해 당시 드림위드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만나볼까요?

▲ 제1회 전국 발달장애인 음악 축제 Great Music Festival 우승팀 ‘드림위드앙상블’ 결선 무대 및 인터뷰

▲ 뉴욕 카네기홀 앞에 선 드림위드앙상블 | SK이노베이션

“편견이 눈을 감으면 가슴이 음악을 듣는다.” 드림위드앙상블이 내건 슬로건입니다. 종종 장애인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이유로 이 단체를 ‘아마추어 연주단’으로 오해하시는 분들도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GMF 개최 첫 해, 대상을 수상하며 실력을 인정받은 드림위드앙상블은 2018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발달장애인 평생케어 종합대책 발표 및 초청 간담회에서 축하 연주를 펼쳤습니다. 곧 해외 무대에 진출하기까지 했는데요. UN이 지정한 12월 3일 ‘세계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인인식개선을 도모하는 축하 공연에 초청돼 뉴욕 카네기홀 무대에 오르는 영광을 안은 것이죠. 당시 드림위드앙상블은 기념 행사 외에도 유엔국제학교, 줄리어드음악학교 등을 방문해 공연하고 발달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을 이끌냈습니다.

▲ SK본사 로비에서 런치콘서트를 가진 드림위드앙상블 | SK이노베이션

드림위드앙상블의 공연 일정을 확인해보니, 대한민국 방방곡곡에서 엄청난 횟수의 공연이 예정되어 있더군요. 그중 단연 눈에 띄는 한 공연이 있었습니다. 바로 이 앙상블의 신호탄과 같았던 GMF 무대인데요. 드림위드앙상블은 올해 제3회를 맞은 GMF의 축하무대에 초청받아 다시 한 번 음악으로 하나되는 시간을 선사할 예정입니다. 드림위드앙상블의 연주와 더불어 예선 심사를 거친 6개 팀(클래식분야: 다소니 챔버 오케스트라, 드림하이 팝스 오케스트라, 밀알첼로앙상블 날개, 비쥬앙상블, 위드심포니 오케스트라/ 실용음악분야: 해와달밴드)의 경연 무대를 만나볼 수 있으니, 10월 23일 서울 건국대학교 새천년관을 방문해 포근한 가을날을 아름다운 음악으로 장식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 제3회 전국 발달장애인 음악축제
GMF(Great Music Festival)
2019.10.23 13시
서울 건국대학교 새천년관
다소니챔버오케스트라, 드림하이 팝오케스트라, 밀알첼로앙상블 날개, 비쥬앙상블, 위드심포니오케스트라, 해와달밴드
사회 | 개그맨 이수근

<올댓아트 박찬미 인턴 allthat_a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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