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속 공공미술을 생각한다...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PAP)

도재기 선임기자
제6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PAP)의 하나로 평촌중앙공원에 설치된 네덜란드 작가 단 로세하르데의 ‘스모그 프리 타워’.  예술과 기술의 융합으로 국제적 주목을 받는 작품은 조형미와 더불어 공기정화기능을 하는 특허 발명품이다. APAP제공.

제6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PAP)의 하나로 평촌중앙공원에 설치된 네덜란드 작가 단 로세하르데의 ‘스모그 프리 타워’. 예술과 기술의 융합으로 국제적 주목을 받는 작품은 조형미와 더불어 공기정화기능을 하는 특허 발명품이다. APAP제공.

확장과 가속을 거듭하는 도시 속에서 살아가는 도시인들이 삶의 질에 주목하면서 공공미술(예술)의 가치, 중요성도 더 높아지고 있다. 제대로된 공공미술은 ‘지붕 없는 미술관’이라 불리며 공적 공간을 보다 아름답게 개선시키고, 이웃한 주민들과 예술을 통해 소통·교감함으로써 주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저마다 공공예술을 강조하는 이유다. 물론 긍정적 효과를 낳는 지자체도 있지만 이벤트성 전시행정으로 오히려 원성을 사는 경우도 많다.

경기도 안양시의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PAP)’는 지자체가 꾸려가는 공공예술의 선구자로 꼽힌다. 지자체 특성상 우여곡절도 있지만 지난 2005년부터 꾸준히 프로젝트를 이어오고 있다. 박양우 문체부 장관은 지난 17일 열린 올해(제6회) APAP 개막식 축하 메시지에서 “APAP는 기초지자체 차원에서 발전시킨 국내 유일의 트리엔날레로 이제는 공공예술의 대표적 행사로 자리매김했다”고 평가했다.

윤석남 작가의 조각설치작 ‘1025: 사람과사람 없이’는 유기견 1025마리의 조각을 통해 현대인의 이중성을 꼬집으며 상생, 더불어 사는 삶을 강조한다. APAP제공.

윤석남 작가의 조각설치작 ‘1025: 사람과사람 없이’는 유기견 1025마리의 조각을 통해 현대인의 이중성을 꼬집으며 상생, 더불어 사는 삶을 강조한다. APAP제공.

‘공생도시-안양, 함께하는 미래도시’를 주제로 한 제6회 APAP가 안양예술공원(옛 안양유원지), 평촌중앙공원 일대에서 12월 15일까지 열리고 있다. 안양시(시장 최대호) 주최, (재)안양문화예술재단 주관이다.

총괄기획을 맡은 김윤섭 예술감독(전시기획자·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은 “APAP는 무분별한 개발로 몸살을 앓던 안양이 공공예술을 통해 도시 재생, 시민들 삶의 질 향상, 사회적 갈등해소 등을 위해 열리고 있다”며 “이런 취지를 적극 수용, 올해 주제를 ‘공생도시-안양, 함께 하는 미래도시’로 잡았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많은 도시들이 옛 것과 새 것, 구도심과 신도심, 원주민과 이주민 등이 상충하면서 문제점들이 나타난다”며 “이번 APAP에서는 다양한 문화콘텐츠로 안양 시민들과 교류·공감하면서 안양에서의 공생과 미래는 물론 나아가 보다 나은 도시 속 삶을 함께 꿈꿔보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문주 서울대 교수의 작품 ‘지상낙원’. 스테인리스 스틸·LED 조명 등으로 구성돼 세워진 작품은 시민들의 쉼터이자 공연 등 다양한 문화예술활동이 가능한 복합문화공간이기도 하다. APAP제공.

문주 서울대 교수의 작품 ‘지상낙원’. 스테인리스 스틸·LED 조명 등으로 구성돼 세워진 작품은 시민들의 쉼터이자 공연 등 다양한 문화예술활동이 가능한 복합문화공간이기도 하다. APAP제공.

APAP는 ‘안양’‘함께하는’‘미래도시’란 소주제 아래 7개국 47명(팀) 작가들이 곳곳에서 100여점의 작품·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전시와 더불어 주민들이 참여하는 갖가지 체험 프로그램, 국제심포지엄 등도 마련됐다.

먼저 소주제 ‘안양’에서는 문주 서울대 교수(조소과)의 ‘지상낙원’, 천대광 작가의 ‘너의 거실’이 돋보인다. 안양이란 지명 유래와 함께 공생도시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지상낙원’은 안양예술공원의 랜드마크이자 건축가 알바로 시자의 설계로 유명한 안양파빌리온 맞은편 녹지에 세워졌다. 형태적으로 유연한 곡선, 모태적 안락함·따뜻함이 부각된 작품은 시민들의 새 쉼터이자 공연 등이 가능한 다목적 문화공간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지붕에는 안양 지도가 새겨져 있다. ‘너의 거실’은 옛 만안각 부지에 방치됐던 공간을 다양한 문화활동이 가능한 공간, 문화적 쉼터로 거듭나게 했다. 또 안양예술공원 내 상가 10여 곳에서는 안양지역 작가들이 주민들과 작품으로 소통하는 ‘안양 작가 프로젝트’가, 안양박물관과 안양예술공원 일대에선 성인과 어린이·가족 단위 등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다양한 분야의 체험 활동·APAP 작품 투어·강연회 등이 진행 중이다.

착시를 이용한 작품으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 조르주 루스의 ‘안양 2019’. 작품 안팎을 드나들 수도 있다. APAP제공.

착시를 이용한 작품으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 조르주 루스의 ‘안양 2019’. 작품 안팎을 드나들 수도 있다. APAP제공.

현재의 삶에 주목하며 상생과 소통을 강조하는 소주제 ‘함께하는’에서는 프랑스 작가 조르주 루스의 설치작 ‘안양 2019’, 싱가포르 작가 리웬의 ‘핑퐁 고-라운드’, 윤석남 작가의 ‘1025: 사람과 사람 없이’ 등이 주목된다. 사람 눈의 착시를 이용한 ‘착시 공간회화’로 유명한 루스의 ‘안양 2019’는 사방 5m크기의 정육면체로 착시에 따라 숨겨진 글자를 찾아내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작품 속을 드나들 수도 있다. ‘핑퐁 고-라운드’는 대결을 상징하는 직사각형 탁구대를 여러 사람이 동시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한 도넛 모양의 둥근 탁구대로 더불어 사는 삶을 강조한다.

‘1025: 사람과 사람 없이’는 1025마리의 유기견 조각작품이다. 유기견을 통해 현대인의 거친 삶을 환기하는 작품이지만 관람객은 조각들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며 동물을 포함한 자연과의 상생, 보살핌 등을 깨우칠 수도 있다. 안양예술공원 입구와 가로수길 등에서는 스트리트 아트 프로젝트, 안양박물관 특별전시관에서는 지금까지의 APAP를 돌아보는 리뷰 기획전 ‘지금 여기 APAP’가 열리고 있다.

방치됐던 공간을 문화적 쉼터이자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 공간으로 거듭나게 한 천대광 작의 ‘너의 거실’. APAP제공.

방치됐던 공간을 문화적 쉼터이자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 공간으로 거듭나게 한 천대광 작의 ‘너의 거실’. APAP제공.

‘미래도시’에서는 공공예술의 사회적 역할과 미래를 짚어보는 작품 등이 선보인다. 올해 가장 주목을 끈 작품으로 평촌중앙공원에 설치된 네덜란드 작가 단 로세하르데의 ‘스모그 프리 타워’가 대표적이다. 미세먼지 등 환경오염이 세계적 이슈인 가운데 ‘스모그 프리 타워’는 예술작품이자 ‘공기정화탑’이라고 불리는 특허 발명품이다. 높이 7m의 기능성 금속 설치물 속에 특별한 양이온 기술을 융합시켜 주변 공기를 정화한다. 김윤섭 감독은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지만 현재 2점 밖에 없는데, 한 점은 중국 정부 초청으로 중국을 순회전시 중이고, 다른 한 점은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설치됐던 것인데 이번에 한국에 왔다”며 “예술과 기술의 융합으로 도시속 인간 삶을 개선하는 아름다운 조형물로 공공예술의 또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안양파빌리온 내외부에선 ‘내일 보다 나은’이란 주제아래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 중이다.

오는 26일에는 ‘공공예술, 또 다른 비전’이란 주제의 국제심포지엄이 열린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의 ‘2019년 공공미술 정책포럼’과 연계한 심포지엄에선 국내외 전문가들이 참석, 공공예술의 현황과 향후 발전방향 등을 모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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