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기로 그림을 그린다? ‘햇빛 장인’의 헬리오그래피

올댓아트 김도연 인턴 allthat_art@naver.com
입력2020.05.16 17:36 입력시간 보기
수정2020.05.16 17:46

미국 콜로라도 출신의 마이클 파파다키스는 결코 평범하지 않은 예술가 중 한 명입니다. 그는 작업실이나 스튜디오에서 그림을 그리지 않으며, 물감이나 붓을 쓰지도 않는데요. 그렇다면 어떻게 그림을 그릴까요? 그는 마치 빛의 감독처럼 햇빛을 도구 삼아 자유자재로 움직여 캔버스를 채워나갑니다.

마이클 파파다키스가 돌에 새긴 인물 초상화

몇 피트 떨어진 곳에서 크기와 모양이 다양한 돋보기를 통해 햇빛을 모아 태양의 광선을 작은 점에 집중시켜 나무 캔버스에 태웁니다. 돋보기뿐만 아니라 볼록렌즈와 거울을 활용하며, 돌에도 그림을 그립니다. 그의 작품은 낭만적인 풍경화부터 사실적인 동물 초상화, 회사 로고까지 모든 것을 담아냅니다. 파파다키스는 오직 태양빛을 이용해 자신의 작품을 완성하는 ‘헬리오그래피’ 장인입니다.

마이클 파파다스키의 개 초상화

마이클 파파다키스의 풍경화

마이클 파파다스키가 나무 캔버스에 그린 결혼식 풍경

마이클 파파다스키가 나무 캔버스에 그린 가족의 모습

헬리오그래피란 그리스어로 태양 광선(helio)으로 그린 그림(graphy)라는 뜻입니다. 1922년 프랑스 발명가 조셉 니세포르 니엡스(Joseph Nicephore Niepce)가 발명한 세계 최초 사진 기법을 가리키는데, 빛에 노출되면 굳어지는 ‘역청’이라는 물질을 이용합니다. 파파다키스는 그의 예술작품을 헬리오그래피의 한 종류로 분류합니다. 태양의 힘을 이용해 예술작품을 만드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파파다키스는 2013년 대학 졸업 후 실크로드 여행을 가기 위해 한국으로 가는 편도 티켓을 끊었습니다. 중국에 있을 당시 그의 친구가 테이블에 돋보기를 놓아두었는데, 그는 햇빛이 창문과 돋보기를 비추는 것을 보고 순간적인 깨달음을 얻습니다. 돋보기로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이후 그는 가지고 있던 나머지 그림 그리기 용품을 버리고 돋보기로만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헬리오그래피 퍼포먼스를 진행하는 마이클 파파다키스

날씨만 화창하다면 그는 어떤 제약도 받지 않습니다. 특히 그의 고향인 콜로라도의 골든 마을은 일 년에 약 300일 동안 태양빛을 쬐기 때문에 작업하기에 완벽한 장소입니다. 그는 지난 5년 동안 많은 연습을 거듭했다고 합니다. 세부적인 수준에 따라 작업 시간은 짧게는 1시간, 길게는 30시간 정도 걸립니다. 실감 나는 영상으로 작업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도록 할까요?

마이클 파파다스키의 헬리오그래피 영상 | 유튜브

시간이 지날수록 파파다키스는 그의 작업을 사람들이 완전히 감상할 수 있는 공연으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그는 인스타그램 계정과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행위를 보여주는 예술가로서 작업 과정을 영상으로 꾸준히 공유하고 있는데요. 그리하여 특별한 방법으로 스토리텔링을 하는 퍼포먼스 미술가로 자리하게 됐습니다. 현재 그는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펼치고 있습니다.

사진 | 마이클 파파다키스 홈페이지, 인스타그램(@sunscribes)

참고 | The Artist Using Sunlight and a Magnifying Glass to Make Amazing Wood Canvases, , 2017.06.08

Meet Michael Papadakis, an artist who uses sun and magnifying glass to paint, , 2018.04.15

<올댓아트 김도연 인턴 allthat_art@naver.com 기자>

별별예술 기사 더보기

이런 기사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