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도 효과?’ 너무 감사하죠…80살까지 연기하고 싶어요”

올댓아트 정다윤 에디터 allthat_art@naver.com
입력2020.08.21 10:17 입력시간 보기
수정2020.08.21 10:45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배우 전미도 인터뷰

배우 전미도가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주연으로 캐스팅됐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 공연 팬들은 걱정했다. 그가 잘할지에 대한 걱정이 아니다. (<메피스토> <스위니토드> <오슬로>의 그 전미도인데, 그럴 리가!) 그가 너무 유명해져 무대로 돌아오지 않을까 걱정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모든 예상을 깨고, 드라마가 종방하자마자 무대로 돌아왔다.

전미도가 차기작으로 선택한 작품은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멀지 않은 미래를 배경으로 두 ‘헬퍼봇’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그린 창작 뮤지컬이다. 작품의 초기 개발 단계부터 참여해 온 전미도는 이번이 초연, 앙코르에 이은 세 번째 출연이다. 전미도는 어느 날 충전기가 고장 나 헬퍼봇5 ‘올리버’의 문을 두드리는 헬퍼봇6 ‘클레어’ 역을 맡았다.

코로나19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와중에도 전미도가 출연하는 공연은 연일 매진이다. ‘전미도 효과’라는 말이 생길 정도. 이렇게까지 많은 사랑을 받을 줄은 몰랐다고 말하면서도, 그 덕분에 공연계에 새로운 관객들이 유입된다면 감사하고 기쁜 일이라고 말한 전미도. 공연에 대한 진심 어린 사랑이 매 순간 느껴졌던 그의 이야기를 공개한다.

(이 글에는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배우 전미도

드라마가 끝나고 바로 무대로 돌아와서 반갑기도 하고 의외이기도 했어요. 드라마로 너무 유명해져서 무대에서 다시 못 볼까 걱정하는 팬들도 많았는데요.

원래는 드라마가 끝나고 쉴 생각이었어요. 촬영하면서 장기간 낮밤이 바뀌다 보니 체력적으로 힘들었거든요. 그런데 공연 쪽에서 계속 러브콜을 주셨어요. 그중에 <어쩌면 해피엔딩>이 스케줄이 가장 잘 맞았죠. 개인적으로 한 번 더 해보고 싶은 작품이기도 했고요. 지난번에 해결하지 못한 걸 해결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죠. 그런데 저는 어쨌든 공연은 앞으로도 계속할 거예요.

이번에 다시 참여하는 <어쩌면 해피엔딩>은 이전 시즌과는 어떻게 달라졌나요?

극장이 바뀌면서 무대 사이즈도 커졌어요. 저도 나이가 들었는지 한걸음 더 가는 게 숨차고 힘들더라고요. (웃음) 어쨌든 드라마의 정서가 바뀐 건 아니라서 적응해가며 하고 있죠. 그래도 극장이 커져서 더 많은 관객분들을 만날 수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에요. 다행히 초연을 같이 했던 (정)문성 오빠가 있으니 그때의 느낌도 잃지 않고 있고요. 새로운 배우들과 만나 새로운 호흡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색다르고 재밌어요. 아쉬운 건 연주자들이 무대 위로 올라가서 그분들을 잘 볼 수 없다는 거예요. 그런데 대본이 새삼 정말 좋더라고요. 다시 한번 작가, 작곡가에게 천재라고, 대단하다고 이야기했어요. 좋은 작품이란 건 틀림없는 것 같아요.

<어쩌면 해피엔딩> 공연 사진

지난주에 <슬기로운 의사생활> 배우들이 공연을 보러 왔다면서요.

어떻게 봐줄까 걱정이 많이 됐어요. 워낙 드라마랑 다르게 ‘깨방정’을 떠는 역할이다 보니 내 연기가 유치하다 생각하진 않을까 걱정했죠. 그런데 다행히 네 명 다 너무 재밌게 봤대요. 다들 바쁜 와중에 넷이 날짜를 맞춰서 같이 보러 와줬다는 것 자체가 너무 고마웠어요. 우리가 친구로 지냈던 시간들이 가짜는 아니었구나 싶었죠. (웃음)

평소에 드라마로 인한 인기를 실감하시나요?

인스타그램에 뭘 올렸을 때 댓글이 달리는 속도를 보고 놀라긴 했어요. 그리고 그분들이 드라마의 채송화란 역할뿐만 아니라 저를 좋아해 주시고 공연을 보러 오겠다는 이야기를 해주시는 걸 보면서 놀랐죠. 채송화를 보고 의사를 꿈꾸게 됐다는 학생들도 많았어요. 또, 힘든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드라마를 보고 위로를 많이 받았다는 이야기도 많이 해주셨고요. 물론 유명하신 감독님, 작가님의 작품이기 때문에 많은 사랑을 받을 줄은 알았지만 제가 했던 역할을 이렇게까지 좋아해 주실 줄은 몰랐어요.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공연도 연일 매진이에요. ‘전미도 효과’라는 말이 생길 정도인데요.

제가 뮤지컬 활동했던 영상들이 유튜브에 있잖아요. 처음엔 그걸 보시는 게 좀 부끄러웠어요. ‘상 받은 뮤지컬 배우’라고 알려졌는데 막상 보니 ‘이게 뭐야’ 하실까 봐요. 그런데 그 영상들을 보고 뮤지컬에 빠졌다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새로운 관객들이 유입된다는 건 정말 잘 된 일이죠. 제가 그런 좋은 역할을 했다는 게 감사하고 기뻤어요. 그분들이 제 공연을 보시고 다른 캐스트로도 보시거든요. ‘배우가 달라지니 또 다른 매력이 있네?’ 하고 또 다른 작품도 보시게 되고요. 그렇게 해서 공연문화를 접하고 많이 사랑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사실 전부터 좋아했던 팬들은 드라마 이후 대중들의 반응에 섭섭하다는 이야기도 많이 해요. 원래 유명한 배우였는데 이제야 발견된 것처럼 말한다고요.

제게 이렇게 든든한 팬들이 많았는지 몰랐어요. 사실 방송에 나가게 되면 많은 이야기들이 나올 수 있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거든요. 매체에 노출된 이상 받아들여야 하는 숙명이라고요. 그래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많은 뮤지컬 팬분들이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시는 걸 보고 정말 감사했어요. 왜 신인이라고 하냐고 화내주시는 분들도 있고, 든든했죠. 내가 그래도 10여 년 공연을 허투루 한 건 아니었구나. (웃음)

<어쩌면 해피엔딩> 공연 사진

<어쩌면 해피엔딩>은 사랑을 할 수 없게 프로그래밍된 두 헬퍼봇이 서로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예요. 클레어와 올리버는 어떻게 서로를 사랑하게 됐을까요?

친구가 되려면 좋아하는 게 같거나 싫어하는 게 같으면 빨리 친해진다는 이야기가 있잖아요. 그만큼 공감대가 중요하다는 이야기인데, 클레어와 올리버도 같은 경험을 공유하면서부터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을까 싶어요. 제주도에 도착했을 때, 클레어가 겪었던 상처를 올리버도 경험하잖아요. 올리버에게 클레어는 그 상처를 알아줄 수 있는 유일한 상대였죠. 그러고 나서 클레어가 좋아하는 반딧불이를 보러 갔는데, 그게 얼마나 환상적인지를 올리버도 경험하고요. 물론 그전까지도 티격태격하며 미운 정이 들었겠지만, 이 두 가지 경험을 공유한 순간 두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연결고리가 생겼다고 생각해요.

끝이 정해진 사랑의 아픔을 알게 된 클레어와 올리버는 결국 기억을 지우기로 결심해요. 그런데 관객마다 마지막 장면을 다르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클레어가 정말 기억을 지웠는지, 안 지웠는지에 대해서요.

저는 한 번도 안 지웠다고 생각하고 연기한 적이 없어요. 그런데 관객분들이 ‘오늘은 지웠네, 안 지웠네’ 하시는 게 재밌더라고요. 그분들이 생각하시는 게 맞지 않을까요? 어떻게 생각하든 그 나름 주는 감동이 있기 때문에, 생각하고 싶은 대로 해주시면 좋겠어요. 제 생각엔 기억을 둘 다 지웠거나 둘 다 갖고 있었다면 그전에 있었던 슬픈 일들이 계속 반복됐을 거예요. 그런데 올리버만 기억을 간직했기 때문에, 계속 친구로 지내면서 클레어를 돌봐줬을 것 같아요.

<어쩌면 해피엔딩> 초연부터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까지 함께 출연한 정문성 배우와 다시 호흡을 맞추고 있죠.

드라마에선 과가 다르다 보니 만날 일이 많이 없었어요. 그래서 더 마주쳤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갈증이 있었는데 공연을 같이 하게 돼서 다행이에요. 사실 이 공연에 다시 돌아오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이기도 했어요.

신인인 양희준 배우도 이번에 새롭게 올리버 역에 캐스팅됐는데요.

정말 좋은 배우예요. 그리고 더 어려서 그런지 힘이 좋아요. (웃음) 방전된 클레어를 들어서 옮기는 장면이 있는데, 거기서 확실히 힘이 세요. 사실 희준 씨랑은 같이 연습을 많이 못 해봐서 걱정했는데, 상관이 없더라고요. 어차피 처음 겪는 감정을 표현하는 작품이기도 하고, 희준 씨도 센스 있게 잘 해줘서 점점 잘 맞는 것 같아요. 문성 오빠는 오빠대로, 희준 씨는 희준 씨대로 주는 느낌이 좋아요.

배우 전미도

신인 여성 배우 열 중 아홉은 전미도 배우를 롤모델로 꼽는 것 같아요. 이번에 클레어 역에도 두 신인 배우(강혜인, 한재아)와 함께 트리플 캐스팅됐는데요. 선배로서 조언을 해주기도 했나요?

클레어가 사실 굉장히 어려운 역이에요. 같이 하는 동생들도 제게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볼 때가 있는데, 정답이 있는 건 아니거든요. 그래서 같이 고민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네가 갖고 있는 장점을 살려 잘 표현하고 있다고 격려도 해줬고요. 전 경력 차이가 많이 나는 후배들을 만날 때마다 “네 경쟁 상대는 내가 아니야”라고 말해줘요. 어떻게 신인이 10년 넘게 한 저랑 똑같이 할 수 있겠어요. 그렇다면 제가 배우 인생을 다시 생각해 봐야겠죠. 저 역시도 제가 옥주현 언니처럼 노래할 수는 없는 거고요. 비교를 하지 않는 게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데 훨씬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신인이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순수함을 믿으라는 이야기를 항상 해줘요. 두 배우 다 태도가 정말 좋아서 개인적으로 좋아하게 됐어요. 제 어렸을 때 모습을 보는 것 같아요. 오히려 제가 그들을 통해 배우기도 하고요.

신인 시절의 스스로에게 조언을 해줄 수 있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가요?

그냥 응원을 해줄 것 같아요. 너 잘해. 잘하니까 그렇게 스스로를 못살게 굴지 마. 이렇게 이야기해 주고 싶어요. 그냥 자기를 믿고 자신감 있게 해도 되는데 늘 스스로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뒀거든요. 그것 때문에 성장한 것도 있지만, 더 즐길 수도 있었는데 못 즐겼다는 생각도 들어요.

지금은 충분히 즐기고 있나요?

지금은 <어쩌면 해피엔딩> 정말 즐기면서 하고 있어요. 옛날엔 삑사리 한 번 나면 잠도 못 잤거든요. 지금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나왔으니 어쩔 수 없지, 더 나은 모습을 다음 장면에서 많이 보여줄게요, 하면서 하고 있어요. (웃음)

배우 전미도

<어쩌면 해피엔딩>도 트라이아웃 단계부터 참여했고, 다른 창작 뮤지컬의 개발 과정에도 많이 참여하고 있어요. 창작 뮤지컬에 대한 사명감이 있는 건가요?

대단한 사명감이라기보다는, 그냥 재밌어요. 전부터 늘 하고 싶은 것 중 하나가 연출가, 무대 디자이너, 조명 디자이너 분들이 회의하는 자리에 참석해보는 거였거든요. 배우들은 항상 다 만들어진 뼈대 위에 드라마를 얹잖아요. 그 기본 틀이 어디서부터 시작됐고 왜 만들어졌는지가 항상 궁금했어요. 그런 것처럼 작품을 초기 단계부터 알아가고 만들어가는 과정이 너무 재밌어서 참여하는 것 같아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거잖아요. 내가 제일 먼저 했으니까 내가 만든 것처럼 느껴지는 성취감도 있고요. 라이선스 작품은 ‘바이블’이 있지만, 창작은 전부 내가 만들어내고 선택하는 거라서 재밌어요.

극단에서 시작해 뮤지컬, 드라마에 출연했고 오페라 <리타>에선 드라마터그를 맡은 적까지 있어요. 앞으로 더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가 있나요?

영화? 연기할 수 있다면 뭐든 다 해보고 싶어요.

영화에선 어떤 역할을 해보고 싶은가요?

전 반대로 영화 쪽 분들이 저를 어떤 역할로 써 주실지가 궁금해요. 전 공연할 때도 특별히 꼭 하고 싶은 역할이나 계획은 없었거든요. 절 어떤 이미지로 봐 주실지가 더 궁금하죠. 아마 애매할 거예요. 물론 그래서 뭐든 될 수도 있겠지만요.

전미도에게 ‘해피엔딩’이란 무엇인가요?

80살까지 연기하는 거예요. 나이 들었을 때의 제 연기를 보고 싶어요. 대학 때부터 이상하게 노인 역을 많이 했거든요. 그래서 항상 궁금해요. 제가 김혜자, 나문희 선생님 나이가 됐을 때 어떤 연기를 할 수 있을지가요.

배우 전미도

■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2020.06.30 ~ 2020.09.13
서울 YES24스테이지 1관
만 13세 이상 관람가
공연 시간 110분
정문성, 전성우, 양희준, 전미도, 강혜인, 한재아, 성종완, 이선근 출연

사진|CJ ENM 제공

<올댓아트 정다윤 에디터 allthat_art@naver.com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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