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 정식 데뷔’ 앞둔 피아니스트 김선욱 “겸손한 자세로 최선을 다해 준비할 것”

올댓아트 송지인 에디터 allthat_art@naver.com
입력2020.09.25 12:58 입력시간 보기
수정2020.09.25 13:16

피아니스트 김선욱|빈체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이하 코로나19)로 이미 두 차례 취소되었던 리사이틀 프로그램으로 올겨울 다시 돌아오는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최근 해외 일정을 위해 출국한 그는 오는 12월 베토벤 후기 피아노 소나타 리사이틀 전 ‘바이올린 거장’ 정경화와 생애 첫 듀오 공연을 무대에 올린다. 같은 달 솔로 리사이틀과 듀오 무대 외에 지휘자로서의 데뷔 무대도 예정하고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의 첫 듀오 공연은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으로 채워진다. 김선욱으로서는 2018년 4월 첼리스트 지안 왕, 2018년 6월 바이올리니스트 가이 브라운슈타인과의 듀오 리사이틀 이후 2년 만에 갖는 실내악 공연이다. ‘완벽에 가까운 실내악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는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는 일찍이 세계 무대 정상에 선 한국 클래식 음악계 1세대, 거장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사랑하는 낭만파 레퍼토리에 속하는 작품. 그가 지난 1997년 EMI를 통해 발매한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 음반으로 디아파종 황금상을 수상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클래식 팬들에게는 정경화와 김선욱의 이번 듀오 리사이틀이 올 하반기 최고 기대 공연이 될 전망이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연주하는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1번, 함께하는 피아니스트는 이타마르 골란|Youtube

김선욱의 12월 지휘자 정식 데뷔 공연은 KBS교향악단과 함께다. 김선욱이 포디엄에 오르는 것이 오는 12월의 공연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2015년 본머스 심포니 상주 아티스트로 활동할 당시 상임지휘자인 키릴 카라비츠의 제안으로 짧은 순간이나마 정식 공연의 지휘봉을 잡아본 경험이 있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의 협연을 마친 후 카라비츠에게 지휘봉을 넘겨받은 그가 앙코르곡인 차이콥스키 <호두까지 인형> 중 ‘파드되’를 지휘한 것. 오는 12월에 열릴 KBS교향악단과의 공연의 1부에서는 베토벤 에그몬트 서곡으로 시작해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2번을 협연·지휘하고, 2부에서는 브람스의 교향곡 2번을 지휘한다.

한편, 솔로 리사이틀에서의 김선욱은 베토벤의 ‘안단테 파보리’를 시작으로 그의 후기 피아노 소나타 30번, 31번, 32번을 연주한다. 그간 꾸준히 베토벤의 음악을 탐구해온 김선욱은 독일 본의 ‘베토벤 하우스’ 멘토링 프로그램의 첫 수혜자로 선정되어 베토벤 하우스 소장품을 독점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지난 인터뷰에서 베토벤이 직접 자필로 써 내려간 악보를 보며 “베토벤의 영혼을 느낄 수 있었다”라고 밝힌 그가 베토벤 음악과 영혼의 정수라 불리는 후기 피아노 소나타를 어떻게 재현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2017년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김선욱의 리사이틀 영상. 이날 김선욱은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14번 ‘월광’과 23번 ‘열정’, 슈만의 야상곡과 브람스의 6개의 피아노 소품을 연주했다|Youtube

12월의 세 공연 이후 2021년 상반기의 김선욱 앞에는 주기적으로 호흡을 맞추는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의 협연과 함께 미네소타 오케스트라, LA 필하모닉, 그리고 베를린 필하모닉과의 화려한 데뷔 무대가 연달아 기다리고 있다. 두 차례 미뤄진 공연, 거장과의 첫 듀오 무대, 지휘자로서의 정식 데뷔, 특별하고 의미 있는 일정을 연달아 앞둔 피아니스트 김선욱에게 지금의 소감과 각오를 물었다. 이하는 피아니스트 김선욱과의 일문일답.

피아니스트 김선욱|빈체로

코로나19로 인해 3월과 9월 공연이 연기됐습니다.
사실 이번에 한국에 입국할 때만 해도 심각한 정도는 아니었다고 생각했지만 자가격리 도중에 확진자가 늘어나는 현상을 보며 연주회를 진행하는 것이 무리라는 확신이 점점 생겼습니다. 연주회를 만드는 공연 관계자분들, 연주회에 오시는 관객분들 그리고 연주를 하는 연주자들에게 모두 아쉬운 상황이지만 언젠가 모두 다 웃을 날이 있기를 조심스럽게 희망해봅니다. 이번 9월에는 새 음반 두 개가 발매될 예정입니다. 하나는 작년 9월 서울에서 공연 실황을 녹음한 (정명훈/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와 함께 한)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과 피아노 소품집(Op. 118)이 담긴 음반이고, 다른 하나는 비올리스트인 (베를린 필하모닉 비올라 수석)Amihai Grosz과 녹음한 앨범입니다. 많은 분들이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 맞추는 첫 듀오를 앞둔 소감은요?
많은 분들이 그러하시겠지만 저도 정경화 선생님의 오랜 팬입니다. 선생님이 녹음하신 수많은 음반들을 들으며 자랐고 공연을 보며 꿈을 키웠습니다. 이번에도 서울에서 지내면서 선생님과 리허설을 자주 진행했는데 음악적인 디테일과 선생님이 음악으로 그리시는 큰 그림에 많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평소에도 가끔 전화 통화를 하며 연주자로서의 고민이나 고충을 따뜻하게 조언해 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선생님의 모습에도 감동을 받았고 모든 순간순간마다 정말 많은 배움을 얻었습니다. 선생님과 좋은 호흡으로 청중들에게 전달하고 싶습니다.

영국 왕립 음악원 입학할 때 정명훈 지휘자와 김대진 지휘자께 추천서를 받으셨다고요. 추천서를 받았을 당시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제가 어렸을 적 지휘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계셨던 두 분이었기 때문에 추천서를 부탁드렸습니다. 예전에 정명훈 선생님께 말러 교향곡 2번 스코어를 들고 찾아가 사인을 받았었는데, 그때 선생님께서 ‘네가 이 곡을 언젠가 지휘할 날을 기대한다’라고 써주신 기억이 납니다.

지휘 공부를 처음 시작했을 때 지휘과 학생으로서 등교하던 길, 그리고 첫 지휘 수업에 참여했던 그때의 기분이 기억나시나요?
사실 피아노와 지휘를 병행한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기도 합니다. 음악이라는 공통점은 있어도 전혀 다른 프로세스를 요구하기 때문이죠. 음악이라는 근본은 같아도 완전히 다른 방법으로 음악을 만들어야 합니다. 돌이켜보면 런던에서의 3년은 정말 힘든 시간이기도 했어요.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수업이 있었고 피아노 연습을 하려면 오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밖에 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많은 오케스트라의 레퍼토리를 익혔어야 했는데, 피아노 연습까지 하려니 과부하가 온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피아니스트로서의 연주도 꾸준히 했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졸업 후에 가장 기뻤던 것이 피아노 연습을 아무 때나 편하게 할 수 있었다는 점이었고 그 뒤로는 지휘랑 병행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생각을 하며 피아노에 매진했습니다. 30대 초반을 넘기며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늦을 것 같다는 생각에 도전하고 싶어졌습니다.

2015년, 잠깐이지만 본머스 심포니를 지휘하셨을 때의 경험도 궁금합니다. 피아노 연주가 아닌 지휘를 마치고 받는 박수를 들으며 정말 묘한 기분이 들었을 것 같아요.
그 당시에는 지휘를 하고 싶었던 마음은 없었어요. 하지만 제가 2014/15 시즌 상주 연주자였고 현재도 상임지휘자인 친한 동료 키릴 카라비츠는 이벤트로 저에게 앙코르곡을 지휘하길 강력하게 바랐습니다. 앙코르로 차이콥스키 <호두까기 인형>의 파드되를 지휘했는데, 그때 연주했던 협주곡이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3번이었기 때문에 에너지도 바닥난 상태였고 파드되 리허설이 굉장히 짧았음에도 그저 너무 행복했었어요. 프로페셔널한 오케스트라를 지휘해 본 첫 경험이었기 때문입니다. 본머스 심포니 관계자들과 단원분들이 그 후에 ‘만약 네가 지휘로 데뷔하고 싶다면 꼭 우리랑 함께하자’ 제안해 주셔서 올해 4월 데뷔 연주를 하려고 했으나 코로나 팬데믹 이유로 안타깝게 21/22 시즌으로 연기되었습니다.

Rachmaninov: Piano Concerto No.3 - Sunwook Kim & Bournemouth Symphony Orchestra|Youtube

김선욱 Sunwook Kim - Rachmaninoff : Piano Concerto No.3 in d minor Op.30|Youtube

피아니스트로서 지휘할 때 가질 수 있는 남다른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피아노가 ‘작은 우주’라면 오케스트라는 그야말로 ‘큰 우주’입니다. 피아노라는 악기는 다른 악기보다 음역대가 크고 화성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케스트라를 위한 곡을 분석하는데 이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피아노를 잘 연주한다고 해서 지휘를 잘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피아노는 혼자 연습하고 혼자 연주하지만, 오케스트라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잖아요. 지휘자는 혼자서 아무 음도 낼 수 없어요.

정식 지휘 데뷔 무대를 앞둔 지금, 긴장감이 더 큰가요, 기대감이 더 큰가요?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고 기대되기도 합니다. 지휘자로서 무대에 오른다는 것은 완전히 새롭고 특별한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지휘라는 세계를 절대 쉽게 생각하지 않기에 겸손한 자세로 최선을 다해 준비하려고 합니다.

평소 지휘를 꼭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프로그램들인지 궁금합니다.
12월에 연주할 베토벤 에그몬트 서곡과 브람스 교향곡 2번은 지휘과 학생이던 당시 학교에서 자주 배우고 연습했던 곡이고 제가 사랑하는 레퍼토리이기도 합니다. 다양한 음악적인 아이디어를 교감하며 음악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관현악의 묘미이기에 어떤 사운드가 만들어질지 기대가 큽니다. 고전음악의 협주곡들은 큰 편성의 실내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베토벤 협주곡 2번을 같이 프로그램에 넣은 이유도 단원들과 재미있게 실내악을 연주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제가 지휘자로서 더 경험이 많이 쌓인다면, 해보고 싶은 프로그램은 무궁무진합니다. 피아노로 할 수 없는 곡들을 오케스트라는 할 수 있으니까요. 오케스트라여야지만 가능한 총천연색의 음악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관객들이 지휘자 겸 피아니스트 김선욱의 첫 공연을 보고 집에 돌아가는 길, 어떤 생각을 했으면 좋겠나요?
지휘자로서 무대에 오르는 첫 발걸음이 두렵고 조심스럽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제 피아노 연주를 좋아해 주셨던 분들 앞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 한편으로 든든하고 행복합니다. 진심을 다해 연주한다면 관객들도 그 진심을 느끼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 넓은 음악을 하고 싶은 한 음악가의 길에 동참해주시면 힘이 될 것 같습니다.

<정경화&김선욱 듀오 리사이틀>

2020.12.08
PM 08:00
롯데콘서트홀

바이올린 정경화
피아노 김선욱

<김선욱&KBS교향악단>

2020.12.14
PM 08:00
롯데콘서트홀

피아노&지휘 김선욱
KBS교향악단

<김선욱 피아노 리사이틀>

2020.12 예정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8세 이상 관람 가능
공연시간 80분

피아노 김선욱

자료|빈체로

<올댓아트 송지인 에디터 allthat_a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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