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진짜 좋아하는 음악을 찾아서” 강렬한 카리스마의 바이올리니스트를 만나다

정은주 클래식 칼럼니스트
입력2021.04.08 23:56 입력시간 보기
수정2021.04.08 23:58

“정은주의 클래식 수다 : 쉽고 가볍고 즐거운 클래식 음악 이야기를 나눠요”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가 이달 14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비발디와 피아졸라의 <사계>를 한 무대에서 연주합니다. 팬데믹의 두 번째 봄, 당분간 그는 자신이 진짜로 좋아하는 음악을 찾는 과정을 즐기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Sangwook Lee

4월 14일, 비발디와 피아졸라의 ‘사계’로 찾아오는 신지아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와의 만남

정확히 10년 만입니다. 며칠 전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를 인터뷰했어요. 대면 인터뷰가 여의치 않아서, 그에게 전화를 걸어 밤늦게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10년 전 강남구 신사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스물셋의 신지아를 만났던 때로 돌아간 듯, 인터뷰이와 인터뷰어 모두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예전 그를 처음 인터뷰했을 때 필자는 일종의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에게서 어떤 강렬한 매력이 느껴졌거든요. 사람이 사람에게서 느끼는 감정을 하나하나 설명할 수 없지만, 그에게서 아우라가 느껴졌다 혹은 카리스마가 있었다, 이런 표현으로 당시 필자가 그에게 받은 인상을 소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글로 그를 정확히 소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는 바이올리니스트니까요. 일단 그의 음악을 먼저 소개합니다. 연주자는 그의 음악이 모든 것을 말해주니까요. 아래 영상은 그가 코로나 검사를 몇 차례 받아 가면서 다녀왔던, 지난겨울 아르메니아에서의 연주입니다. 작곡가 알렉세이쇼어(Alexey Shor)의 <맨해튼의 사계>를 지휘자 마리우스 스트라빈스키(Marius Stravinsky)와 아르메니아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의 겨울, 신지아는 아르메니아에 다녀왔습니다. 아르메니아 정부 측으로부터 두 차례의 코로나 검사 음성 반응을 확인하는 조건으로 자가 격리 면제를 받았고요. 중차대한 시국 그는 여러 위험을 감수하고 아르메니아에 갔고, 무대에서 클래식 음악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던현지 청중에게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또 맛있는 음식과 멋진 여행지로 아르메니아를 추억했습니다. 지휘자 마리우스 스트라빈스키(Marius Stravinsky)와 아르메니아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알렉세이 쇼어(Alexey Shor)의 <맨해튼의 사계>를 협연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의 겨울, 신지아는 아르메니아에 다녀왔습니다. 아르메니아 정부 측으로부터 두 차례의 코로나 검사 음성 반응을 확인하는 조건으로 자가 격리 면제를 받았고요. 중차대한 시국 그는 여러 위험을 감수하고 아르메니아에 갔고, 무대에서 클래식 음악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던현지 청중에게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또 맛있는 음식과 멋진 여행지로 아르메니아를 추억했습니다. 지휘자 마리우스 스트라빈스키(Marius Stravinsky)와 아르메니아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알렉세이 쇼어(Alexey Shor)의 <맨해튼의 사계>를 협연했습니다.

신지아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순수 국내파 출신으로 세계적 권위의 국제 콩쿠르들을 휩쓴 사건이죠. 그저 해외에서 열렸던 콩쿠르가 아니라, 전대미문의 연주자들을 세상에 발굴하는 클래스의 콩쿠르만 골라서 메달을 땄습니다. 영국 예후디 메뉴인 국제 콩쿠르 주니어 부문 2위(2001년), 미국 요한슨 국제 청소년 현악 콩쿠르 1위(2002년), 이탈리아 파가니니 국제 콩쿠르 1위 없는 3위(2004년), 스위스 티보바가 콩쿠르 3위(2005년), 핀란드 시벨리우스 국제 콩쿠르 3위(2005년), 독일 하노버 국제 콩쿠르 2위 및 청중상(2006년), 러시아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5위(2007년), 프랑스 롱티보 콩쿠르 우승 및 4관왕(2008년), 퀸 엘리자베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3위(2012년)입니다. 필자는 이런 그의 콩쿠르 승전보를 접하면서, 참 신기하고 또 궁금했습니다. 대체 그에게는 어떤 힘이 있을까? 그는 타고난 천재일까? 무슨 비법이 있기에 그는 유학 한 번 다녀오지 않고도 연주자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상장들을 척척 받아오는 것일까?

그는 연습을 굉장히 독하게 합니다. 손에서 피가 나도, 하루에 잠을 두어 시간 밖에 못 자도 마음에 들 때까지 연습을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운동 중 다친 손가락의 깁스를 잘라내면서까지, 원하는 콩쿠르에 참가한 적도 있고요. 한 마디로 그는 독종, 악바리, 연습벌레 스타일이에요. 이것이 바이올리니스트로 가진 비책입니다. 악보와 바이올린 그리고 그의 마음이 원하는 것이 모두 같아질 때까지 열심히 노력한 거죠. 끝까지 하는 사람이 이기는 사람이다, 그런 말처럼 그는 될 때까지 하는 열정으로 돌진하는 음악가입니다. 고혹적인 드레스를 입고 무대 위에서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는 모습만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기도 하죠?

크레디아 아티스트인 신지아가 소속 아티스트들과 함께 추진한 프로젝트 ‘스타더스트’에 참여한 연주 영상입니다. 피아니스트 최현호와 함께 사라사테의 <치고이너바이젠>을 연주합니다.

올해 서른셋, 그가 열 살 무렵부터 바이올린과 함께 해온 시간은 쉽지 많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단한 노력 끝에 그는 K 클래식의 선두주자로 세계 곳곳의 청중을 만나왔는데요. 한창 바쁠 때는 연습을 할 시간조차 없었다고 해요. 연 50회의 일본 공연을 비롯해, 세계 곳곳의 무대를 오르내리던 그의 연주 활동은 여러 음악 후배들의 롤 모델이 되었고요. 오늘날의 K 클래식 팬덤의 물꼬를 튼 젊은 연주자가 신지아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안타깝게도 코로나 팬데믹으로 그의 연주 여행은 지구촌 모든 사람들의 시간과 함께 잠깐 멈췄지만요. 오히려 이 시간을 통해 그가 진짜 좋아하는 음악을 찾고 싶다고도 합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그날, 그의 팬으로 그가 진짜 좋아하는 음악을 들어보고 싶은 마음도 듭니다. 또 그의 데뷔 30주년을 기념해, 다시 한번 인터뷰를 해보자며 웃었는데요. 그때 신지아의 음악은 어떨지 정말 기대됩니다. “지아 씨 파이팅!”

코로나 팬데믹으로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깊이 울렸던 연주입니다. 이 연주를 보고 눈시울을 적셨다는 분들이 많으셨습니다. 올해 예술의전당에서 열렸던 신년 음악회에서 신지아는 드보르작의 <꿈속의 고향>을 연주했는데요. 처음으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오른 협연 무대라고 합니다. 비록 관객을 만날 수 없었지만, 공연 관계자들을 청중으로 만날 수 있어서 무척 울컥했다는 후감을 들려주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깊이 울렸던 연주입니다. 이 연주를 보고 눈시울을 적셨다는 분들이 많으셨습니다. 올해 예술의전당에서 열렸던 신년 음악회에서 신지아는 드보르작의 <꿈속의 고향>을 연주했는데요. 처음으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오른 협연 무대라고 합니다. 비록 관객을 만날 수 없었지만, 공연 관계자들을 청중으로 만날 수 있어서 무척 울컥했다는 후감을 들려주었습니다.

■Interview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 ⓒSangwook Lee

Q. 코로나 팬데믹 2년 차에 접어들었다. 어떻게 지냈나?

코로나 이후 해외에서 활동하던 많은 연주자분들이 다시 한국으로 들어오셨다. 나도 그렇다. 자가 격리를 감수하면서까지 한국에 오고 싶어 하는 해외 연주자분들의 이야기도 들었다. 코로나 팬데믹의 시기 무대에 오를 기회가 있는 곳이 우리나라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잡혀있던 해외 연주 일정은 대부분 취소되었다. 얼마 전에는 취소되지 않은 두바이 연주가 있었다. 항공기 경유를 위해 미국에서 자가 격리를 하던 중 두바이 측으로부터 공연 취소 연락을 받았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자가 격리를 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안전이 최우선이다. 올해 하반기에 이탈리아와 체코 연주 일정이 있는데,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다. 가능하다면 연주하고 싶다. 또 평소 시간이 없어서 못했던 일들을 해보고 싶었다. 베이킹이나 쿠킹 클래스 같은. 워낙에 달콤한 디저트를 좋아한다. 가장 좋아하는 맛은 까늘레(canele)다. 쫀득거리면서도 촉촉한 식감이 참 좋다.

Q. 지구촌 클래식 음악계가 아프다. 오케스트라 단원의 전원 해고 소식부터 역사 깊은 매니지먼트사의 폐업 등 호재가 전혀 없는 상황이다. 연주자로 어떤 마음인가?

연주자는 무대에 서야 한다. 무대에서 동료들과 음을 맞추고, 청중을 만나야 한다. 그러지 못하니 참 마음이 무겁다. 현실적인 어려움에 클래식 음악계의 여러 분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누구보다 그들의 마음에 공감한다. 그러나 우리는 버텨야 한다. 연주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 힘을 내야 한다. 공연이 없는 요즘 시간에 미래를 준비하는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라 생각하면서 잘 버티셔라.

Q. 지난겨울 아르메니아에 연주 여행을 다녀왔다. 평소의 해외 연주와 다른 기분이 들었을 것 같다. 그곳은 처음인가? 어떤 나라인지도 궁금하고, 클래식 음악에 대한 환경도 궁금하다.

우선 주변에서 위험하게 아르메니아에 왜 가냐는 말을 종종 들었다. 그러나 연주자로 그곳의 청중을 만나고 싶었던 생각에서 떠났다. 아르메니아는 클래식 음악에 대한 사랑이 뜨거운 나라다. 어린 학생들 마스터 클래스도 했었는데, 음악에 대한 사람들의 애정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아르메니아 정부 측으로부터 자가 격리 면제를 받았다. 단 한국에서 출발 직전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아르메니아에 도착해서 다시 한번 더 검사를 받고 음성이 나오는 조건이었다. 아르메니아 호텔에서 음성 결과가 나올 때까지 방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해외 공연을 다니다 보면 주최 측의 매끄러운 진행에 감탄할 때가 더러 있다. 아르메니아의 공연장 스태프들이 굉장히 일을 잘 해주는 모습도 인상 깊었다. 또 아르메니아 여성들이 강한 이미지다. 우먼 파워가 있는 문화라고 느꼈다. 음식은 건강식 느낌이었고, 짭짤했지만 참 맛있었다. 여행하러 다시 한번 꼭 가보고 싶은 나라다.

Q. 올해 예술의전당 신년 음악회에서 드보르작의 <꿈속의 고향> 연주를 봤다. 사실 눈물이 났다. 팬데믹 이후 몇 차례 연주할 기회가 있었다. 팬데믹 이전과 비교한다면 어떤 점들이 다르고 불편한가?

집에 와서 신년 음악회 영상을 보는 데 참 슬퍼 보였다. 나조차도 놀랄 만큼 그랬다. 아마 드보르작의 선율을 통해 요즘 우리의 마음을 대변한 게 아닌가 싶었다. 팬데믹 이후 정말 감사하게도 연주할 기회가 몇 차례 있었다. 청중이 있는 연주와 무관중 연주를 둘 다 해봤다. 둘 다 어색했다. 청중이 있는 연주의 경우 좌석 띄어앉기를 해야 해서, 평소보다 객석이 비어있는 점이 그랬다. 또 무관중 음악회를 다시 할 경우에는 반드시 객석에 인형이라도 가져다 놓아야겠다는 농담을 동료들과 했다. 늘 우리를 바라보던 청중이 안 계시니, 연주의 몰입과 긴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평소 연주 중 실수를 잘 하는 편이 아닌데도 실수할 뻔했다. 관객이 있을 때는 전혀 알지 못했던 반응이다. 무대에서 동료들과 연주할 수 있다는 점도 감격스러웠다. 마스크를 낀 채 솔리스트로 연주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바이올리니스트의 경우 어깨와 얼굴에 바이올린을 낀 채 연주해야 하는데, 그 사이에 마스크가 들어왔다. 너무 불편했다. 연주하던 중 자꾸 마스크가 눈 쪽으로 올라가는 바람에 다시 끌어내리느라 어려웠다. 또 오케스트라와 표정을 통해 호흡해야 하는데, 마스크로 모든 것을 가리니 소통하기도 어려웠다. 협연자로 무대에 설 때 호흡이나 액션이 훨씬 커야 하는데 마스크를 낀 채 하려니 어색했다.

Q. 팬데믹 종식 후에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사실 늘 쉬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자유롭게 연주하고 싶다. 여행도 하고 싶고. 마스크 없이 관객을 만나 함께 공감하는 음악을 이끌고 싶다.

Q. 신지아는 카리스마가 있다, 강단 있는 연주자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실제로도 그러한 모습이 있다고 보는지? 30대에 세운 계획도 궁금하다.

첫인상이 차갑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차도녀’라고. 하지만 나와 한 번 수다를 시작해보면 모두 인정한다. 오히려 그 반대의 캐릭터인 걸 알게 된다. 10대 시절부터 콩쿠르 준비를 많이 했고, 우승도 많이 했다. 또래 젊은 연주자들보다 여러 활동을 빨리 시작했다. 그 덕분에 인생의 희로애락도 빨리 겪은 편이다. 힘든 시기도 있었고, 다시 마음을 다잡은 시기도 있었다. 30대의 내가 세운 목표 중 하나는 내가 진짜 좋아하는 음악을 찾는 과정이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내가 가까이 지내는 분들과 더 잘 지내는 방법을 찾고 싶다. 지금까지 나는 정말 바빴다. 내 일에만 신경을 썼다. 그 길에만 집중해서 살았다. 그러다 보니 내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음악은 어떤 것인지, 또 어떤 음악을 연주할 때 행복한 지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부족했다. 진짜 어른이 되려고 하는 것 같다. 늘 클래식만 듣지 않는다. 요즘 자주 듣는 플레이리스트는 현대 쪽이 대부분이다. 다양하게 듣고 있다. 결국 코어 클래식에 연결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클래식에서 영감을 받고 공부했지만, 앞으로는 폭넓은 음악을 향하고 싶다.

Q. 솔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좋은 점과 그렇지 않은 점이 궁금하다.

좋은 점은 누군가에게 얽매이지 않는 점이다. 나의 시간을 온전히 쓰며, 음악에 대한 해석도 그렇다. 반면 솔리스트는 누군가에게 전혀 기댈 수 없다. 때문에 외롭다. 또 연주를 위한 사전 준비를 아주 완벽하게 마쳐야 한다. 뭐랄까. 연주를 하기까지의 준비 시간이 때로 쓸쓸할 때도 있다. 10년 전과 비교하자면 열정은 더 늘었지만, 체력적인 변화를 조금씩 느낀다. 학생 시절에는 오직 음악에만 집중하면 아무 문제가 없는 삶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한 사람의 성인으로 삶을 살아내는 중이다. 매일의 다양한 경험을 쌓고, 그것을 음악과 함께 해야 한다. 삶과 음악 이 두 가지를 균형 있게 건강하게 이끌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테크닉적인 부분의 보충을 위해 시간을 다 쓰기보다, 일상의 다채로운 경험에도 시간을 쓰고 있다. 사실 주변 동료 음악가들도 그렇지만, 우리 연주자들은 한 우물만 파는 사람들이다. 때문에 부족한 점도 있다. 요즘은 평균 하루에 5시간 정도 연습한다.

Q. 바이올린과 잘 맞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나.

피아니스트만큼 손의 너비가 넓다. 손가락도 긴 편이다. 그동안 큰 손과 긴 손가락을 당연하게 여기기도 했다. 그러나 분명 바이올리니스트에게 이것은 축복이다. 감사할 따름이다. 타고난 체력도 좋지만, 운동으로 체력을 유지하고 있다. 아침에는 스트레칭 등 운동으로 보통 1시간 정도 쓴다. 등산을 무척 좋아한다. 반드시 정상까지 올라가야 직성이 풀린다. 자주 가는 산은 청계산, 북한산, 아차산이다.

Q. 10년 전 필자와 인터뷰 때 과다니니(1794년 제작)를 들고 왔었다. 그 즈음 니폰뮤직파운데이션에서 스트라디바리우스 ‘캄포펠리체’(1710년 제작)를 한국인 최초로 대여받았다. 지금 쓰는 악기는?

과다니니와 스트라디바리우스를 대여받았던 일은 대단한 행운이었다. 아쉽게도 계약 기간이 끝나 모두 내 품을 떠났다. 요즘은 개인적으로 따로 오더메이드 한 현대 악기를 사용한다. 그래서 고전과 낭만 시대의 음악을 연주할 때 한계를 느낀다. 나무 자체의 차이다. 좋은 악기를 만나고 싶은 바람이 크다. 요즘 가장 간절한 소망 1순위가 마음에 드는 악기를 만나는 것이다. 해외에서 유학하거나 생활하다 좋은 기회에 명기를 대여받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그런데 현재 내 상황은 그렇지 못하니 아쉬운 마음도 든다. 보통 악기를 만나면 내가 추구하는 목소리를 낼 수 있을 때까지 최소 1년이 걸린다. 바이올린은 세상에 단 한 대도 같은 것이 없다. 같은 사이즈라도 브랜드마다 제작자마다 크기가 다 다르다. 활과의 궁합도 중요하다. 현악기 연주자들은 어떻게든 자신의 악기를 통해 자신의 음악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정말 섬세한 작업이다. 연주하는 홀이 건조하면 안 되고, 그렇다고 습도가 높아도 안 된다. 연주 때마다 악기가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도록 관리하고 신경 쓴다. 그러나 이것은 나의 노력만으로 되는 일은 아니기에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Q. 그동안 앨범 발매도 꾸준했다. 다음 앨범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

명반은 수십 년이 지나도 그대로 남는다. 그래서 앞으로 명반을 발매해야겠다는 포부도 있다. 늘 욕심나는 작업이다. 그러나 요즘 cd를 듣는 분들이 줄어들었다. 때문에 여러 방향을 고민 중이다. 세월을 이길 만큼 멋진 음반을 녹음하고 싶다.

Q. 이달 14일 비발디와 피아졸라의 <사계>를 한 무대에서 연주한다. 신선하다. 봄에 어울리기도 하고. 어떻게 구상했나?

이달 무대는 마티네 콘서트다. 클래식을 알고 싶어 하시는 청중이 오시는 공연이다. 편안하게 또 가볍게 들으실 수 있는 작품을 구상하다가 <사계>가 당첨되었다. 마침 올해가 피아졸라의 서거 100주기다. 비발디와 피아졸라가 작곡한 같은 이름의 <사계>를 한 무대에서 연주하는 것도 꽤 재미있겠다 싶었다.

Q. 비발디와 피아졸라는 정 반대의 색채다.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비발디의 <사계>는 맑고 푸르다. 상쾌하고, 형식을 갖춘 작품이다. 반면 피아졸라의 <사계>는 열정이다. 인간의 내면을 자유롭게 담았다. 두 작곡가의 서로 다른 포인트는 음악을 들으면서 느끼실 수 있다. 비발디가 살았던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와 피아졸라가 살았던 아르헨티나의 기후가 고스란히 담긴 것도 재미있다. 비발디의 <사계>는 사계절이 뚜렷하고, 피아졸라의 <사계>는 강렬한 뜨거움이 있다. 후덥지근하고 두루뭉술한 느낌도 난다.

Q. <올댓아트> 독자들에게 인사 한 마디 부탁한다.

클래식 음악계에서 종사하는 모든 분들은 지금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절박한 상황에 놓인 것도 맞다. 지금처럼 꾸준한 관심을 부탁드린다. 우리는 관객이 있어야 행복하다. 두 자리 세 자리 띄어앉는 공연 일지라도, 공연장에서 만나고 싶다. 가장 마음에 드는 연주는 청중과 함께 만들 수 있다.

참고|<톱클래스> 일본에서 한류 열풍 일으키는 젊은 여성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 2010년 12월 호
취재 협조|크레디아

■『알아두면 쓸모 있는 클래식 잡학사전』 저자. 국내 여러 포털 사이트와 각종 매체 등에 클래식 음악 콘텐츠를 기획·연재 중이다. 카카오페이지 신인작가 공모전 2기 당선작가(2019)로, 영국 현악 전문지 <스트라드> 한국판과 <더 트래블러>, <톱클래스> 등에서 에디터·프리랜스 에디터로 일했다. 중앙대 예술대학원 문예창작전문가 과정을 수료했다.

<정은주 클래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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