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드라마·창작가무극·웹툰 <나빌레라>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tvN 드라마 <나빌레라>를 향한 반응이 뜨거워지며 원작 웹툰과 오는 5월 중순부터 무대에 오를 예정인 창작가무극 <나빌레라>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드라마 종영까지 4회만을 남기며 결말이나 앞으로의 전개 등에 대한 예측을 위해 원작과 공연의 줄거리를 찾아보는 시청자들이 많은데요. 이번 글에서는 원작 웹툰과 뮤지컬이 궁금한 독자분들을 위해 원작 웹툰 VS 드라마 VS 뮤지컬 간 차이점과 집중해서 보면 좋은 매력 포인트를 소개합니다.
■웹툰 VS 드라마 VS 뮤지컬 차이점은?
1. 주인공 덕출, OO로 인해 발레를 시작하다!
<나빌레라>의 주인공인 심덕출. 일흔이 넘어 발레를 시작하겠다고 하는 그를 보고 주변 사람들은 놀라움과 걱정을 감추지 못합니다. 드라마 속에서는 오래전 우연히 본 발레 <백조의 호수>의 발레리노가 계기가 되어 오랜 시간 발레의 꿈을 갖게 만들었는데요.
뮤지컬과 원작에서는 덕출이 어릴 적 러시아에서 겪은 경험이 꿈을 꾸는 계기가 됩니다. 러시아는 발레, 하면 떠올리는 나라인 만큼 발레가 대중적인 예술로 자리 잡고 있는데요. 우연히 발레 교습소 근처를 지나가다가 자기 또래의 아이들이 바를 짚고 연습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죠. 그때 이후로 덕출의 머릿속에는 그때 본 발레의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있습니다.
특히 뮤지컬에서는 발레 교습소에서 본 ‘발레 소녀’가 작품의 중요한 키포인트로 등장합니다. 알츠하이머를 앓으며 점점 발레와 옛 추억에 대한 기억이 흐려지는 와중에도, 어릴 적 본 발레소녀가 환기하는 설렘과 기쁨은 그대로 간직하죠.
반면, 원작에서는 발레 소녀보다 ‘카메라’가 중요한 요소로 등장합니다. 카메라는 친구가 남긴 유품이자, 마지막까지 이루지 못한 꿈을 상징하는 매개체로 등장하는데요. 웹툰 속에서 덕출은 이 카메라를 통해 오랫동안 꿈만 꾸어 온 발레를 시작해보고자 마음먹습니다. 우연히 채록의 연습 현장을 보고 감회 되며 시작하는 드라마와 달리, 스스로 발레단에 찾아가 ‘발레를 배우게 해달라’고 말하는 등 좀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요.
잠깐, 드라마 속 백미가 된 <백조의 호수>는 원작과 뮤지컬에선 볼 수 없을까?
<백조의 호수>를 보며 감탄하는 채록과 덕출, 그리고 <백조의 호수>를 상상하며 꿈을 꾸는 덕출의 모습은 드라마에서만 볼 수 있는 장면입니다. 대신 원작에는 발레 <에스메랄다>라는 작품이 등장하죠.
내용 전개에 있어 비중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발레가 배우고 싶다며 발레단을 찾아온 덕출이 이 작품 속 ‘다이애나 악테온 파 드 되’ 연습 현장을 감상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름이 생소한 분들도 계실 텐데요. 발레 갈라 공연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단골 레퍼토리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아래는 공연 영상입니다. 웹툰으로만 만나보았다면 영상으로 그 실제 모습을 감상해 보는 건 어떨까요?
2. 채록의 발레 스승, 기승주 OR 문경국?
드라마 속 채록의 발레 스승 역할을 하는 기승주. 자신의 마지막 무대가 된 <돈키호테>를 따라 추고 있는 채록을 보곤 그의 열정에 감회 되어 제자로 받아들이는데요. 원작과 뮤지컬에서는 문경국이라는 이름의 발레단 단장으로 등장합니다. 자기 이름을 딴 작은 발레단을 운영 중이고요. 드라마에서 밝혀진 무용원 교수인 은소리와 이혼한 사이이고, 부상으로 인해 <돈키호테> 이후 다시는 무대 위에 설 수 없었다는 설정은 드라마에만 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원작에선 채록의 어머니가 발레리나였고, 문경국 단장은 어머니의 옛 동료로써 인연이 닿아 함께하게 된 것으로 그려집니다.
뮤지컬에서만 볼 수 있는 설정도 있습니다. 드라마와 원작에서 기승주/문경국은 각각 권위 있는 무용수로 그려지고, 경제적인 어려움을 잘 드러내지 않는데요. 극적인 연출을 위해서인지, 뮤지컬 <나빌레라> 속 문경국 발레단은 곧 폐관을 앞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 번 한 번의 공연이 소중하고 절박한 상황이죠. 그래서인지 그 속에서 채록과 덕출이 꿈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은 원작이나 드라마보다 더 절박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3. ‘감초’ 캐릭터!
드라마 속 조연 인물들 역시 주연들처럼 웹툰 원작을 거의 따랐는데요. 자세한 설정은 다릅니다. 원작에서는 성관과 성산을 비롯한 덕출의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를 보다 깊게 풀어나가고, 채록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만나 인연을 쌓고 있는 은호는 이미 취업을 마친 사회 초년생으로 그려지죠. 심상치 않은 원한 관계를 드러냈던 호범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채록의 아버지와 얽힌 악연은 드라마에만 추가된 설정이고, 원작에선 ‘성철’이란 이름으로 채록과 함께 축구를 했던 비뚤어진 고교 동창 정도로 등장합니다.
뮤지컬 속에서의 주변 인물들은 드라마보다는 더 원작에 가까운 설정인데요. 러닝타임이 정해져있기 때문인지 조연들의 섬세한 서사는 대부분 생략되었습니다. 대신 캐릭터가 처한 전반적인 상황을 드러내는 넘버들이 추가되었죠. 아래는 창작가무극 <나빌레라> 속 성철과 채록이 부르는 ‘그건 꿈이라서 그런 것’ 리프라이즈입니다. 신경전이 살벌했던 드라마와 원작에 비하면 원만한 분위기입니다.
드라마와 뮤지컬에선 조연 인물을 깊게 다루는 편이 아니다 보니 아쉬움이 남는 시청자, 관객분들도 계실 텐데요. 채록과 덕출 뿐 아니라 다른 인물들의 성장을 함께 지켜보고 싶다면 웹툰의 ‘커튼콜’ 파트를 감상해보길 추천합니다. 얼마 전 새로이 연재를 시작한 원작 4부 파트로, 유명세를 떨치기 시작한 채록과 문경국 발레단이 배출한 또 다른 스타 무용수 승아, 그리고 새로이 맡게 된 발레 유망주 제자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그려나가고 있습니다.
4. 작품의 하이라이트, 발레 안무! 영감을 준 건...
드라마 <나빌레라>에서 하이라이트를 장식하는 다채로운 발레 장면들! 안무는 실제 국립발레단 출신인 유회웅 안무가가 담당했습니다. 배우들은 실제로 쓰이는 발레 용어들을 외우고, 동작들을 배워서 선보이고 있고요.
웹툰의 경우 전설적인 발레 무용수인 세르게이 폴루닌의 다큐멘터리 영화 <댄서>를 참고했다고 작가진이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손 모양, 발끝, 몸의 선 등을 세세히 표현하는 데에 영화의 도움을 많이 받았으며, 안무의 경우 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 출신인 김현웅 발레리노로부터 직접 제안받아 그렸습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와 작품 속 ‘문경국발레단’의 모티프가 된 이원국발레단으로부터의 자문도 얻었다고 덧붙였죠.
뮤지컬의 경우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유회웅 안무가가 참여해 안무를 직접 지도했는데요. 실제 무용계에서 활동 중인 여러 객원 무용수들이 등장해 함께 무대를 빛냈습니다. 더 자연스러운 느낌을 줄 수 있도록 무용수 겸 뮤지컬 배우로 활동 중인 배우를 주역으로 캐스팅하기도 했습니다. 올해 찾아오는 시즌 역시 무용을 전공했던 배우가 참여해 기대감을 높이고 있죠.
■웹툰 & 드라마 & 뮤지컬 각각의 매력 포인트
차이점이 있는 만큼 웹툰, 드라마, 뮤지컬 각각의 주요 감상 포인트들이 있죠. 조만간 다른 <나빌레라>들을 감상할 예정인 독자분들을 위해 매력 포인트들을 소개합니다!
1. 웹툰 <나빌레라>
원작의 매력은 무엇보다 섬세하고 풍성한 스토리라인에 있습니다. 드라마와 뮤지컬 버전에 비해 분량 제한이 적은 만큼, 채록과 덕출의 이야기를 깊게 풀어낼 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들의 성장 서사도 꼼꼼하게 보여주죠. 발레가 핵심 테마인 만큼 ‘아름다운 동작들을 영상이나 무대로 만날 수 없어 아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요. 실제 못지않게 그림 묘사가 역동적이어서, 부족함은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최근 에필로그에 해당하는 4부작 ‘커튼콜’을 완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으니 드라마와 함께 원작도 정주행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2. 드라마 <나빌레라>
많은 시청자들이 느꼈다시피, 드라마 버전은 배우들의 안무, 프로 무용수들의 화려한 몸짓들과 아름다운 발레 음악을 함께 감상할 수 있습니다. 원작에는 없던 설정들이 다수 더해져 원작을 이미 본 시청자들도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고, 발레를 좋아하는 관객들은 드라마 중 등장하는 여러 작품들을 통해 반가움을 느낄 수도 있죠. <백조의 호수>, <파키타>, <호두까기 인형>, <돈키호테> 등... 곳곳에 숨겨진 발레의 아름다움을 찾아보는 매력 역시 쏠쏠합니다.
3. 창작가무극 <나빌레라>
뮤지컬에서 넘버를 빼놓을 수 없죠. 주옥같은 창작 넘버들과 눈시울을 적시는 감동적인 스토리, 연기가 더해져 드라마나 원작과는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합니다. 눈앞에서 채록과 덕출의 발레를 직접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요! 뮤지컬 버전만의 안무 역시 눈여겨볼 부분인데요. 이번 시즌 무대에서는 발레뿐 아니라 현대무용을 비롯한 다양한 몸짓들을 초연 당시보다 좀 더 늘어난 비중으로 만나볼 수 있을 예정입니다. 이번에도 안무를 담당하게 된 유회웅 안무가는 “생동감 있고 꿈을 꾸는 듯한 장면들이 많이 연출될 예정”이라며 본 공연에 앞서 기대를 더했습니다. 뮤지컬 <나빌레라>는 2021년 5월 14일부터 5월 30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으니, 공연을 보러 갈 예정이라면 참고하세요!
사진·자료|서울예술단, 게티이미지
참고|웹툰 <나빌레라> 페이지
tvN 드라마 <나빌레라> 페이지
<올댓아트 이민정 인턴 allthat_ar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