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에 떨며 굶주리고 있는 조카들을 위해 훔친 한 조각 빵. 절도죄로 체포되어 19년 동안의 감옥 생활을 한 남자의 이야기. 우리가 알고 있는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 미제라블」의 서사입니다. 억울함과 불쌍함의 대명사로 여겨졌던 삶이지만 그 기구함이 비단 장발장에게만 해당됐을까요. 다소 엉뚱하지만 그렇다고 허무맹랑하지마는 않은 이 전제에서 비롯된 이야기가 ‘우리의 소리’로 재탄생했습니다. ‘입과손스튜디오’의 판소리 <레미제라블-토막소리 시리즈>를 통해서입니다.
2017년 창단한 입과손스튜디오는 고수 이향하, 김홍식, 신승태와 소리꾼 이승희, 김소진, 프로듀서 유현진으로 구성된 공동체입니다. 이들은 <완창 판소리 프로젝트>, <19호실로 가다>, <판소리동화 안데르센> 등을 무대에 올리며 판소리가 갖고 있는 연희 양식의 가능성을 다양한 각도로 실험하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레미제라블-토막소리 시리즈>는 중장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된 무대인데요. 극 중 인물들의 삶, 이들을 둘러싼 사건, 작가의 사회적 시선 등에 초점을 맞춰 3개의 토막소리로 창작했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가난하고 아름다운 여자 ‘팡틴’을 주인공으로 합니다. 19세기 프랑스 사회를 온몸으로 통과해 낸 그녀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21세기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여성을 만나게 되죠. 두 번째 이야기는 ‘신군’이라는 인물의 입과 손으로 원작의 ‘마리우스’라는 인물이 경험한 혁명과 사랑을 주제로 합니다. 두 사람은 다른 시대를 살고 있지만 서로의 삶을 대입해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입과손스튜디오’가 <레미제라블>을 통해 하고팠던 이야기는 무엇일까요. 통통 튀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진중하지만 그 속에서도 해학을 놓치지 않는 ‘입과손스튜디오’의 이향하 대표를 네이버공연전시판이 만났습니다.
입과손스튜디오를 소개해 주세요.
전통 판소리와 전통 소리를 20년 이상 공부한 사람들의 모임이에요. 원래도 판소리 창작공연단체 ‘판소리 만들기-자’라는 곳에서 함께 했어요. 10년 정도 그곳에서 활동을 했는데, 4년 전쯤 그 활동이 마무리되면서 이 작업을 계속했으면 좋겠다는 뜻이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입과손스튜디오를 창단하게 됐죠. 판소리를 만드는 방법을 만드는(웃음), 즉, 창작 판소리라는 것을 다양한 방법으로 만들어보자,라는 취지로 탄생한 곳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입과손스튜디오라는 이름은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후보가 정말 많았어요. 그러던 중 누군가 ‘우리가 갖고 있는 게 조동아리 손모가지 밖에 더 있냐’라고 말했고, 모두가 동의했죠(웃음). 그렇지만 그 단어를 그대로 사용할 수는 없었기에 입과 손으로 순화했고, 계속 창작 작업을 하자,는 의미로 스튜디오를 붙이게 됐어요.
어떤 분들이 함께 하시는지 궁금해요.
총 6명이 함께 해요. 먼저 이승희 소리꾼은 이 분야에서는 사랑받는 보컬리스트였는데 입과손스튜디오에 합류하면서부터는 창작가로 더 많이 알려지게 됐어요. 김소진 소리꾼은, 진짜 소리를 잘하는 소리꾼이에요. 목구성이 시원하고 웅장하며 여자 소리꾼 같지 않은 목소리를 갖고 있어요. 고수 3명은 김홍식, 신승태, 그리고 저예요. 김홍식은 광주광역시 문화재 이수자에요. 어릴 때부터 판소리 중심의 고법을 공부했기 때문에 성음이 되게 깊고 나이에 맞지 않는 중후한 추임새를 갖고 있어요. 또 여러 가지 음악적 소스를 만들죠. 신승태는 경기 소리꾼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고, 목소리를 활용하는 일에도 관심이 많은 친구예요. 소리꾼과 고수의 쩜오랄까(웃음). 그리고 저는 판소리가 가진 구조적인, 판소리적 감각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 것들을 음악으로 풀어내는 걸 좋아해요. 끝으로 프로듀서 유현진은 입과손스튜디오의 일인 다역으로, 못하는 게 없어요. 판소리를 오랫동안 해온 다른 친구들이 객관화하기 힘든 부분을 유 PD는 명확하게 캐치해요. 판소리를 새롭게 보는데 가장 크게 영향을 주는 사람이에요.
팀워크가 굉장히 좋아 보여요. 모든 작업을 ‘만장일치’로 결정한다고 들었어요.
6명이 전부이다 보니 어떤 사안을 다수결로 했을 때 그 결과가 과연 옳은가,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더라고요. 예를 들어 어떤 문제를 앞두고 한 명은 잘 모르겠어, 두 명은 싫어, 세 명은 좋아, 했다고 가정했을 때 그 세 명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 정말 합리적인 결정일까요? 또 5 대 1의 결과가 나왔다면요? 1의 의견이 중요하지 않다고 누가 확언할 수 있을까요. 실제로 저희들은 전통 판소리를 해온 소리꾼과 고수들이 5, PD가 1의 의견을 내는 경우가 왕왕 있었어요. 그런 경우 다수결의 원칙을 적용했다면 아마 저희는 그 어떤 새로운 시도도 해보지 못했을 것 같아요. 서로 다른 입장을 들으며 이해하려고 하고, 또 자신의 의견을 상대에게 설득하게 하는 과정을 통해 발전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그것을 ‘만장일치’라는 이름으로 명명하게 됐고요. 모두에게 만족을 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최대한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들 수 있는 제도죠. 그리고 저희들이 각자에 대한 의심이 굉장히 많아요. 의견은 많은데 또 고집스러운 사람은 없어서 유지가 되는 것 같아요(웃음).
그동안 진행하셨던 대표작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입과손스튜디오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작품을 꼽는다면.
저희들의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은 ‘완창 판소리 프로젝트’가 아닐까 싶은데요. 단체를 만들면서 처음 한 작업이기도 하거든요. 그전까지는 전통 판소리가 창작의 재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많지 않았어요. 저희 역시 판소리를 만들긴 해야 하는데, 글을 의뢰받자니 기존의 방식들과 다르지 않고, 직접 쓰자니 능력이 부족하고 그런 상황이었거든요. 그때 저희 PD가 ‘왜 전통 판소리를 창작 판소리처럼 하면 안 돼?’라고 되물었어요. 그러면서 생각했죠. 왜 안된다고만 생각했을까(웃음). 전통 판소리를 입과손스튜디오의 스타일로 새롭게 올려보자, 해서 시작된 것이 ‘완창 판소리 프로젝트’였어요.
이 프로젝트를 요즘 말로 ‘신박하다’고 표현하더라고요.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전까지 완창 판소리는 소리꾼의 과업 달성을 위한 무대로 여겨져 왔어요. 명인들의 기록 세우기를 위한 발표랄까요. 즉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만 중요한 무대였죠. 또 토막소리는 완창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하되기도 했어요. 소리꾼이라면 완창을 해야지, 하는 식으로요. 그러나 저희는 이 완창 판소리를 듣는 관객들에 집중하고 싶었어요. 관객들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왜 완창 무대를 들어야 할까,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부분을 살리고 또 어떤 부분을 걸러야 할까. 이 고민의 시간이 정말 길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첫 완창 판소리 프로젝트인 ‘심청가’ 무대를 올렸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애매했던 것 같아요. 얘네들이 무언가를 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이게 대체 뭐지, 하는 반응이 많았거든요. 아쉬웠던 부분을 보완해서 두 번째 무대인 ‘수궁가’를 올렸는데 관객들도, 저희도, 관계자들도 모두 만족했어요.
그런 경험들이 중장기 프로젝트에도 이어진 셈이네요.
맞아요. 보통 전통 판소리 완창은 길게는 8시간 30분이 넘는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어요. <레 미제라블>을 기획하면서 이렇게 판소리가 길어진 이유가 뭘까 생각해 봤어요. 어느 한순간, 한 사람에 의해 쓰인 것이 아니고 여러 시간, 여러 소리꾼과 고수들이 관객과 피드백을 주고받으면서 만든 토막소리가 합쳐져 길어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마치 모듈처럼요. 토막소리 개념의 소극장 공연을 묶어 하나의 완창형 판소리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시작한 것이 바로 중장기 프로젝트였어요.
<팡틴>, <마리우스> 무대를 올렸고, 마지막 공연인 <가브로슈>를 준비하고 있어요. 여러 인물 중 왜 이 세명을 선택했는지도 궁금해요.
자베르나 장발장도 해보고 싶었는데 그렇게 여러 명을 하기에는 여력이 안 됐어요(웃음). 책을 읽으면서 현재에 대입해 봤을 대에도 불쌍한 사람이 누굴까, 고민했어요. 여성, 청년, 어린이더라고요.
<팡틴> 제작 의도를 보다 보니 ‘가난한 여자 불쌍하다/가난한데 아름다운 여자 불쌍하다/가난한데 아름답고 아이까지 있는 여자 불쌍하다’라고 각 과장의 타이틀을 표기했더라고요. 이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바는 무엇이었는지 궁금해요.
「레 미제라블」 읽으면서 이중 가장 불쌍한 사람이 누굴까, 했는데 팡틴이었어요. 팡틴은 미혼모에요. 원작은 그런 불우한 조건에 초점이 있지만, 저희는 예쁘다,라는 부분에도 집중해보고 싶었어요. 사실 예쁘다는 것도 불쌍하다는 것도 상대적인 것이 아닐까, 하면서요. 예쁘면 무조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팡틴에게는 그 조차도 불행에 힘을 더하는 기재가 되었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죠. 또 불상하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도 했어요. 사람의 잘못일까, 구조적인 문제일까, 그런 시각으로 보다 보니 지금 사회와도 크게 다르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시대를 거듭해도 존재하는 불쌍한 여성은 어디에나 존재하고 여기에도 있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 과정에서 탈춤을 활용한 이유가 있나요?
탈은 가면이잖아요. 가면 안의 얼굴이 팡틴과 겹쳐지지 않을까, 했어요. 또 무대 위에서 사라지지 않는 존재로 탈춤이 존재하는 식으로 표현하고 싶었죠. 아까 각 과장으로 나누었다고 말씀하셨는데, 이 과장도 탈춤의 형식에서 빌려온 것이에요.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오히려 굉장히 재밌게 했어요. 판소리는 오브제가 부채밖에 없는데 탈을 사용하면서 많은 것들이 상상할 수 있게 되었거든요. 다만, 코로나19로 대면 공연이 불가능해지면서 온라인으로 꾸며야 하다 보니 그 부분이 조금 힘들었어요. 지금은 비대면 공연이 보편화됐지만 그때만 해도 생소했거든요. 기존의 작업에 비춰봤을 때 초연을 생중계하는 것은 피하고 싶었고, 판소리를 영상으로 본다는 것에서부터 정의할 것들이 많았어요. 그러던 차에 차라리 라인 극장 버전의 팡틴을 만들자는 의견이 나왔고 이를 실행했죠. 저희 안에서는 큰 변화였고, 과제였어요. 이를 바탕으로 10월에 오프라인 초연도 올렸는데 같은 공연도 보여주는 방식에 따라 참 다르구나, 깨달았어요.
제작자의 입장에선 특히 어떤 부분이 달랐나요.
오프라인 공연은 관객들이 보고 싶은 것을 선택적으로 보고 멀리서 보고 그러잖아요. 그런데 온라인 공연은 관객이 봐야 할 것들을 정해줘야 해요.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가, 어떻게 보면 폭력적일 수도 있지만, 또 하는 사람도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이걸 역으로 잘 이용해보고 싶었어요.
두 번째 무대였던 <마리우스>는 청년 마리우스와 그의 벗들의 모습을 신승태의 노래와 3인으로 구성된 상자루의 연주로 풀어낸 작품이었죠. 액자식 판소리, 판소리에 민요를 더한 구성 등 연출에 신경을 많이 쓴 느낌이었는데요.
여러 아이디어들을 반영했어요. 온라인 극장의 특징을 잘 살리기 위해 크로마키 촬영도 ‘B급 감성’을 강조하면서 작업을 했는데, 역시나 재미있었어요(웃음). 신승태 씨가 소리꾼으로 등장했고, 무대 위 사라지지 않는 존재인 마리우스 역할을 상자루라는 팀이 함께해 줬어요. <마리우스>는 청년들이 가진 불쌍함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갔는데 와닿는 부분이 많았나 봐요. 그래서 호평을 받은 것이 아닐까, 싶었어요.
협업 과정은 어땠나요.
상자루는 20대, 저희는 30, 40대거든요. 우리도 마냥 젊진 않구나, 그런 깨달음을 얻었어요(웃음). 마냥 어리다고 생각했는데 우리 역시 선배들의 나이가 되었구나, 후배들과 공존할 수 있는 방법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그들의 고충은 우리가 다 해결해 줄 수는 없지만 같이 고민해야 위치가 되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30,40대는 우리 사회, 어느 분야에서든 굉장히 과도기적인 세대라 생각해요. 동시에 입과손스튜디오는 기존의 전통과 새로운 전통을 이어주는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고 느껴지는데요. 전통 예술가의 일원으로 요즘 다양하게 변화하는 전통 무대를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맞아요. 이날치가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데, 이는 어느 날 갑자기 이뤄진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전에 판소리를 꾸준히 작업해온 흐름들 안에서 빛을 발한 것이죠. 만약 10년 전 이날치가 나왔으면 이렇게까지 호응해주시진 않았을 거예요. 알게 모르게 판소리라는 장르가 사람들에게 노출되어 있는 상황에서 이날치가 탄생한 것이죠. 무척이나 반가운 일이에요. 그러나 우리 모두는 이날치도, 이날치가 될 수도 없어요. 그럼 우린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런 고민을 참 많이 해요. 다행인 건 이런 고민을 하는 팀이 더 많이, 두텁게 형성되고 있다는 건데요. 전통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부터 용어 정리, 개념 정리까지 다양한 것들을 수용하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사실 우리가 전통이라고 부르는 것 중에는 100년도 채 되지 않는 것들이 많아요. 또 거슬러 올라가면 누군가의 창작물인 경우도 많고요. 전통이다, 아니다를 양분하는 것도 쉽지 않고, 여러 고민들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바로 지금이 아닐까 해요.
세 번째 무대인 <가브로슈>는 어떤 부분을 집중해 보면 좋을까요.
앞선 두 작품이 협업 아티스트와의 퍼포먼스에 집중했다면 <가브로슈>는 인형 작가와 협업을 한 무대에요. 부채라고 하는 전통적인 오브제가 아닌, 인형이라고 하는 오브제를 판소리 안에서 어떻게 활용하는지 봐주면 좋을 것 같아요.
세 무대를 준비하며 가장 어려웠던 것이 있다면.
다섯 권의 「레 미제라블」을 꼼꼼하게 읽는 것(웃음)? 긴 시간을 들여 단계적으로 이어갈 작업에 다양한 인간 군상이 담겨있어 좋았던 것 같아요. 사실 「토지」를 하고 싶었는데, 저작권 부분이 해결되지 않아서(웃음). 여전히 계획 중에 있고 아마도 다음 토막소리 시리즈로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선입견일 수도 있지만 전통 예술 하는 사람들이 흥이 많아 보여요. 입과손스튜디오도 그렇고요. 그 원동력이 무엇인가요.
저희는 수다인 것 같아요. 여섯 명이 수다를 좋아하고 끊임없이 수다를 떨어요. 코로나19로 수다가 어려운 시대이지만 수다를 나누면서 알게 모르게 취향도 공유가 되고 작품 방향도 나오거든요. 회의를 하자 하면 나오지 않는 것들도 일상적인 수다들을 통해서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최근 ‘사실은 나 전통공연을 좋아했다’고 커밍아웃하는 2030세대들이 많아요. 그런 분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아까도 말했지만 전통 예술도 장르가 많아요. 판소리 위주로 말씀드린다면, 일단 재밌어요. 그 시절, ‘힙’했던 모든 것들이 들어있거든요. 힙한 음악, 대중적인 이야기(웃음). 저희들도 시대 감수성을 담을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하지만, 일단 많이, 선입견 없이봐주시면 좋겠어요. 그럼 자연스럽게 판소리의 매력에 빠지지 않을까, 자신해요. 물론 봤는데도 아니다, 싶으면 그건 취향의 문제라 저희도 어쩔 수 없고요(웃음). 그리고 아까 전통 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흥이 많다고 하셨는데, 정말 ‘끼쟁이’들이 많거든요. 그들의 인간적인 매력도 함께봐주시면 좋겠어요.
포스트 코로나를 내다보며 입과손스튜디오가 하고 있는 고민은 무엇인가요.
사실 코로나는 우리의 의지로 할 수 없는 상황이었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이 멈추지 않알 수 있는 여러 방법들을 고민하게 되었어요. 또 관객을 만나는 방법 중 영상 콘텐츠를 옵션에 넣는 것이 가장 체감되는 변화인 것 같아요. 영화나 유튜브 콘텐츠가 아닌 공연 콘텐츠로서의 영상이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많이 생각하고 있어요. 특히 온라인 플랫폼이 오프라인 플랫폼의 대체품이 아닌, 오프라인 무대로 오게끔 하는 또 다른 징검다리가 되도록 고민해 보려고 해요.
새로운 시도들을 많이 해 왔지만, 아직 이런 것은 못해서 아쉽다 혹은 이런 시도도 해보고 싶다, 하는 것이 있을까요.
일단은 <레 미제라블> 시리즈를 잘 마무리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고요(웃음). 앞으로는, 음, 판소리가 이래야 한다,라는 틀을 깨고 판소리가 이래도 될까,라는 의문을 끊임없이 던지고 싶어요. 규정짓지 않고 판소리를 만들고 싶어요. 또 하나는 입과손스튜디오를 하며 축적한 판소리를 만드는 방법들을 책으로 내고 싶어요. 아카데미 형태도 좋을 것 같고요. 사실 전통 예술 하는 사람들이 창작의 과정을 따로 배우진 않거든요. 국악과가 만들어진 그때의 커리큘럼을 지금도 배우고 있는데, 사회에 나와 그 전공생들이 모두 명인이 되진 않거든요. 지금 시대는 창작을 해야만 하는 구조인데, 저희는 그 매뉴얼이 없어서 되게 막막했어요. 우리가 만든 것이 정답은 아니지만 하나의 예로 남을 수 있도록, 이 경험들을 오픈 소스로 제공하는 일을 하고 싶어요.
끝으로 입과손스튜디오의 계획을 말씀해 주세요.
완창 판소리로 다섯 마당을 모두 해 보고 싶어요. 그리고 지금까지는 모든 작품을 여섯 명이 함께 했는데요. 앞으로는 유닛처럼 각자의 활동들도 해보는 것이 계획이에요. 함께 해 좋은 것들도 있었지만 그 속에서도 개인의 색을 조금 더 반영한 그런 작업들을 해보고 싶어요.
사진 |입과손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