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리멤버 홍콩 - 전명윤읽음

이규탁 | 한국조지메이슨대학교 문화연구교수

한국인에게 홍콩이란

[이규탁의 내 인생의 책]②리멤버 홍콩 - 전명윤

뉴욕이나 파리, 런던에서 살고 싶다는 ‘로망’은 가져본 적 없다. 하지만 홍콩은 어렸을 때부터 꼭 살고 싶었던 곳이었다. 아마도 <천장지구>나 <중경삼림>처럼 인상 깊게 봤던 홍콩 영화, 그리고 10대 시절 참으로 좋아했던 유덕화나 주혜민 같은 홍콩의 배우 및 가수들 영향 때문일 것이다. 더불어 홍콩에 처음 갔던 2000년대 초반 받았던, 동아시아와 서양 문화가 만나 만들어낸 정제되지 않은 혼란스러움과 그로 인한 활기가 뿜어내는 강렬한 에너지가 워낙 인상 깊어서일지도 모르겠다. 이 도시를 좋아했던 나머지, 신혼여행마저 홍콩으로 다녀왔을 정도다.

하지만 이렇게 홍콩을 짝사랑했음에도 홍콩에서 살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2013년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던 학기에 마침 홍콩대학의 내 전공 분야에서 교수 채용 공고가 나 ‘이건 하늘이 주신 기회다!’라고 생각해서 지원했으나 탈락의 고배를 마셨고, 그 후 몇 년은 삶에 치여 홍콩에 갈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2019년 초여름, 문득 홍콩이 너무도 그리워져 할 일이 태산이었음에도 다소 무리하게 시간을 짜내어 홍콩을 찾았다. 대략 10년 만에 찾은 홍콩은 많은 것이 달라져 다소 낯선 느낌마저 들었지만, 하루 정도 지나자 다시 예전에 느끼곤 했던 홍콩 특유의 정서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홍콩에 다녀온 직후 송환법 반대 시위로 분위기가 어수선해지더니, 코로나19가 덮친 작년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으로 일국양제가 실질적으로 끝나며 내가 살고 싶어 했던 로망의 도시 홍콩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리멤버 홍콩>은 아마도 나보다 홍콩을 더 사랑한 것처럼 느껴지는 저자의 홍콩에 대한 기록이다. 책을 읽으면서 두근두근 가슴이 뛰기도 하고, 내가 ‘로망’을 가지고 있던 도시에 대한 저자의 애정과 그리움, 아쉬움이 뒤섞인 감정이 느껴져 조금 뭉클하기도 하다.

비록 내가 알던 홍콩은 사라졌을지도 모르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코로나19가 진정되면 가장 먼저 비행기를 타고 홍콩으로 떠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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