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촬영팀 막내가 어느덧 51세… 문명특급 컴눈명이 소환한 그 시절 '인기가요'

심윤지 기자
지난 11일 SBS <문명특급-컴눈명 스페셜>에서는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 활동한 ‘2세대 아이돌’들이 재결합해 무대를 꾸몄다. 당시 인기가요 촬영팀이었던 부장급 스태프 7명이 카메라를 잡았다. 유튜브 문명특급 갈무리

지난 11일 SBS <문명특급-컴눈명 스페셜>에서는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 활동한 ‘2세대 아이돌’들이 재결합해 무대를 꾸몄다. 당시 인기가요 촬영팀이었던 부장급 스태프 7명이 카메라를 잡았다. 유튜브 문명특급 갈무리

애프터스쿨, 나인뮤지스, 2PM… MZ세대의 학창시절을 풍미한 ‘2세대 아이돌’이 한 자리에 모였다. 지난 11일 방송된 SBS <문명특급-컴눈명 스페셜>을 통해서다. 컴눈명은 ‘다시 컴백해도 눈감아 줄 명곡’의 줄임말로, 유튜브 채널 ‘문명특급’이 두 달동안 진행한 장기 프로젝트다. 2000년대 후반~2010년대 중반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명곡들을 ‘재컴백’시킨다는게 목표였다.

“90년대생의 토토가다” “나만 눈물 흘리고 있는거 아니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추억의 늪에 빠진 1020대의 ‘시청 후기’가 줄을 이었다. 5개 공식 무대영상의 조회수만 도합 1920만회. 한창 현역으로 활동 중인 샤이니·오마이걸뿐 아니라 임신·육아 등으로 연예계를 떠나 있던 애프터스쿨(정아), 나인뮤지스(문현아)까지 재소환하면서 감동의 농도는 더 진해졌다.

가수들 뿐만이 아니었다. 당시 <인기가요> 촬영팀이던 부장급 카메라 감독 7명도 오랜만에 무대에서 다시 뭉쳤다. 당시 막내가 지금은 51세. 1991년 SBS에 입사해 정년 퇴임을 앞둔 이상명 영상제작1팀 부장(59)도 그중 한명이다. 이 부장은 지난 18일 전화 인터뷰에서 “오랜만에 가슴이 두근거리는 경험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컴눈명을 본 일부 팬들은 “카메라에서 연륜이 느껴진다”며 ‘부장가요’라는 애칭까지 붙여줬다. 유튜브 문명특급 갈무리

컴눈명을 본 일부 팬들은 “카메라에서 연륜이 느껴진다”며 ‘부장가요’라는 애칭까지 붙여줬다. 유튜브 문명특급 갈무리

“문명특급 제작진으로부터 ‘당시 촬영감독님들이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요청을 받았어요. 처음엔 후배들 전유물에 나이 많은 선배들이 숟가락을 얹는게 아닐까 걱정도 됐지만, 선후배가 함께하는 모습 자체가 의미있다고 생각했어요. ‘노장은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이 부장은 <인기가요> 촬영 감독만 10년 넘게 해온 베테랑이다. 지금도 예능·보도 촬영을 하고 있지만 <인기가요>같은 쇼 프로그램은 후배들에게 물려준지 오래다. 그는 “애프터스쿨, 나인뮤지스 등은 과거 활발히 활동할 때 본 가수들이라 감회가 새롭더라”며 “쇼가 끝나면 ‘예쁘게 찍어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하거나 회식을 하며 왁자지껄 대화를 나누던 기억이 있다”고 했다.

촬영감독에게 음악방송은 쉽지 않은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새벽에 나와 사전녹화하고, 밤늦게까지 촬영이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새로운 촬영·편집 방식을 창의적으로 적용할 드문 기회이기도 하다. 그는 “PD가 짜온 콘티를 보며 ‘이 음악은 또 어떻게 표현할까’ 생각하다보면 가슴이 두근거렸다. 쇼를 잘 마친 밤에는 희열 때문에 잠이 안 왔을 정도”라고 돌이켰다.

이상명 SBS 영상제작1팀 부장은 지난 18일 전화 인터뷰에서 “오랜만에 가슴이 두근거리는 경험이었다”며 컴눈명 프로젝트에 참여한 소감을 전했다.이상명 부장 제공

이상명 SBS 영상제작1팀 부장은 지난 18일 전화 인터뷰에서 “오랜만에 가슴이 두근거리는 경험이었다”며 컴눈명 프로젝트에 참여한 소감을 전했다.이상명 부장 제공

K팝의 인기 비결을 논할 땐 화려한 무대 영상을 빼놓을 수 없다. 자연스럽게 카메라워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컴눈명 시청자들이 “카메라워크에서 연륜이 느껴진다”며 ‘부장가요’라는 애칭을 붙여준 것도 이러한 흐름과 무관치 않다. 때론 멤버들 얼굴이나 포인트 안무를 제대로 잡아주지 않았다는 팬들의 원성을 듣기도 하지만, 그는 모든 컷 하나하나에 스태프들의 치열한 고민과 프로 의식이 녹아 있다고 했다.

“먼저 PD들이 콘티를 짜서 줘요. ‘이 부분에선 원샷을 잡아달라’ ‘이 부분에선 포인트 안무를 강조해달라’는 식이죠. 촬영감독은 주어진 콘티 내에서 각종 장비를 활용해 최상의 그림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해요. 노래, 안무, 카메라워킹 3박자가 모두 맞아떨어질 때 촬영감독으로선 더할 나위 없이 뿌듯해요.”

이번 프로젝트에는 ‘국내 최고 지미집 달인’으로 불리는 최성기 감독도 참여했다. 화제가 된 ‘뱅’ 영상에서 가희의 손가락을 따라가며 찍은 부분이 바로 이 지미집으로 촬영한 것이다. 리허설 땐 없던 안무를 가희가 애드리브로 넣은 것인데, 최 감독이 이 모습을 놓치지 않고 담아냈다. 이 부장은 “두 사람의 합에 소름이 돋았다”고 했다.

이 부장은 쇼 촬영 방식의 전환기를 겪었다. 원샷에서 풀샷으로의 전환정도만 있었던 과거에서 때론 과격하다 싶을 정도의 카메라워크를 만들어냈다. 문명특급 갈무리

이 부장은 쇼 촬영 방식의 전환기를 겪었다. 원샷에서 풀샷으로의 전환정도만 있었던 과거에서 때론 과격하다 싶을 정도의 카메라워크를 만들어냈다. 문명특급 갈무리

이 부장은 쇼 촬영 방식의 전환기를 겪었다. “옛날엔 쇼 자체가 정적이었습니다. 제가 인기가요를 하면서 변화를 주었던 부분도 이 부분이에요. 음악에 따라서는 원샷에서 풀샷으로의 전환을 다이내믹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고, PD들도 이에 공감해줬어요. 나중엔 타 방송사에서 견학을 올 정도였죠. 지금은 후배들에 의해 이런 카메라워크가 많이 정착됐어요. 요즘은 후배들이 한 쇼를 보고 소름이 돋을 때도 많습니다.”

30년차 지상파 촬영감독인 그에게도 유튜브에서 활약하는 밀레니얼세대 후배들과의 협업은 특별한 경험이었다. 그는 컴눈명이 지상파와 유튜브, 보도국과 예능국 사이의 칸막이를 흔드는 기획이었다는 점에 특히 주목한다. <문명특급>은 SBS ‘스브스뉴스’의 하위 프로그램으로 현재도 보도국에 소속돼있다.

“사실 보도국에서 이런 기획을 한다는 게 결코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보도국과 예능국은 카메라회의부터 기술회의, 세트회의까지 작업 과정이 전부 달라요. 예능 경험이 있는 촬영감독이나 PD가 모르는 부분을 채워주며 협업했기에 가능했다고 봐요. 다행히 조회수가 잘 나와 보람도 있었어요.”

촬영감독을 ‘천직’으로 여기며 살아온 그는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다. “나이는 들었지만 열정은 그대로에요. 하지만 조직 생활을 하다보니 후배들에게 넘겨줘야 하는 때가 오더군요. 후배들은 저희보다 아이디어도 더 좋고, 새로운 기술도 더 빨리 익혀요. 후배들에 대해선 아무 걱정이 없습니다. 더 퀄리티 있는 쇼를 충분히 만들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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