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놀던 그대로…“백업 댄서 아닌 협업 동료란 말이 우릴 춤추게 했다”

김지혜 기자

콜드플레이 뮤비 참여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김보람 예술감독

서울에서 촬영된 콜드플레이의 ‘하이어 파워’ 뮤직비디오 속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프로젝트그룹 도트 제공

서울에서 촬영된 콜드플레이의 ‘하이어 파워’ 뮤직비디오 속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프로젝트그룹 도트 제공

이날치 ‘범 내려온다’ 보고 연락
‘영상에 밴드가 출연한 것처럼…’
크리스 마틴 우리 춤에 무한신뢰

현대무용단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이하 앰비규어스)는 늘 춤을 춘다. 2011년 결성 이후 줄곧 그랬다. 지난해 밴드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에 맞춰 촬영한 한국관광공사 홍보 영상에서도, 최근 밴드 콜드플레이의 신곡 ‘하이어 파워(Higher Power)’ 뮤직비디오에서도 앰비규어스는 언제나처럼 춤을 췄다.

세계적인 록밴드가 먼저 협업 요청을 할 만큼 국내외의 관심이 뜨겁지만 정작 이들은 담담하기만 하다. 명성보다 단단한 내공 때문일 것이다.

최근 서울 방배동 연습실에서 만난 김보람 예술감독(38)은 “유명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연습실을 사랑하는 단체”라며 앰비규어스를 소개했다.

인터뷰가 진행된 지난 22일, 콜드플레이는 신곡 ‘하이어 파워’의 댄스 비디오를 공개했다. 비디오에는 콜드플레이 대신 서울 곳곳을 누비는 앰비규어스 멤버들의 춤사위로 가득찼다. 앰비규어스는 ‘하이어 파워’의 뮤직비디오·퍼포먼스비디오부터 영국 런던에서 열린 브릿 어워즈 시상식 오프닝 공연까지 콜드플레이와 함께 무대를 채워왔다. 이날 공개된 댄스 비디오는 흥미로운 시너지를 내온 두 팀의 협업이 빚어낸 마지막 결과물이다.

김 감독은 “밴드 이날치와 협업한 ‘범 내려온다’ 영상을 눈여겨본 콜드플레이 측에서 지난해 12월부터 여러 통로로 협업을 요청해왔다”고 말했다.

지난 1월, 보컬 크리스 마틴 등과의 화상 미팅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협업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쉽게 결정한 일은 아니었다. 순수 예술을 지향하는 앰비규어스가 자칫 백업 댄서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김 감독은 “크리스 마틴은 ‘앰비규어스가 콜드플레이 음악에 맞춰 춤추는 것이 아니라, 앰비규어스 영상에 콜드플레이가 출연한 것처럼 보였으면 좋겠다’면서 저희 춤에 대한 신뢰를 보여줬다”면서 “백업 댄서가 아니라 협업의 동료로 저희를 불러줬기 때문에 일이 성사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김보람 예술감독이 지난 22일 서울 방배동 연습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김보람 예술감독이 지난 22일 서울 방배동 연습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미국에서 맥주 마시며 만든 안무
LA·서울 누비며 자유롭게 ‘뚝딱’

명성도 중요하지만 연습실을 사랑
다양한 모습 보여주려 계속 고민

‘하이어 파워’의 뮤직비디오 촬영은 지난 3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약 2주간 진행됐다. 예정돼 있던 앰비규어스의 해외 투어가 코로나19로 취소되는 바람에 일정을 맞출 수 있었다.

김 감독은 “뮤직비디오 콘셉트에 맞춰 외계인 분장을 하면서 앰비규어스만 색깔을 낼 수 있을까 걱정했다”면서 “그래도 저희 트레이드마크가 된 선글라스만은 고집했다”고 말했다. 자가격리 문제로 불참할 수밖에 없었던 브릿 어워즈 공연에는 당시 뮤직비디오와 함께 제작한 모션 캡처 영상을 활용해 홀로그램으로 무대에 올랐다.

“네이버 온스테이지 ‘범 내려온다’ 영상에 쓰인 안무는 몇 년 전부터 몸 풀 때 하던 기본 스텝 중 하나를 활용한 거예요. 일정도 빡빡해 한 시간 만에 뚝딱 찍은 영상이죠.” 지난해 전국을 들썩이게 만들었던 밴드 이날치와의 협업은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됐다. 앰비규어스가 평소 추구하는 순수 예술로서의 무용보다는 자유롭게 ‘노는 기회’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하이어 파워’ 역시 마찬가지였다. “미국에서 저희끼리 저녁에 맥주를 마시며 서로 ‘너 춤춰 봐’ 떠들면서 만든 안무예요.”

앰비규어스는 이날치, 콜드플레이뿐 아니라 명품 브랜드 구찌부터 KCC페인트까지 다양한 협업 작업을 통해 쉽고 재밌게 대중에게 다가갔지만, 김 감독에게 무용은 “어렵고 이해하기 힘들고 잘 모르겠는 것”이다. 안무의 습득이 어렵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는 “무용은 새로운 언어의 형태이기 때문에 애초에 재밌다고 느끼는 것이 불가능한 장르”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재미를 떠나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무용의 형태도 달라진다. 앰비규어스가 홀로그램으로 영국 시상식에 참석하고,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는 물론 우주 정거장의 관객을 만나듯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김 감독은 “앞으로 춤의 역할, 가능성이 더 커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앰비규어스 역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의 ‘어려운 무용’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그는 국립현대무용단이 8월20~22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펼치는 <힙합(HIP合)> 공연에서 원초적인 소통으로서의 무용에 주목한 ‘춤이나 춤이나’ 무대를, 이를 확장한 공연 ‘얼이 섞다’를 오는 11월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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