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뮤지컬의 ‘온라인’ 만남···팬데믹 끝나도 유효할까

박주연 기자

“현장 공연은 생명력을 갖고 계속 갈 것이고, 온라인 라이브 스트리밍 콘텐츠는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존재는 하되 메인이 되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은 전 세계인들의 삶과 산업에 큰 변화를 불러왔다. 공연계도 예외는 아니다. 국악부터 연극·뮤지컬, 무용 등 장르를 불문하고 생존을 위해 온라인을 통한 관객 만남 등 다양한 실험을 했다. ‘온라인 팬미팅’, ‘온라인 유료 공연’ 등이 선보였다. 그렇다면 이 같은 경험은 팬데믹 종식 후 공연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이에 대해선 공연 관계자들의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데뷔 8주년 기념 팬미팅 ‘BTS 2021 MUSTER 소우주’는 이틀 동안 총 195개의 국가에서 총 133만여명이 시청했다. 하이브 제공

방탄소년단의 데뷔 8주년 기념 팬미팅 ‘BTS 2021 MUSTER 소우주’는 이틀 동안 총 195개의 국가에서 총 133만여명이 시청했다. 하이브 제공

대규모 팬덤 보유한 가수는 재미 솔솔

지난해 9월 BTS의 비대면 콘서트 ‘방방콘 더 라이브’는 전 세계 107개국 75만명이 관람해 250억원 이상의 수익을 거뒀다. 90분간 진행된 이 공연은 BTS 소속사인 하이브(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글로벌 팬 플랫폼인 ‘위버스’를 통해 독점 공개됐다. 위버스에는 빅히트의 투바투·엔하이픈, 하이브의 계열사 소속인 세븐틴·뉴이스트 그리고 YG 소속인 트레저·아이콘에 이어 다음달 2일 블랙핑크가 합류한다. 위버스는 지난 2월 기준 누적 앱 다운로드 수 2500만건을 기록했다. 하이브가 위버스를 운영하기 시작한 시점은 코로나19의 팬데믹 전인 2019년부터다. 하지만 위버스의 성장은 코로나19를 만나자 가속화됐다. 지난해 하이브의 총매출액 7963억원 중 위버스의 매출 비율은 41.2%(3280억원)로 급증했다. BTS는 지난 6월 13~14일 양일간 열린 8주년 데뷔 기념 온라인 콘서트도 흥행 대박을 쳤다. 195개 국가에서 133만여명이 시청했다. 티켓 가격이 하루 4만9500원에서 이틀 관람 가능 상품이 9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최소 600억원 매출을 올렸을 것으로 예상됐다.

SM엔터테인먼트도 네이버와 합작해 신개념 온라인 전용 유료콘서트 ‘비욘드 라이브(Beyond LIVE)’를 지난해 4월 론칭해 큰 성공을 거뒀다. 슈퍼엠(SuperM) 공연이 첫 스타트였는데, 전 세계 109개국 7만5000여명의 유료 시청자들이 시청해 24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시청료는 3만3000원이었다. 이후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엑소, 엔시티 등 아이돌의 공연이 계속됐고 전 세계의 많은 팬이 접속해 좋은 성과를 거뒀다. SM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전 세계 팬들을 위한 특화된 온라인 공연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의 ‘비욘드 라이브’ 준비는 코로나19가 발생하기 1년 전부터 했지만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더 주목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비욘드 라이브’는 한국에 오지 않아도 세계 어디서나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를 즐길 수 있는 장점에다, AR·VR 신기술 도입으로 오프라인 공연에선 볼 수 없는 새로운 공연의 경험을 맛볼 수 있게 한 점이 많은 팬을 매료시켰다”고 말했다.

초창기에는 BTS나 슈퍼주니어, 엑소 등 강력한 해외팬을 포함한 거대 규모의 팬덤을 보유한 가수를 제외하곤 수익 면에서 재미를 보지 못했다. 중계 플랫폼 수수료, 송출료, 아티스트 개런티, 스태프 인건비 등을 제외하면 남는 게 없기 때문이다. 자체 플랫폼이 없는 경우 평균 30~50%의 수수료를 플랫폼이 가져갔다. SF9, 엔플라잉의 온라인 콘서트를 진행한 FNC엔터테인먼트 유순호 부장은 “초기에는 플랫폼이 네이버 브이라이브, 키스위, 유튜브 정도였지만 케이브콘이 출시되는 등 플랫폼이 다양해지고 기술이 발달하면서 수수료로 인한 문제도 점차 개선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종식 후 온라인 콘서트는 유지될까. SM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지리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제약이 있는 팬들을 위해 온라인 공연의 긍정적인 면과 오프라인 공연의 매력이 융합된 또 다른 차원의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유순호 부장은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된다면 굳이 온라인 공연을 계속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될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당분간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콘서트가 병행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네이버와 합작해 만든 신개념 온라인 전용 유료콘서트 ‘비욘드 라이브(Beyond LIVE)’를 지난해 4월 론칭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SM엔터테인먼트는 네이버와 합작해 만든 신개념 온라인 전용 유료콘서트 ‘비욘드 라이브(Beyond LIVE)’를 지난해 4월 론칭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현장성’이 특히 중요한 연극·뮤지컬계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온라인 홍보와 온라인 제작발표회, 공연 영상화에 이르기까지 다각도의 실험을 이어졌다. 하지만 대중음악계와는 또 다른 숙제와 고민을 안고 있다.

기본적으로 SNS채널을 통한 홍보를 강화하고 제작발표회도 온라인을 통해 하는 등의 변화가 있었다. 최승희 신시컴퍼티 실장은 “과거 홍보는 올드미디어인 신문·방송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유튜브 채널이나 인스타그램에 스냅 콘텐츠 같은 짧은 영상을 많이 만들어 올린다”며 “예전에는 신비로운 영역으로서 숨겼던 무대 뒤 영상이나 배우의 일상 노출을 통해 MZ세대 팬들의 유입을 늘렸다”고 말했다. 뮤지컬 <아이다>의 남자주인공 라다메스 역을 맡은 배우 최재림은 근육질 몸을 만들기 위해 운동과 식이요법을 병행하는 일상의 노력이 셀카영상에 담겨 인기를 끌었다. 제작사 샘컴퍼니는 창작 뮤지컬 <광화문 연가>의 제작발표회와 쇼케이스를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뮤지컬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는 지난해 10월 3일과 4일 양일간 배우 김준수, 박강현이 출연하는 <모차르트!> 10주년 공연 실황을 유료로 온라인 스트리밍했다. 뮤지컬 공연의 국내 온라인 유료화 첫 시도였다. 티켓을 사면 실시간 스트리밍을 통해, 추가로 48시간 동안 VOD를 통해 공연을 볼 수 있었다. VOD 관람권은 3만3000~4만7000원에 판매했다. 브이라이브로 1만5000명이 관람했다. 공연은 새롭게 믹싱된 음향과 실제 공연 중에 총 9대의 카메라를 동원해 촬영했다.

EMK의 이 같은 시도는 지난 2015년 5월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 초연을 일본에서 유료 상영회를 진행하고, 2018년 창작 뮤지컬 <웃는 남자>를 영화로 찍은 경험이 토대가 됐다. <웃는 남자>는 당시 메가박스에서 상영해 1만명 정도가 봤다.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편>은 거리 두기 강화로 오프라인 공연을 할 수 없게 되자 4차례에 걸쳐 온라인 생중계 공연을 진행했다. 쇼노트 제공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편>은 거리 두기 강화로 오프라인 공연을 할 수 없게 되자 4차례에 걸쳐 온라인 생중계 공연을 진행했다. 쇼노트 제공

“온라인이 오프라인 대신하는 일 없을 것”
EMK는 지난해 11월 개막한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도 영상화 작업을 했다. 거리 두기 강화로 지난해 12월과 올 1월 공연장들이 문을 닫으면서 <몬테크리스토>는 예정된 143회 공연 중 88회만 공연할 수 있었다. 이후 제작해둔 영상을 네이버 후원TV와 CGV에서 상영했다. 관람료는 네이버 후원TV 1만7000원, CGV 2만원이었다. 네이버에서 1만3000명, CGV에서 1만7000명이 관람했다. 유입된 해외팬은 5000명 정도다. 엄홍현 EMK 대표는 “영상화 작업을 하려면 카메라 8대를 일주일간 사용해야 하고 여기에 추가비용까지 합한 결과 수익이 안 났다”며 “그럼에도 영상 서비스를 하는 것은 관객 서비스 차원에서”라고 말했다. 엄 대표는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영상화 작업을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엄 대표가 꼽은 부정적 이유는 여러가지다. 무엇보다 현장성이 중요한 무대예술과 영상은 너무나 다르다는 것이다. 또 영국 등 유럽과 미국의 제작사에 저작권이 있는 유명 라이선스 뮤지컬의 경우 영상으로 판매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모차르트!>의 경우 코로나 시국을 감안해 ‘특별히’ 허용해줬다는 것이다. 또한 배우와 스태프도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엄 대표는 “<레미제라블>, <맘마미아>처럼 뮤지컬을 아예 영화로 새로 만들지 않는 이상, 공연 콘텐츠를 단순히 촬영해 판매하는 것은 지금으로선 매력적으로 느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뮤지컬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는 지난해 10월 3일과 4일 양일간 <모차르트!> 10주년 공연 실황을 유료로 온라인 스트리밍했다.  <모차르트!> 온라인 상영회 캡처화면 EMK 제공

뮤지컬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는 지난해 10월 3일과 4일 양일간 <모차르트!> 10주년 공연 실황을 유료로 온라인 스트리밍했다. <모차르트!> 온라인 상영회 캡처화면 EMK 제공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편>도 지난해 12월 7일 공연부터 올 1월 31일까지 공연이 취소되면서 총 121회 공연 중 55회 오프라인 공연만 진행됐다. 제작사는 1월 8~9일, 1월 15~16일 온라인 생중계 공연을 진행했다. 쇼노트 최고은 팀장은 “코미디라는 장르 특성에 맞게 실시간 생중계는 관객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내 추가 공연을 진행했다”면서도 “송출 플랫폼 수수료, 불법 복제 위험성, 라이선스 등의 다양한 이슈가 장기적 공연 영상화의 과제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쇼노트 송한샘 부사장은 “콘서트는 3일간 3번 하면 많이 하는 것이지만, 연극이나 뮤지컬은 기본적으로 2~3개월 이상까지 한다”며 “회당 관객이 적더라도 장기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콘텐츠를 온라인으로 풀어버리는 것이 공연 콘텐츠의 영속성 면에서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다”고 말했다. 송 부사장은 “현장에서 직접 와서 보는 것과 온라인 스트리밍 비율이 어느 정도까지 될지는 모르겠지만, 현장 공연은 생명력을 갖고 계속 갈 것이고, 온라인 라이브 스트리밍 콘텐츠는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존재는 하되 메인이 되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5일 18일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폐막한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은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총 3개의 온라인 작품과 18개의 오프라인 뮤지컬 작품, 80회의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온라인을 통해 공연을 즐긴 랜선 관객은 총 18만여명. 창작뮤지컬상을 수상한 <말리의 어제보다 특별한 오늘>은 네이버TV 공연 라이브로 관람한 대만의 뮤지컬 관계자로부터 라이선스 제의를 받기도 했다. DIMF 최윤정 팀장은 “앞으로 기존의 축제 콘텐츠와 온라인 콘텐츠를 함께 활용해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해 글로벌 뮤지컬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무대예술의 영상화 성공사례는 영국 국립극장이 2009년 처음으로 선보인 엔티 라이브(NT Live)다. 영미권 연극계의 화제작을 촬영해 전 세계 공연장과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프로그램이다. 국내에서는 2014년 3월 국립극장이 최초로 도입해 매 시즌 4~5편씩 선보였다. 매진사례가 이어질 만큼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뮤지컬평론가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온라인이 오프라인을 대신하게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 다양한 실험과 도전, 성공과 실패가 더해지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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