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문화재로 번진 NFT 논란…훈민정음 NFT 개당 1억원에 100개 한정판매

김종목 기자

간송미술관의 훈민정음 해례본(국보)의 NFT(Non-fungible Token·대체 불가능 토큰) 판매 계획은 문화예술계 과제와 논쟁 거리를 남겼다. 국가 문화재의 상업화를 어떻게 봐야 하는가의 문제가 떠올랐다. ‘모나리자’처럼 단 하나의 실물 원본일 땐 문제가 없던, 자본·디지털 시대의 ‘원본성’도 쟁점이다.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사립 미술관·박물관 문제도 불거졌다.

간송미술관은 22일 “훈민정음을 NFT로 디지털화해 100개 한정으로 시리얼넘버를 붙여 판매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NFT로 제작해 개당 1억원에 판매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한정판 NFT 발행·기술협력을 맡은 퍼블리시는 보도자료를 내고 “원본 소장 기관인 간송미술관은 고유번호가 붙은 100개의 NFT가 훈민정음 해례본을 발행 대상물로 삼아 한정 발행됐음을 보증하고, 훈민정음 본연의 정통성·희소성을 증명해 디지털 자산으로서 가치를 인정한다”고 밝혔다.

NFT는 블록체인 기반 가상자산이다. ‘디지털 자산 소유 증명서’라고 보면 된다. 훈민정음 해례본 이미지는 대량 복제가 가능하고, 지금도 누구나 온라인에서 볼 수 있다. 다만 간송미술관이라는 권위와 역사를 지닌 소장처가 고유번호를 붙여 NFT로 팔면 그 이미지 자체의 ‘배타적 독점권’을 지닌다. 무한개의 해례본 이미지가 온라인에 떠올라도, ‘독점적 소유 증명’ 권한은 1억원을 지불해 NFT를 산 소장자에게만 주는 것이다. 디지털 대량복제의 시대에 단 하나, 또는 수십수백 개의 가상 소유권을 판다고 이해하면 된다. “단 하나의 소유권을 인정하는 인증서이지만 실물과 가치 구분을 할 수 없는 가상의 데이터”(미술평론가 홍경한)다. NFT는 통상 가상통화인 이더리움으로 거래한다.

간송미술관이 경영 상황이 어려워 NFT 추진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 미술관은 지난해 보물 불상 2점을 경매에 내놨다. 아트센터 나비가 간송미술관의 컬렉션을 기반으로 한 38종의 NFT 포춘 카드를 출시한 보도도 나왔다. 간송미술관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하며 “(미술관 경영 상황이나 나비와의 협업 문제는) 지금 시점에서 확답하긴 힘들다”고만 했다.

앞서 국내외에는 미술 이미지나 음원의 NFT 출시가 이어졌다. 국가 문화재의 NFT화를 두고 어떻게 볼 것인가. 관련 법 조항은 문화재보호법 제35조(허가사항)의 ‘국가지정문화재를 탁본 또는 영인(影印: 원본을 사진 등의 방법으로 복제하는 것)하거나 그 보존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촬영 행위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행위’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법 조항을 두고 원론적 검토만 하고 있다. 간송미술관 쪽에서 미리 문의하거나 협의한 적은 없다. 기술적으로 NFT화를 어떻게 하든 ‘촬영 행위’라 정부의 허가 대상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는 촬영이 문화재 보존에 영향을 미치는지만 확인한다. 간송 해례본은 사유재산이라 영리 활동을 막을 순 없다”고 했다.

경향신문 등에 미술과 NFT 문제를 기고한 홍경한씨는 “간송 소유라 해도 우리 모두의 자산인 국보를 상업적으로 그것도 투자 목적으로 NFT화 해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 만약 판매가 저조하다면 되레 국보의 가치와 격을 떨어뜨리고 마는 일종의 해프닝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위험한 도박”이라고 말했다. 그는 “훈민정음은 실물이 존재한다. 이 때문에 NFT로 만들어도 유일성과 원본성을 완성하지 못한다. 케빈 아보쉬의 ‘포에버 로즈’ 같은 디지털사진을 기반으로 한 이미지와 다르다. 가상의 자산, 데이터일 뿐이다. 간송은 더구나 100개나 만들려고 한다”고 했다.

홍씨는 “간송미술관이 그동안 보물까지 경매에 내놓으며 경영의 어려움을 호소할 동안 정부는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 간송 소유 문화재의 가치를 생각하면 더 지원할 방법을 모색했어야 한다”고도 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수장고 등 몇 차례 지원을 했다. 산하 기관으로 지정되지 않으면 인건비 등 지원은 어렵다. 간송은 법정 재단도 아니라 (지원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훈민정음 해례. 연합뉴스

훈민정음 해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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