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엄마 아빠 세대는 트로트 아니면 크로스오버다”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JTBC <팬텀싱어> 시리즈는 4050 시청자들 사이에서 특히 큰 인기를 끌었다. 크로스오버 열풍을 타고 등장한 여러 그룹들 중에서, 멤버 구성으로 “응?” 하게 만들었던 팀은 라비던스였다. 무슨 노래를 어떻게 부를지 상상이 안 됐다. “그러니까, 베이스하고 테너하고 뮤지컬 배우하고 소리꾼이 이스라엘 노래를 부르는 거야?”
가볍게 생각하면 이상한 조합이다. 피자와 김치 같은 부조화 아닌가. 그런데 아니다. 가볍게 생각하면 이상한데, 막상 들으니 너무 절묘하게 어울려서 당황스럽다. 그리스 노랜데 그리스 노래가 아니고, 아리랑인데 아리랑이 아니다. 익숙한 음악이 아닌데 듣다 보면 빠져든다. 멤버인 김바울, 존 노, 고영열, 황건하는 <팬텀싱어3> 방송 초반부터 시청자들의 ‘원픽’으로 등극하더니, 최종화에서는 라비던스 팀으로 준우승을 거머쥐었다.
베이스 김바울은 타고난 깊은 목소리와 섬세한 감성의 소유자다. 테너 존 노는 음악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고 해석하는 능력이 탁월하고, 소리꾼 고영열은 국악가 특유의 느낌을 체화했으면서도 어느 장르에나 유연하게 녹아든다. 뮤지컬 배우 황건하는 변화의 폭이 큰 음색과 뮤지컬 배우다운 ‘끼’를 가졌다.
지난 2월부터 국내 최대 클래식 공연기획사/매니지먼트사인 크레디아에 둥지를 튼 라비던스는 지난 7월 7일, 팀 결성 1년 만에 첫 앨범 ‘PRISM’을 발매했다. 9개의 곡이 수록된 이번 앨범에는 네 사람의 매력, 음악적 정체성이 압축되어 담겼다. 여러 느낌의 곡을 여러 개 담는 안전한 방법 대신, 하나의 곡에 다양한 컬러를 담아 음반 자체를 다채롭게 만드는 길을 택했다. 그 가운데서 중심을 잡아주는 더블 타이틀 ‘I can prove’와 ‘테두리’는 서로 다른 서사와 형식으로, 함께 하는 순간의 소중함, 이 순간이 만들어내는 것에 대해 말한다.
도종환 시인은 그의 시 <흔들리며 피는 꽃>에서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겠느냐고 했다.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며 피었다고,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다고.
<팬텀싱어3> 준우승 후 스타덤에 오른 크로스오버 팀 라비던스에게도 늘 햇빛만 내리쬔 것은 아니었다. 다사다난 우여곡절 속에서도 네 사람은 서로를 다독여가며 꿋꿋이 비바람을 맞아 꽃을 피웠다. 역경 속에서 기어이 피워낸 꽃으로, 세상에 열심히 그 향기를 자랑하고 있는 라비던스를 만났다. 이하는 라비던스 멤버 김바울, 존 노, 고영열, 황건하와의 일문일답.
첫 앨범 발매하고, 무척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을 텐데요. 스트레스도 많이 받을 것 같습니다. 해소하는 방법이 있나요. 최근의 나를 가장 ‘힐링’시켜주는 것이 있다면.
고영열 넷플릭스로 이것저것 보는 게 최근 저의 낙입니다. 요즘은 다 끝난 <빈센조>를 보고 있어요. OST 중에 라포엠 형들이 부른 곡도 있어요.
존 노 저는 최근에, 미국에서 조카들이 왔거든요.
김바울 진짜 너무 귀여운데.
존 노 힘들고 그럴 때 아이들 보면 근심 걱정이 없어져요. 그리고 조카들이 저희 노래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멤버들 이름도 다 알아요. 첫째는 ‘아이 노 코리다(Ai No Corrida)’, 둘째는 ‘몽금포 타령’을 좋아하고요. 셋째는 ‘루치(Luci)’, 그 노래가 자장가에요. 노래 들으면서 지휘도 하고…
라비던스의 등장과 인기는 시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이제 ‘크로스오버’에 대해 꽤 알게 된 대중은 크로스오버라 했을 때, 성악가가 성악 발성과 창법으로 대중적인 노래를 부르는 것 이상을 원하게 됐다. 라비던스는 대중의 그 ‘새로움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켜줬다. 우리는 이들에게서 베이스, 테너, 소리꾼, 뮤지컬 배우의 조합으로 흔하게 기대하고 상상하는 것 이상을 본다.
앨범을 작업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무엇인가요.
황건하 ‘PRISM’이라는 앨범 자체가 다양성을 뜻하는 거잖아요. 그 다양한 노래 안에서도 저희 각자의 보컬로 또 다채로운 색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바울 형이 베이스라고 저음만 내는 것도 아니고, 영열 형이 국악만 하는 게 아니니까요. 그래서 한 소절 부를 때마다 이걸 세세하게 어떻게 표현할지, 그렇게 했을 때 다음에 부를 멤버가 이걸 어떻게 받을 수 있을지, 그런 부분을 많이 고민했습니다. 다양성을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생각했어요. 그게 라비던스인 것 같고요.
존 노 그렇게 다양한데, 곡과 곡 사이의 흐름이 끊기지 않아요. 그 점이 참 좋은 것 같아요. 그 음악, 그 가사로 들려드리고 싶은 게 무엇인지 잘 생각해서 부르려고 했거든요. 그래서 이 노래를 들었다가 다른 노래를 들어도 잘 흘러가는 것 같아요. 그런 조화로움이 있어요.
타이틀곡인 ‘I can prove’와 ‘테두리’에서 가장 공감했던 구간이나 가사가 있나요.
고영열 저는 ‘I can prove’에 가장 좋아하는 구절이 있어요. 제가 부른 앞부분에…제가 불러서 좋다는 건 아니고요.(웃음) 이 메시지가 저희 네 명과 너무 딱 들어맞는 것 같아요. “어쩌다 우리는 이 생에 마주쳐서, 같은 밤 같은 별 볼 수 있게 됐을까” 사실 저희는 너무나도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정말 평생을 못 마주쳐도 이상할 리 없는 그런 네 명인데, 우연인지 인연인지 어떻게 만나게 되어서 지금은 거의 매일 같은 별을 보고 있거든요. 그런 저희의 첫 앨범 타이틀곡 가사로 너무 적합한 것 같아요.
김바울 저도 영열이랑 비슷하게 생각했어요. 그 구절하고, 그다음 후렴을 가장 좋아합니다. “파도가 그리는 끝없는 원이 만나는 곳에, 새로운 세상이 태어나, 우리라는 이름으로”라는 부분이 있거든요. 이게 그 앞 가사의 연장선인 것 같아요. 어쩌다 이 생에 태어났다가, 마주치게 되었고. 각자 다른 곳에 있다가, 하나로 모여서 새로운 세상을 살아가는 거잖아요. 각자의 이름으로 살고 있다가 라비던스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저희를 ‘I can prove’가 다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아요.
김이나 작사가님이 라비던스의 이야기를 잘 담아주신 것 같아요.
존 노 맞아요. 저도 “파도가 그리는 끝없는 원이 만나는 곳에, 새로운 세상이 태어나, 우리라는 이름으로” 이 가사를 제일 좋아하는데, 저는 이렇게 생각했어요. 노래의 제목이 ‘I can prove’ 잖아요. 그러면 중요한 건 ‘무엇을 증명하느냐’ 인데. 저희 라비던스는 멤버 각자의 개성이 정말 뚜렷하거든요. 요즘은 그런 개성을 중요시하는 시대지만, 남들과 다른 사람들을 봤을 때 조금 꺼리기도 하잖아요. 그 ‘차이’를 가지고 나중에는 ‘차별’을 하게 되고요. 점을 계속 찍다 보면 선으로 이어지고, 선과 선이 이어져야 원이 되듯이, 저는 이 가사에 그런 ‘다름’으로 누군가를 차별하는 세상보다 서로 손을 잡고 하나의 원이 되는 그런 세상의 의미가 담긴 것 같아서 좋아요. 희망적인 메시지가 있다고 생각해요. 차이로 차별을 하지 않는, 개인을 존중하는 개성 있는 시대를 나타내는 것 같아요. 김이나 작사가님이 참 대단하세요. 그리고 저희는 이걸 음악을 통해서 증명하려고 하는 거니까, 좋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웃음)
‘테두리’의 가사도 좋더라고요.
황건하 ‘테두리’에서 바울 형이 부른 부분이 있어요. “나는 처음으로 시인이 부러워” 저는 이게, 정말 섬세한 표현인 것 같아요. 사랑하는 사람에게 말을 소중하게 표현하고 싶은데 그게 안되니까 시인이 부럽다는 거잖아요. 그 표현이 너무 예쁜 거예요. 바울 형의 음색하고 잘 맞기도 하고, 형이 되게 따뜻하게 잘 불러줘서 이 부분 진짜 좋아해요.
애절한 감정이 느껴져서 더 좋았어요.
황건하 그러니까요. 혹시 그런 감정 느껴보신 적이 있나요?
김바울 어, 잠시 상상을 해봤어요.
황건하 거의 한 번에 끝나지 않았나요? 상상이 아니라 거의 몰입…
실제로도 연인에게 이런 감성적인 표현을 잘 못하는 편인가요.
김바울 …
황건하 저희한테 해요.(웃음)
김바울 ‘시인이 부럽다’는 표현을 써본 적은 없지만 뭔가 공감이 되기는 했어요. 예전에 연애를 할 때도, ‘아, 부럽네...’ 하게 되는 그런 감정들이 있잖아요. 그걸 한번 대입해봤어요.
황건하 바울 형이라는 사람하고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가사가 ‘찰떡’이에요.
김바울 ‘테두리’는 사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가사가 다 좋아요. 하나의 이야기로 잘 이어지고. 시적이고. 직설적이지 않으면서도 직설적이고.
‘테두리’라는 제목도 독특하고요.
존 노 ‘테두리’라는 단어 자체를 써본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테두리라는 단어에 대해 계속 생각을 했었는데, (테이블의 가장자리를 가리키며) 여기가 테두리잖아요. 이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말자” 하는 느낌이에요. 이 테두리가 있음에 결속력이 생기고, 테두리가 있음에 하나가 되는. 떠나가려고 해도 테두리가 있으니까 못 떠나고. 그런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뜻대로 정말 저희 라비던스와 함께 있으니 이제 못 나가요. 테두리 안에 갇혔습니다.(웃음)
타이틀곡 말고 다른 곡들도 각각의 매력이 있잖아요. 가장 좋아하는 곡을 꼽아본다면요.
황건하 저는 노래를 부르는 것도 좋아하지만 듣는 것도 좋아해요. 어느 정도 속도감과 후크(Hook)가 있고, 긍정적이고, 행복해지는 노래를 좋아하는데 그게 ‘Beautiful life’인 것 같아요. 처음에 부를 때도 좋았어요. ‘이 노래가 나오면 정말 좋겠다. 내가 불렀지만 나도 많이 들을 것 같은데’라고 생각했어요.
김바울 이 노래 부를 때 건하 목소리 톤이 정말 좋아요. 이 노래할 때 진짜 좋았어요. 재미있었어요.
고영열 저는 ‘Never gonna give you up’을 가장 좋아합니다. 이 노래가 아주 신나고, 유쾌하고. 운전할 때도 듣기 딱 좋은, 잠들지 않을 그런 노래인 것 같아요. 그리고 평소에 뭔가 일어나고 싶을 때…
김바울 노동요?
고영열 노동요! 그렇기도 하고 빨리 못 일어날 때 이 노래 한 번 들으면 딱이에요.
두 분은 신나는 곡을 골랐는데, 다른 두 분은 어떤가요.
김바울 듣는 건 ‘테두리’를 제일 좋아해요. 듣기 편해서. 수록곡 중에 이 노래만 화음이 없거든요. 가사가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되는 것처럼 소리도 한 명 한 명의 목소리로 쭉 이어져요. 사실 1년 동안 <팬텀싱어3>하고 <팬텀싱어 올스타전>하면서 선곡을 하니까, 귀가 지칠 만큼 노래를 들어야 했어요. 그래서 거의 한 달 정도는 운전하면서 노래를 아예 안 듣고 그냥 가만히 있을 때도 있었죠. 그런데 ‘테두리’는 잔잔하게 흘러가니까, 귀가 지쳐있어도 듣기 편하더라고요. 그리고 또 하나는 ‘상주 아리랑’이요. 들으면 들을수록 좋기도 하고, 부를 때도 되게 좋은 것 같아요. 하나의 노래 안에 다이내믹(Dynamic)이 잘 들어있는 것 같고요.
존 노 저도 ‘상주 아리랑’이 좋아요. 모차르트의 음악을 보면 어렸을 때부터 점차 음악의 구조(Structure)가 생기거든요. 그것처럼 라비던스의 음악도 ‘흥타령’, ‘몽금포 타령’, 그다음 ‘상주 아리랑’으로 이어지면서 점점 형식(Form)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라비던스가 이런 하나의 장르를 만든 것 같고, 그중에서 ‘상주 아리랑’이 가장 ‘힙’한 게 아닐까 싶어요. 영화 한 편을 보는 것처럼 상상이 가고 몰입이 돼요. 노래 하나에 희로애락이 다 담겨있거든요. ▶ 네이버 VIBE에서 듣는 라비던스 - ‘상주 아리랑’
어떤 장르에 속하는 음악을 주로 소화한다고 해서 그가 그 음악만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다. 인간은 언어의 틀 안에서 사고하는 법이지만, 너무 그 틀 안에만 있으면 그 바깥의 가능성을 보지 못한다. 음악과 같은 예술을 즐길 때 우리는 그 틀을 벗어날 필요가 있다. 사실은 그래서, 언어의 규정을 벗어난 아주 멋진 예술을 접했을 때 이런 표현을 쓰는지 모른다. “이걸 어떻게 말로 표현하지? 말로 설명을 못하겠어”
라비던스는 틀을 깰 것 없이 그냥 밖으로 나와 새로운 음악을 만들고 있다. 그래서 딱히 표현할 ‘장르명’이 없다. 물론 여기에는 네 사람의 갖은 노력이 수반됐다.
이번 앨범을 작업하면서 각자가 평소 노래하는 것과는 다른 톤이나, 창법으로 불러야 할 때도 많았을 것 같아요. 가장 고생한 멤버는 누구인가요.
존 노 참 고마운 게, 이번 앨범은 저희 멤버 각자의 개성을 살리면서도 “누가 리드했다” 이런 것 없이 ‘라비던스의 노래’로 만들 수 있었어요. 서로 양보하면서요. 어떤 노래에서 그 노래의 색깔이 없어지는 느낌이 들면 파트를 조금 덜어내기도 하고, 대신 음색이 더 잘 어울리는 다른 노래에서 그걸 더 펼칠 수 있게 하고. 이런 식으로 조절해서 모든 곡이 라비던스라는 팀의 노래가 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김바울 모두가 톤에 대해서 연구도 고민도 많이 했어요. 하나의 노래 안에서도 여러 가지 톤이 나오고, 톤에 따라 듣는 사람이 느끼는 감정이 달라질 수 있잖아요. 그 톤이 스스로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고요. 그런 부분들을 신경 쓰면서 섬세하게 불러야 하니까 조금 어려웠죠. 멤버 중에서도 영열이가 힘들지 않았을까 싶어요.
존 노 고생 많이 했죠.
고영열 오, 감동이에요. 톤에 대한 이야기하셨는데, 저에게는 정말 그게 가장 어려운 숙제였어요. “도대체 뭐가 힘들까?”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거예요. 음, 저희 각자가 가지고 있는 목소리의 성질이 있는데, 쉽게 설명하자면 소금, 설탕, 후추, 미원 같은, 그런 고유의 성질을 희석해서 다른 맛을 내야 하는 거거든요. 이미 각자 엄청 자극적인 맛을 가지고 있는데, 나를 어떻게 녹여내느냐에 따라 음식이 달라지고요. 저는 소금을 담당하는 입장에서 그 정도를 어떻게 해야 할 자기가 어려웠어요.
김바울 ‘테두리’에서도 그렇고, 영열이가 ‘섞여야’ 되잖아요. 그 톤이 이어져야 하고. 그래서 특히 더 고생했던 것 같아요.
1년 동안 팀으로 함께 했지만 앨범 작업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요. 의견을 주고받을 때 어려움은 없었나요. 누구는 정말 칼같이 말한다든지, 누구는 돌려서 말한다든지요.
황건하 일단 외국곡 하나랑… 외국곡들에 한해서는…
김바울 (한숨)
고영열 할 말 많나요?
존 노 미안, 미안.(웃음) 제가 제일 많이 이야기했어요.
김바울 서로 잘 이야기해 주죠. 앨범은 중요하잖아요. 잘못 들어가면 안 되니까, 고쳐야 할 부분 있으면 빨리 말해주는 게 좋은 거죠. 음정이 조금 떨어지면 바로 “음정 떨어졌으니까 더 올려달라”고 한다거나. 제가 영어 발음이 안 좋은데 여기 존이 좋은 선생님, 거의 현지인이잖아요. 좋은 선생님이 있는데 가만히 있을 필요 없죠. 뉘앙스가 중요하니까 그런 걸 최대한 수정해 줬어요.
존 노 저희 팀 자체가 돌려서 이야기하지 않아요. 그냥 빨리빨리. 다들 프로라서요.
고영열 저는 과학적인 발성을 잘 몰라요. 그런데 형들은 어떤 발성을 어떻게 쓰는지에 대한 교육을 철저하게 받았잖아요. 그래서 이번 앨범 작업하는 동안 그런 걸 크게 배웠고, 함께 있을 때 묻을 수 있는 발성을 고민할 수 있도록 형들이 도와줬어요.
앨범 작업을 하면서 모두가 또 한 번 발전한 거네요.
김바울 그렇죠. 멤버 한 명 한 명의 새로운 모습도 발견하게 된 것 같아요. “영열이한테 이런 소리가 나?” 이럴 때도 있었고요. 건하에게서 더 예쁜 소리가 날 때도 있었고, 존의 소리가 더 여리거나 더 힘이 넘칠 때도 있었죠. 각자가 가진 다양한 톤을 찾게 됐어요.
라비던스 팀으로 데뷔한 후에 힘든 일도 있었지만 기쁜 일도 많이 있었는데요. 작년 초 <팬텀싱어3> 출연 때부터 지금까지 네 멤버에게 가장 의미 있었던 순간, 가장 기뻤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고영열 저는 이번 앨범 발매된 날이 가장 기쁜 날이었던 것 같아요. 7월 7일 오후 6시가 저에게는, 정말 의미가 있는 그런 순간이었어요.
황건하 에이! 15분까지 몰랐잖아!
고영열 어?
황건하 6시 15분에 “어? 앨범 나왔네?”라고 했잖아.
고영열 아냐!(웃음) 그전까지, 오후 다섯시까지만 해도 “야, 한 시간 뒤에 앨범 나온다!” 그랬거든요. “앨범 언제 나와! 빨리 들어보고 싶다”고 했어요. 정말 기다리던 순간이었습니다. 아, 일 년 만에 우리가 드디어. 저희끼리도 맨날 그랬거든요. “앨범 언제 나올까? 과연 나올 수 있을까? 우리 가능할까?” 그랬는데 진짜 앨범이 나오는 걸 볼 수 있는 그 순간이 참 기분 좋았습니다.
황건하 저도 이렇게 팀을 결성하고 앨범이 나왔을 때 기분이 좋았어요. 우리가 라비던스라는 팀이 되어서 음악을 냈다는 그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커버도 나오고 여러 프로그램에도 출연했지만 이게 제일 중요했던 것 같아요. “음악을 우리가 한다”
김바울 저희 멤버들이 보통 혼자서 연주(Play)를 하잖아요. 그런데 라비던스 활동을 하면서 팀원이라는 동료가 생겼고, 힘들 때도 항상 내 곁에 동료들이 있을 거라는 확신이 생기니까 그게 심적인 안정이 되어서 좋은 것 같아요. 거의 가족이 됐어요. 진짜 크게 싸우지 않는 한 평생 함께 할 거라고 생각해요. 각자의 일을 하다가도 모여서 또 같이 노래하는 이런 게 끝까지 이어질 것 같아서, 저는 그냥 동료와 함께할 때가 가장 감사하고 기쁜 순간입니다.
음악적으로 힘들 때 돌아갈 수 있는 곳이 생긴 거네요.
김바울 꼭 음악적으로 힘들 때만이 아니라 삶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원래 삶은 혼자서 계속 살아가는 건데, 이제 함께 나아갈 수 있잖아요. 혼자 걸어가다 넘어지면 아무도 도와줄 수 없지만 넷이 가다가 한 명이 삐거덕하고 넘어지면 다른 사람들이 챙겨줄 수 있으니까요.
황건하 뮤지컬 배우는 동료가 있긴 하지만 매번 새로운 팀을 꾸려서 작품을 올리는 거라, 영구적으로 함께 노래하는 사람은 없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한번 호흡을 맞춘 멤버들과 계속 성장할 수 있고 노래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소중한 기회인 것 같아요.
존 노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그리고 보통은 그룹에서 멤버가 개인 활동을 하면 “왜 그룹을 놔두고 그렇게 해” 하는 경우도 있는데, 저희는 그게 아니라 개인 활동도 다 같이 응원해 주고, 각자 열심히 해서 더 성장하고, 그러면 그게 곧 라비던스의 성장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건하도 이번에 뮤지컬 <금악>에서 데뷔하고, 영열이도 최근에 장관상까지 받았고, 바울이도 베이스 김바울로 자리 잡아가면서 여러 활동 앞두고 있고요. 그게 다 라비던스를 위한 거거든요. 이렇게 한마음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게 저는 제일 좋았던 것 같아요.
김바울 내가 있음으로써 라비던스가 있는 거잖아요. 주체적인 ‘나’가 정확하게 있어야 팀으로 모였을 때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팀으로만 존재하고 ‘나’가 없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요. 팀이 개인의 힘을 받고, 개인이 또 팀의 힘을 받고 그런 게 좋은 거고, 솔직히 팀원이 넷인데 다 잘 되면 좋은 거고요.
다른 멤버의 공연을 보면 어떤 느낌인가요.
고영열 진짜 재미있어요.
김바울 기다려지고.
고영열 아예 다른 분야라서 신기하기도 하고요. 아직 건하의 무대는 기다리는 중인데 정말 기대돼요. 첫 공연 날 보러 가거든요. 티켓도 저희 사비로 샀어요.
황건하 형들이 보러 와주시는 건 너무 좋은데, 첫 공연을…안 그래도 긴장하는 날…실수를 보러 오는 것 아닌가?(웃음)
고영열 그거 보러 가는 거야!
첫 앨범 나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앨범 발매에 이어 첫 투어 콘서트도 곧 열립니다. 라비던스를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한 마디 남긴다면.
존 노 보이는 것 외에 힘들었던 게 많았어요. 그런데 팬분들에게 힘든 걸 이야기하면 더 힘들어하잖아요. 그런 걸 다 말할 수도 없고. 그래서 저희가 꾹꾹 잘 해보려고 한 건데, 조금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하는데 그게 시간이 조금 걸렸어요. 뭐든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할 때는 시간이 걸리거든요.
김바울 1년 동안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어요. 그 시간을 다 참고 기다려주셔서, 저희가 낸 앨범을 많이 사랑해 주시고 홍보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드립니다. 1집이 나왔으면 또 2집도 나올 테고, 3집도 나올 테니까요. 저희 정말 최선을 다해서 계속해서 발전하고 노력하고, 새로운 모습, 음악, 다양한 장르에 대해서 연구하고 노력할 테니까 기대해 주세요. 끝까지 믿고 저희와 함께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실패를 두려워한다. 이번 시험을 망치면 어떡하지? 상사가 내 기획안을 구리다고 하면 어쩌지? 이 아이디어는 별로일까? 이 일이 잘 풀릴까? 사실 지나고 나면 성장의 자양분임에도 그 실패의 고통은 크고 쓰다. 실패가 반복되는 우여곡절 좌충우돌 인생에서, 유일하게 우리에게 좌절감을 주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건 음악이리라. 심지어 좌절감을 주더라도 우리를 다시 일으키는 것마저, 음악이다.
어쩌면 그래서 라비던스의 음악이 이 마음을 더 들뜨게 하고 더 잘 다독이는 것일지 모른다. “우리도 흙길 좀 걸어봤는데, 같이 걷다 보니까 이제 꽃길이 있더라”하고. 성공의 단맛이 그리운 요즘의 당신이라면 한번쯤은 라비던스의 음악을 만나 보길 바란다. 오늘의 좌절이 될 수도 뜻밖의 기쁨이 될 수도 있는, 당신 앞에 펼쳐진 수많은 선택지 속에서, 이들의 음악이 우리를 ‘실패해도 상관없는’ 즐거움의 세계로 안내할 테니.
자료|크레디아, You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