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 전국 투어 일정 & 기자간담회 현장 토크 총정리!

올댓아트 송지인 에디터 allthat_art@naver.com
입력2021.09.08 17:44 입력시간 보기
수정2021.09.08 17:45

피아니스트 조성진|사진 유니버설 뮤직 제공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오는 4일 전국 투어를 시작한다. 4일 전주부터 5일 대구, 7일 서울, 8일 인천, 11일 여수, 12일 수원, 16일 부산, 18일 서울(앙코르)로 이어지는 이번 투어는 지난 8월 27일 정식 공개된 <쇼팽(Chopin,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4개의 스케르초)> 음반 발매 기념이기도 하다. 특히 18일에 열리는 서울에서의 앙코르 공연은 네이버TV를 통해 온라인 생중계 예정이다. 공연기획사인 크레디아의 네이버TV 채널에서 시청할 수 있으며, 온라인 관람객에는 공연 프로그램북을 컴퓨터 파일로 확인할 수 있는 링크도 전달된다.

*온라인 공연 관람권 1만 원. ‘소소티켓’ 할인 적용 가능. 자세한 내용은 여기에(CLICK!)

지난해 9월 국내 11개 도시에서 열렸던 전국 투어에 이어, 조성진의 올해 국내 공연들도 티켓 오픈과 동시에 매진됐다. 이번 서울 앙코르 공연 및 온라인 생중계는 2년 연속으로 티켓을 구하지 못한 팬들의 아쉬움을 달래고자 마련되었다. 조성진이 피아니스트로서 데뷔한 후 국내에서의 공연을 온라인 생중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누구나 이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의 공연을 ‘방구석 1열’에서 감상할 수 있다.

(영상) 조성진의 이번 전국 투어 공연 연주곡 중 하나이자 최근 발매된 <쇼팽> 앨범 수록곡 중 하나인 쇼팽 스케르초 2번의 뮤직비디오.

조성진은 지난 2015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후, 각국에서 활동하며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발돋움했다. 이어 세계 최고의 클래식 레이블 도이치그라모폰(DG)과 전속계약을 맺은 그는 2016년 첫 DG 앨범<쇼팽(Chopin,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4개의 발라드)>을 발표했다. 그로부터 5년 만인 올해 8월 공개한 <쇼팽> 앨범에는 5년 전보다 더 깊어진 음악성과 함께, 당시와는 또 다른 매력의 쇼팽 연주를 담았다. 수록곡은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2번과 스케르초 전곡으로, 한국에서 발매된 디럭스 버전 앨범과 디지털 앨범에는 대중적으로도 잘 알려진 쇼팽의 곡 3개(연습곡 12번 ‘혁명’, 즉흥곡 1번, 녹턴 2번)가 보너스 트랙으로 실렸다. 이번 앨범 역시 지난 2016년의 데뷔 앨범 <쇼팽>과 마찬가지로 지아난드레아 노세다가 지휘하는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녹음했다.

조성진의 <쇼팽(Chopin,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4개의 스케르초)> 음반 커버 |사진 유니버설 뮤직 제공

조성진은 이번 전국 투어에서 야나체크의 피아노 소나타 1.X.1905, 라벨의 ‘밤의 가스파르, 쇼팽의 스케르초 1번~4번을 연주할 예정이다. 야나체크의 피아노 소나타는 표현할 수 있는 악상의 범위가 넓은 소나타로, 조성진의 다이내믹한 연주 스타일이 특히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라벨의 ’밤의 가스파르‘ 역시 고난도의 기술 수행과 음악적 표현력을 필요로 하는 곡이다. 쇼팽의 스케르초도 마찬가지다. 이번 리사이틀을 통해 조성진이 가진 특유의 아름다운 음색뿐만 아니라 탁월한 테크닉과 음악성까지 모두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앨범 발매 후 전국 투어를 앞둔 조성진은 지난 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쇼팽의 스케르초 2번을 연주, 지난해 발매한 <방랑자(The Wanderer, 슈베르트 환상곡·가곡 ’방랑자‘, 베르크 피아노 소나타, 리스트 피아노 소나타 수록)>에 이은 앨범의 주인공으로 쇼팽을 선택한 이유와 수록곡에 대한 의견, 공연을 앞둔 소감 등을 밝혔다. 조성진의 연주와 답변은 모두 전에 비해 한층 여유로웠으며, 그는 현장에서 이어지는 많은 질문에도 차분하고 명확하게 답했다.

*이하는 기자간담회에서 오간 이야기를 재구성.

조성진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 올댓아트 김희주

최근 식중독으로 고생했는데요. 몸은 괜찮나요.

네.(웃음) 다 회복했고…내일 연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코로나 이후로 공연이 많이 취소됐습니다. 이전보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좀 있었을 텐데요.

코로나가 발생하기 전 마지막으로 했던 연주는 3월에 미국에서 있었어요. 당시 한국은 이미 약간 (코로나 확산이) 진행된 상태였고 유럽, 미국은 시작 단계였는데요. 미국에서 베를린으로 돌아오자마자 그다음 주 연주부터 모두 다 취소됐었어요. 처음에는 한두 달 동안의 공연이 취소될 거라고 예상해서 그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조금 기대도 했었거든요. 어떤 곡을 배울까, 취미 생활을 한번 해볼까, 하면서요. 그랬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 사태가) 심각하다는 걸 점점 알게 되면서 많은 생각을 했고 여러 감정도 느꼈어요. 예전처럼 여행도 많이 못 다니고 연주도 별로 못해서 처음에는 적응이 안 되기도 했고요.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면서 연주하는 걸 너무 당연하게 여겼던 것 같은데, 코로나 때문에 연주하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를 느끼게 된 것 같아요.

긴 시간을 어떻게 보냈나요.

어떤 곡을 완성하려고 하지는 않았어요. 새로운 곡을 익히려고 해도 그게 손에 잘 안 붙었거든요. 다음 연주가 언제가 될지 모르니까요. 시험공부를 하는데 시험이 언제인지 모르는 그런 느낌이었어요. 저뿐만 아니라 많은 아티스트들이 되게 힘들었을 거예요. 평상시에 못해 본 곡들, 바흐 파르티타 전곡을 집에서 그냥 하루 동안 쭉 쳐보거나, 베토벤 소나타 여러 곡을 연주하거나, 그런 시간을 많이 보냈습니다.

가장 매력적인 작곡가는 누구던가요.

몇 명으로 간추리기는 힘들어요. 왜냐면 훌륭한 작곡가가 정말 많이 있거든요. 쇼팽은 제게 굉장히 매력적인 작곡가에요. 피아노를 위해 거의 일생을 바쳤다고 할 수 있죠. 쇼팽의 곡은 모든 작품이 피아노를 위한 곡이에요. 교향곡은 아예 작곡하지 않았고요. 그런데 또 베토벤은 쇼팽과 다른 매력이 있어요. 피아노 소나타에서 오케스트라가 들리는 듯한, 쇼팽보다 스펙트럼이 넓은 작곡가거든요. 그래서 어떤 작곡가가 제일 매력적인지를 묻는 질문은 너무 어려운 질문이에요.(웃음)

피아니스트 조성진|사진 유니버설 뮤직 제공

종일 피아노만 연습하지는 않을 텐데, 휴식 시간에는 뭘 하나요.

취미가 딱히 없어요. 음악 자체를 직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편이어서요. 쉴 때도 그냥 음악 들어요. 코로나 이전에는 연주도 보러 갔고요.

나와 음악과의 관계도 변했나요. 음악을 대하는 마음에 변화가 있었나요.

음악, 관객에 대한 소중함을 느꼈어요. 연주에 대한 것도 그렇고요. 코로나 때문에 온라인 콘서트를 여러 번 하게 됐는데요. 온라인 콘서트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사실 저는 (공연) 중계를 하는 걸 싫어하고 긴장도 잘 하는 편인데, 코로나로 인해 적응이 많이 됐어요. 무관중 콘서트는 라이브 콘서트를 대체할 수 없다는 것도 느꼈고요. 온라인 공연을 몇 번 했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나는데요.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와 했던 게 처음이었어요. 저는 온라인 공연을 혼자 하는 것보다 다른 음악가, 오케스트라하고 같이 하는 게 조금 더 편하고 수월해요. 사람한테서 얻는 힘이 있다고 믿는 편이거든요. 그럴 때의 시너지 효과도 있는 것 같고요.

영감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요.

요즘은 영감을 받고 이런 게 추상적인 것 같다는 생각이 자주 들어요. 제가 어떤 곡을 연주하면서 ‘이 곡은 이런 느낌이고, 이걸 사람들에게 전달해야겠다’하는 영감을 받아서 그걸 연주로 표현하려고 하는데, 관객은 그걸 못 느낄 수도 있거든요. 다르게 느낄 수도 있고요. 그래도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영감이란 무엇인지 선입견 없이 듣고 (생각을) 열어두려고 하는 편이에요.

조성진은 지난 8월 27일 새 앨범 <쇼팽>을 발매, 오는 4일부터 전국 투어를 앞두고 있다|사진 올댓아트 김희주

지난 8월 27일에 새 앨범 <쇼팽>을 발매했습니다. 여러 작곡가 중 왜 쇼팽을 선택했나요.

많은 이유가 있는 건 아니에요. 2016년에 쇼팽 곡으로 앨범을 발매한 후에는 의식적으로 쇼팽의 작품을 녹음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요. 쇼팽 콩쿠르 우승자는 모두가 탐내는 자리죠. 정말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고 커리어도 잘 쌓을 수 있지만… 위험한 점은 쇼팽 스페셜리스트로 각인될 수 있다는 거예요. 저는 그걸 원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쇼팽이 아니라) 다른 작곡가들의 곡을 선택해서 드뷔시, 모차르트, 슈베르트, 리스트 등의 음악을 앨범으로 발매했는데요. 이때쯤이면 이제 쇼팽을 다시 해도 되겠다 싶어서 이번에 녹음한 거예요.

“이제 쇼팽을 다시 해도 되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뭔가요.

제가 그렇게 계획적인 사람은 아닌데요. 음반 녹음할 때는 계획적으로 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저 혼자 녹음해서 그런 게 아니라 사업적인(Business) 측면에서 보면 음반 녹음하고 다음 시즌에는 그 프로그램으로 연주도 해야 되니까요. 쇼팽의 곡을 녹음하기로 결정한 건 2018년 말 정도였는데 그때 회의를 하면서 (쇼팽 콩쿠르 후) 5년 정도면 충분한 시간이라고 직감적으로 느꼈던 것 같고요. 원래 2020년에 녹음하기로 했었거든요. 코로나 때문에 영국에 있는 녹음 스튜디오가 다 문을 닫아서 올해 3월, 4월에 나눠서 녹음하게 됐어요.

수록곡은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2번과 스케르초 전곡이고, 한국에서 발매된 디럭스 앨범에는 3개의 보너스 트랙도 있습니다. 쇼팽의 수많은 피아노 작품 중에서 특별히 이 곡들을 고른 이유가 있나요.

저는 사실 프로그램을 정할 때 엄청나게 많은 고민을 하면서 정하지는 않는 스타일이에요. 제가 원하는 곡, 좋아하는 곡, 하고 싶은 곡을 주로 하는데요. 5년 전에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을 녹음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2번을 그때와 같은 악단, 같은 지휘자와 녹음해서 하나의 사이클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또 5년 전에 쇼팽의 발라드 전곡을 녹음했는데요. 제가 보았을 때는 쇼팽의 발라드, 스케르초, 소나타가 쇼팽이 작곡한 곡 중 가장 무게가 있는 작품들이거든요. 길이에 있어서도 그렇고 구성에 있어서도 가장 크고 상당한(Substantial) 곡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발라드에 이어서) 이번에는 스케르초 전곡을 녹음했습니다. (그 외에) 그렇게 큰 이유는 없었어요. 그리고 보너스 트랙은 제가 좋아하는 곡이었고…도이치그라모폰에서 부탁해 가지고…(웃음)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조성진의 모습|사진 올댓아트 김희주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중 대중적으로는 1번이 더 잘 알려져 있죠. 쇼팽 콩쿠르 결선에서도 조성진 피아니스트를 포함해 많은 참가자들이 2번보다는 1번을 선택했고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전공했기 때문에 1번과 2번 중에 어느 곡이 더 대중적인지 감이 잘 안 와요. 쇼팽 콩쿠르 결선에서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연주한 이유는 하나에요. 그전에 2번을 한 적이 없어서 1번을 연주하는 게 안전했어요. 콩쿠르 때는 자신 있는 곡을 연주해야 하거든요. 참가자들이 쇼팽 콩쿠르 결선에서 보편적으로 1번을 선택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1번의 길이가 더 길고, 보여줄 수 있는 기술이나 음악적 요소가 더 많기도 해요.

그렇다면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에 비해 이번 앨범 수록곡인 2번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1번이 좋은지 2번이 좋은지에 대한 질문은 답하기가 정말 힘들어요. 하지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건 2번의 2악장은 쇼팽이 쓴 곡 중 가장 아름다운 한 가지라는 거예요. 1번보다 섬세한 부분도 많죠. 구조(Structure)도 자유롭고요. 개인적으로 1번의 2악장보다 더 좋아합니다.

지난 2019년에는 통영에서 지휘도 한 적이 있는데요. 나중에 지휘자로서 음반으로 발매했던 쇼팽 피아노 협주곡들을 다룰 의향도 있나요.

그때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지휘를 했었는데 그건 사실 실험적인 이벤트였고요. 저는 그때 결정했어요. 지휘는 안 하겠다.(웃음) 이유는 제가 재능이 없어서. 피아노 연주자를 오래 하겠습니다.

다른 수록곡인 쇼팽의 스케르초에 대한 의견도 궁금한데요.

네 개의 스케르초 모두 성격이 다르고 다 훌륭한 곡인데요. 추억이 중요한 건 음악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네 개의 스케르초 중에) 어떤 곡이 더 훌륭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스케르초 2번은 저한테 굉장히 특별한 곡이에요. 저와 추억이 많거든요. 이 곡을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연주했는데요. 중학교 3학년 들어가기 바로 전에, 2009년 1월쯤에 정명훈 선생님 앞에서 연주해서 선생님과의 인연이 생겼어요. 신수정 선생님과의 인연도 이 곡 때문에 생겼고요. 2007년에 우연히 연주를 들으러 오셨거든요. 쇼팽 콩쿠르 준결선에서 마지막으로 연주한 곡도 스케르초 2번이었어요.

피아니스트 조성진|사진 올댓아트 김희주

이 곡들을 앨범에 담는 작업 과정은 어땠나요.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피아노 협주곡을 녹음할 때는 혼자 연주하는 곡을 할 때보다 시간적으로 제한이 있었어요. 그런데 저한테는 오히려 그게 더 쉬웠죠.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많이 없었거든요. 그냥 그 순간에 최선을 다했어요. 그리고 스케르초나 이런 곡들을 프로듀서와 작업 현장에 계신 분들이 앉아 있는 앞에서 쭉 연주하기도 했는데요. 앨범에 수록된 스케르초 2번과 3번 연주는 그때의 녹음본을 쓴 걸로 알고 있어요.

물론 중간중간 연주한 적은 있지만 5년 만에 쇼팽의 곡을 다시 녹음하면서, 스스로 무엇이 달라진 것 같은가요.

쇼팽 콩쿠르 때는 제 연주 스타일이 지금과는 조금 달랐는데요. 아무래도 콩쿠르라는 환경 속에서 연주하다 보니까 안 좋게 말하면 경직된 느낌이 있었어요. 쇼팽 콩쿠르 후에는 훨씬 더 자유롭게 제 음악을 할 수 있었고요. 사실 5년 전과 어떻게 다ㅤ른지는 모르겠어요. 제가 쇼팽의 곡을 연주하면서 일부러 (예전과) 다르게 하려고 했던 적은 없었거든요. 거울을 보면 제 얼굴은 항상 똑같아 보이는데 남들이 보기에는 “늙었다” 이렇게 말하는 것처럼(웃음) 제 연주 스타일도 그렇게 바뀐 것 같습니다.

3일 기자간담회에서 조성진은 쇼팽의 스케르초 2번을 연주했다|사진 올댓아트 김희주

4일부터 전국 투어를 시작합니다. 공연을 앞둔 소감은 어떤가요.

(코로나 발생 후) 첫 투어가 작년 한국에서의 투어여서, 저한테는 굉장히 뜻깊었어요. 그래서 그때의 공연들이 작년에 했던 것 중에서 잊지 못할 연주, 그리고 이벤트였던 것 같아요. 잠시나마 일상생활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았거든요. 올해도 상황이 그렇게 좋지는 않지만 연주를 할 수 있게 되어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평소 공연할 때 꼭 필요한 게 있나요.

너무 소란스럽지만 않으면 저는 그걸로 다 만족해요. 한국에서는 아직 느껴보지 못했는데 외국에서 연주를 하면 관객분들 중에서 되게 소음을 많이 내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러면 아무리 집중을 해도 방해받을 때가 있거든요. 물론 기침을 아예 안 할 수는 없지만요. 그리고 있으면 좋겠다는 건…좋은 피아노, 좋은 음향(Acoustic)이 있는 공연장이면 연주를 할 때 더 행복하고 즐거워요.

같은 곡을 앨범으로 녹음할 때와 리사이틀에서 연주할 때의 느낌도 다를 것 같습니다.

사람마다 녹음에 대한 철학이 다 다를 것 같은데요. 글렌 굴드 같은 아티스트는 녹음실을 더 선호했는데, 저는 무대를 더 선호하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녹음을 할 때도 최대한 라이브 콘서트처럼 하려고 노력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아요. 관객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가 크더라고요. 음악에서도 그렇고요. 최대한 비슷하게 하려고 해도 녹음실에서 한 건 ‘정말 공연하는 것처럼 연주한 것 같은데’ 하고 막상 들어보면 느낌이 달라요. (공연에서) 연주할 때의 제 연주와 느낌은 확실히 앨범과는 조금 다를 거예요. 관객에게서 받는 에너지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이번 투어 때 앨범 수록곡이 아닌, 야나체크와 라벨의 곡도 연주합니다. 이 곡들에 대한 생각도 궁금한데요.

라벨의 ‘밤의 가스파르’는 제가 연주한 피아노 솔로 곡 중에 기술적으로 가장 어려운 곡인데요. 그런데 이 곡이 기술적으로 어렵다는 게 유명해서 그런지 사람들이 그런 (기술적인) 부분 위주로 들어서, 음악적인 특별함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저는 이 곡이 음악적으로도 거의 완벽한 곡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많이 연주하고 싶고요. 특히 젊을 때요. 나이가 들어서는 못할 것 같아요.(웃음)

야나체크의 피아노 소나타는 대중적으로 유명한 곡은 아닙니다. 지난해 전국 투어 때도 시마노프스키의 ‘마스크’ 같은, 대중적으로는 잘 알려지지 않은 곡을 연주했는데요. 앞으로도 이런 생소한 곡들을 많이 연주할 계획인가요.

제가 생소한 곡을 연주한 적이 많지는 않아요. 이번 투어에서 연주하는 야나체크의 피아노 소나타도 관객분들은 잘 모르시는 곡일 수 있지만 사실 음악가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곡이에요. 그래서 제가 “앞으로 이렇게 생소한 곡을 많이 하겠다” 이런 말을 하기는…아직은 좀 창피하네요.(웃음) 그렇게 많이는 시도를 안 해봐서요. 그렇지만 야나체크의 피아노 소나타부터 시작해서 앞으로는 (그런 시도를) 해보고 싶어요. 바로크 음악이지만 자주 연주되지 않는 헨델의 곡 같은 작품들도 그렇고요.

이번 투어의 마지막이 서울에서의 앙코르 공연입니다. 지난해에도 서울에서 앙코르 공연 예정이었는데 취소됐었죠.

그때도 서울 앙코르 공연은 온라인 생중계하기로 했었는데요. 코로나 상황이 안 좋아져서 공연이 취소됐었어요. 이번에는 꼭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긴장이 많이 되네요. 한국에서 콘서트를 온라인 생중계하는 건 처음이어서요. 최선을 다해서 준비하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는 것 같고, 그래도 서울 앙코르 공연은 (현장에) 관객이 있으니까 아무래도 더 마음 편하게 할 수 있을 거예요.

공연 끝나고 앙코르 연주도 할 건가요.

잘 모르겠어요.(웃음)

조성진의 올해 전국 투어는 7개 도시에서 열리며 마지막 서울 공연은 네이버TV 크레디아 채널을 통해 생중계된다|사진 올댓아트 김희주

2020년 쇼팽 콩쿠르가 코로나로 연기되어서 이제 곧 본선이 열리는데요. 우승한 지 6년이 지났는데, 직전 대회 우승자로서 말한다면 쇼팽 콩쿠르는 스스로에게 어떤 의미였나요.

쇼팽 콩쿠르 당시를 떠올려 보면 아직도 되게 긴장되고, 끔찍한 기억이에요. 그때 긴장을 너무 많이 했었거든요. 우승했을 때 가장 처음 든 생각은 ‘아, 이제 콩쿠르 안 해도 되겠다’였어요. 안도감과 기쁨이 제일 컸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쇼팽 콩쿠르 덕분에 저는 지금 제가 원하는 연주를 이렇게 많이 할 수 있게 됐어요. 좋은 음악가, 연주자, 오케스트라와 좋은 홀에서 연주할 수 있어서 당연히, 너무 감사하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쇼팽 콩쿠르에 출전하는 참가자들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이 있나요.

없는 것 같아요. 만약에 제게 콩쿠르에서 우승하는 비결이 있었다면 이제까지 나갔던 대회에서 다 우승했을 텐데, 그게 아니었으니까요. 준비를 최대한 완벽하게 해서, 그리고 컨디션 조절을 잘 해서 무대에 서는 게 중요하죠. 그 외에는 그냥 너무 많은 기대는 안 하고 마음 비우면서 하는 게 좋은 것 같고요. 운에 맡기고…(웃음) 콩쿠르에는 운도 조금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피아노를 연주하는 조성진의 모습|사진 올댓아트 김희주

피아니스트로서 스스로 어떤 시기에 접어들은 것 같나요.

아직 성공했다고 정의 내리기는 어렵고, 피아니스트로서 성공이 뭐냐고 물어본다면 그것도 어려운 질문이에요. 저는 아직도 배워 나가는 입장이고요. 이건 제가 마흔 살이 되든, 쉰 살이 되든 똑같을 거예요. ‘이 정도면 완성됐다’ 하는 순간부터 발전은 없다고 생각해요. 피아니스트로 외국에서 활동한 지 5년 조금 넘었는데요. 지금 제가 어떤 시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세계에서) 연주 활동하는 건 이제 조금 적응이 됐어요. 그런데 최근에는 코로나 때문에 다시 공연을 못 해가지고… 이번 투어하면서 또 새로운 느낌이 들 것 같기도 합니다.

예정되어 있는 공연이나 앨범 프로젝트가 있나요.

내년에는 협연을 주로 할 것 같고, 최근에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와 앨범을 내서 내년 3월에 함께 미국 투어도 할 예정이에요. 그때 뉴욕 필하모닉하고 뉴욕에서 공연을 하고, 베를린에서는 베를린 방송교향악단과 연주하고요. 미국, 유럽, 아시아 일정은 사실 2년 전에 다 결정됐어요. 한국에서도 내년 10월, 11월쯤에 공연 계획이 있어요. 지금은 2023년 6월까지의 연주 일정이 다 잡혀 있고요. 연주자의 삶은 재미있기도 하면서 예측 가능하기도 해요. ‘내후년 생일에는 내가 어디 있겠구나’ 하는 걸 2년 전에 미리 알게 되니까요. 다음 앨범은 지금까지 안 해 본 작곡가의 곡으로 작업하게 될 것 같은데요. 아마 바로크 음악이 될 것 같은데 2022-2023 시즌에 대해 미리 이야기를 다 하기는 조금…허락을 받아야 하는데 아직 못 받았어요.(웃음)

가까운 미래의 계획은 뭔가요.

이건 건강하지 않은 생각일 수도 있지만 저는 일단 오늘 할 일에 최선을 다하고, 내일 할 일은 내일 생각하자는 마음을 가지고 살고 있어요. 지금까지 그렇게 연주활동을 했던 것 같고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카네기홀에서 공연하고 싶고, 베를린 필하모닉, 빈 필하모닉과 협연하고 싶었는데요.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이제는 그런 꿈은 많이 없어졌어요.

저는 제가 행복했으면 좋겠는데, 좋은 연주를 하는 게 제게 많은 행복을 주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앞으로도 작업이나 프로젝트는 여러 가지를 계속하겠지만 지금 제 가장 큰 목표는 제가 조금이라도 더 만족할 수 있는 연주를 하는 거예요. 내년부터는 코로나 상황이 나아져서 계획되어 있는 연주를 다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자료|유니버설 뮤직, 크레디아, Youtube

클래식 기사 더보기

이런 기사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