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 만화 아닌 울림 있는 작품 만들고 싶었다”

올댓아트 김지윤 에디터

웹툰 ‘나빌레라’ 작가들 서면 인터뷰

지난 5일 경기도 부천 한국만화박물관에서 열린 팬미팅 행사 무대에 오른 Hun 작가(가운데)와 지민 작가. 두 사람이 함께 작업한 웹툰 <나빌레라>가 올해 부천국제만화축제 만화대상을 수상했다. 부천국제만화축제 운영위원회 제공

지난 5일 경기도 부천 한국만화박물관에서 열린 팬미팅 행사 무대에 오른 Hun 작가(가운데)와 지민 작가. 두 사람이 함께 작업한 웹툰 <나빌레라>가 올해 부천국제만화축제 만화대상을 수상했다. 부천국제만화축제 운영위원회 제공

Hun “꿈과 인생 이야기를 하고 싶었죠
건강 나빠지자 연출 협업 주력으로 결정”

지민 “극화체 느낌 내려 숱한 지우개질
행복한 계획 세우며 슬럼프 극복 노력”

빠르고 강렬할수록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시대다. 즉각적인 반응이 오가는 웹툰도 예외는 아니다. 쏟아지는 자극적인 콘텐츠 사이에서 잔잔한 울림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나이 일흔에 발레를 시작한 노인 덕출과 꿈 앞에 주저하는 청년 발레리노 채록의 성장기를 그린 웹툰 <나빌레라>는 그 틀을 깼다. 거대한 서사나 악역의 활약이 있는 것도 아니다. 채록은 치매를 앓고 있는 덕출이 포기하지 않고 무대에 오를 수 있도록 곁을 지키고, 덕출은 자신의 재능에 확신을 갖지 못하는 채록을 어른스럽게 응원한 것이 전부다.

두 사람이 서로의 부족한 것들을 채우며 한 걸음씩 나아가듯 <나빌레라>는 <은밀하게 위대하게> <해치지 않아> 등을 집필한 HUN 작가와 따뜻하고 섬세한 그림체로 정평이 난 지민 작가의 협업으로 탄생했다. 현재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대표 지식재산권(IP) 가운데 하나인 이 작품은 뮤지컬, 드라마 등으로 제작돼 ‘원 소스 멀티 유즈’의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지난 4일 개막한 부천국제만화축제 만화대상 대상을 수상한 두 사람을 서면으로 만났다.

나빌레라

나빌레라

- 두 분은 어떤 인연으로 함께하게 되었나요.

Hun = 지민 작가는 일 때문에 알고 지내던 분들을 통해 소개 받았어요. 대략의 방향만 이야기한 상태에서 1년을 지켜봤죠. 경계를 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네요. 아무래도 협업을 하면서 사소한 트러블이 생기면 안 되니까요. 다행히 지민 작가는 괜찮은 사람이었고, 상식적이었죠(웃음).

- <나빌레라>가 만들어진 과정이 궁금해요.

Hun = 오래 고민했던 작품이에요. 웹툰 일을 시작한 지 10년이 지났는데, 대중에게 상업적으로 소비되는 만화가 아닌, 제 자신에게도 깊은 생각과 울림을 줄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어요. 특히 꿈, 가족,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죠. 우선 젊은 캐릭터와 노년의 캐릭터를 설정했어요. 발레는, 처음부터 떠올린 소재가 아니었지만 노년의 삶과 가장 거리가 멀면서도 아름다운 소재로 적합하다고 생각했어요.

- 전작들과 비교해 뜻밖의 그림체였어요. 70대 노인을 표현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지민 = 적당하게 따뜻한 분위기가 나면서 동시에 극화체의 느낌을 내는 것이 가장 힘들었어요. 한 달간 할아버지 얼굴만 그리고, 지우고, 그리기를 반복하기도 했죠. 또 덕출 할아버지의 감정을 잘 표현하기 위해선 많은 고민이 필요했는데요. 숱한 지우개질을 한 결과라고 보시면 돼요.

- 개인적으로는 ‘악역’이나 ‘막장’ 요소가 없어서 좋았어요.

Hun = 전 연령 관람가이지만 유일하게 욕설이 들어간 적이 있는데 바로 (덕출의 도전을 희화화한) PD에게 외치는 장면이었어요. 사실 그 PD 이름이 카카오 웹툰 대표님 이름이거든요. 검열하지 말아달라고, 사전에 허락까지 받았죠(웃음).

- 두 분에게도 피해 갈 수 없는 슬럼프들이 있었겠죠. 나만의 극복법이 있나요.

Hun =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연재 작가들은 슬럼프를 느낄 시간조차 없을 만큼 바쁠 겁니다. 저는 온몸이 아프면서 무너지는 자신을 발견했어요. 목 디스크로 어깨 통증이 심해졌는데 수술을 하지 않으면 일상생활조차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거든요. 한동안 극도로 예민하고 우울했어요. 나름의 방법을 고민하다 연출 협업을 주력으로 하는 작가가 되기로 했죠. 손과 어깨보다 머리를 좀 더 쓰는 일이거든요.

지민 = 긴 연재 시즌을 시작할 때면 ‘맛있는 것 먹으러 가고, 운동도 하고, 소파에 붙어 넷플릭스를 몰아 보고,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여행을 간다’라는 행복한 계획을 세워요. 그러면서 견디죠. 연재가 끝나면 실제로 하고 싶었던 일들을 즉흥적으로 하러 다니면서 해소하고요.

- 끝으로 두 분이 날아올라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일까요.

Hun = 한량이 되고 싶다?(웃음) 만화 일을 20년 넘게 쉼 없이 해왔는데 돌이켜 보니 정작 제 삶의 큰 부분은 도려내져 사라져 있더라고요. 아마도 먼 훗날이겠지만 그땐 반려동물에게 한쪽 다리를 내어준 채 평온하게 낮잠도 자고 싶어요.

지민 = 만화를 나이 들어서도 느긋하게 할 수 있는 상황과 몸 상태가 따라줬으면 하는 것이 꿈입니다. 지금처럼 왕성하게는 힘들겠지만 꾸준하게 일을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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