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 위해 조폭이 되는, 뻔한 느와르물?··· 주인공이 여성 원톱이라면 어떨까, 넷플릭스 ‘마이 네임’

김지혜 기자
15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마이 네임>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15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마이 네임>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조직 폭력배가 된 주인공, 복수의 실마리를 찾아 경찰에 위장 취업한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뻔한 느와르물의 서사다. 하지만 이야기의 중심에 여성 주인공이 선다면 어떨까. 넷플릭스 새 시리즈 <마이 네임>이 던지는 질문은 흥미롭다. 그런데 그 답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글쎄’다.

지난 12일 언론 시사를 통해 8부작 시리즈인 <마이 네임>의 3회 분량을 먼저 감상했다. <마이 네임>은 앞서 화제를 모은 <오징어 게임> <D.P.> 등 국내 제작진의 넷플릭스 시리즈와는 궤를 달리 한다. 사회적인 메시지를 앞세웠던 두 작품과 달리 <마이 네임>은 범죄 느와르라는 장르적 세계에 집중한다.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조직에 들어간 여고생 윤지우(한소희)는 오혜진이라는 새 이름으로 경찰 마약수사대에 잠입한다. 지우는 느와르의 세계에서 응당 벌어질 법한 일들을 순서대로 해치워간다. 복수에 적합한 몸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한 고된 훈련과 시련, 실제론 조폭이면서 경찰로 활동하며 느낄 수밖에 없는 ‘언더 커버’의 딜레마 등이 대표적이다.

여타 느와르 주인공과 달리 지우가 ‘여성’이라는 점은 서사적인 참신함으로 기능하지 않는다. 지우의 여성성은 온통 남성뿐인 두 집단, 조폭과 경찰 안에서 벌어지는 희롱과 폭력, 무시를 통해서만 드러난다. 집단에서 배제되던 약자인 그가 시련을 딛고 실력자로 거듭나는 모습은 통쾌하지만 그 과정의 설득력이 부족하다. 지우는 강해져야 한다는 당위 때문에 강해졌을 뿐이다. 그의 신체와 내면에 실제로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극은 구체적으로 보여주지 않는다. 여성 원톱 느와르에 기대되는 전복적인 재미를 기계적으로만 구현했다는 인상이다.

15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마이 네임>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15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마이 네임>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드라마 <부부의 세계> <알고 있지만,>을 통해 치정 멜로물을 선보였던 한소희는 <마이 네임>을 통해 처음으로 액션 연기에 도전했다. 촬영 3개월 전부터 액션 스쿨에서 훈련을 했다는 그의 연기에는 “살기 위한 처절한 액션”을 보여주고자 온몸으로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촬영 과정에서 10㎏ 가량 체중이 늘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복수를 위해 자신의 이름을 지워야 했던 지우의 복잡한 내면을 충분히 표현하지 못한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앞서 넷플릭스 시리즈 <인간수업>을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김진민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마이 네임>을 “자기를 찾아가면서 복수를 하게 되고, 자기를 잃어버리는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아직은 희미해보이는 지우의 ‘자아’가 4회 이후부터는 존재감을 드러내길 기대해볼 뿐이다. 영화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조선 미녀 삼총사> <목숨 건 연애> 등의 각본을 쓴 김바다 작가가 집필했고 박희순, 김상호, 안보현, 이학주, 장률 등이 출연한다. 15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여개국에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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