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경향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소감 - 나를 지탱하는 소중한 소설, 계속 읽고 쓰겠다

[2022 경향 신춘문예]소설부문 당선소감 - 나를 지탱하는 소중한 소설, 계속 읽고 쓰겠다

소설을 발표하게 되었으니 소설에 대해 이야기하면 좋겠다. 내가 좋아하는 소설 이야기. 이 소설은 겨울에 발표하는 여름 소설이야. 그렇지만 소설은 소설, 이야기는 이야기, 나는 나, 이렇게 생각을 이어나가다 보면 끝에 마주하게 되는 아무것도 없음.

나에게 아무것도 없음이란 아무것도 없다고 굳이 보태어 말할 만큼 소중한 무엇인데 그것이 무엇인지는 아직까지 잘 모르겠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만져지지도 않으니까. 눈에도 보이고 만져지기도 하는 것에 대해서도 잘 안다고는 할 수 없으니까.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양손으로 호주머니를 뒤집어 이거 봐, 아무것도 없지, 굴면서도 한편으로 남몰래 쥐고 있는 손바닥 안의 무엇 그러니까 뭐냐하면 내가 어떻게든 지키려고 하는 것. 그것을 내가 지키고 있고 그것 또한 나를 지키고 있음을 알기. 그것을 믿기. 나는 이것들을 배우고 싶었지만 배우지는 못했고 어쩌다가 알게 되었다.

그렇기에 나는 소설을 읽고 쓸 수 있다.

소설을 읽고 쓸 수 있으므로 소설을 읽고 쓰겠다.

당선 소식을 듣고 기뻐해준 나의 친구들과 동료들에게 고맙고 감사하다. 덕분에 나도 어리둥절한 자세로 또한 기뻐할 수 있었다. 추운 겨울밤 긴긴 산책로를 따라 함께 걸어준 그에 대한 기억도 나에게 눈송이처럼 남아 있다. 오늘 아침에 나는 말린 포도를 먹었다. 중간 부분이 빠져 있는 오래된 시를 읽다가 한낮에 졸았다. 그리고 나의 가족에게, 당신들을 많이 닮은 내가 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랬다고 여기에 적어둔다, 이렇게.

김채원

△1992년 서울 출생.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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