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경향 신춘문예

소설부문 심사평 - 독특한 언어 감각으로 ‘세대적 감수성 형상화’ 돋보여읽음

심사위원 최은미·전성태·이기호·서영인·강동호
전성태 소설가, 서영인 문학평론가, 최은미·이기호 소설가, 강동호 문학평론가(왼쪽부터)가 지난달 22일 경향신문 본사 회의실에서 202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부문 심사를 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전성태 소설가, 서영인 문학평론가, 최은미·이기호 소설가, 강동호 문학평론가(왼쪽부터)가 지난달 22일 경향신문 본사 회의실에서 202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부문 심사를 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예·본심을 통합해 진행한 이번 심사에서 본심 검토작은 총 열두 편이었다. 그중 주요하게 논의된 작품은 <현관은 수국 뒤에 있다> <결항> <안나의 방> 세 작품이었다.

<안나의 방>은 오랫동안 남의 방을 전전하며 살아온 여성 청년 안나가 자신의 방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작품으로, 안나라는 인물이 가진 에너지와 소설이 주는 현실감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소설이 내걸고 있는 ‘방’의 의미망 안으로 소설의 여러 요소들이 완성도 있게 결집되고 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들었다. 그동안 문학 안에서 그려져온 ‘방’의 전범들을 새롭게 넘어서기엔 쉽지 않은 설정인 데다 좀 더 섬세한 사유가 필요했다고 보인다.

<결항>은 안정감과 완성도 면에서 가장 많은 시선을 끈 작품이다. <안나의 방>이 말을 많이 하는 작품이라면 <결항>은 말을 안 하는 채로 장면을 이끌면서 묘한 긴장감으로 소설을 몰고 가는 힘이 돋보였다. 대사를 배치하고 이어가는 감각, 인물들의 상황과 심리를 무리 없이 의미화하고 있는 에피소드들, 계속해서 궁금증을 자아내는 서술자의 시선 등이 유기적으로 만나면서 인상적인 세계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이렇게 공들여 쌓아간 상황이 아이의 죽음이라는 논리로 제시되는 순간 이 소설이 안이한 선택을 했다는 아쉬움을 걷어내기 어려웠다.

당선작인 <현관은 수국 뒤에 있다>는 교정시설에서 만난 세 친구가 자살한 친구의 방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인물들이 마치 직접 이상의 ‘오감도’ 속 아해가 되어 계속 돌아다니는 것 같은 이 소설은 장면과 대사의 리듬감 있는 구성력, 독특한 언어 감각이 개성적으로 돋보인 작품이다. 다다를 수 있는 기억이 있지만 다른 길을 돌면서 친구의 죽음으로 가는 여정을 계속 유예하는 듯 보이는 이 소설은 함축적이고 매력적인 장면 장면들을 골목과 미로처럼 지나면서 말해지지 않지만 전달되는 것, 직접 묻지 못하지만 질문으로 남는 것들을 소설적 성과로 포착해간다.

돌아다니는 행위의 의미를 선형적으로 연결할 수 없는 채로도 이들은 계속 걷고 있는데, 이 소설의 구조 자체가 죽고 싶지만 죽을 수 없는 채로 살고 있는 모종의 세대적 감수성을 형상화한 것으로도 보였다.

심사위원들로부터 상반된 지지를 받으며 끝까지 논의된 <결항>과 <현관은 수국 뒤에 있다>는 둘 다 각각의 개성 안에서 각각의 완성도가 돋보이는 믿음직한 작품이었지만, 누구나 쉬이 합의가 되는 매끄럽고 안전한 작품보다는 역동적인 감각과 독보적인 매력에 힘을 싣자는 것에 심사위원 모두 어렵지 않게 의견을 모을 수 있었다.

당선자에게 아낌없는 축하를 보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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