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경향 신춘문예

문학평론 심사평 - 노동과 노래가 교환되는 현장을 적은 글…비평적으로 아름답다

심사위원 양윤의·권희철
양윤의(왼쪽)·권희철 문학평론가가 지난달 17일 경향신문 본사 회의실에서 202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 심사를 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양윤의(왼쪽)·권희철 문학평론가가 지난달 17일 경향신문 본사 회의실에서 202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 심사를 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올해 평론 부문 응모작은 22편이었다. 평론은 언제나 작품과 관계를 맺는 한편으로 독자와도 관계를 맺는다. 다시 말해 평론은 작품에 대한 독자를 자처하는 한편으로, 자기 자신에 대한 독자와도 대면해야 한다. 이 둘 가운데 균형을 유지하는 일이 쉽지 않다. 이번 심사에서 느낀 대체적인 소감이다.

작품의 해설에 충실한 글들은 가독성을 얻는 대신 그 너머에 있어야 할 비평적 자의식을 놓쳤고, 특별한 개념이나 방법론으로 텍스트를 장악하려는 글들은 그 개념이나 방법론이 정작 작품을 읽는 데 장애가 되었다. 이 두 갈래 길에서 장점을 취한 글들이 없지 않았으나, 이미 선행 비평이 이뤄놓은 길에서 많이 벗어나지 못했다.

격식을 지나치게 존중하면 생각이 그 격식에 맞게 정형화되고, 파격을 오롯이 추구하면 꿰지 못한 서 말의 구슬이 되기 쉽다. 심사한 응모작마다 조금씩은 선택을 망설이게 하는 요소를 갖고 있었다는 의미다.

우리는 논의 끝에 황유지씨의 ‘하마르티아, 일하는 몸들의 운명-김숨, <제비심장>’을 선정하기로 합의했다. 노동과 노래가 몸을 통해 교환되는 현장을 아름답게 적어 내려간 글이다. 시적이지도 소설적이지도 않지만, 적어도 비평적으로 아름답다.

텍스트로 삼은 김숨 작가의 <제비심장>을 닮아서 문장들이 유려하고 리드미컬하다. 읽는 이의 시선을 끝까지 잡아채는 소제목들도 인상적이다. 상투적 결말을 뜻하는 기계신마저도 상투적이지 않게 등장한다. ‘하마르티아’를 시스템에 내재된 문제로 재해석하게 만드는 문맥의 기묘한 뒤틀림도 매력적이다. 앞으로도 좋은 글로 거듭 만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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