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의 한국

⑥접경지역 농촌마을에 ‘이주노동자 기숙사’가 들어서는 이유

배문규 기자
양지마을 주민 박재서씨(왼쪽)와 남상호 양지마을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팀장(오른쪽)이 지난 1월 외국인노동자 기숙사 부지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양지마을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제공

양지마을 주민 박재서씨(왼쪽)와 남상호 양지마을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팀장(오른쪽)이 지난 1월 외국인노동자 기숙사 부지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양지마을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제공

강원 철원군 근남면 육단리 양지마을에 전국 최초로 농업 이주노동자를 위한 기숙사가 들어선다.

12일 강원 철원군에 따르면 육단리 양지마을에 외국인노동자 24명을 수용할 수 있는 연면적 479㎡, 3층 기숙사가 오는 11월 준공을 목표로 조성되고 있다.

육단리는 와수리와 함께 군인들로 활기 넘쳤던 곳이지만, 2005년 위수지역이 해제된 뒤 상권이 쇠락했다. 이후 마을재생 차원에서 ‘국경없는 양지마을’ 사업이 2019년 시작됐고, 농업 이주노동자가 늘어나는 현실을 감안해 ‘농업인력지원공간’ 조성이 특화사업으로 포함된 것이다.

2020년 기준 근남면 인구는 2271명이고, 60세 이상 인구가 전체 40%에 이를 정도로 고령화가 심각하다. 반면 외국인 노동자는 600여명(등록 200명, 미등록 400명 추산)으로, 이들의 연평균 증가율은 29.2%에 달했다. 외국인노동자의 존재가 마을의 ‘성장동력’인 셈이다. 사업 계획도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갈등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농업인력 확보를 위한 다방면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돼 있다. ‘국경없는 양지마을’ 사업은 접경지역이라는 지역특성과 이주민과의 공존이라는 두가지 뜻이 담겨있다.

주민협의체에서 활동하는 박재서씨(69)는 “농사뿐만 아니라 고기잡이, 제조 공장들 다 멈춘다”며 “대한민국에 외국인 없으면 ‘스톱’”이라고 했다. 근남면은 비닐하우스에서 토마토·파프리카 등 특수작물을 많이 키우는 데 외국인노동자가 필수적이다. 보통 2000~3000평 농사에 2~3명, 7000~8000평은 10명이 필요하다. 고용허가제 노동자 월평균 임금(보험료 포함)이 220만원 정도였는데 코로나19로 외국인 노동자 유입이 끊겼다. 150만원 가량이던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 임금이 220만~250만원까지 치솟았는데도 인력을 구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외국인노동자들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도 기숙사 건립은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사업인 셈이다.

2020년 12월 캄보디아 출신 이주노동자 속헹 사망 사건 이후 사업주가 외국인 노동자 고용 신청을 하면서 ‘기숙사 시설표’에 기숙사 사진·영상을 제출토록 하는 등 숙소 규제를 강화한 것도 추진력을 불어넣었다. 박씨는 “농민들이 억대 돈을 들여 새 숙소를 지을 여력도 안되고, 접경지역은 건축 허가 받기도 어렵다”며 “주민 협의를 통해 숙소를 짓게 됐다”고 말했다. 양지마을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남상호 팀장은 “농업인력지원공간이 성공적으로 운영되면 철원군의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시도를 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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